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의 소설을 무조건적으로 읽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 나 '가네시로 가즈키', '히가시노 게이고' 의 반대 급부가 아니었나 스스로 생각해본다. [일본 남자 작가들 VS 일본 여자 작가들] 이런 개념? 확실한건 일본 여류 소설가는 그들만의 특유의 어체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아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도 참 많이 읽었는데 [붉은 장화] 란 소설은 '결혼'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조금은 영향을 준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근데 왜 '붉은 장화'란 제목인지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 읽은 날짜 : 2011년 초 ▼ 당시 리뷰
결혼은 현실이다.
사실, 나는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결혼의 진실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로만 어느정도 결혼이란 현실에 대해 조금은 엿볼 수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역시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결혼은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진 못해도.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의 [빨간장화]는 간접적으로 결혼이란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결혼은 현실이라고 한다. 사랑하나로 살아갈 것 같지만 여의치 않는것이 너무나 많다. 특히, 책속의 주인공들처럼 결혼은 했으나 10년째 아이가 없다는 것은 많은 갈등의 씨앗을 낳는 것 같다. 그럼에도 책 속의 주인공은 아이가 없지만 그런대로 결혼생활을 해나간다.
"우리, 둘이 있으면 둘다 외로워지는 거야" 라고 말하는 아내 히와코. 남편 쇼죠를 사랑하지만, 이상하게 함께 있을때부다 남편의 부재에 남편을 더 사랑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진실은 결코 남편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 진실을 말하는 순간. 결혼생활이 어려워짐을 알기 때문이다.
아내 히와코는 끊임없이 쿡쿡 거리며 웃는다. 남편의 영혼없는 대답과 그저그런 관심에도 히와코는 쿡쿡 거리며 웃는다. 무미건조하고 의사소통이 안되는 이 가정생활이 이상하게도 계속 이어지는건 아마도 이런 히와코의 웃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에쿠니 가오리는 아내의 시선으로 결혼생활을 계속 보여준다. 남자인 내가 봐도 남편이 쇼죠의 행동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완전 경상도 남자이다. 남편 쇼죠는 표현은 안하지만 아내를 사랑하고 있음을 작가는 중간중간에 남편의 시선으로 결혼 생활을 보여주긴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로써는 이해가 안가는 결혼생활이지만, 또 그것이 어쩌면 정말 현실의 결혼생활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불협화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작가는 말하고 있다... |
|
<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저/ 신유희 역 소담출판사/ 2010년 3월 25일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결혼의 진실이란?
1. 들어가며
“결혼이란, 사랑이라는 감정적 동기에서 출발해,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 10년 차를 넘어선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사랑? 의무? 책임? 정? 이런 모든 것들이 다 혼합되어 있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예전에는 사랑만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현실 속에 있다보니, 그런 나의 생각이 순진했던 때론 순수했던 나의 어린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결혼에 대한 진실을 잘 깨닫게 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마치 책 속의 부부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 10년차를 지나 소통의 부재와 애정이 식은 부부관계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 속의 부부의 모습에 강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면 권태기로 인해 많이 이혼한다고 하는데, 그런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부부 관계는 안전한가 되돌아보고 점검해보는 계기도 될 것 같다.
