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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사랑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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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쾌한 사랑 한 판이었다. 김연수... 그의 글은 늘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서려있다. 읽으면서 마음 불편해질 일도 없고, 괴상망측한 것이 툭 튀어나올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의 글을 편안히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그의 마음이 보이고, 그의 모습이 보이고,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자연스럽고 따스하면서도 자아성찰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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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쾌한 사랑 한 판이었다. 김연수... 그의 글은 늘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서려있다. 읽으면서 마음 불편해질 일도 없고, 괴상망측한 것이 툭 튀어나올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의 글을 편안히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그의 마음이 보이고, 그의 모습이 보이고,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자연스럽고 따스하면서도 자아성찰에 대한 각성이 살아있는 그가 보는 현대적인 사랑 한 판이다. 요즘을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젊은 작가답게 그의 사랑법이 자연스럽고 독특하다. 이 작품에는 두 명의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했고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할 이야기가 등장한다. 너무 자연스러워 평범하기까지 한 인물들이 내 옆에서 살아가고 펼치는 비슷한 사랑 이야기... 나도 할 거 같은 사랑... 그런 한 모습이다.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도 삐져나오고, 사회상을 얘기할 때는 함께 진지해지고, 두 남자의 꼬장꼬장한 대화에는 호기심이 살아나고... 발칙하다 싶은 여자의 똑 부러지는 소리에는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난 거기서 유쾌한 사랑법 하나를 보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좀 불편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고 고백을 해야겠다. 그건 그의 언어 선택과 사용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상당히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형용사가 그렇다. 마치 공부를 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 정도이다. 현대적인 대화에 묘사가 좀 생소한 우리 말들... 아직은 다 녹아들지 못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나만 그런 느낌인가. 사실 연필을 들고 하나하나 표시해 두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독자로서의 나의 무지가 그에게 미안하고, 그런 표현들을 상기시켜 준 그가 고맙기도 하다. 현대적 사랑 한 판을 광고성 문구, 영화 속 대화 등등을 넘나들며 표현해 준 그의 해학과 풍자는 유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우리를 소설 속에 함께 넣어준 것이 아닐까... 내가 들어있는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 믿자, 내 사랑...
g******i 2005.06.1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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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같은 작가,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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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 유행했던 뮤지션 중에서 extreme이라는 락그룹이 있다. 앨범을 보면 10곡 중에 한두 곡은 사랑고백용으로 적합한 말랑말랑한 발라드 락이었다(<More than words>나 <When I first kissed you>같은). 예전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철수 아저씨께서 말씀하셨다. ‘나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이런 느낌이라고, 후훗. 이 책도 딱 그런 느낌이다.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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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 유행했던 뮤지션 중에서 extreme이라는 락그룹이 있다. 앨범을 보면 10곡 중에 한두 곡은 사랑고백용으로 적합한 말랑말랑한 발라드 락이었다(<More than words <When I first kissed you>같은). 예전에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철수 아저씨께서 말씀하셨다. ‘나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이런 느낌이라고, 후훗. 이 책도 딱 그런 느낌이다.

 

주변에서 하도 김연수 님의 글이 좋다고 해서, 올해 초에 도서관 빌려 『밤은 노래한다』와 『굳빠이 이상』을 읽었다. 너무 진지했고(나는 누누이 얘기하지만 문학이나 영화는 현실을 탈피할 수 있는 즐겁고 신나는 것이 좋다) 시대물 역시 별로 안 좋아해서(시대물의 탈을 쓴 김영하 님의 『아랑은 왜』만은 예외로 하자) 내 타입이 아니거니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가볍고 짓궂어서 맘에 든다.

 

초반엔 이 책이 영어책인가 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르는 단어가 많아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었다는 뜻이다. 나름 책을 사랑하고 책 좀 읽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나마 전자사전에 국어사전 기능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영영사전은 4종류(사랑하는 Oxford, 초보자용으로 적합하다 하여 맨 처음에 산 Collins Cobuild, 가끔씩 보는 Word Web, 사놓고는 10번도 보지 않아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Word Smart 2)나 있으면서 국어에는 너무 무심했다. 국어사전은 고등학교 이후로 보지 않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사실은 학교에서 낮잠을 위해 가리개 용도로 영한사전과 함께 사용). 첫 페이지인 11페이지부터 사전을 뒤적였다.

 

p. 11

신랑은 별무소용으로 밥상에 오르는 간장종지나 마찬가지다.

