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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마주했던 책 한권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 어린나이에도 기존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른 느낌에 문화유산에 대한 국사책의 단편적 지식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가 참여한 책이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그냥 오다가다 서점에 들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소개를 훑어보다 엮은곳이 (재)아름지기란다. (재)아름지기가 뭐지? 하고 훑어보니 우리 문화유산을 가꾸고 지키는 비영리단체라는 글이 보이고 이 책 정도는 사줘도 되겠다 싶어 아이폰 어플로 간단히 구입했다. 내가 이 책을 사서 그 단체에 얼마나 후원이 되겠는가마는, 약간의 온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책은 모두 6명의 저자가 각자 장인정신에 대한 자신의 담론을 펼치는 내용이었다. 저자중에서는 유홍준씨처럼 알려진 저자도 있고 그 분야에서는 유명하겠지만 일반대중인 나에게는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장인정신을 수목원에서 아직 온기가 덜스민 봄날에 읽어내려 갔다.
유홍준 - 미술평론가 내가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역시 그의 글이 맨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유홍준씨의 장인정신에 대한 생각은 대중과의 소통을 우선시하고 있다. 전문가의 경지에 올라 자신만이 사유하는것이 아니라 남들과 분유 및 공유하는것을 먼저 앞세우고 있고, 그가 생각하는 장인정신에 이르는 길은 '노력'이라는 단어로 집결되어 있다. 노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장인적 수련이라 이야기 했는데 결정적으로 장인정신에 대한 코어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국성의 깨달음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그의 글쓰기는 이미 나이든 학자이어서인지는 몰라도 6개의 글 중에서 가장 읽기 불편했다. 원래 그가 하는 강연회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사정도 있었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참석을 거두었다.
김영일 - 악당 이반 대표, 사진가 최근 전통연희[판]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어찌어찌해서 참석은 했으나 서두에는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조금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이제껏 본 공연중에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 공연중 하나로 여직 남아있다. 악당이라는 우리가락 전문 레이블 대표인 김영일씨도 내가 경험한 것처럼 사진작가의 길을 걷다 젊은 소리꾼의 소리를 듣고는 빠져들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한다. 한때의 강렬한 기운은 누구나 가질수 있겠지만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자세에서 부족한 나와 김영일씨의 간극이 존재했다. 김영일씨는 장인을 자기 영역을 보는 것을 자기의 마음 보듯 하는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즉,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장인의 카테고리를 떠나 선인의 경지를 일컫는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글에서 주로 언급한 산조의 예를 들어보아도 한 사람이 평생 하나의 산조를 완성해내는 세계의 유래가 없는 우리가락이다. 평생을 바쳐 만드는 가락이라.... 신비롭다. 불행하게도 난 아직 산조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는것 같다. 그가 이 산조를 하나의 전집형태로 출반하고 싶어하는데 그 작업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고 산조가 출반된다면 반드시 구입할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가 얼핏 내비친, 왜 돈 안되는 작업을 하느냐는 말에 한말이 아직도 인상적이다. "안하면 미칠것 같아서요'
배병우 - 사진작가 작가의 말로는 빛에는 만개의 그라디에이션이 있다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옮길때는 10개밖애 가지고 오지 못한다고 한다. 색도 마찬가지일것이다. 그가 말하는 장인은 이런 자연의 세밀한 차이를 사진으로 압축시키는 기술이 있고 담고싶은 것을 담을줄 아는 사람이라고 칭하고 있다. 거기에 자신의 해석을 자유롭게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장인이라 일컫는다. 이전에도 인식하지 못했겟지만 그의 사진을 보긴 보았을 것이다. 책의 지면과 책에 동봉된 그의 사진집카드를 통해 처음 그의 사진을 접하면서 그가 말하는 빛의 그라디에이션과 색을 통해 다시금 보았을때 느낌이 사뭇 달라지낟. 디테일과 작가의 생각이 사진에 투영될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정구호 - 디자이너 자신은 장인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첫마디가 이채롭긴한데, 어찌보면 그의 말이 틀린말은 아닌듯 싶다. 실제 그가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경우가 많을것이고 그의 표현대로 코디네이터라고 말할수 있겠다.그가 생각하는 장인은 한가지 분야를 깊게 파고 드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장인에게는 미장센의 핵심이며 그 분야에서 최고를 뽑아낼줄 아는 사람이 장인이라 일컫고 있다. 그의 주장중에 가장 이채롭다 할수 있는 것은 창의적 작업을 반복적인 설득으로 본다는 것이다. 쉽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반복해서 설득을 하고 타협적인 부분을 확실히 한다는것이다. 아무래도 상업브랜드의 총괄책임자이다 보니 좀더 현실접근적 사고가 많아보인다.