결혼하고 10년 아이가 없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에쿠니 가오리는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들의 심리와 생각을 추적하고 있다. 미세한 마음의 변화를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능숙한 심리 묘사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냈다. 항상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온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 책 『빨간 장화』에서는 결혼의 진실에 대해 파헤친다. 결혼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결혼이라는 현실세계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어떤 연애소설보다 현실적이고 냉혹한 결혼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면 에쿠니 가오리가 보여주는 결혼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그런 결혼의 진실이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고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 결혼 이야기 속으로
불협화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여기 두 부부가 있다. 남편인 쇼조와 아내 히와코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이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10년이라는 세월이 실감이 나지 않고 신혼은 아니지만 안정된 부부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그것은 어디에 강하게 정착하지 못하고 의지할 곳 없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그들 사이에는 소통이 부재한다. 아내가 하는 말을 남편은 제대로 듣지 않고 제대로 맞장구도 쳐주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는 것 같지도 않게- 보던 쇼조는 헤에, 하고 말했다. "얼굴이 워낙 무섭게 생겨서 처음엔 화난 건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구. 가로수가 파래서 예쁘다고, 가보란 말도 하더라니까." "헤에." 히와코는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무슨 맞장구가 그리 서툴러." 왜 아내가 웃음을 터트렸는지 몰라 얼빠진 표정으로 TV에서 눈을 뗀 쇼조를 남겨두고, 히와코는 여전히 쿡쿡 웃으며 부엌으로 나간다. -p.31
아내가 전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남편은 관심도 없고 듣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화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아내인 히와코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언제나 "헤에", 또는 "응" 일하는 무심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녀의 어이없고 자조적인 웃음이 소통의 부재에 대한 체념과 포기를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실망하고 상실감을 느끼며 남편인 쇼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서로 소통하려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분명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면서 결혼도 했지만, 아내는 남편과의 연애시절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결혼반지를 낄 때면, 히와코는 늘 이상한 기분이 든다. 쇼조와 연애를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는데, 대체 어떤 식으로 했는지 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쇼좆는 착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은 숱하게 많다. 그 숱한 사람이 아닌 쇼조와 결혼하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반지를 끼고 나가려는 자신을 히와코는 어쩐지 또 다른 누군가인 양 느낀다.
한편 남편인 쇼조 또한 아내를 사랑하기고 아내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려 하지만 그의 의식 속에 깔려 있는 있는 것은 히와코에 대한 가벼운 모멸이고 무시이다. 아내를 존중하고 아내를 배려하려는 마음보다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곁에 있고, 항상 자신에게 밥을 차려주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항상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언제나 퇴근 하면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쇼파에 누워 TV부터 켜는 쇼조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쇼조의 모습은 그만의 이상하고 특이한 모습이 아니라 결혼 10년 차 권태기에 접어든 남편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런 무심한 남편의 모습에 실망도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을 떠날 수가 없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하다가도 그녀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도 온통 그녀는 남편 생각뿐이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홀연히, 정말로 홀연히 히와코는 이해한다. 나는 쇼짱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발견이었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그리고 털끔만큼도 의심할 여지 없는- 그 발견에 히와코는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았지만, 왜 그런지 납득이 갔다. (중략) 그러자 앞뒤가 기분 좋게 딱 들어맞았다. 트라이플이 혀에 닿는 사르르한 촉감. 아까부터 자신이 쇼조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 여자 친구들의 한없는 수다와, 강렬하리만치 변함없는 모습, 또한 그러한 것들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 -p.67
마치 있으면 싫은데, 막상 없으면 보고 싶어지는 걸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니깐. 아마 그것이 결혼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미묘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너무 싫고 버리고 싫은데 버릴 수 없는 '빨간 장화' 처럼 말이다.
히와코는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 보니 히와코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 때문에,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동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 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p.162
빨간 장화처럼 버려야 하는데, 분명 남편과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는데, 히와코는 그럴 수 없다. 분명 자신과 헤어져도 남편은 별로 힘들어하지 않고 괜찮게 잘 지낼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나랑 헤어져도 쇼짱은 분명 괜찮을 거야." -p.96
그러나 히와코는 자신의 부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남편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자신의 존재가 너무 보잘것 없게 느껴질 것이니깐. 너무 쓸쓸해질 테니깐. 그렇더라고, 자신의 부재가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나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건 너무 쓸쓸할 것 같다. 너무 쓸쓸하고, 그리고 너무나 불안할 것 같다. -p.178
이야기 속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생활을 보면서 결혼의 '진실'은 체념이라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아닌, 체념, 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것! 이 진실을 깨닫으니깐 너무 씁쓸하고 우울하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예전에는 결혼은 장미빛 미래, 핑크빛의 하트가 가득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을 것 같다. 결혼한 부부라면 너무나 잘 알지 않는가.