☞사전에 찾아도 없음

 

맨둥맨둥해진 광수는 부케가 정상적인 포물선을 그리며 신부의 친구인 명희에게 날아가는지 지켜보기 위해 부케 쪽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그 순간, 게접스럽게도 부케의 오른쪽 윗부분이 광수의 눈에 들어왔다.

☞맨둥맨둥: ()산에 나무가 없어 반반한 모양 ()민둥민둥. 맨둥맨둥히()

☞게접스럽다: ()약간 지저분하고 더럽다. 조금 구접스럽다. 게접스레()

 

p. 12

하지만 신부가 던지기 위해 들고 있던 부케의 오른쪽 윗부분 때문에 마음이 보깬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거기에 맞서 자신의 혼을 증명하면 증명할수록 일이 꼬이게 마련이다. 그건 한 인간이 얼마나 쫀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날 때부터 인간이 쫀쫀하게 생겨먹었다는 것, 그것보다 더한 천재지변이 어디 있겠는가?

☞보깨다: ()(먹은 음식물이 잘 삭지 않아) 배 속이 거북하다. (무슨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마음이 자꾸 쓰이어 불편하다.

☞쫀쫀하다: ()<존존하다의 센말.

☞존존하다: ()피륙의 발이 곱고 고르다 ()쫀쫀하다 존존히()

 

p. 13

부케의 꽃 한 송이에, 또는 결혼식을 앞두고 절친한 친구가 장난 삼아 부른 노래의 가사 한 마디에 다시없던 사랑이 고자누룩해질 수 있다면, 양치질을 하는데 잇몸에서 피가 나오는 일은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똥겨주는 것이리라.

☞고자누룩하다: ()①요란하거나 사납던 기세가 수그러져 잠잠하다. ¶몰아치던 비바람이 좀 고자누룩해지다. ②괴롭고 답답하던 병세가 좀 그만하다. 고자누룩이()

☞똥기다: ()귀띔하다. 내막이나 내용의 꼬투리를 암시하다.

 

p. 14

진눈깨비는 아령칙하다라는 형용사에 어울리는 물질이다.

☞아령칙하다: ()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기연가미연가하다. ()어령칙하다. 아령칙이()

 

p. 33

광수가 부르대듯 재깔거렸다.

☞부르대다: ()(남을 나무라기나 하는 것처럼) 야단스럽게 떠들어 대다.

☞재깔거리다: ()자꾸 재깔재깔하다. 재깔대다. ()지껄거리다

 

p. 44

광수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느냐고 메뜨게 물었다. 진우는 하마터면 봄날은 간다에 나왔던 이영애처럼 우리 헤어져!”라고 단호하게 말할 뻔했다.

☞메뜨다: ()몸놀림이 둔하고 굼뜨다.

 

p. 48

너처럼 쫀쫀하게 몽그작거리는 애를 평생 매일 아침 9시까지 증권회사 석계 지점으로 출근하게 만드는 일은 병장이 이등병 머리 박게 하는 것보다 더 쉬워.

☞몽그작거리다: ()()자꾸 몽그작몽그작하다. 몽그작대다. ()몽긋거리다. ()뭉그적거리다.

 

p. 62

닭다리를 진우 앞으로 밀어 놓으며 선영이 선드러지게 대답했다.

☞선드러지다: ()태도가 맵시 있고 경쾌하다. ()산드러지다

 

p. 68

광수는 일단 마개를 따고 맥주를 길게 들이켰다. 그래도 가슴을 옥죄는 친친한 느낌만은 가시지 않았다.

☞친친하다: ()축축하고도 끈끈하여 불쾌한 느낌이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리송하거나 모르는 단어들이었다. ‘맨둥맨둥이나 몽그작거리다는 작은 말은 익숙하지가 않다. ‘민둥산이나 뭉기적대다처럼 주로 큰 말로만 쓰여서 그런 것 같다. ‘아령칙하다선드러지다 msword에서 표준말로 인식 못하는 말이다. 워드에 먼저 쓰고 옮기려고 워드에 쓰는 중인데 그 단어들 밑에 빨간 줄이 죽 그였다. 역시 워드만 믿어선 안 된다.

 

일단,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다 찾고 난 뒤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맘에 들었던 부분을 조목조목 적어보자. 연애도 못하면서 사랑이 들어간 소설이나 에세이는 좋아하는 것 같다. 비를 직접 맞는 건 싫지만 안전하고 포근한 실내에서 창문으로 비구경하는 건 즐기는 건가. 아니면 단지 인간 심리에 대한 고찰인건가. 뭐 어찌됐든 사랑만큼 흥미진진한 소재는 없으니까.

