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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보고 싶은 중국 옛 그림'을 펼쳐들고는 한동안 글자는 다 넘겨 버리고 그림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봤다. 화가 이름,제목도 다 접어두고 아무런 설명도 보지 않았지만 아 좋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산수화나 화조도, 풍속화, 인물화 등 서양화에 비해 그림의 소재가 한정돼 비슷한 소재가 많았음에도 분위기나 정서에서 작가마다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났고 화법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서양화와는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과 미감이 풍겼다.
'꼭 한번 보고 싶은 중국 옛그림'에는 모두 30점의 그림이 실려있는데, 한 작품 작품 모두가 당대의 명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을 네 개 부(部) 즉 1부는 한 시대의 전형을 이룬 불후의 신품을 담은 작품 9점을, 2부에서는 궁궐의 저잣거리, 삶의 상상력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작품 7점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새로운 미학과 감각을 제시한 기이한 명품 7점과 마지막 4부에서는 형상 너머 정신적 경계의 절정을 보여주는 일품 7점을 모아놓았는데. 이렇게 분류해놓은 작품을 보니, 작품의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작가의 이름을 쭉 훑어보니 아는 이름 몇이 눈에 띄였다. 고개지, 조맹부, 황공망,동기창..이름만 알고 있던 이들의 작품부터 챙겨봤는데, 생각보다 아는 작가가 적었다. 그중에서도 조맹부는 명필가로 알고 있었는데, 그림도 글씨에 못지 않게 명품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중국그림 즉 동양화에 대해서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그림의 화법에서 농담(濃淡) 위주로 단순하게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 옛화가들도 구도를 고민했고, 원근 등 표현 기법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었다. 자주 그려지는 산수화 바위에 그려진 주름에 이제서야 관심을 두고 보게 됐으니 중국그림의 표현기법에 내가 너무 둔감했던 것이다. 고답적일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편견이었다. 김환기 화백 그림이나 이철수 판화같은 느낌이 나는 현대적인 느낌의 작품도 여럿 있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그림인만큼, 작가의 개인적인 삶과 시대의 정서, 철학이 어우려저 탄생한 작품이라는 것. 가령 '위대한 기교는 졸렬해 보인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 정신은 형체를 극도로 간소화하고 여백을 살린 그 담백한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대교약졸 정신은 서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아시아 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른 점 작품 중 한 점도 빠지지 않고 모두 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함께 소개된 작품까지도 어느 것 하나 나쁜 게 없어서 눈호사를 누렸는데,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는 더더욱이 그림에 빠져들어갔다. 필자가 장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등단한 시인이었다니 덕분에 명작을 낳은 작가의 삶과 시대적 정서와 미의식, 철학까지 담은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었다.
'꼭 한번 보고 싶은 중극 옛그림'을 보고 읽는 동안은 전시회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 간송미술관에 간 심정으로, 전시된 작품 앞에서 멈춰서서 한 참을 바라보는 기분에 젖어들 수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시선을 달리해서 바라보기도 하고, 뒷걸음 질해서 조금 멀찍이서 바라보기도 하고.책 속의 그림이었지만 보는 동안 마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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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대다수의 그림들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 그것은 현란하거나 격렬한 유형의 모습을 보이기보다 여백이 있고 그 빈 공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채워 나가도록 하기 때문인 듯하다. 즉 그림을 관람하는 자가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사용해 그림을 완성시켜 나가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 책은 30개의 중국을 대표하는 그림들이 들어 있다. 중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그림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을 보면 중국의 미술사가 어떻게 흘러 왔고, 어떤 부분이 중요하게 여겨졌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어떤 흐름이 특징으로 나타나는가를 잘 인지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4단계 이루어져 있다. <한 시대의 문을 연 그림들> <삶 속에서 찾은 그림들> <파격, 기이한 그림들> <이미지 너머 정신세계를 표현한 그림들> 등으로 분류하여 표현되어 있다. 구체적인 구성은 처음 부분에 그림을 실어 놓고, 그 다음 그림에 대해 역사적인 내용을 제시하면서 소개를 해나가고 있다. 그림의 형성과 내용에 대해, 가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림의 문외한이 봐도 긍정을 하면서 그림의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다. 중국의 그림 세계를 찾아가는 자들에게 무척이나 감사한 글이다. <한 시대의 문을 연 그림들>에서는 마원의 (고사관록도)가 마음에 특히 다가온다. 