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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아련했다, 주말내내(12.18~12.19)
"아련했다, 주말내내(12.18~12.19)" 내용보기
올해 초에는, 겨울이 길고 늦도록 눈이 많이 내렸다. 초봄에, 계절이 남긴 여운에 따라 사게 된 책이었는데, <보리>를 읽다가 덮어버렸다. 왠지 청승맞아 보이면서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는 글의 분위기가 영 내키지 않았던 게 이유였는데.   윤대녕의 산문집을 읽고 난 후 책꽂이에 묵혀두던 이 책을 다시 찾아내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나갔다. 윤대녕의 글에서 느껴지는 묵직
"아련했다, 주말내내(12.18~12.19)" 내용보기

올해 초에는, 겨울이 길고 늦도록 눈이 많이 내렸다.

초봄에, 계절이 남긴 여운에 따라 사게 된 책이었는데,

보리를 읽다가 덮어버렸다.

왠지 청승맞아 보이면서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는 글의 분위기가

영 내키지 않았던 게 이유였는데.

 

윤대녕의 산문집을 읽고 난 후

책꽂이에 묵혀두던 이 책을 다시 찾아내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나갔다.

윤대녕의 글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의 정체를 알고 난 후라 그런지

묵직함의 명도가 달라보이고

청승맞아 보이던 답답함도 참고 기다리는 방법의 다른 표현으로 느껴졌다.

 

오늘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어제 머리맡에 두었던 이 책을 다시 펼쳐 읽었다.

리틀 초이를 학원가는 시간에 맞춰 깨워야했기에 중간 중간 시계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단편 한 단락을 읽어내는 시간이 보통 30분정도였다.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평론가의 추천대로이다.

만나기로 한 이가 30분 정도 늦는다고 한다. 30분은 선물이다. 그 선물을 가장 아름답게 받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알고 있다. 아름다운 단편소설 한 편을 읽는 일. 시는 너무 짧고 장편소설은 너무 길다. 자기 문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좋은 단편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시간은 음악처럼 흐르고 풍경은 회화처럼 번져갈 것이다. 다 읽고 나면, 기다린 그 사람이 온다. 윤대녕의 책이면 좋을 것이다.”

 

1 보 리

2 풀밭 위의 점심

3 대설주의보

4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

5 오대산 하늘 구경

6 도비도에서 생긴 일

7 여행, 여름

 

풀밭위의 점심은 어렴풋이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에서는 삼촌의 진한 사랑에 잠시 감동을 하게 되고.

대설주의보>는  연상되어 떠오르던 기억과 함께 음미하듯 천천히 읽게 되었다.

 

윤대녕의 작품 속 남자와 여자는,

만남 자체가 비록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난잡하지 않다.

담담하고, 담백하다.

그래서 더 여운이 아련했는지도.

 

 

남자와 여자, 그 사이를 흐르는 시간의 강은 참으로 도도하다.

이어질 듯하면서 몇 년씩 소식이 없고

끊어진 듯한데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잠시 다시 이어지고.

그렇게 십년이 흐르고 이십년이 흐르다니...

무심히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는 시간이라는 것,

저 혼자만 흘러가는 세월의 폭력에 맥이 쭉 빠지는 듯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세월이 휘두르는 폭력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만큼 넓어진 세월의 폭사이에는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세월의 폭만큼 깊고 그윽하게 익어 깃들어 있다는 생각.

