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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에 따라 담배를 산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주인공은 담배를 사는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먼저, 대나무 숯 필터의 에쎄순이나, 가장 비싼 에쎄골든리프, 클라우드 나인 따위의 고가의 담배를 사는 중년 남자들이 그 하나이고, 이제부터는 몸을 생각해볼까 하는 저 타르파가 두번째 부류라고 한다. 그들은 새로 출시되는 0.1이나 0.5의 저타르 담배를 피우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려는 부류로 삼십대 초중반의 회사원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마초 같은 느낌의 고 타르파가 있는데, 이들은 말보르레드나 던힐라이트 같은 빨간색의 담배를 주로 피운다고 한다. 이 부류는 딱히 흡연을 망설이지 않으며 본인들의 심신에 대해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분류한다. 나는 던힐라이트를 피운다.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3년 전에 왜 이 담배로 바꾸었는지, 나름대로 이유는 있지만 고타르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흡연을 망설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내 심신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여럿 있을 수 있지만,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시간의 그 여유로움을 잊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기껏해야 5분도 채 안된 시간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펼쳐 들고 나는 우선 저자의 나이에 놀란다. 이제 24살, 약관의 나이에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생각은 곧 바뀐다. 아직은 젊기에, 그리고 당사자이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는데 가장 적합하고,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우리들 모두 그 시절, 인생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싶다. 그렇지만 그 고민이라는 것이 묘하게 세상살이와 연결되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스물한 살의 여대생이 학교를 휴학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그녀와, 그녀의 선배 M, 학교도 취업도 포기하고 수년째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는 J, 그리고 J가 좋아하는, 역시 근처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 여자, 물고기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 전부이다. 화자는 내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단지 오늘 하루하루를 외부에 일체 신경 쓸 필요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 살고 있다. 내일이 오면 또 내일도 오늘처럼 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화자에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책과 음악을 벗삼아 살아가는 일상이 깨지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하면서 조금씩 더불어 사는 것도 괜찮음을 알아간다. 그냥 살아 있다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J, 그래서 그는 절에 들어가 사는 게 꿈이다. 디스플러스를 피우는 그는 담배를 필 때마다 쐐-한 표정을 짓는다. 세계일주를 꿈꾸며, 여행지에서 만남 사람은 여행지를 떠나는 순간 잊어야 하고,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짐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물고기, 그녀는 말보르라이트를 피운다. 계절학기에서 만난 복학생 선배 M, 어렸을 때는 뭔가 할 것 같은 놈 이었는데, 남들 하는 만큼 하는 것도 버거워 하던 그는 끝내 화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는 존재의 이유라는 뜻을 가진 레종을 피운다. 그들은 서로 것 돌기만 한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지를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옥탑방에 사는 화자나, 반지하 원룸에 살고 있는 물고기, 그리고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M을 보면서, 이것이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돈을 받으며 하는 알바에, 그들은 분노도 없다. 그만큼 쓰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오늘이 아닌 내일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졌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내 주위에, 아니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죽은 슬픔에 빠진 엄마의 뱃속에서, 엄마의 슬픔을 자양분으로 삼아 자랐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는 화자, 어느 날 그녀의 곁에서 그들 모두가 사라져 버렸지만, 그녀는 울지 않는다. 어쩌면 새롭게 태어나는 그녀를 보는 것 같다. 물고기가 좋아하던 말보르라이트 한 개비를 입에 물었지만, 라이터가 없다. 후후-하고 웃는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책을 읽고서 정리를 하면서 나도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길게 들이마시고 후-하고 연기를 뿜는다. 담배에 대한 화자의 분류가 떠 오른다. 디스는 가장 난해한 담배라고 한다. 노숙자 아저씨부터 고위급 간부로 보이는 남자까지, 복학생에서부터 공사판 아저씨까지, 디스를 찾는 사람의 연령대와 직업군이 무척이나 다양하다고 한다. 나도 전에는 디스를 피웠다. 담배의 종류를 정하면 결코 바꾸질 않는데, 디스플러스가 나올 때였나, 담배 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든, 새로운 담배가 출시되던 간에 맛이 변하지 않는 담배를 찾다 보니 던힐라이트에 이르렀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시간일 망정 현대에 사는 젊은이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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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같은 과 오빠를 소개시켜 준다고 했다. 피카소나 고흐나 고갱의 그림보다도 더더더 과 오빠와 내가 잘 어울릴거라 했다. 동운이였는지 동훈이였는지하는 과오빠와 소개팅을 목빠져라 기다리던 어느날 친구가 담배를 피웠다. 내게도 한대 권하면서...과오빠는 커피를 마시며 담배 피우는 여자를 아주 좋아 하며 멋있어 한단다. 크. 친구는 저보다 예쁜 나를 걸고 과오빠한테 작업을 걸어 둘이 눈 맞아 영화보러 다니고 술집을 들락거리며 둘이 놀아난 얘기를 나한테 자랑(?)하면서 동운인지 동훈인지하는 과오빠는 아직까지 소개시켜 주지 않았다.
