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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0일 조계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이었다. 민중총궐기를 이끌다가 조계사에 숨어들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스스로 걸어 나와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도법 스님이 일주문까지 함께 걸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한상균 위원장이 여러 차례 협상한 결과였다. 당시에는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정부와 보수 쪽은 도법 스님에게 범법자를 감싸며 공권력을 우롱한다고 욕하고, 운동을 하는 쪽에서는 약자를 경찰에 넘겨주는 것이 화쟁이냐며 비난했다. 중재를 했지만 그 어느 쪽도 기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도법 스님은 “최상의 판결보다 최악의 합의가 낫다.”는 생각으로 한상균 위원장과 협상하고, 공권력의 조계사 침탈을 막아냈다. 민중총궐기를 평화의 꽃으로 수놓았다.
도법 스님은 양쪽으로부터 돌을 맞는 자리에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선다. 온몸으로 화쟁을 실천한다. 4대강 사업 문제로 사회가 둘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을 때 4대강 백일순례를 하며 길을 찾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이자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인 김진숙이 크레인 위에 올라 오랫동안 고공 농성을 할 때는 회사와 정부를 설득하는 한편 김진숙에게 내려 와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한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을 때는 ‘힘 있는 제3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라는 슬로건으로 걷기 순례를 하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세월호에 집중하며 “세월호의 기적”을 이야기하고 “기쁨의 세월호”를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새로운 희망을 길을 찾는 것이다.
도법 스님의 사상과 실천은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통해 단단하게 다져졌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3월 1일 새벽, 도법 스님은 12년간 정든 실상사를 떠나 순례길에 오른다. 구례 쪽으로 해서 지리산을 한 바퀴 돌고 전국으로 발길을 잇는 여정이었다. 그로부터 2008년 12월 12일까지 장장 1,747일 동안 3만 리를 걷고 8만 명을 만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례한 사람은 도법 스님뿐이었다. 적을 때는 두세 명이 걸을 때도 있었고, 지역에서 그날그날 결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많을 때는 수백 명일 때도 있었다. 5년 간 같이 걸은 사람은 모두 7,000명 정도다. 나도 그 길에 잠깐 동참했으니 새로운 운동 방법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도법 스님은 이 순례를 통해, 상호의존의 세계관과 동체대비의 실천론을 축으로 하는 생명평화 사상을 완성한다.
도법 스님의 모든 행보는 ‘너와 나를 함께 살리는’ 생명평화의 길 위에서 이뤄진다. 최근에는 416 희망 순례단을 조직하여 걸었다. 2017년 5월 15일 인천항을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809km 길을 걸어 2017년 7월 6일 순례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시점에 스님은 여전히 ‘세월호의 기적’이 ‘기쁨의 세월호’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이 보기에 세월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희생자들의 죽음을 슬퍼한 ‘기적’이었거니와 그런 만큼 세월호는 한이 쌓이지 않고 풀리는 기쁨의 세월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스님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픈 곳의 한가운데서 치유의 길을 걷는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모두 붓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수행자가 기것 말고 달리 할 게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법 스님은 앞으로도 언제나 생명평화의 길에 있을 것이다. 화엄사상으로부터 비롯한 생명평화의 길.
화엄의 세계관으로부터 도출되는 인생관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지금, 여기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삶이 다른 모든 것과도 맞먹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그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삶은 사회와 역사에 그리고 세계와 이웃에 열린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법은 “경전 말씀은 체험의 언어임을 알아야 한다. 생명의 실상을 꿰뚫어 보고 온몸으로 체험하여 구체적인 삶으로 실현된 내용을 기록한 언어인 것이다.”라고 한다. 경전을 이렇게 이해하면 그것들이 바로 삶의 가르침으로 응용된다. 거꾸로, 인간의 삶에 적용되지 않는 관념적인 것은 불법(佛法)이 아니다. 도법은 “불법은 삶의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그 사상적 연원은『화엄경』이다. (6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