여백의 미를 그려내지 못하면 그림이 될 수 없는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그림 속의 인물이 응시하는 그 세계, 그림으로 형상화되어 있지 않는 세계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 빈 공간으로 이어진 곳에 담긴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그려낼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화가와 관람자가 하나가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삶 속에서 찾은 그림들>에서는 장택단의 (청명상하도)가 대단하게 여겨진다. 모두가 그렇지만 거대한 화폭에 다리와 시장의 적나라한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가 있는 그림은 북송 당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게 만든다. 삶이 문제가 아니라 생생하게 그려진 그림, 많은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가 그 그림에서는 들여올 듯하다.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 5m가 넘는 두루마리에 그려져 관람자들의 마음을 이끈다. <파격, 기이한 그림들>에서는 왕몽의 (구구임옥도)가 쉽게 마음에 와 닿는다. 주름으로 세밀화처럼 그려낸 골짜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계곡이 생명을 가지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형상으로 나타나는 듯한 모습은 세필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황홀한 동적인 선을 그려보여 주는 그림은 관람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이미지 너머 정신세계를 표현한 그림들>에는 예찬의 (용슬재도)가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한의 적막 그 정신세계를 여는 그림은 그의 살밍 바탕이 되어 있다. 모든 가족들이 떠나고 죽음을 바라보는 화가의 정신이 텅 빈 강, 메마른 나무 그리고 빈 공간으로 표현되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절절하게 만들어 간다. 이 책은 이렇듯 많은 그림을 제시하고 그들에 대해 자세하게 풀이하고 있다. 내가 원했던 책에 대한 그림이 온전히 그려져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 흔쾌하게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이 적었던 듯한데, 이 책은 정말 나에게 만족을 준다. 각각의 그림에 대해 지식과 느낌 그리고 가치까지 마음에 담고 늘 곁에 두어 소장하고 싶은 뜻을 표현해 두고 싶다. 동아시아 산수화를 볼 때 우리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풍경과 우리가 그윽한 기운 속에서 하나가 됩니다. 서양의 풍경화는 떨어져서 보면서 시각으로 느낀다면 동아시아의 산수화는 그 산수 속에 들어가 거닐면서 마음으로 만납니다. 여기에 동아시아 산수화의 경지가 있습니다.(p45) 이 책을 단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단락이 아닌가 여겨진다. 하여 마무리 하는 입장에서 여기에 옮겨 본다. 우리는 동양화를 보면서 그림에서 떨어져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들어가 하나가 된다. 그것이 동양화가 우리에게 주는 매력이다. 같이 작업을 하는 듯한 만족감, 그것이 동양화의 가치를 더욱 진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이 책은 동양화의 진수를 독자들의 가슴에 감동으로 다가들게 만들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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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절묘히 포착하고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끄집어 내는 일은, 예술인뿐 아니라 시각으로부터 쾌감을 얻는 모든 인간이,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언젠가는 정력을 기울여 헌신하고 싶은 과업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이 뿜어 내는 갖가지 음향에서 기본적인 높낮이를 추려 내어 이를 내 마음대로 재구성하는 게 작곡, 나아가 음악의 창조라면, 선과 면과 색을 통해 시각적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게 미술의 본령이다. 언어와 사상, 터잡고 사는 문화의 기반이 인종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듯, 서양과 동양의 미학이 다를 수밖에 없고 심지어 같은 동아시아라 해도 중국과 우리의 취향과 지향은 사뭇 그 빛깔을 달리한다. ![]() ![]() 고개지는 조자건의 시대로부터 거의 백 년 뒤에 활동한 천재화가다. 책에 잘 나오는 것처럼, <낙신부>를 모티브 삼아 그린 저 <낙신부도>는, 이른바 산점투시(p19 각주 참조) 기법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그린, 2차원 평면에 시간 한 차원을 더하여 사물과 주제의 종단 변화까지 담아낸, 현대의 눈으로도 혁명적 창의를 선보인 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신화의 아득한 원형을 공유하는 듯한 다양한 위격이 중첩되어 보이는 것(저자는 이를 두고 위나라[이후 선비족이 세운 북위가 아닌, 조조 창업의 위나라를 가리키는 듯]가 본디 동북아시아와 경계를 길게 맞닿은 지정학 조건이라서, 신화 등 많은 문화 요소도 서로 수렴하는 대목이 많았으리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또 현실에서의 좌절된 사랑과 환상 속에서 충족되는 로맨스가 교차하는 다차원 심상의 성공적인 구현, 이런 효과들은 기법으로서 '산점투시'를 철저히 이해했던 고개지만이 가능했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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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그림으로 유명한 전자판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본래 북송 말기의 화원 장택단(張擇端)이 그린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원작의 크기는 세로는 손 한 뼘 크기에 불과하지만, 가로는 무려 5.3미터에 이른다. 〈청명상하도〉는 원의 황공망(黃公望)이 그린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와 중국 회화의 쌍벽을 이루는 명작 중 명작이다.