3. 나가며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는 것 같아." _「담배」
이 글을 읽으면서 결혼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결혼의 진실에 공감하면서도 그 진실을 깨닫으니 씁쓸하다. 이젠 너무나 익숙해지고, 서로의 존재를 너무 당연시해서 이야기 속 쇼조처럼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가. 때론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오히려 곁에 있을 때 소중히 아껴주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가 발견한 결혼에 대한 진실 '체념'이라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 진실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쇼조와 히와코는 끝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체념한 채 살아가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나중에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 소통하며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하고 세련된 문체로 결혼의 진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항상 에쿠니 가오리는 우리 일상 생활 속 모습에 대해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그 속에 담긴 진실을,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깨닫게 하는 것 같아서 그녀의 소설을 즐겨 읽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빨간 장화 > 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
|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자극적이다. 누군가는 지극히 슴슴한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소재들을 보면 그렇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정당화되지 않은 사랑 아니면 누구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랑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빨간 장화]라는 이 제목의 이야기는 제목이 너무나 동화 같아서 읽기를 미뤄둔 작품이었다. 내가 읽어왔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 중에서는 [나의 작은 새]와 마찬가지로 담담하니 그리고 조용하니 그렇게 읽혀지는 그런 작품이 된다. 물론 자극적인 면은 쏙 빠져버렸다.
히와코와 쇼조. 그들은 부부다. 아이는 없고 십년 째 같이 살고 있다. 히와코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쇼조는 아이가 없어서인가 어찌보면 아이 같은 그런 사람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직급이 있고 일을 잘 하는지 몰라도 집에 오면 히와코가 무얼 물어도 '응'이라는 대답 말고는 하지 않는다. 두 가지를 동시에 물어도 늘 '응'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을 아는 히와코는 그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그게 어찌 살다보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라도 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웃고 넘어간다. 그런 그녀였기에 그와 함께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왜 아이가 없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일부러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이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나와있지 않다. 아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내가 너무 통속적이고 결혼한 사람들은 모두 아이가 있어야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부부들도 다 다양한 모습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쇼조에 대해서는 답답한 모습도 있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인해서 외출을 하게 된 히와코에게 자신의 밥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모습이라던가 늦었다고 서두르는 그녀를 붙들고 같이 나가자면서 밍기적거리는 모습이라던가 굳이 한입 먹어보고 가라며 잡는 모습들은 정말 한대 콱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히와코가 다 받아주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 관계는 아이와 엄마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물론 나가는 것을 귀찮아 하는 히와코의 성격 때문도 있겠지만 말이다.
간단한 제목 속에서 히와코의 삶이 흘러간다.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의 일상이 그려진다. 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공감을 하면서 읽는 것이 아닐까. 제목의 빨간 장화는 본문 속에는 상자라는 제목으로 그려진다. 어렸을 때 보았던 크리스마스 때면 나오던 빨간색 장화모양을 떠올린다. 그 속에 가득했던 과자와 사탕들. 히와코에게 빨간 장화란 그들의 결혼생활이 아니었을까. |
|
이 소설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몇개의 단어들 -단절. 차단. 막-의 공통점은 'Cut'이라는 뜻을 가지거나, 그에서 파생된 단어라는 점이다. 쇼코와 히와코는 결혼 10년차 부부이다. 히와코는 남편인 쇼코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오늘 있었던 일과 같은 일상적인 얘기를 하지만, 남편 쇼코는 성의없이 "응", "글쎄"라는 대답뿐이다. 히와코는 그런 남편의 대답을 그저 허탈한 웃음으로만 넘길 뿐 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히와코는 남편에게 아낌받고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들의 무미건조한 대화 속에서 그녀는 외로움을 느낀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더 그를 좋아하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도 하고, 남편은 자기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철저하게 사랑이라는 끈끈한 인연에서 소외되어 겉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부부간에 극단적인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그들의 의지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버린다.
히와코는 쇼조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인 쇼조에게 아낌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서글펐다. 쇼조와 마주하기보다 쇼조의 빨랫감을 마주하는 편이 행복하다는 것이, 쇼조와 함께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더 쇼조를 좋아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p.97)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아. 말은 연이어 입을 타고 나왔다.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건 그만하고 싶다구. 쇼조는 “응” 혹은 “어”하고 대답했다. -쇼짱도 외롭지? 우리, 둘이 있으면 둘 다 외로워지는 거야. - 응. ‘진실’은 계기가 무엇이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기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위험한 것이다. 결론은 늘 명백하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 거야. (p.109)
제목인 빨간 장화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남편 쇼코가 사오는 선물이다. 빨간 장화 모양의 용기 안에 초코릿과 과자가 잡다하게 들어가 있는데, 맛도 없어보이고, 장식으로도 별로라고 생각되어 히와코는 골판지 상자에 넣어서 벽장에 넣어둔다. 히와코는 남편에게 매년 똑같은 이 선물을 안사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남편 쇼코는 잊었는지 이후로도 계속 사온다. 히와코는 이 빨간 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관심 없고, 분명히 본래의 목적과는 어긋난 그들의 결혼생활처럼 말이다.
