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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파크 라이프 - 요시다 슈이치
"[서평] 파크 라이프 - 요시다 슈이치" 내용보기
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변의 공원이 친근한 이도, 낯선 이도 있을 것이고, 주변에 공원이 없어 섭섭한 이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내 주변에 무슨 공원이 있나,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집 주변에는 공원이 없는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버스를 타고 10~20분 거리 내에 벌써 공원이 3개나 있었다. 한 군데는 학교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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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변의 공원이 친근한 이도, 낯선 이도 있을 것이고, 주변에 공원이 없어 섭섭한 이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내 주변에 무슨 공원이 있나,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집 주변에는 공원이 없는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버스를 타고 10~20분 거리 내에 벌써 공원이 3개나 있었다. 한 군데는 학교 근처에 있어서 고등학교 시절 여고생들이 멀리 가는 건 싫어하고, 그래서 그저 산책삼아 소풍을 가곤 했던 공원이다. 또 다른 한 군데는, 충렬탑이 있어 학교에서 사생대회로 간 적도 있고 그 공원 바로 옆에는 중앙도서관이 있어 시험 기간, 집에서 공부가 잘 안 될 때 친구와 함께 종종 찾아 그 공원을 자주 지나쳤다.

그리고 마지막 한 군데는,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공원으로 부산 연안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타워도 있고 이젠 남산처럼 전망대에 하나 둘 커플들이 자물쇠를 채우기도 한다. 이 공원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나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러왔는지 앨범에는 공원 안의 이순신 동상과 용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던가 비둘기를 쫓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요즘은 시내에 놀러갔다가 답답할 때 가끔 올라가 구경을 하기도 하고.

 

그런 공원들을 떠올리노라면 머릿속을 스쳐가는 장면이 몇 개 있다. 할아버지들이 벤치에 모여 앉아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출전자(?) 할아버지 두 분을 제외하고 훈수를 두는 많은 할아버지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 만화에서나 볼 거라 생각했지만 '장(將)이오!'하고 경쾌하게 장기판에 말이 딱 놓이는 소리. 또 하나는 부모님들이 아가를 데리고 공원에 방문해 꼭 비둘기 모이를 사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모습. 난 비둘기들이 너무 두려워졌지만, 그런 것도 없이 천진난만하게 비둘기들을 쫓기 위해 그 무리 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에 가끔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공원의 녹음 아래, 벤치에 앉아 책 한 권을 읽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비록 실현되진 못한 채, 내 머릿속의 상상에 그쳐버린 장면이지만 벤치에서 책을 읽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의 나의 로망이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어쭙잖게 학교 잔디밭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은 적은 있지만, 공원 속의 소란스러움에 즐겁게 귀기울이며 책을 읽는 것은, 아직도 해 보지 못했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공원의 모습은 따스함, 정겨움이 넘치는 장소다.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장소일지 모르겠으나 분명 도심 속에서 도시인들의 일상을 어루만져주는 따스함이 있는 곳 말이다.

이런 공원의 모습을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어떻게 그려냈을까. 그가 느낀 공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한 남녀가 우연히, 남자의 실수로 지하철에서 대화를 나눈다. 자칫 민망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었는데 여자는 재치있게 남자가 허공에 건넨 말을 받아넘겨 남자는 부끄러움을 면한다.

우연히 같은 역에서 내린 둘은, 도쿄 도심의 히비야 공원에서 다시 만난다. 그렇게 시작된 우연한 만남, 그리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나누는 대화들.

그 대화 속에는 공원을 찾아온 이들의 모습,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한 부부의 이야기, 고향에서 도쿄로 상경해 쇼핑을 즐기는 어머니의 이야기, 항상 공원에서 의문의 기구를 뱅글뱅글 돌리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 등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운 '타인'이 담겨 있다.

역시, 요시다 슈이치였다. 아직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사랑을 말해줘>에서는 말을 할 수 없는 한 여자와 다큐멘터리를 찍는 남자의 사랑을 통해서, <동경만경>에서는 도쿄 만을 사이에 둔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서, <퍼레이드>에서는 우연히 동거하고 있는 네 남녀의 일상을 통해서.

이 <파크 라이프>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한 두 남녀의 만남이지만, 그 만남이 공원에서 이루어지고, 자칫 스쳐 지나갈 수 있을 공원을 찾은 이들을 관찰하며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공원을 찾는 것인가, 그것을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공원을 저 멀리,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었던 한 남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공원의 정경이 어지럽게 시야로 들어오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는 남자. 공원의 구릉 위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여자. 서로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별거를 하게 된 부부.

이 모습이 너무나도 담담하지만 날카롭게 그려져 있어, 도시에서 공원을 찾는 이들의 삶과 고독에 공감하게 한다.