여하튼 그 친구 덕인지 과오빠 덕인지는 모르나 친구는 담배 피우다 엄마한테 들켜서 죽지 않을 만큼 쳐맞은 후 끊었고, 그 후 나는 답답하거나 심심하거나 특히 혼자 있을때 한 개비씩 피우던 걸 겨우 겨우 죽을 똥을 싸며 끊었다. 어디가면 사랑하는 사람보다도 더 생각나는게 담배였는데 여자가 아무데서 담배 물고 있기도 그랬고 화장실가서 똥 싸며 피우면 담배 맛은 났지만 남의 똥 냄새는 기절직전이어서 싫었고 예쁜것이 별짓 다한다며 손가락질 받는것도 싫었다. 하지만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나는 농약 냄새를 좋아하고 남자 입에서 나는 담배 냄새도 좋아했다. 그래서 담배를 피웠겠지만...담배 피우는게 이상한 일이 아닌데 사회는 여자라는 이유로 몰아 세우는 것 또한 좀 짜증스럽다고 생각된다. 당연히 자신이 하는 일은 습관 보다는 좋아서 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이지만...담배 끊은 사람과는 독하다고 상종도 하지 말랬는데 내 손으로 까발려 버렸으니 아무도 나랑 상종 안할까 또 쫌 그렇다. 크
J와 나, 나와 H, 나와 선배M, 나와 물고기,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장님. 편의점 알바를 하는 나는 7년째 장기야간근무자 J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오후 알바 킬힐을 신고 감당 안되는 그림이 그려진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H에게 인수인계를 한다. 편의점 앞 까페에서 일하는 물고기 그녀는 말보로 라이트를 피운다. 독한 년...그 독한 말보로 라이트를 피우다니. J는 디스 플러스, 사장은 마일드쎄븐, 취업준비생이자 인턴사원에 야간 영어학원을 다니는 선배 M은 레종 멘솔을 피운다.
편한 시간에 출근하여 일이 쉽고 간단하며 어느 정도의 콧구멍 바람도 넣을 수 있는 거리가 있는 편의점에서 딱 88만원이라는 알바비로도 생활이 가능한 삶을 사는 요즘 아이들의 E편한 세상처럼 E편한 삶을 사는 이야기다. 약간의 불편함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일관되게 그냥~으로 끝낼 수 있는 책,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도 끈끈함을 배제해 버리는 책. 내 가슴에 뚜벅 뚜벅 들어온 J를 - 선배 M을 좋아하면서도 굳이 먼저 손내밀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상대가 오면 오는데로 가면 가는데로 잡지도 늘어지지도 않는다. 책에선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그런 감정이 있었다해도 그만 아니면 말고다. COOL보다는 lonely라 하고 싶지만 우울하지 않으며 좌절도 없다. 젊어서 일까?-작가가...아니면 주인공이-
두번 말하는 것을 싫어하고 변명하는 것과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을 싫어하고 직설적인 이 책속의 사장님을 내가 닮았으면 한다. 그럼 내 남편이 무쟈게 더 사랑해 줄것만 같은 생각. 풋.
-39p-손님이 계산을 마치고 카운터를 떠날 때 '안녕히 가십시오' 정도만 해라, 고개 숙여서 인사할 필요는 없다. 뭔가 실수를 했으면 변명하지 말고 죄송하다고 하고, 네 실수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물건이 맘에 안 든다고 비이성적으로 화를 내면 그냥 다른 데 가서 사라고 해라. 처치곤란한 손님이 있으면 다른 말하지 말고 나를 불러라. - 사장님을 표현한 문장이 이렇게 깔끔하다니..이런 마법사 같은 사장님이 나한테도 있었으면 좋겠다. 구멍가게 하면서 일일히 신경쓰는 내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라 그렇다.