김봉렬-건축가 책속에 그를 평한 말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잡놈' 나쁜뜻으로 쓴것이 아니라 그는 단순 건축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 다재다능할것 같은 느낌인데...이건 순전히 느낌일뿐이다.ㅎㅎ 그래서 그런지 김봉렬씨는 장인을 정의할때 기술의 전문성과 더불어 창조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장인하면 떠오르는 도제식 교육에 대해서도 한사람 한사람 소우주로 인정하고, 그 소우주가 커져서 하나의 우주가 완성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며 교육이라는 철학을 보더라도 키포인트는 창조성에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하나를 만들어도 그안에서 새로운것을 끄집어내는 독창성을 지닌 사람을 장인이라 여기는 그의 장인데 대한 정의가 나에게는 가장 와닿았다 할수 있다.
조희숙-요리연구가 그녀는 장인정신을 논하기 보다는 우리음식에 대한 담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음식의 정체성이 정말 무엇인가를 찾고 깨닫는 것에서 출발해 외국인들이 보는 각도에서 우리것을 다시 들여다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녀의 찬찬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우리음식에 대한 무관심 극복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약간의 반성도 하게 된다. 변질보다는 변화를 통한 우리음식의 나아갈길을 제시하면서 오랜시간의 기술습득을 통해 마지막의 완성도가 느껴지는 단계를 장인의 경지로 보는 그녀의 시각에 그녀가 얼마만큼 다달았는지 사뭇 궁금하다.
이렇게 6명이 말하는 우리시대의 장인정신은 단순 기술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와 혼이 실려있는 독창성과 예술성을 부여하고 있다. 참... 장인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불현듯...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장인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완성도]라 말하고 싶다. 우리가 명품이라 칭하는 것을 보았을때 느끼는 내 나름대로의 정의일뿐이다.
올해들어 책을 한권 한권 읽을때마다 읽고나서의 생각을 리뷰형식으로 적고 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물론 새롭게 글을 써야한다는 귀차니즘이 있지만 휘발되어 날아간다는 느낌이 없어서인지 좀 므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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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은 시대와 분야를 초월한다. 한적한 산중 깊은 밤을 울리는 대금소리와 사람들의 느긋한 마음이 모여 있다. 대금 선생님의 대금이야기에 푹 빠져 현재 자신의 조건에 맞는 대금공부를 생각한다. 평생 대금과 살아온 대금 전공자의 이야기는 취미로 대금은 만지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저 건너 먼 곳에 위치한 사람이다. 자신의 의지를 모아 한 길로 매진해온 사람이기에 그 시간의 흐름만큼 깊이가 담겨있음을 알고 있기에 한 마디 한 마디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렇듯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그 분야의 우뚝 선 마루 같은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늘 존경의 대상이며 시대정신을 이끌어가는 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장인은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워 간직해 온 각 분야에서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는 우리가 사는 오늘날 우리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문화와 장인 그리고 장인정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유홍준, 김영일, 배병우, 정구호, 김봉렬, 조희숙 등이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장인과 우리문화의 현주소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재)아름지기라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비영리단체에서 진행한 ‘이 시대의 장인정신을 묻다’라는 주제로 의미 있는 작업의 결실이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에 담겨있는 우리문화의 분야로는 문화유산, 음악, 사진, 의상, 건축, 음식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명인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다. 관심 분야에 따라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장인이 될 때까지 그들이 기울였을 땀과 노력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지만 장인정신은 가질 수 있다는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타고난 자질에 열과 성을 다하는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물이 창작물로 나타나고 그것이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인정받을 때 비로써 그들의 업적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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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 참 고루한 말입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지만 '나'는 아닙니다. 