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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소설 '춘향전'의 백미는 단연 '암행어사 출도요'를 외치는 장면이다. 변학도 생일 잔치 자리에 이몽룡이 어사가 돼 출도하던 장면을 묘사한 대목을 읽을 때마다 어찌나 통쾌해지는지,,소설로 읽어도 이렇게 속이 시원해지는데, 실제 조선시대에서 지방수령의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이었다면 아마 덩실덩실 춤추고 만세라고 부르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조선시대에는 교통이나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못해서 지방에까지 중앙권력의 힘이 미치지 못했기에 지방에 수령을 임명해서 행정,사법 등 전권을 위임하고 임기동안 다스리게 한 것이었다. 그 수령들을 감시, 감독, 통제하기 위해 임금이 암행어사를 파견한 것인데,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 였다고 한다. 그런데 파견 방식이나 운영 방식 또한 독특했다. 임금이 대신 등의 추천을 받아서 임금의 측근 신하 중에서 암행어사를 뽑지만, 어디로 파견할 지는 추첨으로 그 장소를 정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암행으로 그 고장을 염찰해야 하니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추첨으로 정하는가 하면, 임명서를 받자마자 집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그 고장으로 떠나는 것이 상례였다고 한다. 역시나 보안유지를 위해.
암행어사들은 대체적으로 젊은 관료 중에서 뽑았다고 한다. 3~4개월 이상 걸어다니면서 암행해야 하니, 체력이 필요하고 거기에 패기와 순수한 열정이 있는 쪽이 임무에 적합하다보니 아무래도 아직 때가 덜 묻은 신진관료가 임명됐다. 암행어사가 지니는 물건 중에 마패는, 역에서 말을 빌리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암행어사라는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용도로 더 많이 쓰이면서 암행어사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유척이라고 해서 자를 지니고 다녔던 것인데, 이것은 업무 수행상 필요했다고 한다. 유척이란 6척5푼(약 19.7cm)가 되는 자인데, 도량 척도의 기준으로 측정용으로 갖고 다녀야 했다. 당시 죄인을 신문할때 쓰는 몽둥이나 형틀 같은 형구는 모두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수령이 임의로 크게 해서 신문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자로 측정해서 크기가 다른지 재는데 사용했던 것이다.
암행어사의 역할이 지방 수령의 행정을 감시하고 부정을 적발하는 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기는 했지만,소송사건의 처리와 죄수 실태를 살피는가 하면 백성들의 고통을 파악하고,효자, 효녀, 효부나 열녀 등을 발굴하는 등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것도 해야 할 임무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백성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로 비춰졌나 보다, 암행어사를 주인공으로 한 민담이나, 소설이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암행어사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박문수, 그와 관련한 민담이 적지 않은 것도, 그만큼 그의 암행어사 시절 일처리가 백성들에게는 희망이 됐던 것이다. 박문수 외에도 연암 박지원의 손자이자 개화주의자로 알려진 박규수 역시나 철종 시절 암행어사로 파견된 이력이 있다. 그는 밀양으로 염찰갔다, 절친한 벗의 부친의 비리를 적발했다. 하지만 개인정에 흔들리지 않고 그를 봉고 파직에 처했고, 이 일로 친구에게 절교를 당하는 일을 겪게 됐다. 또한 퇴게 이황도, 다산 정약용도, 추사 김정희도 모두 암행어사를 거쳤다고 하니, 암행어사는 전도가 유명한 젊은 관료 중에서 선발됐다는 것이 분명했다.
이 암행어사는 숙종에서 고종 때까지 파견됐지만 후기로 갈수록 그 위력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일단 매해 어사가 파견됐지만, 지방수령 수에 비해 파견되는 어사 수가 적다보니, 임기 중 한번도 암행어사가 가지 않는 고을들이 늘어나면서, 지방수령들의 경계심이 풀어져 버렸던 것이다.
조선의 관직 중에 '암행어사'만큼 친근하게 여겨졌던 자리가 있을까. 어렸을 때에는 박문수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로 암행어사를 만났고, 그 뒤로는 MBC 드라마로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정길씨가 암행어사 였고, 임현식씨가 방자였었나. 그리고 호위하는 무사가 있어서 탐관 오리가 암행어사를 해치려고 하는 위기의 순간마다 암행어사를 구해주곤 했는데..이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어서 오래동안 방송됐다.
실제로 암행어사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려던 수령도 있었고, 심지어 암행어서가 수령의 비리를 조사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도 했고 또 독살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 드라마 속 암행어사의 위험이 아주 허구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렇게 암행어사가 유난히 가깝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인물처럼 다가온 것에서부터, 암행어사가 어떤 존재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됐다.
중앙관료로서, 지방을 누비며 백성들이 사는 모습과 어려움을 직접 눈으로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받은 관리였던 것이다. 수령의 학정에 시달렸던 백성이라면 산천초목도 벌벌 떨게 했다는 말 '암행어사 출도'요..하고 짠하고 어사가 나타나 주기를 얼마나 고대했을까. 그만큼 백성에게는 희망의 존재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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