YES마니아 : 로얄 c*******7 2010.12.20. 신고 공감 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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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같은 그리움, 적요한 느낌이 좋다.
"밀물 같은 그리움, 적요한 느낌이 좋다." 내용보기
전혀 낯설지 않은 인물들, 뭔가 지나친 일과는 거리가 먼 우리들의 지극히 평범한 얼굴들, 바로‘나’들을 만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수록된 작품들에서 근자의 자극성 짙은 젊은 작가들의 그것과는 다른 어떤 안식과 안도 그리고 가을 햇살이 튀어 오르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 같은 마음의 진정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칼날 같은 비평가의 시선이 요구될 여지가 없다. 윤대녕이 들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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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낯설지 않은 인물들, 뭔가 지나친 일과는 거리가 먼 우리들의 지극히 평범한 얼굴들, 바로‘나’들을 만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수록된 작품들에서 근자의 자극성 짙은 젊은 작가들의 그것과는 다른 어떤 안식과 안도 그리고 가을 햇살이 튀어 오르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 같은 마음의 진정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칼날 같은 비평가의 시선이 요구될 여지가 없다. 윤대녕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내 기억이고 나의 삶들이어서 긴장감을 상실한 채 나의 내면이 되어 가슴이 먹먹해져 올 뿐이다. 그렇다. 작품들은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바람이 불고 있어 아프고, 하릴없이 그 바람 맞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어 아리다.”아마 마지막 수록작인 <여름, 여행>의 話者가 “가슴 속에서 무언가 뭉텅 빠져나간”,‘밀물 같은 그리움’을 되뇌는 심정과 같은 것이리라.


작품 속 인물들을 따라가다 나는 가만히 나의 기억들을 쫓는다. 아득히 돌아서 마주하는 그리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내 일처럼 고개를 끄덕이게 하던 <대설주의보>의 윤수와 해선에게서, 지나간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동대문 뒷길의 화랑과 아련한 한 장의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풀밭위의 점심>에서 평론가의 말처럼 “삶의 온갖 휘장을 걷어내고 난 뒤에 남는” 나의‘맨 얼굴’을 보게 된다.

익숙한 삶의 심리적 동요와 갈등들, 은폐되고 드러내지 못했던 그 감정의 찌꺼기들, 감히 표현되지 못했던 아련한 일상의 관계들이 애잔하게 떠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7편의 작품들 모두에서 진정한 원형의 사람, 삶을 구성하는 그 시시해 보이기만 하는 일상성의 진실을 읽으며, 우리 사람들의 삶을 표상하는 수많은 소설 작품들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까이의 나와 우리를 느끼게 하는 작품은 흔치 않았다는 생각을 갖는다.

한 남자의 情婦로서의 삶을 끊어내기 위해 자해에 가까운 단절의 의식을 치루는 <보리>의 주인공, 수경의 안간 힘에서, “여름 한 낮 햇빛에 뜨겁게 타고 있는 빈 마당을”을 바라보며, 견디기 힘든 시원적 고독의 통증을 앓는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의 인물들에서 여리고, 다치기 쉬운 인간 본원의 아릿한 유대의 고통을 느낀다.


알고 있지만 비켜가던 사람들의 민낯으로 드러난 비릿한 자기연민의 사연들은, “알고 보면 서로 사정이 똑같더이다.”가 된다. 어느 한 계절이 다가 올 때면 애써 자신을 감추고 무덤덤한 낯 선 이야기만 하다 돌아서왔던 그녀에게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고, “마음의 불이 식어가는”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남자의 떨림과 만성적 피로와 허무함”을 달래던 오랜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도 불현 듯 가슴 가득히 그리움과 함께 몰려온다. 이별도, 해후도, 용서도, 미처 챙기지 못한 결백의 양심도, 외로움과 그리움까지도 정말의 우리의 감성과 우리의 문체로 다가온다.

우리의 지명(地名)들, 그 산하(山河)에 내린 눈과 비와 햇살을 오롯이 품고 있는 익숙한 자연의 모습들, 그 자연을 닮은 사람들, 바로 우리문학 고유의 애상과 서정성을 물씬 담고 있는 윤대녕의 이 소설집은 그대로 나와 우리와 일체가 되고, 허무와 공허, 잔인해 보이기만 하는 삶을 어루만져 준다.