쇼조는 떠들고 있지 않은데, 쇼조의 존재 자체가 고요함을 눈에 띄게 어지럽히는 것이다. 불협화음. 하지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p.74)
나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쇼짱에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런 사실이 유쾌하게 느껴졌다. 유쾌하고 행복한, 슬프고 홀가분한 일로. 충동적으로 다리미대를 돌아가서, 쇼조의 뺨에 입을 맞췄다. (p.228)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기대한만큼 아쉬움도 컷던 책이다. 아직 결혼 생활에 대해서 경험도 못해봤거니와. 일단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결혼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서처럼 극단적인 소통의 단절은 아닐지라도, 연애를 하거나, 신혼 생활을 할 때와는 다르게 함께하는 기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단절은 분명히 존재할 것 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어떻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남편인 쇼코처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하게 되었다. 그 때가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내가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그런 단절감이 느껴질 때가 온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다.
Eddie Higgins Trio - Detour Ahead |
|
결혼생활에 있어서의 일상은 왜 그리도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사고방식으로 인식의 차이를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연애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잘한 마찰들이 결혼한 부부들의 삶에서는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별 탈없이 그럭저럭 잘 넘아가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진다. 그 바탕에는 자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 '냉정과 열정 사이'의 rosso편을 쓴 '에쿠니 가오리' 그녀가 묘사하는 결혼 10년차가 지난 부부. 그리고, 자녀까지 없는 가정의 풍경은 어떨까? 평범한 가정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을 했겠지만, 이 소설의 아내 '히아코'는 왠지 남편 '쇼조'와의 만남과 결혼에 즈음했던 이야기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일상의 무료함에 계약직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은 대체로 무료하고 그저 그런 나날들이다. 남편 '쇼조'가 집에 오면 아내 혼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보지만 남편한테서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한 마디. "어", " 응" 뿐이다. 남편의 행동에 이것 저것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아~~ 아내는 외롭다. 그리고 답답하다.
그러나, 그래도 직장에서 끝나면 총알처럼 집으로 향해서 남편을 기다리고, 친구를 만나도, 취미활동을 해도, 남편 생각에 오래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어찌보면 곁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부부. 그래도 10년 넘게 결혼 생활의 일상은 거듭된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 '빨간 장화'에 나오는 이 가정뿐이랴~~~ 우리네 가정들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 이렇게 살거면 왜 결혼을 했느냐고.... 아마도 그래서 요즘은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환상도 아니고, 무지개를 잡는 것도 아니고, 백마탄 왕자님과의 동행도 아니기에.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이미 결혼전에 서로 다른 환경과 인식 속에서 굳어질대로 굳어졌으니까.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히와코'와 '쇼조'의 결혼 10년차가 넘은 부부의 일상 속을 들여다 보듯이 평범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금방이라도 파탄이 날 것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일상을.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단편 형식의 구성으로 펼쳐 보여준다. 얼마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 '빨간 장화'의 후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이야기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빨간 장화'의 단조로운 일상의 불협화음이 결국에는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 이르게 된 것처럼. |
|
