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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무꼭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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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있는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첫사랑의 상대가 오빠의 친구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나는 연년생의 남동생이 있는데, 남자애들도 친구 누나에 대한 동경이나 로망이 있는지, 학창시절에 동생 친구들한테 참 많은 연애편지랑 선물을 받았었다. 개중에는 그냥 가볍게 누나, 누나하며 따라다니는 애들도 있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혼자 상사병을 앓는 친구도 있고
"한국의 나무꼭두" 내용보기

오빠가 있는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첫사랑의 상대가 오빠의 친구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나는 연년생의 남동생이 있는데, 남자애들도 친구 누나에 대한 동경이나 로망이 있는지, 학창시절에 동생 친구들한테 참 많은 연애편지랑 선물을 받았었다. 개중에는 그냥 가볍게 누나, 누나하며 따라다니는 애들도 있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혼자 상사병을 앓는 친구도 있고 그랬다(흠... 쓰고 보니 그때가 내 전성기였던 것 같군. ^^;).

그렇지만 또래도 어리게 느껴지는 마당에 나보다 어린 남자애들이 눈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녀석들, 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대부분은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근데 유독 기억에 남는 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목각 인형이었다. 손수 깎아 만든 인형. 물론 어린 남자애가 만들었으니 솜씨라고 할 것도 없고, 그 인형이 나라고 하기엔 나와 하나도 안 닮기는 했었지만, 손수 만들었다는 거, 그리고 그 나무의 결이 주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암튼 그래서 그 인형은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잃어버릴 때까지 계속 내 책상 서랍 속에 고히 모셔져 있었다.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을 때 나무를 깎아 인형을 만드는 심정은... 아마 고금을 막론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꼭두' 역시 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 인형이다. '꼭두'는 대개 상여의 장식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 바로 꼭두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꼭두'는 그 시대를 살았던 민중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꼭두 속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 당시 민중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고, 무엇을 염원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극적이기도 하고 희극적이기도 한 꼭두들의 얼굴 표정이라던가, 꼭두들의 몸짓이나 꼭두들이 입은 옷 등등을 통해서 민중들의 일상과 그들이 생각한 삶과 죽음의 의미도 엿볼 수 있다.

 

꼭두들이 한 역할은 크게 죽은 이를 안내하기, 호위하기, 시중들기, 즐겁게하기로 나눌 수 있다.

 

안내하기(The Guide)

 

망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것으로 움직임과 옮겨감의 주체가 두드러진다. 일자용 위의 중심에 모셔져 있는 나무 꼭두의 경우에 이런 기능이 현저하다. 이 나무 꼭두는 대부분 역동적인 분위기를 띠며, 용과 봉황, 혹은 융합적인 동물 등 비인간적 혹은 초인간적 존재와 더불어 나타난다.

 

영수를 탄 남자 Man Riding Mythical Animal. 19세기 후반, 높이 33cm

초록색 관복과 모자를 쓴 이가 동물 위에 타고 있다. 영수는 전설에 나오는 수호신적인 동물로 민화에서는 수호와 축사의 의미를 갖는다. 이 동물의 모습은 호랑이와 표범이 혼합되어 잇으며, 연꽃 위에 서 있다. 동물의 귀를 잡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서 동물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수를 탄 남자Scholar Riding Mythical Animal. 19세기 후반, 높이 17.8cm

이 동물은 커다란 코와 큰 이빨 등이 흥미롭게 표현되어 있으며, 원래는 청색의 안료가 채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수를 탄 남자Nobleman Riding Mythical Animal.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27.8cm

다홍색 포를 입고 벙거지와 흡사한 흑립을 쓰고 있다. 인물의 눈썹과 콧수염을 바람에 날리는 듯이 표현한 것이 독특하다.

호랑이를 탄 남자Nobleman Riding Tiger.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31cm

호랑이의 얼굴표현이 간결하고 해학적으로 되어 있어 19세기 후반 민화에서 나타나는 해학적인 호랑이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극락조를 탄 동자Child Riding Bird of Paradise.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19.8cm


호위하기(The Guard)

망자가 나쁜 영향력의 침입을 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으로 무기를 들고 있거나 위협적인 표정을 하고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시대적인 변화가 담겨져서, 조선시대에는 무관의 모습을 하다가, 일제시대에는 경찰, 그리고 해방후에는 총 든 군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호랑이를 탄 무인Warrior Riding Tiger. 20세기 초반, 24.3cm


시중들기(The Caregiver)

 

망자에게 생시와도 같은 시중을 드는 것. 안내하기의 경우는 앞장서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반명, 이 경우에는 뒤따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동태적이라기보다는 정태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자Bride with Raised Left Arm. 19세기, 28.5cm

녹의홍상인 연두색 저고리와 다홍색 치마를 입고 있다. 저고리의 길이로 보아 조선 중기의 모습이다. 머리는 쪽진 머리를 하고 큰 비녀를 꼽고 있으며, 왼손을 들고 있는데 꽃을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녀Female Attendant. 19세기 후반, 30.7cm

 

동녀Girl Attendant.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17.5cm, 20cm

 

시녀Female Attendant. 20세기 초반, 36.1cm

 

꽃을 든 여자아이Girl Holding Peony. 31.9cm

쌍계를 튼 여자아이가 들고 있는 꽃은 모란으로 보인다. 모란꽃은 부귀를 상징하며, 민화나 무신도에 많이 등장한다.

즐겁게하기(The Entertainer)

 

이동은 불안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별은 슬픔의 정조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 전환의 기능을 담당하는 꼭두가 등장한다.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거나, 거꾸로 서서 연희를 하는 재인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살판쇠Acrobatic Clown. 26.2cm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물구나무서기는 광대들이 하던 놀이중의 하나로 감로탱의 하단에도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다.

영수를 탄 악사Musician Riding Mythical Animal. 30.3cm

 

사실 이 책은 미국순회전시에 맞춰 펴낸 나무꼭두에 관한 도록이다. 김옥랑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옥랑문화재단과 동숭아트센터가 사진작가 구본창과 함께 한국의 나무꼭두를 다룬 두 번째 도록이라고 하는데, 10개월 동안 작업했다는 도록은 각 꼭두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었다. 나무의 결이며 채색뿐 아니라 꼭두의 표정들까지 생생하게 잡아냈다. 꼭두박물관에 가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 도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나무 꼭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약 150여종의 꼭두들이 실려있는데, 하나하나의 꼭두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만져보게 되고 쓰다듬게 된다. 꼭두들이 하는, 꼭두들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자꾸 사진 속 꼭두들에 귀를 갖다 대게 된다. 

 

돈만 있다면 꼭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절대 후회하지 않은 책. 

 

* 각 꼭두들의 사진과 꼭두들을 설명하는 문구는 도록에서 가져왔다.



c*****g 2010.03.28. 신고 공감 4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