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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크롤 가비에로이고 국적불명의 모험가이며 그를 사랑했던 세 명의 여자에게 '좋은 연인'이였다. 그는 대책 없는 방랑기질을 지녔고 무모하고 허황된 계획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다. 막연한 기적과 행운으로 필요로 하는 헛된 계획에 자신을 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사업에 연연해하지도 않고 돈에 구속되지도 않는다. 그저 또 다른 모험을 향한 방편일 뿐이다. 금단의 자연 속으로 사람들의 손이 타지 않은 광활한 자연을 향해서 불가능한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돈다.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끊임없이 사색에 잠기며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초연함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함께 있을 때는 조용하면서도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 특유의 존재감을 보이지만 그가 떠나고 나면 그는 바람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다.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은 작가 알바로 무티스의 분신인 마크롤 가비에로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과 꿈꾸는 삶을 보여준다. 모험을 떠나 방랑자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현실의 그는 떠날 수 없었고 대신 마크롤 가비에로를 통해 모험에 대한 열정과 꿈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콜로비아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대부분을 덴마크에서 자랐고 후에도 유럽 여러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 속에는 유럽에 대한 향수가 묻어 있고 마크롤의 모습에서 국적불명의 방랑자의 모습을 그린다. 어느 나라, 장소, 시대에서 속하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이 실려 있고 각기 독특한 색채감을 지닌다. 물에서 시작에서 산맥을 걸쳐 도시에서 또 다시 물로 이어지는 모험의 연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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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롤 가비에로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약간의, 아니 아조 조금 심한 방랑벽이 있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과 금지되고 배타적인 지역으로 들어가려 하며 때로는 불가능해보이는 꿈을 좇아 스스럼없이 자신을 투신한다. 그는 한 문학가의 작품에 의해 탄생하였지만 단지 그의 소설속에만 살아있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마크롤 가비에로라는 이름도 처음이었고, 마르께스가 극찬해마지 않았다는 알바로 무티스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바보처럼 어릴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모험' 이야기들, 톰소여나 허클베리핀 혹은 로빈슨 크루소나 15소년 표류기를 떠올리면서 이 책을 흥분과 기대감으로 집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내 내 유아적 발상에 뒤통수를 맞고는 마크롤 가비에로가 어떤 모험의 세계로 들어갔는지에 집중을 하지 못했었다. 이 책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는 [제독의 눈] [비와 함께 오는 일로나]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지만 서로 연결되는 세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가비에로의 기행, 그러니까 희망이 없는 절망이라거나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의 여행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뛰어드는 가비에로의 행적은 터무니없이 황당하고 어리석을뿐이었다. 답답함이 넘쳐 '당신 왜 그래?'라고 외치고 싶어질즈음, 무티스는 '가비에로도 다 알고 있는거야'라고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말없이 묵묵하게 가비에로를 따라, 그가 벌이는 비현실적인 세계로의 모험에 동참해버리고 있었다. "그는 가비에로의 삶이 열정적인 관심이 빚은 일화로 점철된, 예기치 않은 일을 가장 다양하게 겪은 대표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410) 물론 삶이란 그 어떤 꿈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선물을 항상 간직하고 있으며, 그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공중에 누각을 세워 막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244) 마크롤 가비에로의 일기를 들여다보며 그의 모험을 따라가고 있는 동안 곳곳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한 그의 이야기에 가만히 생각에 잠겨들기도 했다. 고독, 연민, 사랑, 삶, 죽음, 존재 등에 대해 툭툭 내던져진 글들은 마크롤 가비에로가 우리 인생여정에 아주 치열한 삶의 모험을 하였음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가비에로의 일기가 조금씩 무거워지고 그 이면에 담겨있는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져버렸다. 왠지 마르께스가 “그의 작품은 우리가 잃어버린 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예언자의 눈을 지니고 있다. 마크롤은 단지 무티스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마크롤은 우리 모두이다.”라고 한 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아마도 이 세상에 자기가 있을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방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없었다. 비에 젖은 안데스 산맥의 도시에서 오랫동안 수없이 술집과 카페를 함께 드나들었던 친구이자 시인처럼, 가비에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나라를 상상한다. 희미하고 안개 자욱한 나라다. 내가 살 수 있는 마술적이고 매혹적인 나라다. 그게 어떤 나라일까? 그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4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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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무티스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현대판 돈키호테라는 말에 끌렸었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나 독특했다. 거기에서 난 뭔가 자꾸만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감지한다. 작가가 남아메리카 콜롬비아의 최고의 시인이자 소설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책은 이국적이면서도 탁원한 묘사감각이었는데 책에 수록된 모험이야기 3편의 주인공인 마크롤 가비에로는 작가가 마치 현실속에서 자신이 하고자했던일 상상했던일을 대신 하도록이입시켜놓은 듯한 인물이었다.