레종~존재의 이유라는 뜻이란다. 이거 읽으며 레종 멘솔을 왜 한 번도 안 피워 봤을까?땅을 치며 후회했다. M이 피우는 레종 멘솔의 공기 중 흩어지는 담배 연기라는 글씨는 왜 이리 멋지게 읽어 지는지 눈 앞에 담배 연기가 자욱히 사라지는 기분에 후~~~하며 피우는 시늉까지 했으니...혼자 지랄 다했다.
작가가 87년생. 군더더기 없이 감정에 대한 묘사 또한 구질함이란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소설이 너무 깔끔해-진영씨. 연기처럼 손에 잡히는 거 없이 싹 없어지지만 담배 냄새는 한참 가는 양치는 꼭 해야 하고 손도 꼭 씻어야 하는 좀 단계가 필요한 그런 소설인거 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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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나이때에 내가, 우리가 또는 세상의 시선이 기대하는 바가 있다. 어린아이들에게서는 무한한 귀여움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서는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 동심을...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삶의 지혜와 현명함을... 이십대의 풋풋한 청춘들에게서는 열정과 싱그러움과 도전하는 패기... 를 기대한다.
기성세대의 관점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편견이라면 편견 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나이때에 맞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담배 한개비의 시간> 이 책의 주인공은 풋풋한 20대의 젊음을 가졌다. 화자인 '나'와 M, J, 그리고 물고기로 지칭되는 스무살 초반의 청춘들. 하지만 그들에게선 우리가 기대하는 20대의 이미지가 없다.
책을 읽어가는 초반에는 그래서 마음에 안 들었다. 인생에서 제일 황금기를 보내면서 왜 저리 지낼까?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는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사회에 반감을 품고 있지도 않는다. 그저 눈 떠 아침이 오면 편의점에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참 건조한 삶을 산다. 드라마 주인공 처럼 찐~한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사람과 사람간의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싫어하는 모습도 보이나, 귀차니즘이 더 큰 것 같고 그런 관계를 피해 도망다니거나 숨어 살지는 않는다.
왜 저리 소극적으로 살까? 바보같기도 하고 '쯧쯧' 혀를 차기도 했다. 젊음은 큰 부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과 바꿀 정도로 가치있고 귀한 것인데, 한번뿐인 인생을 아무렇게나 허비하는 게 안타까웠다.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요, 엄연한 직무유기다.
그러다 책을 중반넘어 조금더 작가와 소통하다 보니 내 20대가 떠올랐다. 과거의 나를 뒤돌아 보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봤다. 맞다. 나도 분명 그 시절이 있었고, 주인공 처럼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웠다. 안개에 쌓여 어떤 길로 들어서야 하는지 막막하고 무섭기도 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지금의 내 시선으로 보자니 한심한 감정이 느껴졌던 거였다.
주인공을 보면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등뒤로 기대고 있던 방문이 '찰칵' 하며 닫힌다. 넓기만 하고 낯선 공간에 홀로 등 떠 밀려 많은 사람들의 구경꺼리가 되어진 상황이다. "자~ 시작해봐!" "뭘 보여줄 거야?" 관중들은 턱에 손을 괸 채로 무대위에 등장한 주인공을 유심히 관찰한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시선을 거둔다. 뭔가를 보여줄때까지 따뜻한 시선을 갖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새로운 재밌는 대상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사회라는 곳은 그렇게 냉정하고 차가운 곳이란 걸 받아들이기까지 적응시간이 좀 필요하다.
어딘가에 취직하면서 하나의 그룹에 포함이 된다. 혼자 광대짓을 할 때 보다는 조금 낫다. 내 반려자를 찾으면 조금 더 관중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익숙해진다. 환경이 사회라는 시스템이 하나 둘 눈에 익을때쯤 되면 관중의 자리에 끼일 기회를 노린다. 무대위를 구경할 한 자리를 차지하면 드디어 이십대의 주인공도 이젠 기성세대가 되어있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세상은 살아진다. 시간은 흐른다. 늦지 않은 시간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는 주인공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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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 04 . 21 [ & 57 ]
읽기 전에... ※매우 주관적이며 이해가 힘들지도 모르는 서평이 되버렸습니다.※
애매한 기분과 함께 자연스레 저자의 소개란에 눈이 옮겨졌고 작가님과 나의 나이차이는 한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주인공은 여 대학생. 이야기는 그녀의 선배 M과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J, J가 좋아한다는 물고기를 닮은 여자,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알바생 H, 편의점 사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가 책의 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한걸까 이해하지 못한걸까. J는 때가 되면 절에 가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있다.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물고기를 닮은여자. 좋은 성적으로 꽤 높은 직위까지 올라갔지만 이제는 편의점 사장이 된 남자.
