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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3>권으로 고르디아누스와 재회했다. 2권을 덮은 후로 내게는 몇 달의 시간이 흐른 것에 불과했으나 '로마 서브 로사' 속의 시간은 무려 6년이나 흐른 뒤였다. 그래서 고르디아누스의 신변에는 꽤 많은 변화가 찾아와 있었다. 우선 2권 말미에서 아내가 출산한 딸 디아니와 양아들 메토를 동시에 얻었던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로마를 떠나 루키우스 클라우디우스가 그에게 유언으로 남긴 시골 농장에 정착해 있었다. 그리고 말문이 트였던 그의 맏아들 에코는 결혼하여 로마에서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았고, 양아들 메토는 열여섯살로 성인식을 앞두고 있었으며, 갓난쟁이였던 디아나도 여섯살 소녀로 자라 있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는 동안 고르디아누스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사십대 중반의 가장으로 변모했다. 로마 제일의 사립 탐정 '더듬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책임지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 대신하고 있었다. 복잡하고 위험천만한 로마를 떠나 가족들과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누리고자 결심한 순간 고르디아누스도 이런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전원생활도 그리 평탄해 보이진 않았다. 클라우디우스 가문의 땅이 외부인에게 상속된 것에 앙심을 품은 그의 이웃이자 클라우디우스 가문 사람들이 그를 대놓고 냉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과의 불화는 농장을 운영하는데도 걸림돌이 되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무렵, 설상가상으로 어느날 갑자기 키케로와 정적관계인 카틸리나를 그의 집에 잠시 머물게 해 주라는 키케로의 부탁을 받게 된다. 키케로의 부탁을 대신 전하러 왔던 카일리우스가 고르디아누스에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몸뚱이 둘이 보이는데, 하나는 마르고 쇠약하지만 머리가 크다. 다른 하는 크고 튼튼하지만 머리가 없다.' (p.82) -를 내주며 키케로의 부탁을 승낙한다면 '머리 없는 몸뚱이'라는 암호를 전하라고 한다.
하필 정적을 그의 집에 머물게 하라는 키케로의 부탁은 그의 계략이 틀림없을 것 같아 고르디아누스는 복잡한 일에 휘말리기가 두려워 그 부탁을 거절하려했다. 그러나 대답을 망설이는 동안 그의 가족을 위협하듯 마굿간에 머리가 없는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는 할 수 없이 카틸리나의 방문을 허락한다. 처음에는 이 책의 부제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가 '머리 없는 몸뚱이' 시체와 연관된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용이 진행됨에 따라 이 수수께끼의 답이 풀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게 된다.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는 당시 로마의 부패한 원로원과 키케로를 비아냥 거린 것이었다. 고르디아누스의 집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머리가 잘린 시체들의 사건과 카틸리나의 사건은 묘하게 맞물려서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지만, 사실 두 사이는 별개의 사건이다. 하나의 사건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일인데 밝혀진 사건의 전모는 전혀 다른 범인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이 사건의 전모를 고르디아누스조차도 짐작 못하게 함으로써 카틸리나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는 점이 이번 <로마 서브 로사 3>의 스토리가 가진 장점이다.