문득, 공원에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덧붙여,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는 또 다른 중편 <플라워스>는 음료수를 배달하는 두 남자, 모치즈키와 이시다의 만남과 모치즈키의 자유분방함이 꽃꽂이에 비유되어 그려져 있다. 이 작품 역시 현대인들의 '관계'가 빠지지 않는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자신의 내면을 감춘 채 가면을 한 개, 혹은 여러 개 가지고 타인을 대한다. 나 역시 그렇기에, 모치즈키 간단의 자유분방함과 솔직함 때문에, 읽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를 날카롭게 헤집는 요시다 슈이치의 필력은, 그렇기에 놀랍다.

YES마니아 : 로얄 p********9 2010.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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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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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스쳐가는 도시의 공원속을 걸으면서 나아닌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조용히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며 그저 평화롭다 라고 생각했던 게 전부인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이 책을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공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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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스쳐가는 도시의 공원속을 걸으면서 나아닌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조용히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며 그저 평화롭다 라고 생각했던 게 전부인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이 책을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공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 다소 싱겁고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마치 조감도를 그리듯이 멀리서 관찰해낸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상하리만치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그 풍경의 이면에 감추어진 인간의 고독도 보이고, 이런저런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의 관계에 대한 갈증같은 것도 그려져 있었다. 꼼꼼한 관찰 후에 알게된 사실들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작가의 문체도 인상적이었다. 그저 단순하게만 보이는 문장들이 읽으면 읽을수록 맛깔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갑자기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먹고 싶어졌다.



  

z*****g 2012.03.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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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일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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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매일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리고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우리는 일일이 관심 갖지 않는다. 그저 공원 풍경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지나치면 그 뿐인, 그런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만남이나 사건들.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그런 일상들.「127회 아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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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에는 매일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리고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우리는 일일이 관심 갖지 않는다. 그저 공원 풍경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지나치면 그 뿐인, 그런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만남이나 사건들.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그런 일상들.

「127회 아쿠타가와상」수상작인 표제작 <
파크 라이프>는 도쿄의 히비야 공원을 자주 찾는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보내온 인생이나 하루하루의 일상이 상세하지만 담담하게 묘사된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인생을 살아오면서나 일상속에서 맞닥뜨려온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공원에서 스쳐 지나는 그런 정도에 불과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저마다 혼자이고, 언제 찾아와도 그모습 그대로인 공원처럼 고독하고 무덤덤하고 단조로운 인생, 저자가 말하는 <파크 라이프>란 그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의 일상을 돌아 본다. 무위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는가 자문한다. 나 이외의 사람들과의「관계」에 무심하지는 않았는가 되돌아본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보내 온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생에의 변화를 다짐한다.

 전철에서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는「그녀」. 그녀는 이야기의 말미에『좋아, 나 결정했어』하고 중얼거린다. 사람이 무엇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녀의 그 중얼거림을 계기로 주인공도 마지막에『지금 막 뭔가를 결정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느낀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런가하면, <파크 라이프>외에 <플라워스>라고 하는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고,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남자라는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인물상이지만, 그들이 등장하는 각각의 이야기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플라워스>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전개에 불안불안하다가, 이런 결말이라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하는 그런 감동이 있다. 조금은 우유부단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인 것 같던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기어코 제대로 된 남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만다. 이 장면은 추악한 인간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초조함마저 느끼게 되는 이야기 끝에 그야말로 한줄기 서광이 비쳐오는 순간이다. 인저리 타임에 터진 역전골 같은 안도감이랄까.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아직 세상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되뇌이게 한 이야기.
p********a 2010.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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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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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도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일본소설가이다. 물론 미스터리 열풍을 몰고 온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등의 파워만큼은 아니지만, 순수문학으로, 감성문학으로 그쪽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정도의 인지도는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127회 아쿠타가와상(순수문학상) 수상작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진정한 출발이라는 작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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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도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일본소설가이다.

물론 미스터리 열풍을 몰고 온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등의 파워만큼은 아니지만,

순수문학으로, 감성문학으로 그쪽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정도의 인지도는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127회 아쿠타가와상(순수문학상) 수상작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진정한 출발이라는 작품이다.

┌끝내 알 수 없는 타자의 내면과 고독한 영혼,

담담한 일상의 묘사로 인생을 깊이있게 파고든 수작┘

파크 라이프와 플라워스라는 중편의 2작품이 담겨있었다.

일단 양장으로 책은 깔끔하고, 문자배열도 널널한 편이라 상당히 빨리 읽혔다.

역시나 요시다 슈이치 특유의 잔잔하고 알흠다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항상 일상에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내고,

또한 생각하게 만드는 그다운 작품이었다.

그다움은 플라워스에서 더 느껴졌고, 파크 라이프는 약간 독특한 맛도 있었다.

한 남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저 흘러가는대로 진행되는 상당히 여운이 남는...

그러다가 현재와 과거의 교차... 맛깔스러우면서도 차칫 심심할수도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구판이 있었긴 한데, 보지는 못해서 비교는 못하겠고,

어쩃거나 항상 생각했건데 호불호는 갈릴듯 싶다.

너무나 임팩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소설에서 확실히 재미를 추구하고 읽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여타 다르지 않고...