한편의 이야기와 나의 회상을 반복하며 어느덧 7편을 끝낼 때의 그 휘감아 도는 적요한 느낌이 모처럼의 차분한 진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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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본질,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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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특정한 분야에 대해 깊게 빠져 책을 읽지 않아서 이 분의 책을 접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설주의보’ 이 책은 그가 쓴 단편집을 한데 묶어 놓았다. 어쩌면 장편을 하나 읽는 것보다 여러 단편을 읽는 것이 작가에 대해 보다 더 가깝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 한 권을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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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특정한 분야에 대해 깊게 빠져 책을 읽지 않아서 이 분의 책을 접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설주의보’ 이 책은 그가 쓴 단편집을 한데 묶어 놓았다. 어쩌면 장편을 하나 읽는 것보다 여러 단편을 읽는 것이 작가에 대해 보다 더 가깝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 한 권을 작가가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다.

 

그의 소설에는 일상의 내용이라 하기에는 극단적 요소들이 꽤 많고 허구적이라 하기에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많은 부분에서 죽음이 나온다.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첨가제처럼 뿌려놓고 있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경험을 기본적으로 뿌려 놓고 사실적 극대화를 높이려는데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대체로 각 편마다 주인공들은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며 나이층도 저자의 연령층이다. 자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평이하다.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을 왔다 갔다 한다. 읽고 있으면 약간 우울한 분위기가 풍기면서도 작가는 결코 비극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소설은 소수의 이야기인 듯 느껴지다가도 다수의 이야기로 종결지어 읽는 이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이 소설은 비록 아름다운 해피엔딩 마무리는 아니지만 뒤끝 없이 후련하고 털털하게 끝내는 느낌이 있다. 이런 부분을 보았을 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일본의 사실주의적 소설의 영향을 일정부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소설은 비록 단편 모음집이지만 일관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장소이다. 특정한 지명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이야기, 곧 추억을 말한다. 그곳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간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물이다. 물이 있는 곳에는 늘 그들이 있다. 눈, 강, 바다, 온천,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물과 연관이 있다. 물은 비록 무채색에 맛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느낌과 필요성이 달라진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바다에 있는 물이든 온천에 있는 물이든 우리는 그것을 물이라는 것 외에 다른 말로 바꿔 부르거나 다른 물질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측컨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쩌면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것 같지만 사실 기본적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장되는 다른 기억에 따라 스스로 변했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하지만 추억이 곁든 곳에 가면 숨겨져 있던 그 마음들이 부련 듯이 떠오른다. 그리움, 애틋한 심정, 아무리 긴 세월이 지나도 그 본질적인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다른 장소 동일한 인물, 같은 사건이 아닐지라도 우리가 느끼는 본질적 감정은 똑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곳에 나오는 남녀 간의 그리움은 비록 상황은 다를지언정 깊게 보면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저자는 은근히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비록 단편들의 모음집이지만 통일성이 있다.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어울러져 있지만 우리가 다른 주제의 내용을 읽더라도 비슷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딱 배우자나 애인에게 불신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결혼까지 가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봤다. 솔직히 약간의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자극적인 요소를 부인할 수 없다. 문학적으로 이해하기에 이 책은 꽤 독자의 눈치를 보며 대중적으로 쓰였다. 그러기에 이런 소재를 선택한 것은 아닌가 싶다. 요즘 세상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불륜이 드라마 뿐 아니라, 소설에서도 너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냥 보면 어두운 로맨스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떤지 보여 준다. 씁쓸하다. 이 사회가 날이 갈수록 고독해지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외로움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푼다는 것이 안타깝다. 작가의 단편 7가지에서 정상적 사랑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 편은 단 한편도 없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탈출구는 옛 사랑은 혹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뭉툭한 게 남아 있다. 소설가가 남이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말해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누군가에는 불신의 씨앗을 남겨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물론 소설, 영화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영향력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안에 위로를 얻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래도 나 역시 현실에 지친 마음을 책 안에서 동감을 하며 풀려고 하는 것 같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란 위에서 말했다시피 다 비슷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거기까지다. 더 이상 나가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소설이 내용이 내게 전이되어 어느 날 내가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나로 인해 누군가가 괴로워하고 아파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l*****9 2010.10.13. 신고 공감 6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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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에 목이 아픈 소설 [한국소설-대설주의보]
"반가움에 목이 아픈 소설 [한국소설-대설주의보]" 내용보기
그의 글을 읽고 있는 시간은 너무도 설레고 또 가슴 떨려서 할 말이 도리어 없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떠나고 싶어진다. 내게 있는 그의 책을 몽땅 가방에 넣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풍경 좋은 곳으로 가서 이틀이나 사흘정도 머물러 보았으면 좋겠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일도 해 보고, 무심히 쏘다니면서 보이는 대로 보고 그렇게.
"반가움에 목이 아픈 소설 [한국소설-대설주의보]" 내용보기