<로마 서브 로사 2>권에서는 로마의 노예 문제에 대해 다뤘다면 <로마 서브 로사 3>은 로마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키케로로와 카틸리나가 집정관 선거에서 맞붙게 되면서 정치인들의 중상모략과 음모, 비리 등이 드러나는데 지금의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카틸리나에 대해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책에서 만난 카틸리나는 매력적인 남자이자 적어도 키케로 보다는 나은 정치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통설로는 그가 거듭 선거에 낙선하여 국가전복의 음모를 꾸미다 전쟁중 사망한 정치인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스티븐 세일러는 그 점에 대해 '저자의 말'에서 현대의 많은 역사가들이 카틸리나에 대한 부정적 초상이 그의 적들이 유포한 유언비어인 줄 알면서도 액면 그대로 전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카틸리나는 그를 제대로 안다면 충분히 믿고 따를만한 지도자로 묘사되고 있었으며, 그에 대한 역사적 통설을 뒤집는 카틸리나의 새로운 면모를 많이 보여 주었다. 물론 카틸리나에 관한 소문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역사나 세계의 역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역사는 되풀이 된다. 시대가 바뀌고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이 지닌 본성은 바뀌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권력에 대한 집착과 탐욕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작품에서도 발견하게 되지만, 지금도 직접 겪고 있지 않은가! 누구를 위한 정치이며,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정치인들은 그 사실을 너무도 쉽게 망각하고 만다. 그래서 결국 마르고 쇠약하지만 머리만 큰 정치인들과 크고 튼튼하지만 머리가 없는 대중으로 양분된 세상을 살고 있는건 아닐런지... 고르디아누스의 부성애가 돋보였던 이번 작품은 복잡한 살인사건이 중심에 있지는 않았어도 카틸리나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당시의 로마 정치를 엿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의문의 시체 사건이 너무 느닷없이 범인을 찾고 해결되는 점만큼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3편의 에필로그에서는 또 다시 세월이 흘렀고, 고르디아누스는 나이를 먹었다. 아직 남은 시리즈가 더 많은데 그가 너무 빨리 노쇠해지는 것 같아 괜한 걱정이 앞서지만, 4권에서 새로운 사건으로 만나게 될 고르디아누스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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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가 1부 [로마인의 피] 와 2부 [네메시스의 팔] 을 이어 어느 새 3부를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은 시리즈의 경우 다음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출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같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인 거죠. 1부인 [로마인의 피] 에서는 주인공 고르디아누스가 맡은 사건과 로마의 정치배경이 잘 버무려져 있었던 반면, 2부 [네메시스의 팔] 에서는 사건해결에만 시선이 집중되어 있어 약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3부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가 한번에 해결해주네요.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에서는 사건보다 고르디아누스가 처한 시대와 정치적 배경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 한층 생생한 로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때는 2부의 이야기로부터 약 10년 정도가 흐른 뒤입니다. 그 동안 고르디아누스는 루키우스 클라우디우스로부터 농장을 상속받아 로마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에코는 어느 새 장성하여 아내를 얻었고 로마의 에스퀼리누스 언덕의 고르디아누스 집에서 생활하며 예전에 고르디아누스가 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 얻은 노예 메토는 면천되어 고르디아누스의 둘째 아들이 되었고, 고르디아누스의 여자 노예이자 연인이었던 베테스다 또한 면천되어 그와의 사이에 고르디아나라는 딸이 있습니다.
요렇게 화목하면서도 평화로운 생활 가운데에서도 문득문득 로마를 그리워하는 고르디아누스 앞에 로마에서 온 손님이 등장합니다. 클라우디우스로부터 농장을 상속받을 때 그 집안 사람들의 소송으로부터 고르디아누스를 변호해 준 키케로가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며 마르쿠스 카일리우스를 보낸 겁니다. 키케로의 사람으로 카틸리나 진영 안에서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그의 요구는 단 하나. 키케로의 정적인 카틸리나가 몸을 피할 은신처를 제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키케로의 지시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요. 계속 요구를 거부하는 고르디아누스에게, 카일리우스는 승낙한다면 '머리 없는 몸뚱이', 거절한다면 '몸뚱이 없는 머리' 라는 답신을 보내라고 한 뒤 떠나는데요, 그로부터 얼마 후 고르디아누스의 창고에 머리 없는 몸뚱이가 발견되면서 고르디아누스는 다시 정치 싸움에 휘말립니다.
이번 작품만큼 키케로의 뱀같은 혀를 구경할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1부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임페리움] 에 묘사된 그의 정의에 대한 신념은 온 데 간 데 없이 세 치 혀로 어떻게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정적을 해치려하는 모습만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거든요. 고르디아누스가 키케로의 편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키케로에게 마음을 줘보려고 애를 써봐도 저 역시 고르디아누스처럼 카틸리나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키케로 이 시키, 너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라는 마음마저 들었을까요. 그러고보면 '정치'에 관한 한 고대 로마나 지금의 우리나라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헐뜯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꾸미고 상처를 입히는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민중들 앞에서 마치 그들을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양, 열성적인 연설을 펼치는 키케로의 모습을 씁쓸하게 느끼는 사람은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닐 듯 합니다.
