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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오에 겐자부로, 다시 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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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일본에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가끔씩 그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했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 언제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시작하며 왠지 모르게, 그리고 작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이었는지 그의 작품은 단 하나도 읽지 못해왔다. 정말 단 한 작품도. 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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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일본에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가끔씩 그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했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

언제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시작하며 왠지 모르게,

그리고 작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이었는지 그의 작품은 단 하나도 읽지 못해왔다. 정말 단 한 작품도.

그의 작품으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를 맨 처음 읽게 되는 것은 사실 나로서도 별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의 작품 목록에서 대표작으로 앞서 꼽히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심지어 이런 작품이 있다고 이미 알고 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독특한 상황에서 비어 있는 시간.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 가운데 눈에 띠는 책 가운데 그의 책은 이거 하나뿐이었다(이미 다른 사람이 빼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연히 나의 오에 겐자부로의 첫 책이 되었다.

 


 

 

스토리는 이렇다.

막 신진 작가를 벗어나 이름을 얻어가던 오에 겐자부로는 한국에서 벌어진 김지하 시인 지원을 위한 일본 작가들의 단식 투쟁에 참여하고 있었다(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시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 장소에 영화제작자가 된 대학 시절 친구 고모리가 나타난다. 대학 다닐 때도 잠깐 교류가 있었을 뿐이었고, 졸업한 후로는 전혀 연락이 없던 그가 아역 배우로 유명해고, 이후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배우 생활을 했던 사쿠라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고모리는 사쿠라가 출현하기로 한 국제적 영화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오에 겐자부로에서 일본 측 영화 시나리오를 맡아줄 것을 제안한다(원래는 한국에서 김지하가 담당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에서의 사건으로 무산되었던 것이다). ‘미하엘 콜하스 영화’, 또는 ‘M 계획이라고 불리는 영화 제작 프로젝트였다.

 

독일의 민중 봉기 이야기를 메이지 유신 전후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역에서 전승되던 이야기이자, 오엔 겐자부로의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연극으로 만들었던 메이스케이야기로 번안하여 영화화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큰 사건은 없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영화 촬영에 들어가려는 시점에 촬영 팀에서 문제가 생겼고, 영화 촬영은 무산되었다.

 

사쿠라는 그래도 영화에 미련이 남았는데, 그 미련을 고모리가 좌절시킨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어린 시절 사쿠라의 후견인이자 나중에 남편이 된, 당시 일본 점령군의 일원으로 일본에 와 있던 미군(문화 쪽 일을 담당했지만) 데이비드 마거섁이 찍은 애너벨 리 영화때문이었다. 청소년 시절 영화를 보았던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영화에 대한 기억이 이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중적 기억이 모두 옳았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쿠라는 자신의 후견인이자 남편이 어린 소녀인 자신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지 않았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지만, 결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사쿠라가 겪는 악몽의 원인이었으며, 정신병의 원인이었다.

 

30년 후, 노벨문학상을 받고, 이제 일흔이 넘은 나이의 오에 겐자부로앞에 고모리가 다시 나타난다. 오에 겐자부로가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고모리와 사쿠라는 30년 전의 영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이 소설은 오엔 겐자부로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쓴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5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을 암시하는 내용도 없다. 그런 스케일도 아니다. 소설 작업을 하다 생을 마칠 수도 있는 나이와 건강 상태에서 짧게 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에서 분명 원숙함과 함께 피곤함을 함께 느낄 수는 있었다. 30년의 세월을 한꺼번에 뛰어넘으면서도 그것이 단절되지 않고, 마치 어제 일처럼 만들어버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단락과 맺음에 대한 기술이 노련한 솜씨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가 직접 쓰고 있듯이 새로운 형식이라면 다시 쓰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랜 글쓰기에 지친 모습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런 원숙함과 피로함을 뒤로 하면, 소설에서 많은 주제를 찾아낼 수 있다. 읽는 사람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삶에 주목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소설 속 영화, 그리고 시나리오의 소재가 되는 것이 바로 봉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그들이 대항했던 미군이 일본을 점령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봉기, 내지는 저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단 한 건도 벌어지지 않은 것이 일본이다. 그럴 만한 원인이 되는 것이 전혀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사쿠라가 겪은 성적 훼손을 들 수 있다. 이건 개인적인 것이고, 사소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그런 사례는 무척 많았을 것이며, 그것 말고도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사안도 많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복종을 미덕으로 미국 지배 체제 아래 말 없이 편입되어 갔다. 오에 겐자부로는 전후 자신의 어머니가 맡았던 역할을 배경으로 봉기의 의미를 자꾸만 되뇌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흔히 일본의 평화주의와 진보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받았었다. 그는 죽었고, 그의 작품들이 이야기하는 것으로만 그의 양심은 살아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23.10.30.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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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닌 듯 소설인 자전적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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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 오에겐자부로가 말했듯이 새로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오래 전「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를 읽은 후 구입하게 된 이 책과 함께 그의 전 작품의 기저엔 두 가지 공통적 주제가 큰 핵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첫째로 자국의 국제적 정치 노선에 대한 깊은 회의와 불신은 반전주의자인 그로 하여금 평화로운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문학적 항쟁과 궐기를 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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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 오에겐자부로가 말했듯이 새로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오래 전「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를 읽은 후 구입하게 된 이 책과 함께 그의 전 작품의 기저엔 두 가지 공통적 주제가 큰 핵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첫째로 자국의 국제적 정치 노선에 대한 깊은 회의와 불신은 반전주의자인 그로 하여금 평화로운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문학적 항쟁과 궐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자신을 ‘전후 민주주의자’로 선언하게 만들었다는 점. 다음으로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난 장남(히카리)과의 지난한 인생 역정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문학적 여정이라는 점.