 

p. 55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사랑을 이루지않고 사랑에 빠지는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집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 눈물, 어둠, , ,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 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 넣는 일은 계속 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숲 속 빈터가 열리게 되면 뜨거운 육체의 아름답고 털 없는 동물들이 뛰놀게 된다고 서양의 어느 시인을 노래했다.

일단 온 존재가 완전히 비워지면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랑은 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사랑에 빠졌을 때, ‘는 질투로 몸이 달아 자살을 떠올리는 심약한 청년이 되기도 하고 어떤 투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너그러운 성자가 되기도 하고 청소차가 지나가는 새벽 거리를 비스듬히 누워서 바라보는 폐인이 되기도 한다. ‘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처럼 권투선수와 의사와 운전수가 될 수도 있고 안치환의 노래처럼 그대 뺨에 물들고 싶은 저녁 노을이나 그대 위해 내리는 더운 여름날의 소나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 끝나면 이 모든 가능성은 사라진다. 사랑의 종말이 죽음으로 비유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데, 그러면서 무한히 확장됐던 는 죽어버린다. 진우의 말처럼 한 번 끝이 난 사랑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죽음은 비가역적인 과정이다. 사랑의 종말도 그와 마찬가지다. 확장이 끝난 뒤에는 수축이 이어지게 된다. 사랑이 끝나게 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는 원래의 협소한 로 수축하게 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p. 80

꽃에는 입술이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사랑에는 혀가 없지만 네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위대한 개인으로 자란다. 거울에 비친 그 위대한 개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느냐는 미 우주항공국의 업무지만, 우리가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느냐는 스스로 대답할 문제다. 그건 우리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느냐, 혹은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깊이 사랑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사랑은 우리의 평생교육기관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입학할 수 있는 성인들의 학교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낼 때까지 우리는 계속 낙제할 수밖에 없다. 죽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할 테니, 결국 우리가 그 학교에서 졸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싫은 캐릭터인 진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올법한 좀 질척거리는 인물이다. 그래도 이런 비유는 참 맛깔스럽다. 그런데 왜 폴 스튜어트였을까? 아르마니나 휴고 보스나 에스메랄도 제냐 같이 <GQ>에 나오는 고급브랜드 많잖아. 아니면 젊은 취향(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폴 스미스는 어때? 작가가 폴 스튜어트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폴 스튜어트가 의미하는 바가 특별히 있는 걸까?

 

p. 69

폴 스튜어트 정장을 사는데, 진우는 정확하게 소설책 2750권을 팔아야만 벌 수 있는 인세에 해당하는 돈을 쏟아 부었다. 말 그대로 쏟아 부었다’. 왜냐하면 그건 진우가 한 권위 책을 펴내고 벌 수 있는 인세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당초 진우는 그런 걸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진우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의 가격을 10분의 1이나 24분의 1이나 많게는 36분의 1로 나눠서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런 마술을 거치면 폴 스튜어트도 진우의 눈에는 20만 원대로 보였다. 물론 할부이자라는, 별로 탐탁하지 않은 부산물이 생기기는 하지만.

 

 

 

대학교 동창들의 송년회를 겸한 집들이에서의 한풀이도 재미있다.

p. 88

그 이사 놈이 첫사랑이랍시고 나불대는 얘기는 또 얼마나 유치한 줄 아냐? 여직원들만 있으면 줄기차게 얼레발치는데 듣고 있노라면 모래시계가 다로 없다니까. 웬만큼 분위기가 제 뜻대로 돌아간다 싶으면 술을 한 잔 들이켠 뒤에 여직원에게 이렇게 말하지. 모든 걸 버리는, 그런 사랑 해봤니? 인습과 관습을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 온몸을 불태우는 그런 사랑. 우리 한번 그런 사랑을 불태워볼까? 우리 둘이서만. 좆까라, 씨발놈아. 어떤 미친년이 하필이면 유부남이랑 인습과 관습을 뛰어넘어 위대한 사랑을 불태운다냐? 그 이사 놈이 하도 추저분하게 구니까 여직원들이 같이 물도 안마셔. 그러니까 이 새끼가 똥 진 오소리라고 자꾸 나를 붙잡고 술을 마시지. 만날 야근하다가 모처럼 일찍 들어가려고 하면 이 새끼가 붙잡는 거야. 그렇게 붙잡히면 보통 새벽 2시야. 가정파괴범이 따로 있는 게 아니야. 이 새끼는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나 싶었더니만 아니나다를까 별거 중이더만.”