바란다고 되는 일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서 '존경'은 하지만 '관계' 할 수 없는 두터운 벽 같기도 합니다. 책 한권으로 여섯 명의 장인정신을 배울 도리야 없겠지만, '장인정신 이거 자기 계발서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등극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기이한 생각이 출몰합니다. 도제로 스승의 기술과 정신을 부여받고 자신의 몸을 밑천으로 가느다란 명맥을 이어가는 인간문화재의 외로운 싸움이 '장인정신'의 회초리 소리였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일을 나서서 하겠습니까. 남들 배우는 만큼 배우고, 돈 잘 벌고, 날씬하고, 암에 안걸리는게 삶의 기준이 아니라고 저는 말 못합니다. '장인정신'이 이런 기준과는 담쌓는 일이고 '경지'를 얻는 것보다 '잃게 되는 것'들을 더 많이 떠올리게 하는데도 이 세계에 자진해서 발을 담글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여기 모인 여섯은 장인정신의 '현대화' 혹은 '현실화'를 말하려고 합니다. 이런 말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또한 '성공한 장인'입니다. 성공한 사람의 설득력을 거부할 수 없는 '시장자본주의 시대의 장인정신'이라고 한다면 조금 무례하겠지만, 그들의 접점이 비현실성이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한 조합입니다. 지금 당장, 제가 이 장인정신을 본 떠 제 서평에 '감동' 그리고 규칙 이외의 '변주'를 담는다면 그것도 장인정신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무슨무슨 달인,이 장인은 아니지만 달인의 기술에 감동을 더한다면 '장인'이란 무거운 말 앞에 붙을 수 있는 분야가 무한하게도 느껴졌습니다. 아전인수 일까요. 바톤을 이어받은 악당이반의 대표 김영일의 '산조'이야기는 본래의 고집스런 장인정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제자가 스승의 형식을 부수어 다시 짜는 것, 한 명의 연주자나 작곡가가 자기 사는 동안 딱 한 곡을 남기고 가는 유일무이의 형식이 산조의 현대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에, 완벽히는 아니어도 동감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산조, 참 포스트 모던 합니다. 배병우 作 (사진출처)사진작가 배병우의 문장은 참 담백하고 격이 없었습니다. 바다가 자신의 근원이라며 '바다를 볼 때마다 아, 저 속에 얼마나 맛있는 물고기들이 많을까 라고 웃음짓는다'라고 씁니다. 내 고향 여수, 한려수도의 수사적 아름다움보다 그의 사진의 질감이 만져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남의 땅에서 이방인처럼 서성대는 우리에게 뿌리로 돌아가 영감을 얻으라는 말은 그닥 획기적이지는 않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처럼 들렸습니다. 아마존 탐방 계획은 취소해야겠습니다. 이만하면 장인의 편견을 깨는데 괜찮은 조합이었다고 봅니다. 더불어 성공이란 부실한 집에 '장인정신'이라는 튼튼한 디딤돌을 놓을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
![]() 왜, 지금, 우리는, 장인정신을 이야기 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6분의 우리시대 장인들이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님, 악당이반 대표이신 김영일 님, 사진작가 배병우 님, '구호'의 디자이너 정구호 님, 건축가 김봉렬 님, 우리 음식 조희숙 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장인이란 무엇인지? 우리 시대, 장인정신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지켜갈지,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과 답이 나온다. 어제 우연한 계기로 저자 중 한분이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님의 강연을 들었다. '장인', '장인정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의 기회가 되었다. 장인, 장인정신은 더이상 고루한 그것이 아니다. 지켜나가야만 하는 책임의 그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다시금 우리 문화, 장인, 프로정신과 그들의 혼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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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장인정신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있을까? 과거의 장인과 지금의 장인에 있어 그 정신만은 변한 것이 없을 것이다. 단지, 장인을 규정하는 범위가 넓어졌을 것이고, 현대적 장인의 이미지가 우리의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그것보다 훨씬 케주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활의 달인'도 어찌보면 '장인정신'을 가진 일반인들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면 우리주변에는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이들은 무지 많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 '장인'으로 이름이 붙여지는 이는 그 중에 소수가 되는 것이 다를 뿐일 것이다. 