책을 덮고 나서는 가슴이 싱숭생숭한 느낌이었다.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정말로 훌륭한 게임이었다.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오른손가락에 의식을 집중하다보면 잡다한 세상사를 모두 잊어버릴 수 있었다. 이윽고 아침이 밝아왔을 때, 나는 마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것 처럼 느꼈다.
"내가 뭐랬냐. 정 주지 말랬지.
나는, 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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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을 위한 책이라는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는데.. 솔직히.. 다 읽고나서도.. 책의 제목인 <담배 한개비의 시간>에 대한 정의를 얻지못한거같다. (자세히 말하자면 해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알게되었다.)
이 소설은 무더운 여름 장마철로, 공기나 날씨가 눅눅할때 피우는 담배같은 느낌을 준다. 담배를 피우지 않을뿐더러 냄새도 별로 좋아하지않아서 별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불쾌하거나 하다는것은 아니다. 단지, 담배를 피우고 있을때의 지독한 침묵이라던가 담담하게 보낼수 있는 시간들을 덤덤하게 표현한것같다는 뜻이다.
속을 알수없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사실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아무생각이 안드는건 처음이다... 그나마 이 책의 끝부분의 해설을 통해 이 소설이 담고자 하는것을 대략 알게 된 정도라고 할까??
그래도 이 책의 매력이라 한다면 빙빙돌리지 않은 직설적인 생각이라고나 할까? 내용 중 일부인 "그는 무언가가 되는것에 겁이 났던게 아니라,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아했던 자신과 헤어지는 것에 겁이 났던것이다." 라는 문장이다.
조금은 난해할수있는 문장이지만..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표현이라 맘에 와닿는다.
아직은 어른이 아닌지라 사회생활에 당당히 발을 들여놓기 두려워 제자리 걸음중인 청춘들의 절박감과 무력감을 담배 한개비를 피우며, 그 시간만큼은 연기와 함께 그것들을 날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르는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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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영-1987년생이란다. 87년생이면 도대체 몇살??? 그러면서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녀가 태어났구나...통통 튀는 신세대 작가와 이젠 별걸 다 계산하는 독자, 나와의 간극을 생각하며 웃어본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다른 건 없다. 이 소설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2009년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문진영의 장편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앞으로 10년 후, 아니 5년 후 쯤 그녀의 책날개에 적힐 그녀의 약력은 참으로 화려할 것이라는 예견을 해본다. 어설프고 깊이있진 않지만, 수많은 책을 읽어냈던 독자의 예견이나 아마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은 내게 인상적이었다. '담배, 비, 고양이, 맥주, 편의점, 피씨방...' 여러 번 언급되던 단어들을 표현하던 그녀의 신세대다운 톡톡 튀는 발랄함이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면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의 첫모금같이 시원했다. 물론 소설 속의 내용들은 결코 발랄하지만은 않다. 대학을 휴학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와 취업준비생인 나의 대학선배 'M', 그리고 편의점에서 7년째 일하는 중인 "J', 편의점 옆 까페에서 일하는 '물고기' 이렇게 네 사람이 소설의 주축이다. 강남의 편의점을 배경으로 최저임금의 경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방황하고 부유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세태를 반영한 듯, 이들에게는 사랑도 심각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심각한 것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사랑도, 일도, 가족도, 현실도, 다가올 미래도 내리는 비에 적셔버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의 경계에서만 맴돌뿐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다. 나와 M은 그 경계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는 내가 무섭다지만, 사실 나는 그가 무섭다. 그는 내게, 내일이면 모양을 바꿀 저 '오늘의 달'과, 이 밤을 지나면 그쳐 있을 이 엷은 비,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담배냄새와 나를 스쳐지나가는 골목길의 모든 고양이를 의미했다."는 나의 생각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성을 쌓아놓고 타인을 들여놓지 않으려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소설의 말미에서 보여지듯, 그들이 쌓은 성이라는 것은 너무도 허약하다. 늘 어디론가로 떠나기를 갈망하는 '물고기'의 표현처럼 여행할 때 짐은 가벼울수록 좋으니, 가능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얼키고설킨 인연의 끈들은 그들끼리의 성을 연결하고 있었고, 툭하고 끈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을 지탱하던 견고하기만할 것 같은 성은 신기루처럼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 작가인 문진영은 그 무거움의 순간도 소설의 서두와 연결시켜 잘 희석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너무 우울해서 무겁지도 않고, 너무 명랑해서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나 이십대를 앓았거나 앓고 있다. 창문을 열면 미묘하게 느껴지는 '비냄새'처럼, 알 수 없는 열병들로 가득찼던 이십대의 기억들이 다시금 비가 내리면, 묘한 일렁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레종 멘솔, 말보로 라이트, 디스 플러스...' 작품 속에 등장했던 담배 한 개비의 시간들이 어쩐지 유혹으로 다가오는 오늘. "비라는 게, 우리를 총체적으로 흔들지 않나요? 비 내리는 모습, 비냄새, 빗소리, 피부에 닿는 느낌이랄지."라는 작품 속의 말처럼 나도 총체적으로 흔들리며, 걷고 있다.
