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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고 성실한 일리아스 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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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것이 읽기에는 재미가 없어도 한 번 읽어 두면 다른 책 읽기에 편한 경우가 많다. 기초 영문법같은 것 같다. 이 책도 그렇다. 전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같이 나오는 축약판을 두 번 정도 읽었는데, 그래도 감이 안 잡혀 이 책을 또 샀다. 그린비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가 재미있는 책을 많이 낸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 일리아스가 어떤 책이고 내용은 무엇인지는 생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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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것이 읽기에는 재미가 없어도 한 번 읽어 두면 다른 책 읽기에 편한 경우가 많다. 기초 영문법같은 것 같다. 이 책도 그렇다. 전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같이 나오는 축약판을 두 번 정도 읽었는데, 그래도 감이 안 잡혀 이 책을 또 샀다. 그린비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가 재미있는 책을 많이 낸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


일리아스가 어떤 책이고 내용은 무엇인지는 생략하겠다. 내용이야 인터넷에 보면 다 나오고 영화도 나왔으니, 또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일리아스라는 고전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지만 설명하겠다. 결론은 예상만큼의 도움이 안 됐다. 트로이 전쟁 구년 째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삐져 전투에서 빠지고 다시 돌아와 죽기까지의 과정을 이십여일 간의 전투로 그렸는데, 이 책은 그 이십여일의 기록을 차례대로 읽으며 성실하게 해설을 달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본문 인용은 최대한 줄였고 그에 대한 해석이 전면에 나왔다. 대체로 구조적인 특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제일 아쉬운 것은 이것이다. 일리아스 원전이 이십여일의 전투를 죽 나열하고, 그 나열은 구전을 쉽게 하기 위해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독자가 읽다 보면 매일 매일이 그게 그 장면 같아서 지루한 감을 지울 수 없는데, 물론, 아킬레우스가 죽고 매일 전투가 이어지는 장면이 상당히 긴박하기는 하지만, 2000년도 훨씬 전에 이야기가 방식이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기는 무리가 있다. 내용은 드라마틱한데, 독자인 나는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리라이팅을 한 이 책이라도 그 20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지 못한 고대 영웅들의 긴박함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줘야 하는데, 이 책 역시 원전과 마찬가지의 호흡으로(분량도 600여 페이지가 넘는다) 원전의 내용과 해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원전의 내용을 단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분량이 이 정도라면 기존의 단순한 축약본이나 해설서가 전달해 주지 못 하는 무엇인가를 말 그대로 리라이팅해서 전달해 주어야 하는 데, 내 생각에는 이 책은 그렇지가 못 했다. 한 마디로 일리아스에 대한 내용 이해는 잘 됐지만, 역시 지루했다.


이런 내용은 강의실에서 직접 들으면 재미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려나.

g********m 2012.12.09.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일리아스를 위한 정의로운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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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를 새겨보면 알 수 있듯이, 일리아스는 서사시이다. 그리고 이 책은 서사시로 일리아스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친철한' 안내서의 역할을 한다. 그리스신화와 일리아스, 오뒷세이아에 대한 기본 이상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잊고 있던 신화내용을 뒤적거리는 불편함이 없도록 등장인물들의 집안내력이나 신들의 관계를 꼭 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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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를 새겨보면 알 수 있듯이, 일리아스는 서사시이다. 그리고 이 책은 서사시로 일리아스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친철한' 안내서의 역할을 한다. 그리스신화와 일리아스, 오뒷세이아에 대한 기본 이상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잊고 있던 신화내용을 뒤적거리는 불편함이 없도록 등장인물들의 집안내력이나 신들의 관계를 꼭 집고 넘어가는 부분에서 작가의 '친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미 머리말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모두가 추천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고전을 읽기 위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는 책이다. 일리아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답게 작품 구조와 서사시의 기법들을 알아채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설명을 다 주어 담을 수 없는 부분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간혹 학문적인 연구자의 시선이 베어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작품으로서 일리아스를 대하는 독자들에게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소한 부분에도 욕심을 내는 작가의 스타일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은 어떠할지 물음표이다.