그의 글을 읽고 있는 시간은 너무도 설레고 또 가슴 떨려서 할 말이 도리어 없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떠나고 싶어진다. 내게 있는 그의 책을 몽땅 가방에 넣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풍경 좋은 곳으로 가서 이틀이나 사흘정도 머물러 보았으면 좋겠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일도 해 보고, 무심히 쏘다니면서 보이는 대로 보고 그렇게. 어쩌자고 이 작가의 글 속에는 이런 풍경이 이다지도 잦단 말인가.

 

내가 해야 할 일 모든 것 잠시 미루어 두고, 그 시간 동안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잠시 잊고 글을 읽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아득히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한 그리움 안고 살아가는 영혼들, 어쩌지 못하고 어쩔 수 없어서 더 그리운, 마냥 슬픔만이 아닌 아늑하고 행복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글들.

 

오늘도 나는 그의 글이 너무 적고 짧아서, 여운만이 길게 남아서 그게 슬프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0.03.27.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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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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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동안 윤대녕을 기다려왔다. 그가,만해마을에 있는지,연희문학창작촌에 있는지,토지문화관에 있는지 도무지 알 도리 없는 나로서는 인터넷 검색창으로밖에 그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마치.... 오래전 떠나간 연인을 다시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다려왔던 어느 날..   대설주의보가 검색창에 뜨고, 눈 내리는 어느 봄날, <대설주의보>가 쥐어졌다.   은어낚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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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동안 윤대녕을 기다려왔다.

그가,만해마을에 있는지,연희문학창작촌에 있는지,토지문화관에 있는지

도무지 알 도리 없는 나로서는

인터넷 검색창으로밖에

그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마치....

오래전 떠나간 연인을 다시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다려왔던 어느 날..

 

대설주의보가 검색창에 뜨고,

눈 내리는 어느 봄날,

<대설주의보>가 쥐어졌다.

 

은어낚시통신,천지간,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장미창,미란,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제비를 기르다,눈의 여행자,

추억의 아주 먼 곳,어머니의 수저,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내 책꽂이에 빼곡히 박힌,몇 번을 이사하고서도

성성히 남아 있는 그의 영혼들.

 

아.. 윤대녕과 함께 스물 넷,스물 일곱,서른,서른 셋,서른 일곱...

그리고 마흔이 되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깊은 숨을 쉬고

언젠가는 작가와 함께

맑은 소주 한 잔에 회 한 접시를 두고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내 나이 마흔과 함께 찾아온

영원한 나의 연인,윤대녕 작가님..

대설주의보를 다 읽은 오늘밤..