 

 

 

왜 나는 요즘의 남녀들은 먼저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난 뒤에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예전에 학력고사 때는 선지망 후시험이어서, 자신의 시험점수를 모르고 대학을 지원했었다는데, 김연수 작가는 학력고사 세대라 그렇고, 나는 수능 세대라 그런 걸까?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일단 얘기는 통해야 하지 않나내가 아는 걸 그 사람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잖아. 누울 자리를 봐야 다리를 뻗지.

 

p. 105

당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상대방을 알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부모님은 자상한 분인지 고지식한 분인지, 형제끼리는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지 아닌지, 지금 사는 집은 어디인지, 거기서 태어났는지 아니면 고향은 어디 다른 곳인지 끊임없이 물어본다. 질문과 대답이 되풀이되면서 사랑은 점점 더 깊어진다. 면접시간에 옆에 앉은 사람보다 더 많은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최소한 경쟁자 한 명을 제친 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 호기심이 모두 충족되고 나면 추상적인 호기심이 시작된다. 슬플 때는 곧장 눈물을 흘리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범하게 구는지, 태어나서 제일 기뻤던 순간은 언제이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또 언제인지, 삶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지 다른 사람의 눈까지 생각해서 바라보는지 등이 두 번째 굽이에서 알아내야만 하는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제목의 그 선영이를 등장인물의 중 선영이가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뒤의 작품해설을 보니 중의적인 표현인가 보다. 예전에 유행했던 여성싸이트 티져광고 말이다. ‘선영아 사랑해’. 거기에서 따왔지만 소설 제목은 사랑이라니, 선영아하하하..



c******t 2010.04.11. 신고 공감 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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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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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고 지나간다는 작가의 소개말처럼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해와 방식이 다른 '진우'와 '광수'가 등장한다. 결혼식장에서 선영이가 들고 있던 부케의 팔레노프시스 한 송이가 꺽어진 것에서 시작된 광수의 의심은 사랑에 대한 견해를 밝혀간다. 진우와 선영의 관계에서 의문을 남기는 '사랑만 남겨놓고떠나가느냐'로 맴도는 '얄미운 사람'이라는 노래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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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고 지나간다는 작가의 소개말처럼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해와 방식이 다른 '진우'와 '광수'가 등장한다. 결혼식장에서 선영이가 들고 있던 부케의 팔레노프시스 한 송이가 꺽어진 것에서 시작된 광수의 의심은 사랑에 대한 견해를 밝혀간다. 진우와 선영의 관계에서 의문을 남기는 '사랑만 남겨놓고떠나가느냐'로 맴도는 '얄미운 사람'이라는 노래는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따라 달리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철학적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과 광고나 개콘에서 볼 수 있는 통속적인 요소도 묻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사전적 용어가 책을 넘기기 전에 멈추어 생각하게도 한다. 광수는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열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야 된다고 하는 것. 반면에 진우는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들에 대해 기억을 남겨두지 않을 뿐더러, 다 아는 것보다 모른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닫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차이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낭만적 사랑'과 자본주의 가 만들어낸 공산품에 불과하다는 견해의 차이에 어느 편을 들어줄지 자신의 사랑과 비추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노래 뒤에 숨어있는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서 밝혀지는 반전이 재미있다.