이 책은 6가지 분야에서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6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시대의 장인정신과 장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홍준 - 문화유산 - 명작은 디테일이 아름답다 김영일 - 음악 - 소리의 기록 배병우 - 사진 - 바다, 소나무, 한국인 정구호 - 패션 & 디자인 김봉렬 - 건축 - 적 장인정신 조희숙 - 음식 - 한식의 재발견 장인을 논하는 글을 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듯 싶어 여기서는 기억에 남는 글들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31_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인정신은 가질 수 있다. 무엇이든 끝까지 하려는 자세와 노력은 누구든지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완당의 예술적 성취는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완당은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정인정신은 결국 '노력'이라는 결론으로 도출된다. 33_어떤 이는 한국성이라는 표현은 우리 내부의 입장이 아니라 외부의 시각에서 우리의 정체를 규정하는 하나의 개념이므로 한국성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양인은 한국성이 아시아성 속에서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질문은 아시아성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 한국성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중략) 한국 문화의 정체성은 동아시아 문화의 보편성 속에서 특수성으로 설명할 때 이해가 가능하다. 일본이나 베트남, 대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동아시아 문화권을 형성했던 중국인보다 우리가 세계를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다. 주류에 속한 사람은 주변인이 갖는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중심부 문화를 파악하고 수용하여 자기화하는데 매우 능숙한 민족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의 당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문화적 주주국가라고 할 수 있다. 35_일본이 우리 민족의 영향을 받았다는 식으로 고대 한일관계를 강조하거나, 고구려와 고조선을 과도하게 부풀려 해석하는 폐쇄적인 국수주의는 모두 이러한 열등의식을 해소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국인의 역사 인식과 의식구조에는 과도한 문화적 자긍심과 불필요한 열등의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 모순된 인식을 교정하지 않는 한 한국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표현은 불가능하다. 이제야말로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세계사적 지평으로 넓힐 때가 왔다. 41_넥타이는 대부분 문양으로 디자인되기 때문에 통일성과 규칙성을 요구하지만, 쉽사리 간취되지 않는 변화가 숨겨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에르메스 넥타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마리의 강아지가 자세를 달리하며 중간 중간 다르게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양 역시 가는 방향이 한 가운데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강아지와 양의 문양이 동일하게 반복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세밀한 변화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매우 치밀한 디테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정한 질서를 가진 것 같지만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가치를 갖는 장인정신은 바로 이러한 데서 찾을 수 있다. 77_장인이란 자기 영역을 보는 것을 자기의 마음 보듯 하는 사람들이다. 마음을 본다는 것은 남의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다는 것이다. 객관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지에 오른 장인들의 공통점은 그 결과물이 오래도록 사랑받는데 있다. 그들의 결과물은 생명력이 있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이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85_역사가 2천 년이 넘는 가야금은 주로 한옥에서 연주됐다. 타악기나 판소리와 달리 모두 자연적인 재료들로 만들어진 기악은 한옥과 잘 어우러진다. 한옥의 창호지 한장의 미학도 대단하다. 고음은 아주 빨리 빠져 나가게 하고 저음은 휘돌게 한다. 마루 밑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음들은 굉장히 선명해진다. 한옥에서 녹음한 소리와 일반 공연장에서 녹음한 소리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112_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작업을 하다보면 숙련공이 된다. 하지만 예술은 다르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아이디어와 정신이다. 기술에 치중하면 공예가 된다. 사실 소나무는 한국적인 것이라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다. 한국적인 풍경을 담는 소재로서의 소나무가 내 사진을 통해 세계인의 것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116_사람이란 가장 어려서부터 사랑한 것에 끌리는 것 같다. 지금까지 26년 동안 소나무를 찍었지만, 처음엔 무조건 찍었을 뿐이다. 다음 단계에 접어들어서는 소나무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쯤 지나자 뭔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묘하게되 사람들은 맨 처음에 찍은 사진이 좋다고 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프로세스를 거쳐 왔는데 맨 처음에 찍은 첫번째 사진이 제일 좋다니...