이런 아내가 있다. “치에코씨는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쪽... 사쿠짱이랑 결혼하고 나서 내 자신이 반쪽이 된 것 같아. 가끔 그런 기분이 든단 말야.. 혼자 자취 생활을 할 때는 난 온전히 독립된 한 사람이었다. 그랬는데 사쿠짱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난 반쪽이다. 난 반달. 사쿠짱이 없으면 완전하지가 않아. 사쿠짱이 없으면 뭔가 빠진 인생. 그렇다. 나답지가 않아. 전혀 나답지 않아. 뭐랄까, 나약한 사람 같아.”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3 중에서) 반면 이런 아내도 있다. “쇼조와 결혼 한지 10년이 된다. 하지만 히와코는 10년이라는 세월이 어쩐지 실감 나지 않는다. 신혼은 아니지만 안정된 부부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저 둥둥 떠 있다. 의지할 곳 없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 아이가 없는 탓인지도 모른다.” (빨간 장화 중에서) 마스다 미리가 쓴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의 주인공 치에코는 결혼 한지 10년이 넘은 주부로 직장에서 비서로 일한다. 아이는 없다. (마스다 미리는 실제로는 미혼) 에쿠니 가오리가 쓴 『빨간장화』의 주인공 히와코 역시 결혼 한지 10년이 넘은 주부다. 아이는 없고, 원예점에서 일주일에 서 너 번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다.) 이 두 작품에 등장하는 비슷한 조건의 두 부부의 차이는 극명하다.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결혼 한지 10년 된 나는 어느 쪽인지 저울질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둘 다 아니다. 결혼생활의 정점은 출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신혼처럼 마냥 달콤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게 사는 치에코씨네도, 무미건조함의 극치를 달리는 히와코씨네도 정점 없이 평온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쪽은 치에코씨댁. 하지만 히와코씨의 마음중 일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2005년작 『빨간 장화』는 결혼 한지 10년이 넘은 쇼조와 히와코의 결혼생활을 담담히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남편의 시선으로, 때론 부인의 시선으로 연결된다. 출판사 서평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두고 무섭다고 표현 한다’고 했다. ‘소리를 내지를 만한 무서움이 아니라 오싹하고, 절실하게, 미지의 것들과 잘 알고 있지만 눈치 채지 못했던(혹은 눈치 채지 않으려 했던)것들을 들춰내어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잘 못 느꼈는데 『빨간 장화』 만큼은 꼭 그렇다. ‘잘 알고 있지만 눈치 채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들춰내어 정곡을 찌른다’. 그렇기 때문에 미혼인 남녀 여러분은 가급적 이 책을 읽지 마시길..! 미혼 남녀에게 이 책은 ‘오싹오싹 공포체험’과 같다. 초등학생에게 유독 인기 많은, 검은 표지에 유령 따위를 그려 넣은 바로 그 ‘오싹오싹 공포체험’말이다. 어른들이 읽으면 그다지 재미도 없고 무섭지도 않은 그 책을, 초등생들은 무섭다고 호들갑떨며 읽는다. 그리고선 무서워서 밤에 화장실도 못가는. 하지만 어른들은 알고 있다. 그 책은 그저 분위기 장난, 말장난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걸. 그러므로 미혼 남녀들이여! 『빨간 장화』를 읽고 부디 겁먹지 마소서! 결혼 생활은 이게 다가 아니라오. 결혼 한지 10년이 넘은 쇼조와 히와코. 쇼조는 중견 식품회사의 부장으로 회사에서는 애처가로 소문났다. (단지 술자리를 싫어해서 모임을 피하고 곧장 귀가할 뿐인데) 그러나 실상은 자기 손으로 점심도 차려먹지 못하는 한심한 남자이다. 뿐만 아니라 십대 소년처럼 양복을 제멋대로 벗어놓고 샤워 후에는 젖은 수건을 이불 위에 아무렇지 않게 올려놓는다. 히와코가 집을 미울 때마다 심통을 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내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또 아니다. 그는 아내의 말에 거의 매번 건성으로 대답한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TV를 본다거나, 신문을 읽는다거나. 히와코는 전업주부였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간이 남아돌자 파트타임으로 근처 꽃집에서 일주일에 나흘 정도 일한다. 남편이 출근하면 일하러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깔끔하게 집 안을 정리 하고 집에 혼자 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해 전신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쇼짱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남편을 향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남편이 건성으로 듣는 걸 거의 매번 알아차린다. 그래서 히와코는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함께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이 느낀다는 것을, 쇼조와 함께 있으면 외롭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도 남편은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TV를 보고, 부인은 남편이 TV를 보기를 기다리다가 혼자 산책을 나간다. 건조한 이들 부부의 생활은 그 뿐만이 아니다. 남편은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빨간 장화 모양 용기 안에 초콜릿이니 시판 과자가 잡다하게 들어있는 시즌 상품을 사온다. 부인이 그만 사오라고 몇 번이나 요구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이 둘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도저히 이 둘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럴 거면 왜 함께 사는지, 차라리 드라마처럼 각자 바람이라도 펴서 자신들과 맞는 사람을 만나 새 출발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둘이 도대체 어떻게 결혼했나 싶다. 이들의 연애는 어땠을까 “불협화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본문 중에서) 히와코는 생각한다. 불협화음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보면 매력적이라고.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불협화음을 들어야 하는 독자는 귀가 뜯어질 듯 아프고 머리가 욱신거린다. 