 

달빛을 보면 /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고 / 빛나는 별을 보면 / 애너벨 리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네 / 바닷가 / 파도가 철썩이는 무덤가에 / 내 사랑 내 신부의 생명 / 멀리 떠나간 옆에 살아남아 있는 내 운명이여 (「애너벨 리」중, 125쪽)

 

50년 작가 인생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자 열 살에 일본 패전을 맞은 소년기에 미군의 점령 사태를 경험한 일본인 소년이 본 전후에 대한 고찰이 짙게 배인 「애너벨 리」에 대한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작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에 겐자부로에게 이 작품의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늘 희망했던 고향 이야기와 함께 재구성하게 되는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대한 묘사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에 「애너벨 리」, 거기에 고향 마을의 구전이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영화 소설.

 

사쿠라 씨는 깊이 생각한 것을 내게 다 말해주었어. 자네 어머니가 전후의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만 했던 시기에, 국가의 방침이 바뀌어 가업은 계속할 수 없게 되었지! 그런 역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용감하게 행동했고 큰돈을 손에 넣었어. 그것도 국가의 통제에 역행하는 암거래였으니, 들키면 잡혀갈 일이지. 아이들이 살아가려면, 당시에 넘쳐나던 부랑아가 되는 수밖에 없었어.(199쪽)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의 여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사쿠라와 영화제작자가 된 화자의 대학 동창생(고모리)이 어느 날 문득 화자를 찾아와 영화의 시나리오를 부탁한다. 사쿠라는 일본 패전 후 전쟁고아로 일본을 점령한 미군 후견인의 보호 아래 아역배우로 성장/활동하던 중 그와 결혼한, 알 수 없는 고통을 껴안은 채 고모리가 계획한 영화에 엄청난 관심과 열정을 쏟는 여배우다. 어릴 때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던 그녀와의 만남은 존경하던 은사(와타나베 교수)의 죽음으로 삶에 아무런 의욕을 느끼지 못하던 화자에게도 다시금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사쿠라를 중심으로 한 세 사람은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개봉에 대한 박차를 가하지만, 뜻밖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영화 기획은 좌절되고 만다. 그로부터 30년 만에 세 사람은 재회하고, 마침내 미완이었던 영화는...

 

불굴의 저항심을 가진 여성이 한 번은 봉기하여 승리했지만, 다시 한 번 새 시대의 권력인 대참사와 싸우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요. 그 싸움에도 이겼지만, 함께 봉기한 무리들과 헤어지고 나니, 아들은 구세력에 의해 돌에 눌려 죽고, 자신은 강간, 윤간을 당한 겁니다. 절망감으로 탈진해 누워 있는 여인에게, 좋았느냐고 묻는 남자가 있었던 거예요.(171쪽)

 

바로 저 불굴의 여성이 감내해야 했던 비극을 연기했던 사쿠라는 일본군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오르게 한다. 사쿠라에게는 자신이 ‘점령군의 성적 노예가 아니었다’는 확인이 필요했는데 그 계기를 작가의 어머니와 소설 속 여성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통해 찾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쿠라는 ‘가엾은 고아’가 아닌 강한 여성으로 자신을 이미지화하고 그 여성을 연기하는 일로 새로운 자신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약점은 권력자에게 최고의 먹잇감. 힘과 권력에서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어머니)들이 맞서 싸워야 했던 역사의 질곡을 이 소설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요한 건 저자가 언제나 약자들의 편에 서서 패전 직전의 이야기인「싹 뜯고 아이치기」와 같은 작품을 통해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기 위한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 증거들을 나는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에서도 여러 번 접했었다.

