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티스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다. ” “ 마술적 사실주의를 현대 인간의 문제와 연결시킨 콜롬비아 최고의 시인이자 소설가, 알바로 무티스의 대표작! ” 책표지의 이런 홍보 문구는 책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화를 돋우면 돋았지 도대체 왜? 라는 의문만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사실 이 책을 끝까지 본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의 독서 습관이 국내 소설 혹은 일본 소설에만 너무 한정되어가는 듯 하여 다양한 국가의 소설을 접해보고자 하는 바람때문이었다. 책을 펼쳤다가 덮었다를 한 세 번정도 반복했을까?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웃 블로거의 서평을 읽게 되었고, 작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마크롤 가비에로의 삶에 대한 어떤 몽환적인 듯한 평은 이 책을 어서 읽어보라 부추겼다. 그렇게 하여 다시 읽게 된 책은 그나마 처음의 그 지루함을 조금 없애주기는 했지만,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진부한 지혜의 말들 즉 무위도식하면서 강물이 흐름을 바꿔주기만을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가운데 태어난 무의미한 가짜 보석들을 하나씩 실로 엮는다. (p36) ‘피로에 지친 슬픈 광기’ ‘ 칙칙한 기쁨’ ‘정신 지체아같은 언어’ ‘ 무(無)의 인질’ ‘ 따스한 침묵’ ‘각 도시만이 간직한 비밀스러운 리듬’ 과 같은 문장과 글에서는 학생때 배웠던 ‘공감각적’ 이니 ‘은유’니 하는 표현법을 떠올렸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속뜻을 파악해야만 하는 표현들... 어쩌면 이 책은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이라 말하는 그 여행과 그의 삶에 주목해야할 뿐 아니라 그 여정 속에 담긴 많은 속뜻을 파악해야 하는 이야기인 줄 모르겠다. 두꺼운 책 여기저기에 찔끔찔끔 숨겨 놓은 단서와 같은 구절들을 잘 이해해야만 전체적인 사건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바쁜 사람이 읽기에는 적합치 않아 보인다. 이야기 속에 흐르고 있는 그 시간에 맞춰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처음의 조급했던 마음을 지우고, 그래 뭐가 됐든 읽어보자고 해야할 일들을 미루고 의도적으로라도 생각하지 않으며 책을 펼쳐들자 글이, 이야기가 머릿속에 들어왔던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광활하고 쓸쓸하고 고독한 밀림같은 그 언어들이 내 안에 들어와 생긴 반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기나긴 여정에 함께 할 수 없었음이 그저 아쉬울뿐이다.
|
|
역마살이라는 것이 있다. 어디 한곳 정착을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꿈꾸기도 한다. 대개 여행, 먼 여행하는 것으로 떼우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삶 자체를 온통 떠돌아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 마크롤은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배를 타고 온갖 곳을 다니며 사업도 연애도 하고 책도 읽고 자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색도 하고 할건 다한다. 중미 안데스 또는 아마존 강을 넘나들며 밀림,습기,더위,급류,원주민,독충 등을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그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색ㅡ자아찾기ㅡ와 중세유럽의 귀족이야기나 프란시스코 성인 이야기같은 책을 읽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상황을 사서 초래하고 그 상황을 도피하고자 전혀 상반적인 내용의 사색과 독서를 한다. 그런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정말 비범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수행한다는 사업도 도무지 내용을 알 수 없고 될것같지도 않고 어디서 누가 주도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맥락이 카프카의 K가 수행하는 프로세스를 연상시킨다. 전혀 목적지향을 찾을 수가 없다. 그를 곳곳에서 구원해주고 일응 부러운것은, 그의 표현대로 ㅡ신의 축복을 받아ㅡ 가는 곳마다 그 상황에 역시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여인들이 출몰해서 사랑을 어려움 없이 나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관계한 여인들은 모두 불행해지고 죽는다. 주인공 캐릭터에 딱히 매력적인 요소는 언급되지 않지만 여인들은 스스럼 없이 그에 품에 안기곤 한다.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페인어권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도큐멘트를 빙자한 실감효과를 책의 앞뒤로 넣어주고 있는데 이런 소설적 트릭도 자꾸보니 그냥 그렇긴 하다. 한때 유행한 기법인 모양이다. 생을 아흔아홉번 태어난다면 마크롤 가비에로처럼 한 번은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작가 역시 자신이 살아보고 싶은 판타지를 넣은 면도 있을 것이다. 마르케스의 압도적 마술판타지도 없고 카프카의 완벽한 허무의 그물망구조도 없다. 그런부분들을 살짝살짝 연상시키기는 정도이다. 하지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맥락과 상황들을 나름대로의 실존적 뉘앙스로 엮어내고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독창성ㅡa 스토리 구축력ㅡb 작품의 여운ㅡc 미학적 감성ㅡc |
|
남미 작가 하면 당연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떠오른다.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을 읽고 나니 시야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
제독의 눈 - 비와 함께 오는 일리나 - 아름다운 죽음 세 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형식으로 펼쳐진다. 각 편마다 여주인공의 특색에 따라 가비에로의 모험이 결정이 되는 듯.
제독의 눈 읽다가 책을 던질 뻔 했다. 몰입도 없는 지루한 독백, 지성적인 듯 하나 매력없는 주인공, 산만한 구성에 진저리를 냈으나... 한 번 편 책은 맨 뒤 발행일자까지 읽는 버릇때문에 할 수 없이 끝까지 읽어내렸다. (아니나다를까, 첫 편은 퇴고가 안된 상태에서 바로 출판된거라나) 뒷 편으로 갈수록 점차 재미가 더해간다. 뒤의 두 편은 몇달 뒤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지만 제독의 눈은 글쎄 아직까지는 그저 두려울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