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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번역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싶어 아마존에서 원서를 사서 읽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다른 나라 말과 글이라 진도(?)가 쉬 나가지 않고 있던 중 반갑게도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바로 사서 쉬이(?) 읽었다.
미국대법원처럼 정치적인 법원도 없을 것이다. 대개는 지명한 대통령의 정치적 당파에 맞게 그 대법관들이 판결에 의견을 표명하고 그것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되어 미국의 중요한 정책들이 법적인 표현을 입어 결정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그 속을 알수 없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지명할 경우에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가깝게는 수터 대법관, 멀게는 스티븐슨 대법관, 블랙먼 대법관, 더 멀게는 얼 워렌 대법원장들은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의 정치색과는 다른 의견들을 표명했고 그것이 미국 법치주의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판결들을 만들어 내게 했다.
이 책은 이러한 대법원판결의 옷을 입은 대법원 내의 정치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 책은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의 신문기자 밥우드워드의 The Brethren('지혜의 아홉기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과 유사한 내용을 그 시기만 달리하여 그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다.
The Brethren(지혜의 아홉기둥)이 찬란했던 얼 워렌 대법원의 영광이 쇠잔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워렌 버거 대법원의 모습이라면(여기에서 그려지는 브레넌 대법관의 모습은 참으로 안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은 렌퀴스트 대법원의 보수적 역학 관계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안스럽다. 강력한 샌드러 데이 오코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닉슨에게 임명되어 그를 천거한 친구 워렌 버거 대법원장과 함께 한때는 미네소타 쌍동이라 불렸던 블랙먼의 사투가 참으로 처절하다. 웨이드 대 로 판결을 지켜냈지만 그 알맹이는 오코너에게 다 내주고 사실상 그 껍데기만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힘의 한계를 깨닫고 그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자신 쓴 웨이드 대 로 판결을 어쨋든 지켜냈다. 그리고 그 판결은 여태까지도 진보적 법률가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상징으로 남아있고, 반면에 보수주의자들에게는 가장 시급히 폐기되어야 할 위험하고도 불경스러운 판결로 인식되어 있다.
생래적으로는 더 정치적이고 그 의지 또한 이에 적극 봉사하려고 하면서도 정치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수사에 익숙해 마치 중립적인 법의 역할에만 충실한 듯 착각하는 우리 대법원과 일부 대법관들의 모습을 보면, 그 허위와 가식의 추잡함에 오히려 미국대법원의 정치성이 솔직하다라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렌퀴스트 대법원은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였지만 모든 것을 다 하진 못한 짙은 아쉬움이었고,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광이 너무나 간절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이 이 책에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참 좋은 책이다. 대법원의 정치는 차치하더라도 1980년대 및 1990년대 미국대법원의 그 유명한 판례의 형성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한 번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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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미 연방 대법원을 해부한 책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로 대별되는 대법원 판사들의 면면들과 그들의 이념 대립, 그리고 그들의 판결이 불러온 파장들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모든 역사는 진보하기 마련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미국 권력이 가진 보수로의 회귀의 꿈을 진보주의자들이 간신히 막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아직은 균형을 잡고 있다고는 하나, 그 균형이 깨지면 이 세계는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방 대법원은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엄청난 힘을 가진 기관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힘이 판결이라는 논리와 이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존경과 지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이성적으로 돌아갈 것 같은 곳에서도 비이성적인 것들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판사 역시 인간이고, 인간이란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든 존재이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비교적 독립적이라는 연방 대법원이 요즘에도 대통령의 입김에 많이 좌지우지 하게 된다는걸 알고는 조금 실망을 했다.--이럴때 보면 난 아직도 순진하다.--법에 의한 판결이라고는 하나, 법이라는게 귀에 걸며 귀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 식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게 당연하니 말이다. 공정하고 공평한 법 해석이 아니라, 자신의 당파와 이념에 의해 결론을 만들어 내는 판사들을 보면서 , 미국이 이러할진대 우리는...이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직까진 보수와 진보 진영이 4:4로 1명의 중도파에 의해 한쪽으로는 치우치지 않는다고 하던데, 과연 그 대립이 깨져 보수 진영이 대법원을 장악한다면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 섬뜩하기만 하다.
길게 써도 되는 책이나, 그럴 생각이 없는 관계로 줄여 본다면... 그간 관심이 가던 판사들에 대해 한꺼번에 알수 있어 좋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판사를 들라면 수터와 오코너 판사였다. 조용히 진보 진영의 마지막 보루로써의 역활을 충실하게 해내시던 그들의 매력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듯하다. 반대 의미에서 인상적이었던 판사를 들라면 당연히 토마스다. 임명때 성추행 사건으로 그렇게 요란스럽게 등장하더니, 지금도 여전히 완전 우파에 치우친 멍청한 판결만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시사 주간지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토마스 대법관은 자신이 백인인줄 아는 흑인이라고. .." 동감한다. 임명 된 이후로 자신의 과거와 피부색을 송두리째 뒤업는 판결만을 줄기차게 내어 놓고 있다던데, 그는 자신이 그저 보수 권력의 개 일뿐이라는걸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비록 사생활적인 면에서는 친근한 분이라고 하지만서도, 과연 연방 대법관으로써, 그의 판결이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일까? 동시대인들의 눈을 가릴 수는 있으나,역사의 눈은 가릴 수 없는데 말이다. 하긴 그 정도의 시대적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시가 대법원 판사로 임명했을리 만무하지만서도. 참, 대대로 욕을 먹을 짓을 꾸준히 해 대는 토마스 그대는 고집불통쟁이, 우후훗~~~~! 그를 보면서 어쩜 연방 대법원 판사의 최대 자질은 세상에 대한 유연한 사고여여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표본으로 보여주고 있으신게 아닐런지...
미 연방 대법원의 속내가 궁금하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칭찬 일색의 미화가 아닌, 있는 그대로 서술하려는 작가의 통찰력과 대범함과 신랄함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건 미국이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런지...우리나라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그런 프로젝트니 말이다. 다만 간간히 번역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것이 눈에 뜨이고, 평소에 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다, 작가의 통찰력이 대법원 전반을 아우르기엔 미흡한 점들이 강추천으로 넣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하긴 그 누가 모순없이 그 모든 사건들을 한가지 시선하에 통찰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엔 너무 복잡한 문제들로 산적한 곳이니 말이다. 도중에 길을 잃지 않고 마무리를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칭찬을 받아야 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