그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히와코의 안간힘으로 느껴졌다.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길러야 비로소 어른의 단계에 진입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고 기르지 않은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온전한 어른이 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이것은 직업적인 성공이나 돈을 잘 버는 사실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간은 이를테면 숙성의 시간이다. 아이였던 한 사람이 어른이 되기 위해 갖아야 하는. 미혼이거나 기혼이어도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들으면 반발할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혼’이라는 방법으로 중도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 단 수도자는 예외다.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인고의 시간을 겪으니까.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면 인내심의 한계를 종종 경험할 수 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이를테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금요일 밤의 파티나 나만의 시간 같은. 똑똑한 줄 알았던 아이가 알고 보니 둔재인 것을 알았을 때의 좌절감과 그로인한 겸손함. 사람은 인간을 키우면서 진짜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쇼조와 히와코는 서로 불협화음을 내는 존재들이다. 십대 소년 같은 행동을 하는 쇼조와 정신적인 자립을 못한 히와코, 둘 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처럼 행동한다. 게다가 자녀도 없으니, 그들은 몸만 커진 아이인 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소설 속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삐그덕 빼그덕 할지언정,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지언정, 그들은 함께 살아간다. 에쿠니 가오리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사실은 어쩌면 이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부란 서로 맞지 않아도, 불협화음을 낼지라도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관계라는 것. 결혼까지 결심했을 때의 자기 자신을 믿고, 나를 선택한 상대를 믿고 함께 살아야 하는 관계라는 것. 다만,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에쿠니 가오리 자신의 생활을 이 책에 녹여낸 것이 아니길 바란다. |
|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롭다. 인간은 홀로와서 홀로 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어디 흠잡을 데 없이 맞는 말이긴 한데 이 문장조차 읽는 사람을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 쇼조랑 결혼한 히와코에게 결혼은 말 그대로 무덤이 되어 버렸다. 무난하지만 묻혀버린 시간의 공간. 히와코의 결혼 생활은 딱 그만큼이었다. 죽네 사네 하며 살진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 있는 쇼조와 히와코는 결혼 10년차 부부다. 그들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것 말고는 부족함이 없었는데 무자녀 부부라고 해서 모두 이들부부 같지는 않으니 아이의 부재만으로 부부의 쓸쓸함을 단죄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평화로운 일상인데도 불안함을 느끼는 히와코와 목석처럼 아내 곁에 머무는 남편 쇼조. 그들은 같은 것을 추구하면서도 3분 앞 뒤로 걷고 있는 엇갈린 운명의 남녀처럼 읽는 이를 애처롭게 만들고 있다. 익숙함으로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이들 일상에 일탈적인 쇼킹한 사건이라도 일어나주면 좋으련만 그것조차 피해가는 부부 사이는 행복한 저주라기보다는 불행한 천국을 사는 사람들처럼 축쳐져 있었다. 이 힘빠지는 일상이 반복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어졌지만 습관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답답증이 생겨버린다. 짧지만 색이 주는 강렬한 제목에 무언가 깜찍스러우면서도 반짝반짝한 것을 기대했던 나는 [빨간 장화]라는 제목에 인이 박혀 버린다. 대체 왜 건조한 소설에 수분 담뿍 담긴 제목을 붙여 놓았을까 하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나는 여전히 뒤적거려보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대체 왜 이런 제목을 붙여놓았나요. 하고-. |
|
결혼이야기다 제목도 특이하게 빨간장화다 빨간 장화는 이책의 주인공 아이가 없는 11년차 부부인 쇼조와 히와코의 이야기다 쇼조는 히와코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늘 빨간장화를 선물한다 빨간장화는 과자가 잔뜩 들어간 산타의 장화인데 결혼 6년째 되던해 히와코가 쇼조에게 그만 사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쇼조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빨간장화를 미와코에게 선물한다 히와코는 싫다 하면서도 그 빨간장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11년차 부부인 쇼조와 히와코 이 둘에게는 아이만 없다 뿐이지 우리가 흔히 보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부부다 아이가 생기자 않아 미와코는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반대로 쇼조는 직장과 집을 오가는 평범한 가장이다 집에 오면 그저 쇼파에 앉아 TV나 보면서 있다 그리고 쇼조와 히와코의 대화를 보면 정말 대화가 되나 싶을 정도로 둘은 서로 맞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이 빨간장화가 이 두사람이 관계를 나타내는 매개체가 아닐까 한다 둘이 달라도 너무 달라보인다 특히 쇼조는 우리들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나 다름없다 대답도 거의 짧게 나간다.........