[인상깊은구절]
모든 게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처럼 사랑했던 마음은 반품시켜야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e****r 2005.10.1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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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그게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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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고,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질투에 불타는 남자 광수. 사랑이라니, 그런게 있는 건지 의심하고, 진실을 외면할 줄 아는, 아랫도리로만으로도 살 수 있는 남자 진우. 적당히 사랑을 말하고 적당히 외면할 수도 있는 여자 선영.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 두남자와 한여자의 사랑이야기, 혹은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보다는 설정과 묘사에 쓰이는 도구들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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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고,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질투에 불타는 남자 광수. 사랑이라니, 그런게 있는 건지 의심하고, 진실을 외면할 줄 아는, 아랫도리로만으로도 살 수 있는 남자 진우. 적당히 사랑을 말하고 적당히 외면할 수도 있는 여자 선영.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 두남자와 한여자의 사랑이야기, 혹은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보다는 설정과 묘사에 쓰이는 도구들에 더 의미가 크다. 위트 넘치는 대사들과 그네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확실히 와닿기 때문이다. '사랑해, 선영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결혼이 미친짓인 줄 아니?' 우습거나 패러디가 담긴 소설도 아닌데 간간히 등장하는 이런 대사뿐만 아니라 '아령칙하다' '얼멍얼멍하다' 등의 독특한 어휘- 특별한 묘사방식 등등 소설을 즐겁게 해주는 장치가 많다. 작가가 쉬어가는 소설이라 표명한 만큼의 가벼움 탓일수도 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부분을 발췌해보자면, 「 "명희, 니가 시집을 못가는 이유는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너무 많이 배우면 자의식이 너무 커지고 자신을 너무 사랑하게 되고 말이 너무 많아져." " 아유, 정신이 보디빌딩을 하네. 왜 니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대접받으려고 들면서 우리보고는 덜 사랑하라고 말하니? 이제 겨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뭔지 알게 된 우리더러." 」 이다. 지금 내게 가장 와닿는 말이어서인가보다. 흔히 말하는 '궁합이 잘맞는다'라는 얘기는 여자의 기가 약하고 남자의 기가 강해 집안에 큰소리 날일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궁합이 좋다는 얘기는, 여자에게는 좋은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우습지도 않은 현실. 지금을 사는데 있어서, 정답은 광수에게도 진우에게도 있지 않다. 그러니 또다른 선영이일 나의 선택은, 바로 내게 정답이 있을 것이다.
r****o 2005.05.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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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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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 내가 객관적으로 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가 사랑에 빠져들곤 한다. 나는 사랑이 없다고 하지만 나 또한 그 사랑 안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나의 가정 속에서 아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또다른 형태인 안락함을 나타났을 뿐 그것 또한 사랑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들 질투를 하고 시기를 하며 남의 모든 것을 내가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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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 내가 객관적으로 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가 사랑에 빠져들곤 한다. 나는 사랑이 없다고 하지만 나 또한 그 사랑 안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나의 가정 속에서 아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또다른 형태인 안락함을 나타났을 뿐 그것 또한 사랑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들 질투를 하고 시기를 하며 남의 모든 것을 내가 알기를 바란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것은 불안정하고 문제가 있는 행동들이지만 확실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바탕이 되어있으면 이것은 누구나가 남몰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싸움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서로에게 집착을 하고 더욱 더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니까...
r****l 2004.05.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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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여전히 그래도 역시 사랑을 믿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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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는 입술이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사랑에는 혀가 없지만 네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위대한 개인으로 자란다. 거울에 비친 그 위대한 개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느냐는 미 우주항공국의 업무지만, 우리가 얼마나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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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는 입술이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사랑에는 혀가 없지만 네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위대한 개인으로 자란다. 거울에 비친 그 위대한 개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느냐는 미 우주항공국의 업무지만,

우리가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느냐는 스스로 대답할 문제다.

그건 우리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깊이 알고 있으냐,

혹은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깊이 사랑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 본문 80Ρ에서

 

 

*

이 시대, 우리들은 사랑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그렇다. 당신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어떤 사랑을 하는지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사랑해 선영아'라는 버스 광고가 서울 곳곳에 떴을 때, 나는 한창 열애중인 이십대였다.

그 광고가 어느 돈 많은 집 남정네의 사랑고백인가 싶어 우스우면서도 내심 부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그 광고에 길가던 수많은 김선영, 이선영, 박선영, 황선영들의 가슴이 얼마나 뛰었을까 싶어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후 그 문장이 어느 인터넷사이트의 광고였음을 알았을 때는 뭐랄까

역시 세상에 그런 로맨티스트 따위 없는 거야, 당연하지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섭섭했다.

그런 사랑이나 로맨스없는 삭막한 도시 생활과 그럼에도 그런 훈훈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나 사람들의 유치한 감상마저 광고에 사용되는 세태에 좀 짜증이 올라왔달까 그랬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랑의 환상마저도 산산이 부서져 버린 그런 시대에.

김연수의 소설<사랑이나리, 선영아>는 그런 이 시대의 사랑의 쪼잔함, 서글픔, 우울함, 비겁함, 헛된 환상과 그 환상의 지저분한 이면까지우습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소설은 재미있게 읽히지만 읽는 마음은 어딘가 싸아하고 씁쓸해져 온다.

 청춘을 지나오면서 사랑과 연애의 그 뜨거운 감정에 한번쯤 데였던 사람이든 그저 미지근한 추억뿐인 사람이든 아니면 그런 연애와 사랑에 목마른 이든 그런 모든 사랑과 연애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든 우리들은 모두 이 시대의 사랑법과 연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누구나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고 이 시대의 사랑을 경험했고 경험하고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상도 없고, 신비도 없는, 속도와 비루함과 연민과 서글픔이 곳곳에 담긴 그 사랑말이다. 이 소설은 사람들의 가슴에 아직 남은 사랑에 대한 환상과 기대, 열망과 허상과 더불어 그 이면에 숨겨진 씁쓸함고 비루하고 비참하고 우스꽝스러운 일면을 함께 잘 비벼놓았다. 그래서 어린 연인들에게는 그닥 권하고 싶지는 않다. ^^;;