문득, 당신이 보고 싶군요.

c*********m 2010.03.23. 신고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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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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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꽤 오래까지는 아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열 손가락을 넘지는 않지만, 꽤 많은 단편이 들어있는 책이었음에도 잠시 잊고지낸 사이 개개의 단편의 내용들이 잘 분리되어 기억나지 않고 하나로 뭉쳐진데다 어쩐지 경계마저 모호해진 느낌이다. 마치 한편의 장편을 읽고 난 후의 심상같은 것만 아른거린다. 별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재미있다. 아마도 너무 대충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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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꽤 오래까지는 아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열 손가락을 넘지는 않지만, 꽤 많은 단편이 들어있는 책이었음에도 잠시 잊고지낸 사이 개개의 단편의 내용들이 잘 분리되어 기억나지 않고 하나로 뭉쳐진데다 어쩐지 경계마저 모호해진 느낌이다. 마치 한편의 장편을 읽고 난 후의 심상같은 것만 아른거린다. 별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재미있다. 아마도 너무 대충 읽었거나, 요즘들어 비슷한 느낌의 소설들만 줄창 읽어대다보니 머릿속에 무언가를 하나씩 구분하는부분에서 단기적 기능장애를 일으켰거나, 단편의 내용의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 중 하나이지 싶다. 이를테면 예전 사귀었던 연인들과의 추억이 마구 뒤엉켜 그것이 누구와의 추억인지 구체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경우랄까. 뭐 그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하진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소설이란게 다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윤대녕의 소설을 흐르는 일관적인 소재는  '사랑''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다시 세어보니 총 일곱 편인 단편의 소재가 하나같이 가슴 먹먹한 아픈 사랑과 그 사랑이 흘려놓은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불륜이나 어긋난 사랑 등 도덕적으로나 정신건강 상으로나 그리 편하거나 예쁘지 않은 사랑이지만, 그것이 어쩌면 누구나 살며 마음속에 품은 사랑들이 가진 객관적인 실체일런지도 모른다. 자신의 눈에 덧대여진 색안경을 벗고 합리화와 미사여구로 치장된 포장지를 뜯어내면 우리가 품거나 행하는 많은 설레임과 두근거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말도 있잖는가.

 

 

윤대녕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어쩐지 생래적으로 아픔이나 상처를 품고 태어난 이들처럼 보인다. 개인적인 해석은 그들 모두가 작가에 의해 심리적으로 연약한 기질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깊게 한 사랑에 실패하거나 어린시절 주변사람들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다. 누구나 때로는 잊고, 때로는 덮어버리고, 때로는 극복해내는 과정을 통해 그것이 크건 작건, 이젠 더 이상 그다지 아프지 않은 흉터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단편집의 주인공들은 그런 과거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감에도 계속 덧나서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며 그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꽤 센티멘탈해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공감을 이끌기엔 약간 지나친 일방성이 엿보이는 연출이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현재 상황이 어떤 이벤트에 의해 특별히 감상적이라거나, 일상의 무료함을 감상(感傷)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다소 자학적인 낭만주의 성향이 체화된 이들에겐 깊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윤대녕 작가에겐 인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니아 독자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p***i 2012.05.2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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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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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발행이 올해 3월 19일이고 오늘은 20일이니까 만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셈이다. 어떤 얘기부터 써야하는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다. 그건 아마도 내 복잡한 심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집의 내용은 나와 멀리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닌 내 삶의 한 요소였기때문에 내 눈은 책 속의 활자와 점점 가까워졌다. 마른 숨을 내쉬며 책장을 서서히 넘겨가면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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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발행이 올해 3월 19일이고 오늘은 20일이니까 만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셈이다.

어떤 얘기부터 써야하는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다. 그건 아마도 내 복잡한 심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집의 내용은 나와 멀리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닌 내 삶의 한 요소였기때문에 내 눈은 책 속의 활자와 점점 가까워졌다. 마른 숨을 내쉬며 책장을 서서히 넘겨가면서 적막감은 최고조에 달헀다.

 

 이 책 속에는 총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장소, 인물. 사건은 저마다 다르지만 주인공의 사람과의 관게을 대하는 태도와 내면적인 의식은 비슷하게 주어진다.

그리고 주로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 잘 아는 화가,시인,소설가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연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우연같지 않는 방법으로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각각의 주인공이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 역시 비슷하게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윤대녕 작가만의 문체는 여전히 멋스럽다.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전개성과 멋스러운 단어 선택이 탁월하다.