그림을 펼치면 팔백여 명의 인물들, 팔십 여 마리의 가축, 스무 대가 넘는 수레와 가마, 이십여 척의 배 그리고 백여 호의 집과 서른 네 개의 점포까지 “당시 수도 변량의 번영했던 상업 활동을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장택단은 당시 그림 애호가였던 송 휘종(조길)에게 〈청명상하도〉를 바쳤다. 휘종은 이 그림을 보고 맘에 들어 무척 아꼈으나, 금에 나라가 망하면서 그림도 빼앗기고 말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기적 같이 살아남아 현재 북경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다. 중국 제일의 국보로 숭상되고 있다.
▲황공망의 〈부춘산거도〉
황공망의 〈부춘산거도〉는 남종화의 대표작이다. 그는 한때 하급 관리를 지내다가 탐관 장려와 연루되어 옥살이를 치른 후 세속에 대한 야심을 내려놓고 부춘산의 오두막에 은둔했다. 어느 날 황공망은 부춘강가를 거닐다가 영감이 떠올라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박에 그리지는 않고 흥이 날 때마다 두루마리를 꺼내어 끊임없이 가필하여 3년 만에 완성했다고 전한다. 〈부춘산거도〉를 보면 “인위적인 꾸밈이 없고 속기가 없는 담당함의 풍격, 평담(平淡)”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장택단이 자신의 그림을 바쳤던 휘종(조길)은 비록 정치에 지극히 무능했던 황제였으나, 대신 뛰어난 화가였다. 조길은 관찰에 의한 사실적 묘사가 주를 이루는 화조화(花鳥畵)의 대가였다. 그가 그린 〈서학도(瑞鶴圖)〉를 보면, 두 마리가 지붕 끝에 서 있고, “열여덟 마리의 학들이 절묘하게 상응하면서 유기적인 리듬”을 이루고 있다.
▲송 휘종(조길)의 〈서학도〉
저자 이성희 씨는 부산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장자에 관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동아시아 예술과 미학으로 관심을 쏟았다. 이 책은 “중국 각 시대의 삶과 욕망을 치열하게 담으려 했던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헤맨” 저자의 “실존적 체험의 흔적들”이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 시대의 전형을 이룬 불후의 작품들이 아홉 점 소개된다. 2부에서는 다양한 시대와 삶을 증언하고 있는 작품들 일곱 점을 만난다. 3부는 주류 화풍의 한계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던 일곱 점이 등장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형상을 넘어서 모종의 정신 경계를 여는 일품(逸品) 일곱 점이 펼쳐진다. 저자는 이렇듯 네 주제로 나누어 독자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은 중국 옛 그림 서른 점을 고르고 골랐다.
▲오위의 〈어락도〉
내 마음에 와 닿았던 그림도 있었다. 오위의 〈어락도(漁樂圖)〉와 심주의 〈장려원조도(杖藜遠眺圖)〉다. 오위와 심주는 명 때 활약했던 화가였다. 〈어락도〉는 “어떠한 양식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하고 유유자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편 〈장려원조도〉를 보노라면 “무심한 평단함 속에 자유롭고 맑은 정신의 기운, 청량한 일기(逸氣)”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심주는 황공망의 화풍을 계승했다. 그는 황공망의 〈부춘산거도〉 진품을 소장했다고 전한다.