집에 돌아가는 저녁에는 나도 맥주 캔과 함께 자갈치나 한 봉지 사들고 걸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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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할 때마다, 이보다 더 큰 절망은 없을 꺼라 자위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위안도 잠시, 다양한 형태의 절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여, 절망에도 슬픔에도 노하지 않는 건조한 사람이 되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아니, 실은 그리되고 싶지 않다. 적절하게 웃고, 적절하게 화내고, 적절하게 울고, 적절하게 내 소리를 내고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제목소리를 내며 산다는 게 가능할까.
말이 길어졌다. 1987년생, 신예작가 문진영의 소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제1회, 제2회, 수상작이 남겼던 아쉬움이 있었기에 제 3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담배 한 개비의 시간>에 대한 편견을 앞세웠다. 이십대 초반의 청춘이 그려낸 세상은 확대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정확했고 솔직했으며 나쁘지 않았다.
소설은 화자인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젊은 청춘의 일상을 담았다.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물 한살 나와 J, 나의 대학 선배 M, 카페에서 일하는 물고기라 불리는 그녀.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찾지 못하는 나, 특별한 이유없이 입산을 꿈꾸는 J, 나름의 삶을 살고자 했지만 결국 취업준비생인 M, 세계일주를 계획하는 물고기. 일정한 시간 노동을 하고, 그 댓가로 최소한의 생활을 한다. 옥탑방에 살거나, 반지하가 아니면 고시원에 산다. 대단한 것을 원하지도 않고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최선을 다한다. 반복되는 동선의 하루 일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거울을 보듯 서로에게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습관처럼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고, 열병처럼 사랑을 하고 최저임금인 자신의 일자리를 논한다. 사랑이라 말하기 두려웠던 나와 M, 입산과 세계일 떠날꺼라던 J와 물고기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J의 죽음과 혼수상태에 빠진 물고기는 나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준다. 방황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진지한 고독과 존재에 대한 회의와 사랑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아파하고, 성장하고 있었다. 불안의 연속이었던 시간들, 나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만날 빛을 기대하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그 시절을 경험했으나 '88만원 세대'란 말을 꼬리표로 달고 사는 20대를 이해한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이따금 달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면, 문득 이곳이 아닌 어디에서도 달은 조금씩 제 모습을 바꿔가고,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지구는 저만의 속도로 돌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곤 했다. 그때마다 내가 느낀 것은 슬픔도 절망도 아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외로움이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서도 세상은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하다는 것을. p 44
최근에 만나 젊은 작가의 소설 중 단연 돋보였다. 같은 세대의 고민을 20대만의 감성으로 표현한 소설이다. 투명한 슬픔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러나 이 슬픔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제 빛을 발휘하는 게 청춘이라 믿는다. 발랄한 감수성을 유려하게 담아 낼, 문진영의 소설을 빨리 만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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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책이 읽기 싫었다. 아니, 읽고 싶었는데 뭘 읽어도 재미가 없어서 그냥 미적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이 책, 딱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여느 때보다 더 길고 춥던 겨울이 지나길 기다리며 막연히 창밖으로 초여름 장맛비가 지나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랬는데 딱 그런 때,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나는 줄곧 아무것도 하지 않아왔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내가, 무언가를 위해 살고 있다거나 살아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
이러한 청춘도 이 세상에서 그 존재의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그것이 ‘너무나 시원했고, 평화로웠고, 모든 게 있었’던 편의점이어도 좋은 세상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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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땅따먹기 같은거지. 흙을 쌓아놓고 가운데다가 나뭇가지를 하나 꽂잖아? 그리고 먼저 그걸 넘어뜨리는 사람이 지는거야. 해본 적 있어?"