 

이번 이 소설집은 영화로 시선을 잠깐 돌리면 홍상수 감독을 떠오르게한다. 물론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 또한 예술계 쪽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속에 은밀하게 내세운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수 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과 행동들이 과히 그렇다. 작년인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봤을떄의 느낌과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을때의 충격이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것만 같다.

 

"항상 조금은 차갑고 서글폈지만 그래서 더 달콤한 꿈 같았어요. 한밤중에 깨어나 딱 하나 남은 겨울 사과를 냉장고에서 꺼내 먹을 때처럼 말예요."

"사람을 만나다보면 변하지 않는 관계가 있고 또한 변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빗방울이 후득이기 시작했다."

위와 같이 시적표현의 문장이 상큼하게 다가왔다면

 

시를 왜 더이상 안쓰냐고 반문하는 대목에서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더군, 시는 또 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거든, 그것이

굳어 고요한 새벽에 푸른 물로 변하게 되지"

소위 글을 쓴다는 사람들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마음이 철렁내려앉았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읽어봐도 어디 하나 손볼때가 없는 작품이고 한국소설의 참 맛을 알기위해서는 꼭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게다가 작가가 소설의 배경으로 선택한 여행지에 직접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수 있도록 해놓은

정확한 지명묘사는 주인공의 삶에 독자가 들어가기 쉽도록 만들어줘서 밀착형 몰입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이 책을 두고 망설이는 독자가 있다면 쉽게 읽히면서도 한번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 꼭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l******i 2010.03.2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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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편을 읽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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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의 <대설주의보>를 읽다.   대학 시절, 그의 이상문학상 <천지간>을 읽어 단숨에 유려한 문장에 빠져들었다. 두 남녀의 이야기들 속에는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풍경들이 있었고 그 풍견은 어떤 아슬함과 쓸쓸함의 색조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멀리서 예정되어 있던 것들이 오늘에서야 당도한 느낌이랄까.   <대설주의보>에서도 두 남녀의 이야기들은 소설 틈틈 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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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의 <대설주의보>를 읽다.

 

대학 시절, 그의 이상문학상 <천지간>을 읽어 단숨에 유려한 문장에 빠져들었다.

두 남녀의 이야기들 속에는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풍경들이 있었고

그 풍견은 어떤 아슬함과 쓸쓸함의 색조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멀리서 예정되어

있던 것들이 오늘에서야 당도한 느낌이랄까.

 

<대설주의보>에서도 두 남녀의 이야기들은 소설 틈틈 아로새겨 있다.

그 틈 사이에는 오래되어 아문 상처도 있고 과거의 추억이 고스란히 현재에

문신되어 있기도 했다. 12년의 오해를 풀기 위해 대설주의보를 헤치고 달려나가는

남자. 그 오해 때문에 삶의 텅 빈부분은 느껴왔던 여자. 서로에게 과거 속 어떤 시간은 단면은 그 둘을 운명적으로 갈라놓았던 것.

사실, 이 단편소설은 그 운명을 거슬러올라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언어로 단련시켜 놓은 듯 하다. 그 운명의 엇갈림을 때로는 바로잡아 세워줘야 우리의 삶은 더욱더

긍정해지고 살 만해지는 게 아닐까, 라는 질문 말이다.

 

다른 단편들은 여러가지 무채색의 빛깔로 그런 운명에, 그런 삶에, 그런 추억에

여러 경로를 통해 가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설글을 쓴 신형철의 말처럼 그의 소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바람이 불고 있어 아프고, 그 바라을 맞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어 아리다.

d****m 2010.03.1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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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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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학 수업시간에 처음 읽었던 그의 소설이 생각납니다. <편백나무숲 쪽으로>라는 단편이었어요. 아련하고 그리움을 일으키는 소설, 문장도 아름다웠어요.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대설주의보>도 읽었는데 이번에도 아름다운 문장의 힘을 느꼈습니다. '윤대녕'의 책이니,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네요. 봄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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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학 수업시간에 처음 읽었던 그의 소설이 생각납니다. <편백나무숲 쪽으로>라는 단편이었어요. 아련하고 그리움을 일으키는 소설, 문장도 아름다웠어요.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대설주의보>도 읽었는데 이번에도 아름다운 문장의 힘을 느꼈습니다. '윤대녕'의 책이니,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네요. 봄이 오기 전에.