가서는 안될곳을가고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 주인공이 불안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가운데 작가는 별다를것 없는 평범한 일상샐활을 아주 리얼하면서도 풍부한 감성과 느낌으로 전달해준다. 무엇인지도 모른채 이것이 바로 문학작품에서만 느낄수 있는 감각이구나 싶어졌었다.
자전적 이야기 구조가 더욱 더 주인공의 모습을 작가에 대입시키게된다. 콜롬비아에서 태어났지만 유럽에서 살았던 어린시절 그리곤 다시 돌아왔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지못했던 듯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돈을 쫓아, 이상을 쫓아 방황하는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습엔 그러한 작가의 개인적인 모습이 보인다. 거기엔 돈을 쫓고 있지만 결코 잡지 못하고, 여자를 원하면서도 곁에 두지 못했던, 불가능에 도전하면서 추진력을 발휘하지만 끝내 포기할수 밖에 없고 실패하고있는 냉소적인 모습들도 엿볼수있었다.
초반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어리둥절할만큼 밑도 끝도없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이야기에 길을 찾지못한채 앞으로 돌아가기를 몇차례, 그러다 어느 순간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 동참했다. 왜 가는거지 싶다가 어느새 함께 죽을고비를 넘기게되고 함께 공포에 떨고는 불가능해 보이는일에 매달린다. 그리고서는 이래서 현대판 돈키호테라고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며칠을 끙끙대면서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빨리 해치워야지 싶다가도 앞으로 되돌리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만큼 되새겨 보고 싶은게 많았고 생각해볼 꺼리들이 잔재했다. 마지막 책장을 덤겼건만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인듯 당분간 좀 더 잡고있게될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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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자로서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에 대한 천착은 에두아르노 갈레아노에서부터 시작되어, 루이스 세풀베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로베르트 볼라뇨 그리고 드디어 알바로 무티스에까지 도달하게 됐다.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어 문화권의 글들보다 조금은 생소한 스페인문화권의 문학이 대할수록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절친이기도 한 알바로 무티스 역시 콜롬비아 출신 작가이다. 어려서부터 프랑스어에 능통했던 외교관 출신의 아버지 덕분에 주재국이었던 벨기에에서 자라면서 유럽 문화에 심취되었다. 그의 글에서 드러나는 유럽 편향적인 취향과 특히 나폴레옹에 대한 숭배를 그의 역작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을 통해 엿볼 수가 있다. 다국적 기업인 스탠더드 오일사와 미국 영화사의 라틴 아메리카 총판에서 일한 다양한 경험이 그가 창조해낸 자신의 페르소나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 잘 녹아 있다. 시와 산문을 주로 쓰던 알바로 무티스는 은퇴하고 나서야 비로소 소설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60대에 총 7편의 마크롤 가비에로 시리즈의 신호탄인 <제독의 눈[雪]>을 발표해서 문단의 이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번에 나온 알바로 무티스의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는 그중에서 모두 세 편의 가비에로의 모험기가 실려 있다. 자, 이제 본격적인 글 읽는 방랑자 가비에로의 세상 주유기를 따라나서 보자! 가비에로의 첫 번째 탐험인 <제독의 눈>의 프롤로그에서 어떻게 해서 내(알바로 무티스)가 뱃사람 마크롤 가비에로의 일기를 입수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클리셰가 등장한다. 슈란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 목재소를 찾는 가비에로의 탐험이 글의 중심이다. 우리의 주인공 마크롤 가비에로는 쉴 새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지난 세기 지식인의 표상이라고나 할까? 가비에로는 영락없는 작가의 아바타로 움직인다. <제독의 눈>은 명백하게 19세기 말, 콩고 탐험을 배경으로 한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행복을 찾으려는 열정적인 소망”을 가진 이들의 탐험을 기술한다. 무티스는 차례로 가비에로가 승선한 배 위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비에로의 일기 형식을 빌어 친절하게 나열해준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이바르와 교활하고 인내심 많으면서도 파렴치한 선장 일행은 끝없는 초록빛 밀림의 터널 속으로 뛰어든다. 몽환적 에로티시즘에 사로잡히고, 참호열에 걸려 죽을 뻔한 체험 그리고 디젤 엔진을 장착한 바지선을 타고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줄기를 타고 가는 여정 가운데 가비에로는 끝없이 자신의 모험기를 기록한다. 오대양 육대주를 거침없이 누빈 그의 기록에는 왠지 모를 야생적 초연함이랄까, 그런 게 묻어 있다. 도무지 시간과 공간을 종잡을 수 없는 가운데, 사실주의와 판타지의 결합이라는 라틴 아메리카 작품 특유의 주술적 리얼리즘의 향연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알바로 무티스는 기존의 주술적 리얼리즘에, 자아의 섬망(譫妄)이 뒤섞인 에로티시즘이라는 미몽의 세계를 덧붙인다. 그는 보드카와 여자만이 구원이라고 적었던가?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구원의 여인상 1호는 플로르 에스테베스라는 여성이다. 어찌 보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첫사랑에 집착하는 모습이 이어지는 연작에서 세세하게 드러난다. 결국, 가비에로의 슈란도 탐험은 총체적인 실패와 파멸로 끝나고 만다. 