 

작가의 삶과 인생관 혹은 문학관에 대한 상식이 협소해 완독하고 나서도 도대체 이 작품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는 난공불락의 경험과 비교한다면 이번 독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자주 그렇듯 본디 생각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감상문이 돼버린 이 괴로움을 어찌해야 할지...

a*********9 2016.03.26. 신고 공감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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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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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애너벨 리에 대하여       한 달 간의 독서휴지기를 갖은 후 처음 쓰는 감상문이다. 요사이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단어들을 더듬어보니 하나같이 부정적인 언어들이다. 이제 막 한해를 시작했을 뿐인데 방전된 듯 힘이 없고 여기저기 아픈 통증뿐이다. 그런 상태로 이 소설을 공부하듯 읽어나가니 힘이 들었다. 이 책을 소개한 평론가가 <디어 라이프>에 맞먹는 대작가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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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애너벨 리에 대하여

 

 

  한 달 간의 독서휴지기를 갖은 후 처음 쓰는 감상문이다. 요사이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단어들을 더듬어보니 하나같이 부정적인 언어들이다. 이제 막 한해를 시작했을 뿐인데 방전된 듯 힘이 없고 여기저기 아픈 통증뿐이다. 그런 상태로 이 소설을 공부하듯 읽어나가니 힘이 들었다. 이 책을 소개한 평론가가 <디어 라이프>에 맞먹는 대작가의 연륜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의심이 갈 정도로 고역스러웠다. 내 경우, <디어 라이프>를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딘가 마음을 가볍게 하는 시원함 같은 게 있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의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 나의 상태와 맞지 않다는 불안감이 덮쳐왔다. ‘앨리스 먼로는 페미니즘 안에 가두면 안 될 세계적인 작가라고 하면서 막상 남성 독자들이 그녀의 책을 내켜하지 않는 것처럼,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도 특정한 성과 직업군에게 어필하는 작품인가’ 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 소설에 내가 익히 알고 좋아하는 작품들이 많이 언급됨에도, 롤리타적이고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적인 성적 판타지에 대한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마다 취향과 선호가 다르듯, 나는 그런 캐릭터에게서 관음적인 관심(Peeking Tom)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주요 이미지인 ‘하얀 관의를 입은 애너벨 리’는 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패전 당시 활발해진 일본의 아동 포르노 문화를 비판하는 것 같으면서 야릇하게 퇴폐적인 매혹으로 포장하는 듯해서 더 반감이 들었다. 이상하게, 시인 포(Poe)에 대해서도 광포하고 광적이며 병적인 느낌이 되살아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차를 타고 바닷가에 닿아 물결만 하염없이 보고 싶은 지금의 나에게, 모든 기운이 다 소진된 듯 바닥인 나에게, 이 소설은 너무 큰 숙제였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내 나빠진 몸 상태와 올 한해의 생활에 대한 고민으로 나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70년 이상을 웃도는 방대한 삶 앞에 밀려 자꾸 버거웠다.

 

  다행히, 주인공들을 향한 배배 꼬인 마음은 4장에 이르러 풀리고 스르륵 열렸다. 당사자인 사쿠라 씨만 모르고 여러 남자들의 홀(구멍)로 떠돌며 계속 당하는 것이 내심 속상한 터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녀가 왜 지방마을의 공연에 그리 관심을 갖고 재연하려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전에 내가 습관적으로 하던 넋두리와는 전혀 다른 넋두리가 탄생되고 나서야 ‘이건가?’ 싶었다. 그녀가 3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서 마침내 진실과 치유라는 땅을 내딛고 여러 여성들의 조력으로 무대에 올릴 연극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삶(생명)이자 역사 담기이자 위무의식이었던 것이다. 사쿠라 씨 혼자만의 꿈 속 흐느낌이 아닌 상처입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 행해지는 정화이자 함께 내는 목소리였던 것이다. 언뜻 보면, 소설의 중심이 여배우를 둘러싼 소설가 ‘나’와 영화제작자 고모리 씨, 마거섁 교수인 듯하다. 하지만 종장까지 다 읽고 나면, 소설가의 할머니, 어머니, 여동생, 소리를 이어온 여성들의 입들로 채워진다. 자연스럽게,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를 시나리오로 옮기던 맬컴 로리의 대본 사이로, 소설가 ‘나’가 공백을 깨고 완성하게 될 연극 시나리오 글자 사이를 담대하고 충만하게 넘나드는 붉은 물줄기들이 형성된다.