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에 공감했다. 뿌리. 그렇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첫 뿌리의 힘이 바로 그 근원이었다. 124_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사진하는 사람들이 갖는 취약점 중 하나가 조형 훈련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사진은 사진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순간 사진은 예술로부터 절연된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중요한 표현 요소들은 사회적이거나 조형적인 것들을 포함하는 복합적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중요한 것을 포기한다면 좋은 사진이 나오기 힘들다. 125_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서울은 너무나 훌륭한 교육장이다. 이제 서울은 바네사 비크로프트, 르네 마그리트, 앤디 워홀의 대규모 전시를 볼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학생들이 그런 좋은 전시를 통해 오리지널 작품을 보기만 해도 굉장한 훈련이 된다. 단순히 그린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예술의 방향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127_컬러도 마찬가지다. 1백만 가지가 있다면 사진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은 1~2백 가지 밖에 안 된다. 사진가는 눈으로 보았을 때 자신이 담고자 한 것들을 기억해서 사진에 옮겨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프로이고, 장인이다. 128_'계획된 우연'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사진작가라면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필ㄹ름의 남는 부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담아내야 한다. 사진은 자연에서 시간과 공간을 따내오는 것이다. 선택하고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보는 눈에 따라 다른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사람마다 다른 사진이 나오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137_우리가 원하는 자연은 현실 그 자체라기보다는 다분히 이상적인 경지의 상징이다. 따라서 사진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 외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영속성을 지닌 자연을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온전한 상태로 보고, 자연을 하나의 대상으로 객체화하는 대신 그 안으로 자신을 몰입시키는 경험을 바라는 것이다. 152_'나는 장인이 아니다!' 내 프로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한 우물에 평생을 던져 넣는 장인의 초상과는 거리가 멀다. 내 본업은 직접 출범시킨 브랜드 '구호'의 옷을 짓고, 제일모직 10여개 브랜들을 통솔하는 일이다. 하지만 요리와 인테리어, 영화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내 이름은 귀에 익을 것이다. 이처럼 나의 관심사는 가지에 가지를 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옷을 둘러싼 것'들을 보여주는 일이 내가 만든 옷을 소비자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로 물건과 문화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를 스타일리스트, 코디네이터라고 정의한다. 조화와 균형에 극히 민감한 사람,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부르곤 했다. 157_장인이란 뭔가 더 붙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불필요하고 기본 정신에 맞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몇 년 전, '고야드 백'이라는 가방이 굉장히 유행했었다. 천연가죽도 아니고 합성 피혁이나 패브릭으로 만든 단순한 패턴의 프랑스 가방이 몇 백만원을 호가했었다. 그것의 성공이유는 바로 언뜻 보면 프린트처럼 가방 전체를 뒤덮은 점 패턴을 사람의 손으로 그려 넣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의 고야드 백은 명품일지언정 트렌디한 가방은 아니었다. 그런데 새로 영입된 디자인 디렉터가 식상한 고야드에 오렌지, 실버 등 컬러를 도입하면서 갑자기 트랜디해진 것이다. 고야드 백의 성공에서 보듯, 명품은 굳이 트렌디한 상품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명품을 트렌디하게 만드는 주체는 중간자-스타일리스트 혹은 전통기술로 참신한 디자인을 ㅅ기도하는 깨어있는 작가이다. 160_<스캔들>에서 한복을 작업한 이후 문화관광부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복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많이 입힐 것인가가 대화의 주제였다. 그런데 나는 엉뚱하게도 한복을 많이 안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전통 의복을 입을 이유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복은 많이 입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입는 게 중요하다. 