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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의 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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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1998년 10월 대한극장이 메가스크린의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에게 사은 행사라며 잔잔한 홍보를 하던 그 즈음이었다. 대폭 할인된 입장료가 책정되었음에도 이 명작을 보러 모여 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이때로부터 10년 전 <마지막 황제> 같은 대작은 역시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며 인산인해의 관객이 운집할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
"로렌스의 아라비아" 내용보기

이 영화를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1998년 10월 대한극장이 메가스크린의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에게 사은 행사라며 잔잔한 홍보를 하던 그 즈음이었다. 대폭 할인된 입장료가 책정되었음에도 이 명작을 보러 모여 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이때로부터 10년 전 <마지막 황제> 같은 대작은 역시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며 인산인해의 관객이 운집할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이었다. 그러니 그때부터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열렸다고 봐야 하며, 씨네21 같은 저널이 권말에 정성 들인 편집으로 무슨 영화를 어디서 상영하는지 자세한 정보를 싣곤 하던 전향적 태도도 쓸모가 사라져 갈 시점이었겠다.


2002년 개인 소장용으로 고전 명작들의 dvd 포맷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려 나왔을 때 이 작품도 당연히 그 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디스크 하나를 사면 각각의 자켓 사진이 포함된 카탈로그가 함께 딸려 왔는데, 내가 그때 함께 샀던 품목들은 <태양의 제국>, <히트>, 그리고 이 작품을 담은 상품들이었다. <히트>나 <태양의 제국>은 투 디스크에 담겨 있었는데도 다른 제품들과 가격이 같았는데, 사실 그때 아 이 디지털 포맷이 의외로 폭리를 취하는 구조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재고처분을 위한 덤핑이 있을 수 없는 시점이었으니). 여튼 부담스럽게 안방으로 가서 질척거리는 큰 덩치의 테이프를 넣고 빼는 수고 없이, 또 저화질의 비디오cd와도 달리 풍성한 서플까지 첨가된 '영리한' 디스크를 최신 사양의 내 컴퓨터로, 지극히 퍼스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자체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VHS와 dvd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기도 lg 같은 데서 나와 여튼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막바로 몸을 싣긴 걸음을 주저하게 마련인 일반 대중에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개인적으론 돈낭비로 여겨져 후회가 큼).

1990년, 그리고 1994년 TV에서 틀어줄 때도 그게 막 리마스터링한 릴을 수입해 와서 방영한 것이라 내용 면에서 이 디지털판과 아무 차이가 없다. 오스만 제국의 베이(총독 격. 호세 퍼러 扮)가 로렌스를 붙들어 놓고 태형을 가하는 그 유명한 장면에서 도착적 성욕을 표현하는 뉘앙스는 사실 그런 데 관심 없는 사람은 '좀 이상하군' 하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다음날 학교를 가니 이걸 본 애들이 한결같이 입에 올리는 게 그 씬이었고, 심지어 어떤 녀석은 나한테 자기가 생각한 게 맞냐고 확인까지 해 보는 거였다. '그게 과연 궁금하며, 어차피 말 안 해도 뻔한 건데 일부러 화제에 올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또, 그걸 꼭 왜 나한테 와서 물어 봐야 하는 건지' 이 외에도 오마 샤리프가 피터 오툴에게 보내는 진한 눈빛이 노골적으로 그 뜻이었다는 해석을 내놓는 녀석도 있었다. 그건 솔직히 지금도 확신이 가지 않으며(책을 읽어 보니 그런 말 하는 논자가 많기는 했음), 감독의 의도가 그쪽이었다면 참 잘도 알아챘다 싶은 게, 다른 걸 그렇게 열심히 하지 같은...

큰 스크린으로 보니 확실히 다르긴 했다. 50인치로 봐도 좋긴 했었는데, 앞좌석에선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큰 화면으로 보니 명작의 진가가 살아나는, 먼 앵글과 어두운 니치까지 속속 훑어 주는 카메라의 노고란 게 (스토리와 인문 함의에만 몰두하느라) 여태 둔감했던 관객의 눈에도 뒤늦게나마 소통의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고 할까. Take My Breath Away 같은 통속가요도 엄청난 사운드 스펙을 자랑하는 시설에 처음 가서 들어 보고야 그 감성의 맵이 제대로 박혀 오는 느낌처럼, 모리스 자르의 그 유명한 테마곡도 당연 처음 듣는 게 아닌데도 영혼을 관통하는 듯한, 정말로 열사의 폭풍이 알몸에 끼얹어지는 감각의 충격이 마치 초경의 위화감과 허무함이 이럴까 싶었다.

엣날 영화는 일부러 찾아 보지 않는 한 요즘 접하기가 어렵다. dvd를 처음 사 모을 때는 택배로 도착하는 모든 아이템이 설렘을 선물했다. 지금은 일단 사람 시선을 당장 끌어모으는 즐길거리가 너무 많고, 이런 것들에 익숙해져야(다시 말하면 '고물딱지'를 의식적으로라도 멀리해야) 그게 현대를 사는 성의요 근면의 표식이 될 것만 같은 잘못된 허영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자꾸 보면 명작의 감흥을 abuse한다는 경계의식도 솔직히 점점 핑계가 되어 간다. 애써서 보면 또 이렇게 보아지지 않는가.



그건 그거고 ㅎㅎ

부장: 잡적이 책상은 다 치웠어?
A: 예, 당연하죠. 혹시 그놈 몸에서 튀어나온 기생충 유충이라도 있을까봐 아예 인천제철(현대제철) 재하청 업체에다 특수 용역을 주고 처리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용광로에서 ... ㅋㅋ



s****o 2016.03.06. 신고 공감 1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