 

  문득 삶은 나 홀로 서기가 아닌 공동 협업일 때 하나의 온전한 생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여러 사람들과의 조우가 내 삶의 문법과 문체에 영향을 끼칠 때야 비로소 진정한 현역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배웠다. “노년의 곤경”을 겪은 노작가는 섬세하게 살아있는 모든 관계에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고 예술가의 천재성과 헌신의 불꽃을 마저 불태우고 있어 눈부셨다. 한 소설가의 영혼을 잠식했던 스틸 사진을 통해 역사의 한 언저리를 바로잡고, 고통스럽지만 블랙박스 속 진실을 꺼내 대면하고 비로소 자신을 껴안은 성숙한 사람들이 탄생했다. 작년에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내심 불만이 많았던 나는 작가만의 ‘타임머신’을 통해 “영원한 시간의 감각”에 전율하고, 처음에 일었던 불편함 대신에 (앞서 언급한 <디어 라이프>에서 느꼈던 거장의) 숭고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나에게 이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있고, 내가 느끼는 것과 달리 비정하지 않은 속도로 흐르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작가는 하디의 <미천한 사람 주드>에 빗대어, 앞 소설이 비록 먹물 같은 삶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꿈이 십자가처럼 관통하고 있음을, 가장 어두운 시절 가운데 빛이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비록 어떤 이의 삶이 타인의 눈에 실패작으로 비춰진다 할지라도 사랑과 꿈을 머금고 이어졌던 삶은 숭고한 것이라는 울림이 멀리 퍼지는 듯하다. 때마침 사랑과 꿈이라는 이정표 앞에서 더 나아가길 두려워하고 우회하려고 했던 내 마음을 족집게로 건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얇은 소설을 통해 일본이 문화강국이 될 수밖에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동시에 읽은 것 같고, 김지하 시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고개가 숙여진 건 나만이 아닐 것 같다.

 

말하자면 이 30년 동안, 나는 그 사람 인력 자장에서 빠져나온 적이 없고 종국에는 다시 그녀의 마지막 영화 제작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지.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이지. 이건 사쿠라 씨한테가 아니라, 그녀라는 모습을 한 '영화의 힘'에 조종당한 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205)

s********d 2014.01.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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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과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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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다 읽어가면서도 의문이 하나 들었다. 오에 겐자부로가 이 책을 통하여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그나마 책의 해설 부분을 보고서야 책을 느끼지 못한 마음의 무거움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치유였는데 해설에도 치유가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치유와는 차이가 있다. 내가 느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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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다 읽어가면서도 의문이 하나 들었다. 오에 겐자부로가 이 책을 통하여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그나마 책의 해설 부분을 보고서야 책을 느끼지 못한 마음의 무거움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치유였는데 해설에도 치유가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치유와는 차이가 있다. 내가 느꼈던 치유는 ‘무의식’과 ‘넋두리’이다.

‘무의식’과 ‘넋두리’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두 개로 이어진 치유 또한 오에 겐자부로와 사쿠라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 오에 겐자부로와 사쿠라는 서로 다른 무의식의 존재를 가지고 있다.

 

‘오빠는 무대에서 들은 이야기를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나요? 기억하고 있는데 말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중략) 이야기가 너무나 무서운 내용이어서 성장하기 전에 잊어버리려는 노력을 했고, 지금도 그때 일이 심리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 156P

오에 겐자부로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넋두리를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 이유 또한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다. 하지만 동생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어린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자신의 기억 저편에 아니, 자신의 머릿속에서 빼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저는 영화 속에 늘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 있어요. 실은 그것이 제가 나쁜 꿈을 꾸는 원인일 텐데, 그게 아직도 그대로인 상태에요. (중략)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그때 제가 입고 있던 옷에 대해서예요. 카메라를 보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내가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요. 찍다가 잠이 들어서 (중략) 그래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고 신경이 쓰여서.... - 112P

사쿠라는 약을 먹고 잠이 든 상태였음에도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무의식 속에서 느끼고 있었다. 잠자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불안감이 무의식 주에 작용하여 악몽을 꾸게 된다.

 

 

이렇듯 두 주인공은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기에 의식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넋두리’가 나오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어렸을 적 무서웠던 기억으로 사쿠라에게는 자신의 무의식에 대한 인연으로.... 여기에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둘의 만남과 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 바로 메이스케 어머니의 ‘넋두리’이기 때문이다. 둘은 고모리에 의해 만나게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들어나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넋두리’라는 그 고리가 두 사람을 끌어당기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메이스케 어머니의 넋두리를 재연함으로써 그 둘 속에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 속의 불안감을 떨쳐버린 듯 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오에 겐자부로가 무엇 때문에 이 글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 해설을 통하여 말해주는데도 나에게는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만 ‘무의식’과 ‘넋두리’만이 나의 마음속에 남아 맴돌 뿐이다. 그래서 해설에서 터치하지 않은 부분이 나에게 다가왔지 않았나 싶다.