불편하다고 고름 대신 벨크로 여미고 단추를 다는 행태는 잘못된 것이다. (중략) 한복의 경우도 우리는 좋은 것의 기준을 잃어버리면서 무조건 대중화에만 신경 쓰다보니, 어느새 소재도 중요하지 않고 색깔도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입느냐도 중요하지 않은 물건이 되어 버렸다. 나는 평생 단 한 벌이라도 올바르게 짜여진 원단과 손바느질로 제대로 입을 수 있는 옷 한 벌을 입는 게 대충 만든 옷 백 벌 입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163_나는 벨기에 앤트워프 출신 디자이너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작업을 좋아한다. 마르지엘라야말로 장인정신을 가진 아티스트이다. 우연하게도 나는 그가 디자이너로서 출발할 때 지은 옷을 갖고 있다. 1988년, 마르지엘라가 스튜디오를 열고 처음 작업한 옷이 미국의 작은 편집매장에 들어왔는데, 그 매장을 즐겨 찾던 내 눈에 띈 것이다. 구석자리 옷걸이에 광목으로 된 몇 벌의 옷이 걸려 있었는데, 아르마니와 베르사체의 고급 소재 옷들이 지배하던 당시 광목은 상상하기 힘든 소재였다. 주인에게 물었더니 파리에서 막 시작한 마르지엘라라는 디자이너라고 해서,그날부터 지금까지 지켜보아왔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구축이 됐건 해체가 됐건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작품은 물론이고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과 마케팅 방식까지 20년 넘게 한결같다. 164_나는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강의를 할 때면 아이팟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이팟이 기술만 강조해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지금처럼 패션 아이콘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팟은 대단한 문화이자, 미술과 디자인으로 커버한 예술적 상품이다. (중략)중요한 건 이 엄청난 고급 기술이 기술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디자인되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촉각을 고려한 디자인이 당연한 듯 구현된 것이다. 이처럼 최고 기술은 아날로그적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기계를 만드는 기술이다. 기계를 기계스럽게 표현하면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기계를 인간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수준 높은 기술이다. 이는 디자이너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의 새산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창의적인 디자인 제품이 나올 수 없다. 173_마르지엘라는 '얼굴없는 디자이너'로 불린다. 그만큼 그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 그저 다섯 살 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꿔왔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디자이너의 이미지보다 옷이 더욱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사진 촬영이나 인터뷰를 철저하게 거절하는 그의 독특한 고집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장인정신으로 불릴 만하다. 182_장인정신이란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않고 범위는 좁지만 굉장히 깊게 들어가서 독특한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어떻게 보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생긴 일본적인 의식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장인은 전문성을 잣대로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성외에도 창조성이라는 개념도 있다. 다른 사람이 했던 것을 뛰어 넘으려는 것, 타인과 다른 경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개척정신, 즉 오늘날 벤처와 같은 정신없이 전문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183_우리는 장인하면 도제식 교육을 떠올린다. 도제식 교육은 한 일가를 세밀하고 높은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진보적 교육학에서는 도제식 교육을 '교실 속의 살인'이라고 비판한다. 선생과 똑같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제자의 개성과 잠재력을 모두 말살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도제식 교육을 중세식 교육이라고 간주한다. 대신 근대의 교육관, 즉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우주로 인정하고, 그 소ㅜ주가 커져서 하나의 우주가 완성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며, 그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185_장인은 '위대한 기술자'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에서 '기술'의 개념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만든다'라는 의미로 '예술'을 포함하는 개념어였다. 이처럼 기술의 전문성과 예술의 창조성은 원래 하나의 범주였다. 이와 대척적인 범주는 '철학'이었고 '과학'을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다시 말해서 기술과 예술은 하나였고, 철학과 과학이 하나였다. 그런데 근대에 와서는 예술이 철학과 붙어서 마치 철학자가 예술가인 것처럼,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함께 인식되어 왔다. 