 

r********y 2010.03.19.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대설주의보-폭설에 갇힌 사랑에 대한 잔상들
"[서평]대설주의보-폭설에 갇힌 사랑에 대한 잔상들" 내용보기
#1.보리-매년 청명이면 만나는 연인이 있다. 어리석기 때문에,가난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도 무섭기 때문에.."가끔이라도 매달려 울 수 있는 태산 같은 남자가 필요해요. 가난이 죄는 아닌거죠?"라고 물어오는 여자를 뿌리치지 못한 남자가 있었다. 한여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남자의 먼친척뻘이자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고 우연히 불려나간 술자리에서 마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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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리-매년 청명이면 만나는 연인이 있다. 어리석기 때문에,가난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도 무섭기

때문에.."가끔이라도 매달려 울 수 있는 태산 같은 남자가 필요해요. 가난이 죄는 아닌거죠?"라고 물어오는 여자를

뿌리치지 못한 남자가 있었다. 한여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남자의 먼친척뻘이자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고 우연히

불려나간 술자리에서 마뜩치않게 마주친 여자는 후배가 아닌 다른 남자와 호텔객실 엘리베이터에서 한번 마주친

기억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가 불쑥 1년에 그저 몇번만 만나주면 된다니..참 당돌한 여자다.

청명에 만난 그녀에게 그남자는 '보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왜 꼭 그남자여야 했는지..굳이 아내있는 남자여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아마 수경은 구속하지 않는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그런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그가 나타났기때문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진물이 흐르는 젖가슴을 부여잡고 발목을 다친 학이 날아와 몸을 회복하고 돌아간 온천에 내려가 그를 기다린다.

이제 그를 놓아주기 위해,칼로 젖가슴을 도려내는 것 보다 더 큰 아픔을 될 마지막 여행을 하기 위해..

그리고 '보리'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

 

 #2. 풀밭위의 점심-대학시절 만나 서로 우정과 애정 사이를 오가다 끝내 모든 인연이 흐트러져 버리고 중년의 나이가 된

세사람의 이야기이다. 한여자를 사랑했던 두남자와 두남자를 사랑했던 한여자는 결국 그중 한남자를 선택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이별한다. 남겨진 한남자는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여자의 전남편이기도 한 연우의 전시회를 찾아간다.

오래전 그녀의 고향인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구경하고 풀밭에 앉아 그녀가 싸온 점심을 먹고 알몸이 된 그녀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결혼생활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녀가 그리워했던 것은 남겨진 남자였을까.

아이를 찾기위해 한국에 온 그녀가 "헤어지기 전에 나 좀 안아줄래?"...남자가 그녀를 안아주었을때 이제 그녀가 더이상

그리움의 고통속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을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3. 대설주의보-실연이 고통에 빠진 여자와 일본에서의 기괴한 체험때문에 '삶의 연속성'을 잃고 허둥거리던 남자가

만났다. 연인이 된 그들이 평안했던건 1년뿐. 그녀의 친구이기 한 한여자의 이해할수 없는 장난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러 문득 그녀가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언뜻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것 같은 느낌속에서 그들은 드문드문 만나기도 하고..연인인지..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흐른다. 어느날 그녀의 자살소식을 듣고 남자는 그녀에게로 향한다. 이제 자신이 뭘해야하는지 확신을

가진 남자는 대설주의보의 길을 뚫고 백담사로 달려간다. 20분이면 될거리를 12년이나 걸려 휘둘러간 사랑의 길을..