 

 

 

m*******v 2012.01.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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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에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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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안읽히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대체 오에 겐자부로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를 고민해야했던 책이다. 차라리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한다면 속이 편하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이고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풀어가는 오에 겐자부로에게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솔직히 그의 책을 자주 접해보지 않은 독자로써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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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안읽히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대체 오에 겐자부로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를 고민해야했던 책이다. 차라리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한다면 속이 편하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이고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풀어가는 오에 겐자부로에게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솔직히 그의 책을 자주 접해보지 않은 독자로써는 너무 힘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를 알기 위해서는 이 한권의 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동시에 그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오에 겐자부로를 처음 만나는 독자는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 나름대로 오에 겐자부로라는 인물에 대한 공부를 한 후에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t*******m 2016.04.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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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우리의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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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을 때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그 분야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미 부여한 의미’들이다. 나도 모르게 그 의미들을 마치 내 것처럼 그대로 받아들이며 독서하게 되는데,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작품 해설이나 관련 리뷰를 읽지 않고 내 방식대로 읽어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부여한 크고 무거운 의미들 속에서 작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반짝이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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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을 읽을 때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그 분야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미 부여한 의미들이다. 나도 모르게 그 의미들을 마치 내 것처럼 그대로 받아들이며 독서하게 되는데,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작품 해설이나 관련 리뷰를 읽지 않고 내 방식대로 읽어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부여한 크고 무거운 의미들 속에서 작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반짝이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설렘을 마음껏 만끽한 후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거의 古典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 내 삶 속에 함께 살아 숨 쉬며 늘 그리워하며 곁에 두는 婟典 이 된다.

 

  오에 겐자부로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늙는다는 것’, 노년이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감으로 사람을 짓누르지 않는다.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책의 키워드는 바로 노년과 새로운 도전이다. 별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 둘은 모든 인물들에게 삶의 의미가 된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원하는 작가 ’, 장애가 결코 삶의 장애물이 되지 않는 의 아들 히카리,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사쿠라, 멋진 영화 만들기를 갈망하는 고모리. 이들 모두에게 노년은 눈부신 햇살이 기운 없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과 우리 마음속의 상처를 포근하게 그리고 나지막이 포옹하는 존재이다. 상대를 강렬하게 비추는 눈부심은 없지만 그들에게는 서로의 아픔을 말없이 녹여주는 부드러움이 있다.

 

  동경대공습 때 가족을 잃고 전쟁고아가 된 사쿠라는 데이비드 마커색의 보호 아래 살면서 그의 아내가 된다. <애너벨 리라는 영화로 스타가 되지만 자신은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지 못했다. 벌거벗은 아랫도리의 모습에 대한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 그녀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는 어릴 적 우연히 영화 애너벨 리에서 벌거벗은 사쿠라의 아랫도리를 보게 된다. ‘는그녀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아니지만 사쿠라가 가 쓰는 시나리오의 주인이 되고 그런 사쿠라의 모든 행동과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럼 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인가? 나는 이 제목을 여러 번 적바림한 쪽지를 한동안 가지고 다녔다. 제목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도 이제는가짜로 아름다웠던 애너벨 리 속의 사쿠라가 아닌, 삶의 깊은 상처를 극복한 노년의 그녀로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그녀가 여윈잠이 아닌 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겠다.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상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19. 능숙하고 노력하게 지폐를 세고 손님을 대하는 10년차 언니들의 모습에서 19살 소녀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너무 두려웠다. 매일 매일을 10년 후 내 모습을 뻔히 보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물론 그 때 나는 인생의 허릅숭이였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사쿠라, 고모리, ‘’, 히카리도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은 노년이기에 더욱 빛나는 것임을 안다. 모두 다 자신 인생 속의 미하엘 콜하스임을 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q 2012.12.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하, 이맛!] 문학으로 빚은 맛, 인생으로 채운 맛!
"[아하, 이맛!] 문학으로 빚은 맛, 인생으로 채운 맛!" 내용보기
"오에^.^ 까놓고 말하는데 자넨 노벨상 수상작가야!"    한국인 할머니들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좀 안되겠니?     봄 바다에 풀이 돋고 있다. 식욕도 돋고 감수성도 솟구친다. 들판에 윤기 자르르한 봄나물 뜯어다가 고추장 듬뿍 풀고 양푼 비빔밥이나 한그릇 뚝딱 했음 좋으련만...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뒤집어 까보나 3단 백수인 내가 할 일이라곤 방구석에서 요리조리 뒹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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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까놓고 말하는데 자넨 노벨상 수상작가야!" 