그 뒤에는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보지만, 그것조차 내러티브에 무슨 영향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쓴 대로,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무관심”과 해방된 강물의 에너지는 가비에로의 실패를 통째로 삼켜 버린다. 두 번째 소설인 <비와 함께 오는 일로나>는 <제독의 눈>에 비해 조금은 독자의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슈란도라는 미지의 공간 대신, 파나마시티라는 최소한 우리가 알 수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해서 마크롤 가비에로는 기상천외한 사업을 벌인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에 판탈레온 대위가 있었다면, <일로나>에는 우리의 주인공 가비에로와 그의 애인이자 동업자 일로나 그리고 약삭빠른 롱기누스 삼각편대가 손님을 기다린다. 폴란드와 마케도니아 출신의 부모를 가진 일로나는 중년의 여장부/여걸로 파렴치한 동지들과 함께 항공사 여승무원으로 가장한 ‘직업여성’들을 고용해서 고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사업을 구상한다. 가비에로는 그동안 금괴밀수, 무기수송 등 많은 위험천만한 일들을 해왔지만, ‘바빌로니아 여인들의 재주’를 이용한 이 사업만큼 스릴 넘치고 짭짤한 일은 없었다고 고백한다. 다만, 가비에로를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역시나 비극적이기만 하다. 이 책에 실린 마지막 이야기인 <아름다운 죽음>에서 마크롤 가비에로는 라플라타 강과 탐보 산마루를 오가는 목숨을 건 모험에 나선다. 얀 판 브란덴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로부터 철로 건설계획을 제안받고 노새를 이용한 화물을 나르게 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가비에로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어김없이 가비에로가 꿈꾸는 이상형으로 암파로 마리아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알바로 무티스의 마크롤 가비에로 시리즈에는 언제나 물이라는 이미지가 똬리를 틀고 있다. 생명의 근원이자, 공간 이동을 위한 매개체로서 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가비에로의 방랑벽을 상징한다.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맞짱을 뜬 방랑자 가비에로의 삶은 안정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가는 곳마다 꿈꾸는(아니 실제로 꿈일 수도 있다!) 여성과 염문을 뿌리는 그는 안식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방랑을 꿈꾸는 천상 뱃사람이다. 여성성에 대한 작가의 집착과 여성을 통한 구원이라는 전통적인 주제 역시 모험가 가비에로의 삶에 큰 발자취를 남긴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작가의 모성에 대한 동경이 몽환적 이상형에 대한 끝없는 희구로 재현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주술적 리얼리즘 역시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서 빠질 수가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무티스가 쓰는 글의 공간적 배경은 모두 들어본 듯하면서도 생소하기만 하다. 실제로 세계를 주유한 무티스의 다양한 체험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그리고 유럽을 아우른다. 그가 이야기하는 지명의 향연은 가히 뒤쫓아 가기가 버거울 정도다. 자신의 체험을 마치 보고 묘사하는 듯한 사실주의와 나폴레옹 제국시대 장교나 볼리비아 혁명의 영웅 볼리바르 혹은 수크레 제독 같이 실존했던 인물들의 등장으로 범벅된 주술적 리얼리즘은 실존과 판타지를 위태롭게 오가며 독자를 미혹한다. 천하의 방랑자 마크롤 가비에로의 삶을 읽으면서, 작가 알바로 무티스의 삶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고국인 콜롬비아에 산 세월보다 타지에 산 시간이 더 많은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 배어 있었다. 우리에게는 한참 늦게 도착한 무티스의 글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주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어도 나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하다. 또 다른 라틴 아메리카 작가를 알아 가는 과정에 즐거움을 만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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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무티스의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문학동네”을 키로가와 카프펜티에르 다음으로 읽게 되었다. 연이은 독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시·공간적 배경지식의 단편성이었다. 전공자들을 부러워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마치 무티스를 읽기 위해 앞의 두 작가를 읽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은 결코 잊지 못할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알바로 무티스는 마크롤에 관한 일곱 편의 소설을 펴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세 편을 묶었음을 해설에서 밝히고 있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마크롤 가비에로의 여정은 알바로 무티스의 삶은 물론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알고 싶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티스는 콜롬비아 작가지만 국제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514p)" 작가의 세계관은 ‘과거 어떤 시간’, ‘먼 어떤 공간’에 한정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현실을 비추게 한다.