3부에서는 BC 63년의 로마의 정치상에 대한 세세한 묘사 뿐만 아니라 고르디아누스의 집안에서도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완전한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은 독특한 그의 집안에서 어쩌면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그것이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할 테고요.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둘째 아들 메토와 그런 메토가 걱정스럽기만한 아버지 고르디아누스의 갈등은, 정치적인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한 가운데서 한층 심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캐릭터들 중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똘망똘망하고 매력적인 (고르)디아나의 모습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겠죠. 디아나가 어떻게 성장할 지 기대가 큽니다.
역사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유포되어 있는 카틸리나. 어쨌거나 진실은 영원히 알 수 없겠죠. 하지만 이 책에서 묘사된 신념에 찬 그의 행동, 번쩍거리는 그의 눈빛 (묘사된),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모습은 간악한 계교를 부리는 키케로의 모습과 대비되어 한층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너무 카틸리나에게 편중된 리뷰 같습니다만.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3부의 제목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와 고르디아누스의 창고에서 발견된 시체들을 너무 연관지어서 생각하지는 마세요, 으훗. 책을 읽으시다보면 분명 느낌이 오실텐데요, 그 느낌을 그냥 그대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에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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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까지 단편집을 포함한 12권이 발표된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공화정 말기를 다룬 추리 팩션 <로마 서브 로사>가 드디어 본 궤도에 올라선 기분이 들었다. 지난 1권과 2권에 이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17년이라는 세월이라는 흐르면서 예전의 예기는 떨어졌을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좀 더 인간적인 면모로 그리고 훨씬 더 익숙해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고대 로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누굴까?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바로 이 인물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대작을 썼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바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시리즈 3탄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에 등장한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진행되던 역사의 흐름에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그리고 키케로를 빼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되지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차에, 자신이 살던 집을 이제 양자가 된 에코에게 물려 주고 지기 루키우스 클라우디우스의 유산으로 증여받은 시골 농장으로 낙향한 고르디아누스는 전원의 목가적 삶을 꿈꾼다. 하지만, 사방으로 클라우디우스 가문의 영지에 포위된 그의 농장 생활은 고단하기만 하다. 선대로부터 농장을 책임져온 농장장은 사사건건 주인과 부딪히고, 가장 중요한 건초 농사는 신통치가 않다. 하지만, 정작 위협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다가온다. 클라우디우스 가문과의 상속 재판에서 고르디아누스의 손을 들어준 집정관 키케로는 자신의 대리인 카일리우스를 통해 거절할 수 없는 청탁을 해온다. 당시 민중파의 지지를 받고 있던 명문 귀족 카틸리나에게 거처를 제공해 주라는 것이다. 자칭 로마 정치의 혐오론자라는 고르디아누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영위하는 전원의 삶에 파문을 던질 예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렇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카일리우스-키케로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이어지는 네모와 포르펙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스티븐 세일러의 이번 이야기에서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카틸리나다. 종래의 기득권층 옵티마테스의 편에서 선 키케로에 대적해서, 카틸리나는 로마 공화정의 본질로 돌아가 무산대중에게 토지를 배분하자는 개혁을 주장한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주장이 기득권층에게 씨가 먹힐 리가 없다. 당시의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스티븐 세일러는 이런 카틸리나에게 역사의 기록과는 달리 상당히 호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고르디아누스는 2편에 등장한 노예 소년 메토를 면천하여 두 번째 아들로 들이는데, 이 메토와의 갈등 역시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다. 16세가 되어 이제 막 토가를 입는 성인식을 치렀지만, 중년의 고르디아누스에게 메토는 여전히 어린 아이일 뿐이다. 