"처음엔 대범하게 흙을 왕창 끌어오지. 그러다가 흙의 양이 줄어갈수록 점점 겁을 내는거야. 그래서 점점 더 적은 양의 흙을 가져와. 그러다가 나뭇가지가 쓰러져 버리면, 그게 바로 연애가 되는 건데, 영원히 안 쓰러지는 경우도 있지. 겁내다가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경우."
-그래서 아직 혼자세요? 나뭇가지가 그대로 꽂혀있어서?-
".........말하자면 나는 포기하는 쪽보다는, 금방 지루해하는 쪽이었지."
"나는 상대방 차례가 되면 그걸 기다려주기가 힘들었어. 왜냐하면 상대방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게임을 시작했는지 관심이 없었거든. 나는 늘 나 자신한테밖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궁금한 게 없다는 건 이기적인 거지. 그리고 그런 식으로 게임이 끝난다는 건, 애초에 시작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야."
"없어도 살아졌다면, 살 수 있는거야."
p. 144~145]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느낀 감정은....
완전 비싸다....였다 ;;;
양장본도 아니고, 종이 질도 별로 안좋고, 결정적으로 193페이지에 불과한게 10000원이다 . 같이 주문했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 450여 페이지에 13000원이었으니, 체감 가격은 장난 아니었지..ㅋㅋㅋ 거의 2시간만에 읽어버려서, '같은 흥미에, 같은 가격이면 조금이라도 두꺼운 책' 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돈이 좀 아까웠다..ㅋㅋㅋㅋ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돈이 아까운 생각은 사라졌다.
흥얼거리듯 가볍고 낙관적인 문체속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20대 초반, 한국의 서울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성장기이다. 언듯, 건조하게, 담담하게, 하지만 유쾌하고 경쾌하게 풀려나가는 이야기 속에는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없고, 짜릿짜릿한 스릴도 없다. 아주아주 평탄하게, 주인공 '나' 의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그러다가, 책의 막판에는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생기기도 한다. 그저 평범하고 평탄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역으로, 우리의 인생 역시 언제나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짧다면 짧고, 소설이라기 보다 에세이에 가까운 느낌이 나는 이작품이 더더욱 와닿은 이유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작가의 진심이 넉넉히 묻어난다는 의미이다. 주인공 나를 거쳐가는 J, M 이라는 남자와, H와 '물고기' 라는 여자. 그리고 알바하는 편의점 사장님. 딱 5명의 엑스트라들이 등장하는 이 평범한 이야기는, 외려 평범하기때문에 비범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초반에는 약간 어지러울정도로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 설키지만, 차츰 익숙해지면, 은근한 매력을 발휘하는 개성적인 문장들도 읽는 맛을 준다.
누구나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는다. 어떤 사람은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저절로 어른이 되기도 한다. [어른] 이 된다는 것은 사실 [타협]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고통과 슬픔과 괴로움들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삶의 대부분이 웃음보다는 눈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어차피 삶의 대부분은 눈물이기에, 지금만큼은 웃어도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기도 하다. 타협점은 바로 [현실] 이고, 이 현실에서 웃을수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다 자랐다고 볼 수 있으리라.
우리 세대는 너무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모든 인생은 힘든 법이다. 객관적으로 드라마 '추노' 의 조선시대보다는 편한 세상 아닌가?? 화장실에 휴지나 비데가 아닌, 새끼줄이나 마른 짚더미들이 쌓여있는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난 너무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ㅋㅋㅋㅋ
작가의 수상소감처럼, 이 작가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정말정말 기대된다. 다음작품, 이 다음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반짝거리는 글들을 써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벽하다. 이 순간에는 아무것도 결여되어 있지 않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p. 173
나는 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p. 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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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십대의 삶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소설. 휴학을 하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른 알바생들, 남자친구(?), 손님을 보여줌으로써 이십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꼭 그런 질문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럭저럭 살면 안 되나? 어제,신문에서 이십대를 '미어캣 세대'라고 부른단 걸 읽었다. 사막의 미어캣처럼 전전긍긍, 불안하게 살고 있다. 방학도 반납하고. 이를테면 '월화수목금금금'식으로 산다. 비단 이십대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삶에 대해 물음표를 달아준다.