 

한국인 할머니들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좀 안되겠니?

 

 

봄 바다에 풀이 돋고 있다. 식욕도 돋고 감수성도 솟구친다. 들판에 윤기 자르르한 봄나물 뜯어다가 고추장 듬뿍 풀고 양푼 비빔밥이나 한그릇 뚝딱 했음 좋으련만...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뒤집어 까보나 3단 백수인 내가 할 일이라곤
방구석에서 요리조리 뒹굴며 책을 먹고 사는 일밖에 없다. "(>_<)"

나이 서른, 에효~ 슬픈지로고! 하지만 더 슬픈 일이 있다.

노벨 문학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말이시,,, 한국의 김지하 시인은 알면서도,,, 
에헴,,, 나는 왜 모르는겨? 요럴수가 있는겨! 

,,,훔, 웃자고 하는 소리 맞다~_* 일본 작가라서 무작정 폄훼하는 독자도 아니다. 다만,
일본이 점령군인 미군에게 당한 멋 모르는 소녀(사쿠라)의 성적 고통은 치유하려 들면서
왜 한국의 위안부 문제는 그 어떤 책에서도 언급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제국적인 침략 전쟁은 누가 먼저 시작했었나?
세계 문학사에 그 정도의 걸출한 위치에 선 작가가 할 일이라면 인생 치유니 작가 인생 50년 찬양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자국의 지식인부터 이제는 좀 일깨우는 흐름으로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를 읽는 내내, 책속의 메인 테마와는 상관없이 나는 이런 바램이 줄곧 들었다.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지...그게 아니라면, 내 나라에 오에 겐자부로 당신처럼 뭘 좀 아는 위대한 작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허함에 대한 한 토막의 질투심의 발로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국에는 70줄에 이른 당신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은 애통함, 그 슬픔을 간직한 이들이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만은 반드시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하하! 이러니 꼭 오에 겐자부로에게 진정어린 팬레터 보내는 기분???

아무렴 어떨까, 좌우지간 미안하이! 꿉뻑~_*

미안한 기분으로다가 아직도 이 책을 살깜말깜 망설이며 반신반의하는 독자들을 위해
서두의 뜬금없는 우격다짐은 이제 접고 새 마음으로다가 책 감상이나 내 몇 마디 붙여봄세!

이 책은 총 6개의 섹터로 구성되어 있사와.
그 테마를 뚫어보자면,,,주인공인 내(오에 자신)가 친구인 영화제작자 고모리와 30년 만에 재회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일찌기 이 둘은 사쿠라라고 하는 국제파 여배우를 중심으로 독일 소설 <미카엘 코르하스의 운명>을 쓴 크라이스트 탄생 200주년 기념 영화로서 아시아권 독립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눙치게 됩죠.

그러나, 주연 여배우인 사쿠라가 어릴 때에 미군 병사에게 능욕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촬영 스탭조차 스캔들이 발각되면서 영화 제작 계획은 물거품이 되지 않겠수.
그리고 30년 후, 그 영화를 노련한 사쿠라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제작하려고 하는 이야기로서,,,,,, 그 구성이 휘황찬란합죠. 뭐 지금에야, 이처럼 초년, 중년, 말년의 세대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글쓰기 구성도 그리 드문 일도 아니지만서도,,, 뭐 암튼,,,

그 하나는 영화로 완성해 나가려는 시도가 한 축이고, 또 하나는 포의 시와 주연 예정 배우 사쿠라의 소녀시절 로리타적 성적 착종의 상처를 체험으로 꾸려가는 이야기가 또 한 축으로 교차하고 있으면서 그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쿠라. 이미 그 진실을 알고 애너벨리 무삭제판을 소장하고 있는 코모리, 그리고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오에는 30년 전과는 다른 결말, 다른 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거지.

복수의 요소를 만들어가면서 작품을 읽다보면 지적 호기심과 독서의 기쁨을 느낄수도 있지만,
시시틈틈 쏟아내는 인용문이 많은 관계로, 영화 로리타나 애너벨리에 대한 사전적 지식이 없이 본다면 가독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지요.  

이처럼, 이 책은 그 어떤 반전이나 꿈의 실현, 혹은 해설에 나오는 노인의 곤경을 이야기라기보다는 작중에도 화자가 몇 번이고 연발하는 -it's only life, but life it is!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이라는 이야기로 함축됩죠. ('' 본래는 life 대신 movies(영화)인데 제가 내린 해석이야요!