▲심주의〈장려원조도〉
白雲如帶束山腰 (백운여대속산요) 띠 같은 흰 구름 산허리를 에워싸고
石磴飛空細路遙 (석등비공세로요) 바윗길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오솔길이 아득한데 홀로 지팡이에 의지해 먼 곳을 바라보며
欲因鳴澗答吹簫
(욕인명간답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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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보급 회화 명품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미술에세이로 동양화의 아름다움과 예술적가치를 살펴볼 수 있고, 중국 회화의 다양한 면모를 주제별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서양화들은 박물관이나 도서를 통해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중국의 회화작품들은 따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게 사실인 것 같아요. 서양화가 갖고 있지 않은 동양화만의 멋과 아름다움의 특별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것 같네요. 도서에 소개되고 있는 중국 회화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과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역사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서 다방면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초보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회화작품을 감상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주요 작품의 사진과 상세한 설명으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고, 동양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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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옛그림들이 한때는 중국의화풍을 따라서 그렸다는걸 학창시절에 배운거 같다는 기억이 난다. 정확하지는 않다^^ 그림에 관심은 많지만 정작 그림을 그릴줄 모르는 나는 우리나라의 옛그림도 너무 좋아하지만 중국의 옛그림도 너무 궁금해서 이 책을 빌렸다. 우선 다양한 작가들이 나온다.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다보니 생소한 이름이다. 그림의 제목과 작가 이름 싸이즈 비단에 채색 정도가 내가 알 수 있는 전부이다. 그림과 작가외에도 책에는 그 그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곁들여 놓았다. 설명을 너무 재미있게 해 놓은것이다. 중간중간 시도 한수 적혀있어서 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림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옛그림이 더 눈에 익어서 그런지 중국의 옛그림은 좀더 역동적이고 선이 굵은 기분이였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섬세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중국의 옛그림 한점과 그에 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하지만 낯선 이름들이라 좀처럼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책의 후반쯤 가면 조금은 덜 낯선 이름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잠깐 나오는데 참으로 반갑다. 모르는곳에서 한국어를 들은 기분이랄까..ㅎ 중국의 옛그림에 대한것과 작가 그리고 그림에 대한 설명이 너무 괜찮았던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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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의 풍속화에는 감춰진 저항이 숨쉬고 있다. 그는 소설 수호지를 매우 좋아하여 수호지의 영웅 서른여섯 사람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수호지의 인물들이 주류 체제에 저항했던 영웅들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산수화나 화조화가 아니라 풍속화를 선택할 때 그 풍속화에 도시 아이들이 아니라 시골 아이들을 등장시킬 때, 세속적 삶의 화려한 무대에 해골을 올릴 때 그는 주류적 가치에 저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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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라고 하면 흔히 서양의 명화들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생소하지만 아름다운 중국 명화의 세계를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그림에 관심은 많았지만 정작 우리 주변 국들의 문화예술에는 무관심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문화 예술의 걸출한 작가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동양화하면 산수화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종류의 동양화를 보니 동양화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폭넓고 깊은 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굉중의 <한희재야연도>나,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같은 걸작들은 중국 역사와 호흡을 함꼐하며 창작된 작품들로 기교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림을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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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솟는 힘'이라고 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명언도 있지만 사실 산이라 불리는 지형의 태반은 습곡 작용의 산물이지, 몇 안 되는 화산처럼 대지 내부의 어떤 억눌린 힘이 맹렬한 포효와 함께 남긴 흔적은 아니다. 