마치 장인과 예술가, 또는 전문성과 창조성이 상치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두 개념이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것, 그런 사람을 장인이나 예술가라고 불렀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193_그러나 전문성은 시간과 함께 쌓인 시행착오로 만들어진다. 시행착오란 과거의 개념이 아니다. 예를들어 단순히 은장도를 1만개 만들어서 쌓이는 능력은 시행착오가 아니라 기계적인 기술일 뿐이다. 은장도 열 개를 만들면서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아, 내가 지난번에 이것을 잘못했다'와 같은 인식을 끊임없이 하면서 나오는 것이 바로 시행착오이다. 이전 작업을 반성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궁리하고, 거기서 도전하고, 다시 개척하는 것, 그러한 것이 지속되면서 장인이 되는 것이다. 198_렘 쿨하스가 릴에 만든 문화센터를 보면 20년전에 건축재료라고 여기지 않았던 함석이나 슬레이트를 과감히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좋은 건축에 사용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온 재료들을 최고의 건축들에 당당히 구현했다. 그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되는 재료들이 아주 멋있게 구현되었다. 렘쿨하스의 사례는 하이테크란 테크닉, 즉 장인적 기술을 가지고 보여주는 건축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하이테크 건축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워털루 역을 보면 시공 과정은 결코 하이테크가 아니다. 하이테크적 속성이 그동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건축물은 말해준다. 206_다포식이니 주심포식이니 하던 양식사적으로 한국건축사를 연구하던 시대가 있었다. 나도 그렇게 배워왔다. 고증할 수 있는 유물을 토대로 그 형태에만 집착하던 때, 도무지 나는 그것을 왜 배우는지 몰랐다. 답사를 가서도 소로니 주두니 익숙하지 못한 건축 요소의 이름을 대며 설명해야 유식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김봉렬은 달랐다. 어디를 가서든 재미난 설화에서부터 시대적 사건과 인문학적 배경까지 씨줄 날줄로 엮으며 그 장소를 해석했다. 마치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처럼 생생하게 그리는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역사를 새롭게 본 사람들이 여럿 있다. 211_대목쯤되면 이미 나무의 성질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나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꿰뚫게 된다. 예를 들어 기둥과 같이 수직부재로 쓰일나무는 뿌리 쪽을 밑으로 세워야 하고, 보 같은 수평부재로 쓰일 것은 뿌리 쪽을 밖으로 눕혀야 된다는 비법을 깨닫는다. 심지어 북쪽 사면에서 자란 나무는 건물의 북쪽 벽에, 남사면의 나무는 남쪽에 세울 줄 알아야 올바른 대목이라는 정도로 신화화 된다. 215_전통이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하거나 전수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전통이란 살아 있는 과정이다. 우리의 전통음식과 같은 문화를 알리는 문제는 외국인들에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먼저 해당하는 문제이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도 상업적인 의미에서 외국의 음식들과 경쟁하기보다, 우리 음식의 정체성이 정말 무엇인가를 찾고 깨닫는 가운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222_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음식을 '익힌 것'과 '날 것'의 이원적 체계를 중심으로 날 것은 자연, 익힌 것은 문명이라는 대응관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음식의 코드는 이러한 대응관계가 아니라 융합하고 조화되는 제3의 체계, 즉 익힌 것도 아니고 날 것도 아닌 바로 '발효식'이라는 또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 식탁에 항상 오르는 김치를 단순히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느냐, 아니면 맛의 사회학적 측면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느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36_서양음식이 튀기거나 오븐에서 ㅇ리하는 것에 비해 한식은 오랜 시간을 두고 양념이 배어들게 하면서 열량을 최소화시켜주는 찜요리 방식이 많다. 비록 이러한 점이 바쁜 현대생활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지만, 요사이 서양에서 번지고 있는 슬로우 푸드나 로하스에 가까운 것이 바로 우리 음식이다. 세계적인 추세인 '느림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음식은 정말 할 얘기가 많은 음식이 아닐 수 없다. 244_뿌리가 든든해야 가지가 제대로 뻗어나가는 법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음식문화는 너무 상업화되어 곁가지만 무성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개인적인 식생활 문화는 수준이 높지만, 외식산업이나 음식의 산업화 부분은 음식 수준이나 문화 수준을 논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우리 음식이 좋다고, 우수하다고 말하려면 무엇이 어떻게 좋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 우리 음식문화의 장인정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MMartini M, 2010. 11.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