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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아이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로봇이 있다, 밥솥이 있다, 아니다, 열면 큰일이 나는 어떤 상자가 있다. 세월이 흐른다. 하나였던 발전소는 어느새 넷이다. 아이는 어른이 된다. 여전히 의견은 엇갈린다. “가동 중단, 원전 폐쇄”를 부르짖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돈을 벌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재혁(김남길)은 조금 특이한 경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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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아이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로봇이 있다, 밥솥이 있다, 아니다, 열면 큰일이 나는 어떤 상자가 있다. 세월이 흐른다. 하나였던 발전소는 어느새 넷이다. 아이는 어른이 된다. 여전히 의견은 엇갈린다. “가동 중단, 원전 폐쇄”를 부르짖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돈을 벌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재혁(김남길)은 조금 특이한 경우인데, 발전소에서 돈을 벌면서도 내심 폐쇄되기를 바란다. 원전이 밥솥이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을 아버지와 형의 죽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탈출을 꿈꾸지만, 어머니와 형수, 조카(민재), 애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때 잠깐 벗어난 적도 있었지만, 장사가 쫄딱 망하는 바람에 더 세게 잡힌 모양새다. 재혁이 야반도주를 생각하니까 친구 길섭(김대명)은 웃으면서 폭풍우가 몰려온다고 소리친다. 마치 신호라도 받은 듯 지진이 발생해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데..

 

“오빠는 발전소를 와 그리 싫어하노?”

“싫은 게 아니고, 무서운 기다.”

“뭐가 그리 무서운데?”

“발전소는 저리 낡아가는데, 다들 걱정도 않고 관심도 없고, 내 몰라라 하는 게 참말로 무섭다. 이라면 안 되는 기라. 우리 위해서가 아니라 민재 같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래하면 안 되는 기라. 니는 우리 아들한테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물려 주고 싶나. 아니면 안전하고 편안한 세상을 물려 주고 싶나. 무섭다고 눈감지 말고 겁난다고 귀 막지 마라.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뿐 기다. 그 안에 재앙도 불행도 있지만, 희망도 있다 안 하나. 우리는 그 희망을 찾아내야 하는 기라. 우리 아들을 위해가.”

 

영화는 마지막까지 설명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자 한 것 같다. 어느 당 대표가 영화 한 편을 보고 원전 중단을 하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금이야 아주 현실적인 영화지만, 후일에는 역사 속에서나 있을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재난 영화 공식을 답습한 점은 아쉬우나, 영웅 대신 지질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은 인상적이다. 해결해야 할 분들이 뒷전에 있으니, 지질한 인물이라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누가 정말 지질한가. 누구를 의인으로 기억해야 하는가. 영화 밖에서도 제대로 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e******i 2018.04.23. 신고 공감 6 댓글 8
재난에 가까운 이 시국이 스크린에 옮겨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누구나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판도라는 그에 대한 가까운 답을 보여주는 영화다. 부패와 무능으로 재난을 초래하고 국민 안전보다 국정 안정을 앞세우며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와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하는 국민들의 모습에선 한국의 현주소가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습을 그려내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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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가까운 이 시국이 스크린에 옮겨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누구나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판도라는 그에 대한 가까운 답을 보여주는 영화다. 부패와 무능으로 재난을 초래하고 국민 안전보다 국정 안정을 앞세우며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와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하는 국민들의 모습에선 한국의 현주소가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판도라는 고전적인 전략을 택한다. 가족애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소시민적 영웅이 등장하고, 개인의 희생만이 시스템의 재난을 가까스로 막는다. 이야기의 전형성이나 완성도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는다. 이 시국이 아니었더라도 영화가 이 정도의 무게감으로 다가 왔을지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지만, 신파라는 말로 가볍게 단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한 비극들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이고 국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며, 탈조선을 꿈꾸기도 하는 시니컬한 재혁이 위기 속에서 영웅이 되는 과정은 의미심장하다. 현 청년시대를 대변하는 모습인 그가 영웅이 되는 과정은 갱생의 영웅담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으로 그려진다. 현실적인 영웅이지만, 이 역시도 영화적 판타지다. 개인의 영웅적 행위 내지는 희생으로 막을 수 없는 시스템의 붕괴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은 스크린 밖에 있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s*******s 2023.01.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