몰락한 황실의 먼 방계 후손인 천재 화가 이성(李成)이 자신의 피 속에 고귀한 혈통을 간직했다고 확신했겠지만 실제로 그의 영혼 속에 어떤 존엄한 게 있었다면 그의 천부적 재능과 (이 책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서 푼도 안 되는 자존심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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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았다면, 길이 사라지는 안갯속에서 정처를 잃고 헤매보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방황의 끝에서 달빛처럼 서리는 낯선 길을 황홀하게 발견해보지 못했다면 아직은 그림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적어도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지 못한 것입니다. - <꼭 한 번 보고 싶은 중국 옛 그림> 서문 中에서
사랑은 만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이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일단은 만나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동안 중국 옛 그림에 관심도, 애정도 없었던 이유는 중국 옛 그림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옛 그림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회화나 동아시아의 회화보다는 서양의 회화에 더 익숙할 것입니다. 서양의 회화가 더 많이 공부되고, 모사되고, 소비되는 탓입니다. <꼭 한 번 보고 싶은 중국 옛 그림>은 이런 독자들에게 중국의 옛 그림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책입니다. 그것도 중매인으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옛 그림과 사랑에 빠진 작가가 자신의 연인을 소개하듯이 말입니다. 그림을 몰랐을 땐, 그림은 그저 즐기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선을 잡아끄는 색채와 선과 모양과 구도와 대비와 이야기에 주목하면, 마음은 저절로 경탄을 쏟아놓을 것이라고. 그것이 명품, 명작이 지닌 힘이 아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설명이 없어도 아름다움과 섬세함이 고요하게 전해지는 신비말입니다. 그러나 감상의 본질이 아무리 설명을 초월한다 해도,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앎'을 향한 허기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알고 싶다는 욕망의 허기를 채우려면, 느낌보다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중국의 옛 그림 속에는 "중국 각 시대의 삶과 욕망을 치열하게 담으려 했던 화가들"(6)의 일격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때, 그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느낌이 주는 감명만큼이나 이해가 주는 희열도 감동적입니다. <꼭 한 번 보고 싶은 중국 옛 그림>은 느낌이 주는 감명과 이해가 주는 희열을 동시에 선물해줍니다. 중국 회화사의 큰 흐름을 따라 한 폭의 그림이 품고 있는 삶과 역사와 미학적 원리들을 설명하며 한 작품 안에 오래 머물도록 하지요. "한 작품과 만난다는 것은 한 인간의 삶과 만나는 것이며, 그 삶에 스며든 역사의 추억과 만나는 것"(6)이니, 가볍게 스쳐 지나가지 말라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림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역사, 어쩌면 철학, 어쩌면 문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철학과 시"를 함께 꿈꾸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인 듯합니다. "그림을 만나는 것은 감각적인 즐거움의 욕망이면서 동시에 이미지를 통한 내밀한 사유의 욕망"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시도를 "텅 빈 언어로 이미지를 포착하려 했던 불가능하고도 진지한 문학 행위"라고 설명합니다(5-7). 풍부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하지만, 저자가 가르쳐주는 중국 옛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사뭇 독특합니다. 그것은 "그림 속의 길을 따라 거닐어보는 것"(32)입니다. "서양의 풍경화는 떨어져서 보면서 시각으로 느낀다면 동아시아의 산수화는 그 산수 속에 들어가 거닐면서 마음으로 만"(46)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길이 끊기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 시선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 물과 버들로 표현되는 여성성의 공간이 주는 설렘과 연모, 해조묘(나뭇가지를 게의 발처럼 그리는 묘사법)가 주는 소슬한 분위기, 모든 형상과 빛깔을 완성시키는 쓸모없는 여백의 쓸모 있는 반전, 여백을 품고서 끊어지면서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끊어지는 공간의 긴장감, 격렬한 주름의 진동을 느끼면서 붉은 꽃들이 흐드러진 골짜기 속으로 완보하며 올라가는 즐거움은 그림 속을 거닐어 보아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요, 알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또 하나, 중국의 옛 그림들은 서양의 회화에 비해 화폭이 자유로우며 참으로 웅장한 시선을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수화가 품은 풍경이 얼마나 웅장한지 서양의 풍경화와는 그 스케일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대륙의 가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의 눈에 담긴 풍경이 그들의 사고의 폭까지 좌우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림 앞에 서는 삶을 꿈꾸었지, 그림 속으로 들어가 거닐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림 속의 길을 따라 거니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미지가 주는 느낌적인 느낌보다는 이해가 주는 희열을 탐하는 독자에게, 미학적 원리에서 포착되는 동양철학의 진수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