 이야기 곳곳에 사랑에 관한 다양한 정의와 비난과 비판과 연민을 늘어 놓은 재미난 문장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동시에 짐짓 소설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듯이 잊혀진 낯선 단어들을 열심히 혹은 굳이 집어 넣은 듯 느껴지는 부분들도 눈길을 끌었다. (김연수의 소설에선 꼭 그런 낯선 단어들을 만나게 되는데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름답지만 사라져가는 아니 거의 사라져버린 단어들이 말이다)

어째든 짧아서 더욱 휘리릭 읽히는 이 시대의 사랑에 관한 푸념같은 김연수의 <사랑이라니, 선영아>였다. 제목부터 재미있지 않은가. 제목 그 뒤에 어떤 문장을 넣든 참으로 가슴 싸하니(?) 재미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너 그런 걸 기대했니?

사랑이라니, 선영아. 그건 너의 착각이었어.

사랑이라니, 선여아.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구나.

사랑이라니, 선영아. 사랑, 그런 건 없단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너 아직 순진하구나.

사랑이라니, 선영아. 그건 사랑이 아니었단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이제 정신 좀 차려라.

사랑이라니, 선영아. 아침은 먹고 가야지~

사랑이리니, 선영아.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는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문장들을 책 속에서 혹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찾아낼 수가 있다. 저 문장에서 선영을 빼고 자신의 이름을 넣었을 때 우리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라라.

그나저나 당신은 사랑이라니, 선영아, 그 뒤에 어떤 문장을 넣어 주고 싶은지?

- 다락방서 허뭄

 

g*****6 2009.06.2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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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감정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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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사실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선을 사서 읽다가 절반가량 읽고서 접어 버렸다. 풍문에 듣자하니 김연수 작가의 책들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고 하는데, 아마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나의 궁합이 맞질 않았었나 보다. 대신 어제 읽은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적은 분량 때문인지 쉽게 다 읽을 수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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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사실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선을 사서 읽다가 절반가량 읽고서 접어 버렸다. 풍문에 듣자하니 김연수 작가의 책들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고 하는데, 아마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나의 궁합이 맞질 않았었나 보다. 대신 어제 읽은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적은 분량 때문인지 쉽게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김연수 작가식 사랑학 개론이라고나 할까. 격동의 세월이 지난 끝자락에서 대학생활을 한 세 명의 영문과 동기들의 엇갈리는 사랑, 그리고 다시 13년이 지나고 나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랑에 대한 고찰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사랑이 완성이 결혼은 아니라지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불완전하나마 어느 정도 완성품에 가까운 게 바로 그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닌가 싶다. 작가는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빌려 결혼은 사랑하는 두 남녀의 결합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집단의 ‘상호증여’에 그 핵심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사무실에서 결혼한 동료분이 접한 작금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어찌나 그렇게 가슴에 와 닿는 말인지 모르겠다.

 

동갑내기 친구들인 증권사 직원 광수, 그의 아내가 된 선영(오래전 광고 문구에서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선영’이다) 그리고 소설가로서 룸펜 인텔리겐치아의 모습으로 사는 진우가 김연수 작가가 펼치는 사랑학 개론의 당당한 주인공들이다. 현명한 독자 제씨라면 바로, 통속적인 삼각관계가 연상될 것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 사랑이 있는데, <사랑이라니, 선영아>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부서진 감정의 껍질나부랭이들에게 둘러싸여 허우적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라고 할 수 있는 광수는 이제는 아내가 된 선영과 만인의 연인 진우와의 과거에 ‘오셀로’ 같이 시기와 질투심이라는 저급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전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자기파멸로 치닫거나 그러진 않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홀로 독차지하려는 고독에 쩔은 보노보(다른 말로 피그미침팬지라고 한단다!)의 몸부림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광수가 집착하는 팔레노프시스, 우리 말로는 호접란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서 영어단어 deflower가 불현듯 떠올랐다. 결혼식장에서 미래의 아내 선영이 들고 있던 부케의 호접란 한 송이가 꺾여지는 것을 보고 불 같은 질투의 화신으로 변했던 그의 모습에서 순결강박증에 걸린 마초의 이미지가 선뜻 지나갔다. 어쩌면, 소설은 문학계의 자칭 서태지라는 진우가 아닌 광수가 써야 했던 게 아닐까?