날렵하고 감성적인 문장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인 듯. 대단한 사건도 없이 비와 담배란 소품을 가지고 이야기의 통일성을 확보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흡연자들' 흡연자란 사실이 아웃사이더의 징표가 되는 괴이한 상황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살려면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담배 한 개비의 시간' 바쁜 삶과 삶 사이의 휴지기.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차 한 잔 마실 시간'가 유사한) 휴학, 알바인 주인공의 삶을 빗댄듯 한
대화문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얼핏, 시나리오처럼 뵌다. 차곡차곡한 묘사나 서사보다 대화와 감각으로 꾸려나간 작품. 참신한 비유가 삶을 달리 보게 한다.
코 끝이 찡한 대목이 종종 보였다. 주먹을 쥐고, 있는 힘껏 말하는 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상소감) 내 글이 나와 함께 방황하고 나이 들어가기 원한다.
<구절들>
“……근데 자고 있던 게 아니었어.”/“그럼?”/“……죽어 있었어.……죽은 듯이 자는 게 아니라, 자는 것처럼 죽어 있었던 거야.” 살아 있는 사람은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제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대개. 그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것도 아닌 컨쎕으로 사는 거야. 나는 매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서도 세상은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하다는 것을. 절대로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하지. 근데 그렇게 살다보면 그런 식으로 사는 데 익숙해지는 거야.
매일 같은 반복이었다. 하지만 난 이 반복이 그다지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내가 일시적으로나마 어떤 궤도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차라리 감사하기까지 했다. 너에게는 너만의 속도가 있으니까. 이 세상에 합주를 못하는 악기는 존재하지 않아. 한쪽 어깨가 젖어 있는 것은 다정하다. 개나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확실히 무언가 소통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물고기나 새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나는 물고기나 새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무섭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알 필요는 없긴 하지만. 지금 이 시각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각자의 골목을 걷고 있을 반경 일 킬로미터 이내의 생명체들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느꼈다. 그가 정말로 겁이 났던 것은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익숙해져 있는 모든 것들과 헤어지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는 어쩌면 무언가가 되는 것에 겁이 났던 게 아니라, 무언가가 되고 싶지 않아했던 자신과 헤어지는 것에 겁이 났던 것이다. 왠지 알 것 같았다. 그 애의 얼굴에는 자유에 대한 야생적인 행복감과 고향 없는 인간의 슬픔, 그 두 가지가 다 깃들여 있었다. 뭔가 한다는 건, 남이 하는 만큼은 물론 하고, 남들보다 좀더 한다는 거지. 근데 나는 남들 하는 만큼 하기도 버거워. 나는 여태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면서 살아왔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일에는 관심조차 없었어. 근데 도대체 그 녀석은 그때 나한테서 뭘 봤던 걸까? 그리고 지금 와선 왜 그게 보이지 않지? 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는 것과 뭐든 다 좋은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편의점)그곳은 너무나 시원했고, 평화로웠고, 모든 게 있었다. 그는 결심했다. 그는 마치 지하철을 환승하듯, 모 기업 부장에서 모 편의점 사장으로 직업을 갈아탄 것뿐이다. 절반은 비로 쏟아내고, 절반은 햇빛으로 쏟아내기 때문에 7월은 자신의 몫을 완전히 살고 지나간다. 내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그는 웃지 않는다. 나는 어쩐지 소모된 느낌이다. 내게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그것을 자라게 하는 것은 그것을 자라게 하는 것보다는, 최소한 죽이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배우는 데 그 에너지의 9할을 소진한다. 그리고 나머지 1할로 그 말을 살아낸다. 웬만큼 살았으면, 죽을 수도 있는 거다. 그런 말씀하실 자격 없으세요. 어째서? 살아 있으니까. 그는 만나고 헤어지는 것마저 자신의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가 불쌍했다. 걸레를 접듯 관계를 접을 수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당신 자신일 수는 없다. 그는 지독한 모순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