작가가 첫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기도 한 “제독의 눈”은 가비에로의 일기를 담고 있다. 가비에로의 상처를 치료하며 함께 기거하게 되었던 플로르 에스테베스의 가게 ‘제독의 눈’에서부터 일정은 시작된다. 밀림 끝 제제소에서 목재를 구입해 큰 강가에 짓고 있는 군부대에 높은 가격에 판다는 사업이다. “이 배에 오르면서 나는 제재소에 관해 물었지만, 아무도 그것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못했다. 심지어 그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28p)" 처음부터 불안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처음부터 잘못된 이런 결정을 비롯해서, 내 인생의 역사를 이루는 이런 막다른 길과 재앙이 왜 자꾸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지 몹시 궁금하다.(29p)" 가능성있는 수단을 통해 부를 소유하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은 가비에로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지금껏 한 번도 원하는 결과를 내주지 않았다.
나아가 “항상 배신당한 채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늘 완전히 패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끝났다. 그런 끊임없는 패배를 바라지 않았더라면, 내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9p)" 하기에 이른다. 의심했을 때 왜 멈추지 않았을까, 스스로 ‘패배하고 싶다’는 모순에 빠지는데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성공했으리라는 진단까지 하면서 왜 돌이키지 않았을까. 어리석어 보이는 한편으로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이어지는 다른 두 편의 연대기에서도 우연하면서도 정확히 겹쳐지는 패턴의 불행한 반복은 하나의 축을 이룬다. 제재소를 향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밀림을 통과하며 어지러운 꿈을 꾸고, 여러 형태의 죽음을 보고, 자신 또한 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록을 남긴다.
가비에로가 제재소를 향해 가며 겪는 일들은 카프카의 ‘성’에 등장하는 토지 측량사 K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연상시킨다.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암시는 계속되고, 모호한 실체를 향하는 걸음은 꺼림칙함을 더한다. 제재소는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내가 이 제재소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졸랐을 때, 선장과 소령, 그리고 제재소에 관해 말했던 사람들이 왜 말을 아끼고 피하려고 했는지 이해한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말로 전달할 수 없다. (127P)" "말”에 대해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어 정의하는 문장들, 위험, 밀림, 꿈에 대한 문장들은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제재소는 반드시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모든 꿈, 욕망, 신기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재소는 다음 이야기들에서도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계획으로 애쓸수록 탈출구 없이 깊이 가라앉게 만드는 늪처럼 그려진다.
자연은 물이나 강, 열대성 기후나 숨쉬기 어려운 고지대와 추락할 듯한 산비탈 벼랑 등 여러 모양을 한 장애물로 앞을 막아선다. ‘몰랐어요’가 통하지 않는 인생의 함정들 앞에서 가비에로와 플로르 에스테베스, 일로나, 암파로 마리아를 비롯한 인물들이 당면하고 선택하는 삶을 보여준다. 읽다가 멈추어 생각하게 되는 정밀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은 마치 명언집 같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깨달을 뿐 취하지 못하는 인간 한계를 가식없이 보여준다. 같은 실수의 반복이 인생이라면 성장은 불가능한 것일까 자꾸 생각나게 될 것이다. 인생 명작 한 권을 더한다.
“······이곳은 당신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닙니다.” 그는 아마도 이 세상에 자기가 있을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방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없었다. (중략)“나는 나라를 상상한다. 희미하고 안개 자욱한 나라다. 내가 살 수 있는 마술적이고 매혹적인 나라다. 그게 어떤 나라일까? 그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4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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