이 두사람이 어떻게 연애하고 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1년이라는 짧으면서도 이 긴 세월을 부부로 살아갔는지 참 놀라웠다 이런게 결혼생활이면 정말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다 결혼을 하면 특이한 사람들을 빼고는 이 부부처럼 살아가겠지 각자의 일에 빠져 집으로 돌아와 대화는 거의 없고 그저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다 자러 방으로 들어가는 어떠면 이 책의 쓰여 있는 것처럼 함께 있지 않은 편이 나아보이는 쇼조와 히와코 부부처럼 말이다
히와코는 테니스도 치면서 나름 취미활동을 하는데 쇼조는 영 아니다 쇼조와 미와코의 세세한 관점에서 묘사를 한 이 두사람의 부부생활은 결혼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특이하다 할 수 있겠지만....아이없이 11년을 같이 부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쇼조와 히와코의 관점에서 세세히 묘사했다 조금은 쓸쓸한 느낌도 받았지만 결혼이라는 것과 부부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
|
스포츠카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젊어서는 돈이 없어서 스포츠카를 살 수 없고, 스포츠카를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획득하게 되면, 이미 늙어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닐 여건이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작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쓰려고 하니, 팔리지 않을 것 같아서 못 쓰고,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책을 쓸 정도의 상황을 만들면, 자신이 처음에 무엇을 쓰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리게 되지요.
에쿠니 가오리 정도의 유명세라면, 독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소설은, 나름 여러가지 실험들을 한 듯이 보입니다만, (작중 화자의 시점을 마구잡이로 변경시키고, 사건의 흐름을 뒤섞고, 명확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의 상상과 현실의 내용이 구분되지 않고 섞여서 기술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실험이 달인의 손길이 느껴지기 보다는 초심자의 서투름으로 느껴집니다.
마치, 슬럼프에 빠졌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 출판사와 계약부터 대뜸해서 돈은 받아 썼는데, 책은 안나와서 한참을 도망다니다가 결국 마감 며칠 전 후다닥 써버린 듯한 느낌이랄까요?
솔직히 "에쿠니 가오리"란 이름에 속은 듯한 느낌입니다.
뭐, 어쨌든, 그 불쾌감을 이기고 끝까지 읽기는 했으니까, 줄거리를 정리해봅니다.
줄거리는 그냥, 자녀가 없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중소기업의 부장인데, 집에 와서는 TV만 보고, 맥주를 마시면서, 집안일에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습니다.
부인은 1주일에 한번 동네 마트에서 캐셔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안일을 하며 보냅니다.
처음 연애할때는 나름 서로 좋아 죽을 것 같아서 결혼까지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은 점차 시들어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은 아내를 "당연히 집에 오면, 집안일을 해 놓고, 내 수발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아내는 남편을 "집안일은 하나도 안하고, 내가 하나 하나 다 챙겨줘야만 하는 사람으로, 그렇기에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귀찮지만, 정작 가장 편하고, 필요할때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합니다.
그렇기에, 생활의 긴장이나 자극은 없지만, 그만큼 안정되어 있고 뻔한 사이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불만입니다.
새로운 삶의 자극을 원하지만, 그 자극을 위해서 지금 갖고 있는 이 편함을 포기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자극에 대한 기대를 참고 견디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그 답답함을 견딜 수 있기에, 이렇게 일상에 불만을 쌓아가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요.
이것이 이 소설의 전부입니다.
뭘까요? 결국 현실에 만족못하고 있지만,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무서워서 그 선택을 미뤄가면서 현실을 조금씩 조금씩 지옥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우유부단함으로 스스로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면서
"뭐 남들이라고 별거 있어? 다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라며, 스스로 만든 지옥을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도 공감하기 싫고, 또 이 뻔한 내용을 그나마 좀 새롭게 써 보겠다고 이런저런 유치한 실험을 하는 작가의 뻔뻔함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아마, 이 책은 제가 읽을 "에쿠니 가오리"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녀가 없는 중년 부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