 

사랑에 대해 김연수 작가가 글로 쏟아 놓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아서 알파와 오메가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조금은 난감하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는 부분은 바로 사랑은 모든 감정의 ‘블랙홀’이라는 주장이었다. 작가는 인간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집어삼키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 했던가. 역시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아는 이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도 빼놓을 수가 없겠다. 도저히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타오르던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듯이, 사랑이라는 환영 속에 자신을 홀라당 빼앗겼던 이들도 사랑이 끝나고 나면 조용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그의 썰이 그야말로 묵시록처럼 뇌리를 스친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준비하거나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이들에게 상대방의 정체성까지 요구하는 과도한 사랑은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김연수 작가는 주문한다. 아마 작가는 그런 사랑일수록, 사람들이 거의 미칠 정도로 염원하면서도 이성적으로 거리를 두려 한다는 비밀을 남보다 먼저 깨달았나 보다. 마르크스 동무의 위대한 사회적 유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기애, 고학력, 그리고 자의식 과잉에 이르기까지 사랑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핑계가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시대에 멋진 사랑학 개론이었다.

h******1 2009.11.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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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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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나와주지 않는 원고에 대한 압박감으로 나는 심지어 레포트로 도망이라도 쳐버릴 기세였다. 사실 그랬다면 그건 매우 바람직한 결과였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레포트를 손에 잡으면 또 거기서 도망치기 위해 원고가 하고 싶어질 게 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왕에 붙잡은 걸 하기로 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다. 뭐가 들어갈지는 이미 오래전에 다 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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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나와주지 않는 원고에 대한 압박감으로 나는 심지어 레포트로 도망이라도 쳐버릴 기세였다. 사실 그랬다면 그건 매우 바람직한 결과였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레포트를 손에 잡으면 또 거기서 도망치기 위해 원고가 하고 싶어질 게 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왕에 붙잡은 걸 하기로 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다. 뭐가 들어갈지는 이미 오래전에 다 짜 놓았다. 그런데도 내가 방황하고 있는 건 문장이 안 나와줘서다.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거기에서 어떤 생각을 한다.]라는 것은 쉽사리 정할 수 있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해 내는 가는 다음 차원의 문제다. 최근 문학작품이라 불릴 만한 걸 제대로 읽지 못 하고 살았더니, 더구나 초딩들의 되도 안 하는 글쓰기 결과물을 열심히 읽고 채점하고 있었더니 머릿속에서 문장들이 모두 단순화 되었는지. 요즈음 나는 문장의 고갈을 느끼고 있다. 써 놓고도 도통 마음에 들지 않고, 바로 앞에서 썼던 문장 형식을 다음 문장에서 효과 없이 반복하고 있고. 똑같은 형용사 외에는 다른 형용 방법이 떠오르지 않고. [은/는/이/가]의 무한 반복. 너무 써먹어서 이제는 식상한 꼬인 문장.

 

 

짜증이 나서 도통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지라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하고 김연수의 책을 펼쳐 들었다. 문장이 썩 좋은 작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문장의 시험에 있어서는 지칠 줄 모르는 작가라 문장이 고갈 되었을 때 도움이 많이 된다. 사 놓고 아직 못 읽었던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펴 들고 읽는데, 나는 채 10장을 못 넘기고 다시 김연수에게 반해버렸다.

 

 

 

세상에 대한 이 사람의 지극한 관찰력과 통찰,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비유법은 감탄스럽다. 한 작품에 한 두 번 정도 훌륭한 통찰이 나와도 괜찮은 평가를 해 줄 수 있는데, 김연수의 작품은 대체 어디에 줄을 긋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튀어난 통찰과 그것을 매우 적절하게 비유한 참신한 표현이 매우 많다.

 

[미혼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뀌는 과정은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일과 비슷하다. 유부남이 되면 갑자기 자신을 둘러싼 중력이 여섯배나 강해진다는 사실에 멍멍해진다. 하지만 달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할 수는 없다. 반드시 무중력 공간을 거쳐야만 한다. 신혼여행이 바로 그런 무중력 공간에 해당한다. 아직 혼인 신고도 하지 않은 법적인 미혼녀의 육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탐닉할 수 있는 그 밀월여행은 확실히 무중력 상태와 닮았다. 귀 안쪽에 있는 반고리관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 해 감각신호들이 달라지는 현상이나, 뇌의 지시를 몸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 하는 현상은 우주공간에서나 신혼여행지에서나 늘 일어나는 일이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꺠무는 일과 비슷하다. 애당초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깨문 게 아니다. 왜 먹지 않고 놔두느냐는 주위의 채근을 이기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볼썽 사나운 껍질 뿐만 아니라 초라한 알갱이까지 갈부수고 난 뒤에야 차라리 그냥 막연하게 상상하던 때가 더 좋았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미혼녀와 유부녀, 그 사이에는 무중력 공간의 황홀감 따위는 없다. 그저 혼자 빗자루를 들고 정리해야 할 부서진 감정의 껍질 나부랭이들만 파몰아칠 뿐이다.]