 

나는 강대진씨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와 그냥 지나쳤을 희랍의 서사시에서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무척 아쉬운 것은 지은이 소개에 사진이 없는 점인데, 그 분의 사진 한장 만으로도 작가의 스타일이 파악돼 곧곧에 베인 괄호 안의 설명을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 주장하고 싶다. 사진이 없어 아쉬운 분들은 작가의 이전 책을 꼭 읽어보시길 원한다. '신화와 영화'와 '고전은 서사시다'를 권한다.

 

한 번 읽고 가볍게 덮을 수 없는 책임은 분명하다. 여러 번 읽을 것을 감안하여 처음에는 독자의 눈에 잘 들어오는 부분에 흥미를 두고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의 집안 내력에 관한 설명이나 알레고리를 파악하는데 흥미를 두면서 진도를 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도를 뺀다고 표현한 것은 이 책이 600 페이지가 넘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씩 힘주어 읽어야 하는 속도는 직접 경험하시길.)

 

194-195p

글라우코스가 강조하는 조상은 유명한 희랍 영웅 중 하나인 벨레로폰테스(Bellerophontes, 보통 '벨레로폰'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긴 이름꼴도 있다)다. 우리에게는 날개 달린 말 페가소스를 차지했던 일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그가 '보디발 모티브에 걸렸던 일화에서 시작된다. 아르고스 왕 프로이토스의 아내인 안테이아가 이 멋진 젊은이를 유혹하려다가 실패하고는 자기 남편에게 모함하였던 것이다. 젊은이가 자신을 넘보았다고. 왕은 분노하였지만 집안 손님을 해치는 게 내키지 않아서, 그를 처치하는 일은 자기 장인에게 떠넘긴다. ...(중략).... 결국 이 젊은이가 신들의 당당한 후예임을 확인한 이오바테스(장인)는 자기 딸과 결혼시키고, 자기 명예의 절반을 그에게 주었다. 그는 2남1녀를 두었는데, 그 딸에게서 사르페돈이 태어나고, 한 아들에게서 글라우코스가 태어난 것이다. 

 

 

 

알레고리의 예로는 멜레아그로스와 아킬레우스의 사건이 연결되는 부분이 좋을 것 같다. 브리세이스를 빼앗겨 아가멤논에서 삐친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바꾸고자 오뒷세우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사절단이 아킬레우스를 찾아간다. 사절단 중 한 명인 포이닉스가 아킬레우스를 설득하고자 옛 영웅 멜레아그로스 이야기를 꺼낸다. 아킬레우스의 경우와 같이 전쟁 중에 자기 편에 삐쳐서 전쟁을 외면하고 있는 인물인데, 그의 아내 클레오파트라가 눈물로 호소하여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이야기에 비유하자면 아킬레우스를 설득할 사람은 '아내'에 해당하는 사람뿐인데 멜레아그로스의 아내인 클레오파트라의 이름은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클로스의 앞뒤 부분을 서로 바꾼 것이어서 흥미롭다. 또 멜레아그로스가 전쟁 중에 죽게 되는데, 이것은 후에 일어날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주연에 앞서 조연을 통해 사건을 암시하는 서사기법이 일리아스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이런 부분을 꼭 집어 절대 흘리지 않게 한다. 작가의 '친절함'이다. 그러나 일리아스를 교양으로서 알아두기에는 조금 벅찬 책이다. 원문 서사시를 읽는다는 가정하에 요소마다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반면 희랍작품을 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음 단계로 발돋움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간 일리아스에 대한 오해 (일리아드로 불리는 것부터, 영화 트로이에 이르기까지)를 풀기 위해 철저히 원문을 그대로 살린 정의로운 영화가 한 편 만들어 진다면? 꼭 작가 강대진씨가 감독을 맡으시길 소원한다. 흥행은 실패하지만 작품이 살아있는, 정의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작가가 영화에 조예가 깊다는 것은 '신화와 영화'를 읽어보시면 아실 것이다.) 

 

j*******4 2012.09.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