그가 또 의도한 바를 내가 모두 느껴볼 정도로 내공도 부족하고 말이다.

 

┌이 작품의 완성도는 극도로 높다. 인간이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러한 물음을 실로 자유분방하면서도 깊게 파고들고 있다.

요즈음은 파크라이프처럼 구석구석까지 소설의 참맛이 배어 있는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소설이란 마땅히 이런 것이어야 함에도. "무언가가 항상 시작되려 하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현대 특유의 존재의 불안감과, 뒤틀린 유머 감각,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미미한 희망 같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호평... 뭔가 알꺼 같으면서도 알기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래도 자기를 낯설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작품임에는 확실한 듯 싶다.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요시다 슈이치 다운 작품

s**********6 2010.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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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어디에 있나요?
"당신,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내용보기
황사가 우중충한 날씨를 연출했던 어제와 달리,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일요일인 오늘 날씨는 햇빛도 적당하고 산뜻하다. 겨울의 긴꼬리가 어서 감춰지기를 바라며 봄의 따스함과 포근함이 유독 기다려지는 요즘, 요시다 슈이치의 [파크 라이프]가 일주일 간 내 마음을 차지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들여 읽을 정도로 그렇게 두꺼운 책도 아니고,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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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우중충한 날씨를 연출했던 어제와 달리,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일요일인 오늘 날씨는 햇빛도 적당하고 산뜻하다. 겨울의 긴꼬리가 어서 감춰지기를 바라며 봄의 따스함과 포근함이 유독 기다려지는 요즘, 요시다 슈이치의 [파크 라이프]가 일주일 간 내 마음을 차지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들여 읽을 정도로 그렇게 두꺼운 책도 아니고,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읽을 정도로 심오한 책도 아니지만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만 것은 요즘 나의 생활 때문이었다. 매일 10시 퇴근이라는 혹독한(?) 3월, 짬짬이 책을 펼치고 읽기에는 내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탓이다. 또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급하게 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는 것처럼 그의 글이 전달해주는 여운을 나의 세포 하나하나로 느껴보고 싶었다.

 

요시다 슈이치는 내게 리뷰를 남기기 어려운 작가 중 하나다.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모두 글로 표현해낼 수 없다는 한계를, 그가 느끼게 해준다. 몸 안에서만 뱅뱅 돌며 메아리치는 언어들을 밖으로 끄집어내 표현하기에는 나의 정서가 그의 글들에 '지나치게' 공감해버리기 때문이다. 비판은 물론 무엇에 어떻게 공감하는 지 상세하게 표현해내는 일조차 무척 버겁게 다가온다. 그저 느낄 뿐, 그저 감정에 동조해 책을 읽는 내내, 아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에도 한참동안 온전한 현실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할까. 마음 속 한 켠에 날카로운 칼이 내려치는 듯한 알싸함도, 그의 글로 인해 야기된 감정이라면 설레임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모자를 쓰고 담배를 태우는 모습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그의 사진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사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놓고 보자면 그리 대단 할 것 없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한 여성과의 대화, 그녀와 공원에서 나누는 일상의 여유, 별거 중인 선배의 집에서 머무는 주인공의 모습, 이게 끝인가 싶을 정도로 애매하게 다가오는 결말. 혹여 이런 단조로운 묘사가 책의 인상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글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그의 책은 전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에 매력이 숨어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예를 들어 내가 이 벤치에서 뉴욕의 스타벅스 매장이나 이미 여러 해 전에 히카루에게 키스한 차 안의 광경을 떠올리고 있을 때, 내가 무엇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일까. 눈앞에 있는 연못이나 석탑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이렇게 멍한 상태에서 문득 제정신을 차릴 때, 이따금 전율과도 같은 느낌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간다. -p 34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가 우리 안에는 분명 존재하고 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 친구, 연인이라도 자신이 아니라면 존재할 수 없는 혼자만의 세계가. 때문에 우리의 감정과 생각이 그토록 엇갈리고 대립되면서 결국에는 이해받을 수 없는 고독감에 빠져들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이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같이 있고 싶기 때문에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 다닌다'고 말하는 선배의 남편의 대사가 유독 쓸쓸하게 들려오는 것은 그런 엇갈림과 고독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파크 라이프>가 인간관계의 고독과 엇갈림을 조금 가볍게 그려냈다면 같이 실려있는 작품 <플라워스>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조금 더 어둡고 유쾌하지 못하고 아주 쓸쓸하며 짙은 허무함마저 느껴진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읽고 나면 쉬지 않고 일본드라마를 보고 싶어지거나, 지금이라도 일본으로 불쑥 떠나고 싶어지는 감정이 치솟는다. 섬세한 정서로 독자의 마음 속에 파문을 일으키는 작가. 달리기도 해도 되고 산책을 해도 된다는 이 화창한 일요일에, 나는 갑자기 밀려드는 공허함에, 조금 울고 싶어졌다.

y********j 2010.03.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