사실, '이래사나 저래사나 죽는 건 똑같다'는 말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듣는 이야기입죠?
결말부에서도 주인공인 오에가 여배우인 사쿠라를 마주하며 지난 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주제를 암시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나이가 먹도록 살아온 것은, 무대에서 재연하기 위해서일까? 영화로 남기기 위해서...",
"만약 영화가 완성되지 않더라도 말이야" 라며,,,

이걸 저대로는 이렇게 느꼈지요.

내 인생의 절정기는,,, 언제였을까?
만약 내가 여배우였다면,,, 최고의 인기와 팬레터를 먹고 살던 그 시절이였을까?
,,,,,,,

그 대답은 오에 겐자부로의 주제로 합일하면 간단하죠.
 
<선택은 자유다. 액션을 취하는 것도 선택이다.
지금 내가 백수로 지내는 것도 선택이고 언젠가는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으로 되새김되고,
사쿠라가 유년시절 악몽같은 능욕을 당한 것도, 늦게나마 그 진실을 알게된 사실도 기나긴 인생의 한 점일 뿐이다. 또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오에의 아들 히카루도, 나이 70줄에 그를 보살펴야 하는 오에 자신도, 그걸 고민하고 근심하고 걱정하며 우울해했던 그 모든 시간들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눈물도 서러움도 한 송이 꽃이 된다. 한바탕 웃으면 그만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

 

('' 아이쿠야, 오늘은 서평이 어째 좀 백수의 우울 증세처럼 되부럇당게~_* 다시 한 번 꿉뻑욤!

c******e 2010.04.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양하고 깊은 일본의 또 다른 소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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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작가와 중년의 장애인 아들이 걷기 연습을 한다. (마치 소년 분장을 한 노인 같은) 작가의 친구가 찾아와서 어떤 계획을 이야기 하는데 분위기도 이상하고, 작가의 실제 경험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를 못하겠더라는... ​ 이야기는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작가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신문지면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2015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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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작가와 중년의 장애인 아들이 걷기 연습을 한다.

(마치 소년 분장을 한 노인 같은) 작가의 친구가 찾아와서 어떤 계획을 이야기 하는데 분위기도 이상하고, 작가의 실제 경험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를 못하겠더라는...

이야기는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작가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신문지면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2015년에도 위안부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평화헌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도 솔제니친의 구속이라거나 김지하의 구속에 대해 (같이 단신투쟁중인 자원봉사자의 스피커를 인용하자면) "시인이, 그저 시를 썼다는 이유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이라는 탄압을 받습니다. 이렇게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이 어디있습니까?"라며 같은 문인으로써 국경을 넘은 연대 시위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은 자신들에게도 향한다. "이 나라에는 왜 그 같은 문학인이 한 사람도 없을까요? 그 것이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이 소설을 다 읽어야 할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하층민의 억울함과 그로 인한 민중 봉기를 다룬 독일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의 작가 클라이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적인 계획이 진행된다. 각 대륙에서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을 각각 영화로 제작하는 것. (미하엘 콜하스는 창비세계문학으로 최근에 출판되었더라는....)


미국, 독일, 중남미, 그리고 한국에서 이 계획을 진행하기로 하였고, 한국에서는 김지하가 담당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갑작스런 구속으로 이 기획의 아시아 담당자인 작가의 친구 고모리가 위의 단식투쟁장으로 작가를 찾아왔던 것..

한국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미하엘 콜하스의 이야기를 만들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후 고모리는 작가가 자신의 고향에서 전승되어오던 농민봉기의 이야기를 이 계획으로 만들어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것인데...

문학과 관련한 척박한 환경, 그리고 존경하는 스승의 죽음 등등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하던 작가는 이 계획에 참가하기로 한 여배우  사쿠라의 얼굴을 보면서 가슴 속의 통증이 사라지고 다시 글을 쓰기로 한다.

(이러다 책의 내용을 다 이야기 할 것 같은 기세인데...)

정리하자면...

묘한 책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일본의 소설의 다양함과 그 깊이에 놀란다.

고모리에 의해 작가 작가는 시나리오 작업에 engage된다. 처음 고모리가 작가에게(그냥 오에라고 칭해도 될 듯하다.) 시나리오 작업을 맡기지만 전적으로 맡긴다기 보다는 engage한다는 표현을 써서 그게 그냥 영화업계에서 쓰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영화라는 장르가 작가와 감독,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책의 끝부분에 가면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시나리오로 만들어가는 어느 작가(무슨무슨 로리였는데...)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오에가 의도한 것, 이야기에서는 시나리오 작업을 배우와 제작자가 깊이 관여하고, 자신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반영하는 형태이지만 결국 그런 소설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픔을 감추고 살아가는 여배우의 사쿠라와 친구(학교다닐 때는 그닥 친하지 않았던, 스타일도 완전 다른) 고모리와 오에 셋이서 시나리오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진행되다 엎어져서 일본에서 다시 진행되던 계획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다시 엎어지고....