폭설을 뚫고 백담사에 오르던 그에게 부연 불빛이 보인다. 12년의 시간을 뚫고 그녀가 그를 마중나오고 있다.

 

 #4.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유난히 최무룡이 부른 '꿈은 사라지고'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결국은 피를 보고야 마는

폭력성이 있는 삼촌은 자신의 첫사랑 여자와 결혼한다. 이제는 숙모가 되어버린 여자의 남편이기도 한 삼촌은 결국

자신이 조카의 여자와 사는것에 평생 죄책감을 느낀다. 애증의 세월이 흘러 죽음을 맞이한 삼촌의 병실에서 다시만난

여자에게 말한다. "삼촌이 우리를 사랑했던 걸까요?"

 #오대산 하늘구경-아무도 사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여자와 그여자를 먼저 아는체한 남자가 말한다. "함께 있으면

뭔가 위안이 돼." 그남자는 비합리적이고 비물질적인 관계가 필요했다. 부부관계를 포함해 늘 거래에 지쳐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그럼 이런 관계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이런관계가 그녀를 적멸보궁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얘는 돌아보지 않을 것이니, 그대는 가던 길로 마저 가게."

노비구니의 말처럼 그녀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아마 그남자는 그곳으로 그녀를 데리간것을 뼈아프게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도비도에서 생긴 일-잘나가는 영화 시나리오도 소설도 쓰지 못하는 여자작가가 있다. 우리는 그녀를 '미쓰 강'이라고

부른다. 한남자는 그녀를 모욕하는 영화사에서 그녀를 건져내 선세를 주고 소설을 쓰게한다. 소설을 쓰기위해 도비도에

내려간 그녀를 보기위해 두남자는 섬으로 간다. 결국 그렇게 쓰여진 소설도 빛을 보지 못하지만..

왜 그녀는 도비도에서 죽음을 맞이했을까. 밀물이 자신을 휩쓸고 가리라는걸 알았을까.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는 여자와 같은 시(詩)를...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은 시를 끝내 쓰지

못한 한남자의 그녀의 죽음에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고 다시 도비도로 향한다. 분노에 찬 또다른 남자와 최후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미쓰 강을 지우기 위해..

 

 #여행, 여름-글을 쓰는 두 남자가 여행을 떠난다. 굳이 같이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 여행길에서 한남자는

떠나간 여자가 대학로에서 화장품가게를 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그런이유로 대학로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처음만난 이들이 자갈치시장으로 해운대로 달맞이 고개로...어느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떼로 와서 죽은 고래가 있는 강구항으로...안동에서 간고등어 정식을 먹고 한남자는 끝내 안동에 있다는 지인을 만나지

않은 채 서울로 돌아왔다. 강구에서 만난 화장품 가게 주인인 서울여자의 추억은 덤이라고 할까.

고래가 떠밀려 왔다고 전화를 걸어온 여자를 두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한남자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한남자는 혼자 다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토속음식을 맛있게 먹은 기분이다. 깊이 사색하고 흠뻑 취할 수 있는

문학의 정수를 그대로 마신 느낌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기억속에 묻혀있던 고향을 맛을 떠올리게한  이 단편의 글들은

길었던 지난 겨울만큼이나 춥고 시리다. 어긋난 사랑들과 이기적인 사랑때문에 외로웠다.

늘 엇갈리고 피해가는 사랑때문에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는내내 대설주의보속에 갇혀 옴짝달짝 못하고 있는 조난자처럼

고독했다. 그런데 묘하게 가슴은 조용한 평정이 찾아왔다. 눈이 오는밤은 유난히 조용한것처럼..

모든 소음과 번잡을 잡아먹고 눈이 내려앉은 것 같은 마음으로 조용히 책을 덮었다.

아무 누군가 다시 이책을 집어든다면 '대설주의보'속 폭설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수 있었다.

 

이달의 사락 h********5 2010.04.03.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