 

소개를 위한 인용이니 저작권법에 걸린다고 하지는 마시길!

 

남자의 경우를 이야기 할 때만 해도, 꽤나 재미있는 발상이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 후 여자의 경우를 이야기 할 때에 남자의 경우와 연계되어 생각 되며 나는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문장은 결혼생활의 구질구질함을 구구절절 늘어 놓는 그 어떤 소설 한 편과 나란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가진다.

 

이 외에도 [대체 이 사람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기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수 많은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궁금한 분들은 직접 읽어 보시길.

 

 

k*******g 2009.04.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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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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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사랑"만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항상 꿈꾸고 바라는 온전한 사랑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을 잘 알때 다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이성적,감정적,환경적인 깨달음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랑고백>을 할 수 있는 듯 합니다.   너무나 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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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사랑"만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항상 꿈꾸고 바라는 온전한 사랑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을 잘 알때

다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이성적,감정적,환경적인 깨달음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랑고백>을 할 수 있는 듯 합니다.

 

너무나 제 현실과도 비슷한 이야기들..너무나도 공감했습니다.

 

'사랑'..을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고백'을 준비하는 이 세상의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t****o 2007.01.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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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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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작가를 알게 되고, 어떤 면에서든 흡족하다 싶으면 작가의 초기작부터 찾아서 다 읽곤했다. 그런데, 김연수만은 그렇질 못했다. 그래서 최근 소설들만을 접하고, 그에게 어떤 오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1. 굉장히 여러 방면에 공부가 많은 지적인 사람이구나 2. 운동권 마지막 세대로서 부채감을 가지고 있나? 조금 무겁다...   아하하, 1번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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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작가를 알게 되고, 어떤 면에서든 흡족하다 싶으면 작가의 초기작부터 찾아서 다 읽곤했다. 그런데, 김연수만은 그렇질 못했다. 그래서 최근 소설들만을 접하고, 그에게 어떤 오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1. 굉장히 여러 방면에 공부가 많은 지적인 사람이구나

2. 운동권 마지막 세대로서 부채감을 가지고 있나? 조금 무겁다...

 

아하하, 1번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나, 2번의 생각은 철저한 오해였다. 뿐만 아니라, 이 작가 되게 재밌다.

 

물론 얇은 소설이기는 하나, 금새 후루룩 읽힐 뿐만 아니라, 말 가지고 노는 솜씨와 사랑-질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소설'로 철저히 풀어내는 기량이라니.

 

그러면서도 가벼울 수 있구나..하니 놀랍다. 

 

광수와 선영의 집들이씬과, 노래방 '잤니?' 사건이 가장 두드러지지만, 나에게 가장 극적으로 웃음을 준 장면은 선영과 광수의 결혼 직전 진우의 '원룸씬'이다.

'사랑' 혹은 '연애'의 무수한 경험과 철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진우가, 광수에게 '영혼의 질이 다른 놈'이라고 늘 면박을 주던 장면을 철저하게 뒤집어 버린 통쾌한 장면. '선영아, 사랑해. 정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한 번만, 한 번만 나랑 자자.'아하하하하... 선영을 붙잡아대는 진우...

 

'낭만적 사랑'이 18세기 이후,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낸 '음모론'이라는 진우의 설명부터, 심리학,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꽤나 많은 학문적 고찰을 수많은 학자들이 해댔고, 해대고 있다.

'낭만적 사랑'을 철저하게 비웃음치는, '진우'가 해대는 헛발질이라니...

결국, '사랑'에 대해 아무도 명쾌히 밝혀낸 자 없으니 여전히 사랑은 지속되고, 사랑이 끝나는 자리에서 함께 했던 기억을 하나 하나 꺼내어 혼자서 정리를 하게 되는 것이지 않겠나?

 

그러나, 자기 자신을 철저히 이해하고,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라는 진우의 말을 곱씹다 보니, 난 태어나서 이성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물론, 장난처럼 키득거린 적은 있지만, 진지하게 '사랑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결국 난 나를 알고, 나를 먼저 사랑하지 못했던 것일까? 으흠.....

 

김연수 작가의 초기작들을 좀 살펴봐야겠다. 7번 국도, 굳빠이 이상 등등



i*******0 2010.05.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