무엇인지 몰랐던 사쿠라의 아픔이 드러난다. 영화만 끝난게 아니라 여배우의 인생도, 제작자인 고모리의 인생도....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나?

고모리는 남편을 잃어 자신이 돌봐야 하는 사쿠라의 간병으로 30년을 보낸다. 오에는 장애인 아들의 보호자로 그렇게 또 30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위대한 계획이 논의된다.

노년의 사쿠라, 고모리, 오에....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 대단한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처음 가졌던 의구심 플러스 혹시 오에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여서 후광효과로 이 소설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평점을 보류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일본 문학에 대해 논할 형편은 아니지만, 그 동안 읽어왔던 무라카미하루키, 미야베미유키, 히가시노게이코, 나스메쏘세키, 오쿠다히데오 등등 참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품들이란 생각이다.

일찌기 유럽과 직접 교류하였던 영향일까? (미국의 문학도 최근에 훌륭한 작품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래도 유럽의 그것에 비할 수 있을까?)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이 많이 언급된다.

엘리엇의 '애너벨 리'는 최근에 읽었던 롤리타에서도 중요한 소재였는데,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롤리타가 등장한다. 아마 오에가 롤리타의 일본판 해설을 썼(아마 롤리타라도 읽었기에 초반에 이 책을 놓치 않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오에의 다른 작품을 읽고도 싶고, 그렇지 않고도 싶은 묘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건 잘한 선택이란 생각...


p.s.1. 이 책의 해설을 읽고보니 이 책은 작가인생 50년을 기념하여 오에가 소설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한다. 사쿠라의 아픔과 관련하여 소설을 포함한 모든 문학은 독자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또 작가가 생각해오던 글쓰기의 새로운 모습-아니 어쩌면 반대로 근대의 모습, 구전으로 전승되며 이 사람 저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작품-을 도입하려고 했다는 작품 외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p.s.2. 이 책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던 - 그래서 작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에서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던(실화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미하엘콜하스도 읽어보고 싶고, 또 한국 거장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은데.... 몇 번 시도했던 황석영의 작품은 공감이 잘 안되고, 한 때 괜찮았던 이문열의 작품도 정치색이 덮어지면서 감흥이 떨어지고....

역시 한국 소설은 깊이보단 탄탄한 구성의 매력인가??


p.s.3 조금 더 정제된 후기는 오에의 다른 작품 및 이 책을 다시 읽은 후 다시?

 

s*****i 2015.10.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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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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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같은 일을 50년동안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범상치 않은 제목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자신의 작가인생 50년을 기념하며 쓴 장편소설로 작가는 50년 동안이라는긴 시간 동안 소설만을 써왔을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이다.애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밸 리’를 인용하여 소설의 제목과 내용의 모티브를 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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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같은 일을 50년동안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범상치 않은 제목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의 작가인생 50년을 기념하며 쓴 장편소설로 작가는 50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설만을 써왔을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이다.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밸 리’를 인용하여 소설의 제목과 내용의 모티브를 따온 것인데,

그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 했듯이 소설의 주제보다는 무엇인가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면

소설을 쓸 수 있겠다고 했는데 이 소설이 바로 그 새로운 형식일 터이다.

1935년생인 작가는 10대 때 패전 후 일본의 어두운 시기를 통과하며 겪은 심정을 본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소설에 회고하는 형식을 취하며 현재, 과거 그리고 또다시

현재 시점의 흐름을 취했다.


소설에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얼핏 보면

그 여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겪은 충격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를 극복한 과정을 그린

소설 같지만 거꾸로 그 여성을 통해 진정으로 치유를 받은 사람은 주인공인 화자

즉 자기 자신일 것이다. 작가는 본 작품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많은 작품들과

본인의 작품들을 곳곳에 흩뿌려 놓고 인용하며 화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면서 감정의 기복 없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듯이 담대하게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에 대한 오마주는 본 소설의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영화제작의

모티브와 급진적인 전개 그리고 역경 다시 마무리로 이어지는 인생의 축소판에 끼워 넣고

응축하여 문학 자체의 치유의 능력을 재차 확인시켜 그 의미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YES마니아 : 골드 c******g 2014.11.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