카틸리나를 지지하는 로마 청년들이 그랬듯이, 메토 역시 카틸리나의 대의를 따르기로 한다. 이미 치명적인 정치적 패배를 당한 카틸리나를 따르는 메토의 모습에서, 진실을 추구했던 고르디아누스 청춘의 그림자가 얼핏 비치는 것 같았다. 살아가면서 회의론자가 된 그의 눈에 과연 철부지 메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하게 비쳤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스티븐 세일러는 자신의 팩션에서 로마 역사상 최고의 변호사라는 키케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마 공화정 최고위직인 집정관의 자리에 오른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그리고 있다. 기존의 귀족 가문 출신이 아닌 정치 신인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키케로는 과연 존재하지도 않았던 카틸리나의 국가 전복 음모를 조작했을까? 그렇게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역사의 빈틈을 작가는 예리하게 파고든다. 이 부분이야말로 팩션 장르가 갖는 참맛이 아닐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에서는 1권과 2권 같이 고르디아누스가 자객의 습격을 받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위협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네모와 포르펙스 등의 시신을 통한 간접 경고가 옥죄어 오는 압박과 도대체 누가 이런 음모를 꾸몄는가에 대한 작가의 교묘한 플롯 배치는 정말 탁월했다. 물론, 대단원에서 기다리는 반전 역시 일품이었다. 아무도 믿지 마라! 스티븐 세일러가 그리는 역사의 패배자 카틸리나에 대한 보다 인간적인 접근과 새로운 해석이 인상적이다. 역사적 인물로 이제 막 등장한 대신관 카이사르가 무난하게 <로마 서브 로사>에 연착륙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제까지 고르디아누스의 일인극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에코와 메토까지 가세한 고르디아누스 가족의 이야기로 확대된 이 시리즈가 어디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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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 rosa는 '장미 밑에 있다(under the rose)'라는 뜻으로,비밀회의 장소에 장미를 꽂아 두었던 로마 시대 관습에서 유래한 말이다.'로마 서브 로사'는 역사에 잘 드러나 있지 않은 그 이면을 들추는 것을 나타낸다.그래서 이 책은 지적역사추리소설로 사실과 허구가 적절히 버무려진 팩션이다.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 중 1,2편을 재미있게 읽었다.1,2권은 크라수스,폼페이우스,카이사르의 <1차삼두정치>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3권에서는 옥타비아누스,안토니우스,레피두스의< 제2차 3두정치>전의 시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
마흔일곱의 고르디아누스는 그의 꿈인 농장을 소유하게 되어 전원생활을 한다.루키우스 클라우디우스가 그의 사촌들을 제치고 고르디아누스에게 농장을 물려주고 죽었기 때문이다.그 과정에서 사촌들은 소송을 제기했고,고르디아누스는 키케로의 도움으로 승소했다.그래서 루키우스의 사촌들은 고르디아누스를 경멸한다.루키우스의 사촌이자 그의 이웃 중 클라우디아만 유일하게 고르디아누스와 친하게 지낸다.그 동안 에코가 결혼을 해서 로마의 집에 살면서 수탐꾼이었던 그의 직업을 물려 받았다.그래서 고르디아누스는 로마를 잊어버리고 전원생활에 재미를 붙여보려 하지만 그는 농장생활에 따분해 한다.
그러던 중 어느날 문득 마르쿠스 카일리우스가 찾아와 루키우스 세르기우스 카틸리나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 줄 것을 부탁한다.하지만 집정관 키케로의 첩자 카일리우스는 키케로와 카틸리나 양쪽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그가 진짜로 섬기는 주인은 누구인지 고르디아누스도 알 수 없어서 망설인다.카일리우스는 키케로에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를 낸다.그가 다녀간 후 고르디아누스의 농장 에는 머리는 없고 몸뚱이만 있는 시체가 나타난다.하지만 이것은 첫번째 신호탄일 뿐이다.고르디아누스의 집에 나타난 머리없는 시체와 관련된 배후 인물이 과연 누구일까?
고르디아누스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채 카틸리나를 손님으로 맞이한다.집정관선거에서 두 번 탈락한 카틸리나는 온갖 루머를 달고 있지만 고르디아누스와 함께 지내본 카틸리나는 루머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같다.키케로는 카틸리나가 원로원의 의원들을 모조리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공포하고 다닌다.그래서 소설은 카틸리나와 키케로 중 누가 로마의 원로원을 장악할지 초점이 모아진다.
1.2편에 비해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진다.그래서 책의 중반까지는 로마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듯 추리소설같지 않은 지루한 감이있다.거기에다 고르디아누스가 전원생활을 함으로써 더듬이의 후각이 너무 둔감해졌다.또한 아들 에코와 메토가 고르디의 역할에 끼어들면서 고르디아누스의 운신의 폭이 많이 줄었다.고르디아누스는 키케로와 카틸리나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그래서 내내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형국이다.독자 또한 읽는 내내 카틸리나와 키케로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그래서 읽으면서 답답하고 1,2권과는 너무 다른 스타일에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 후기를 읽어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팩션이 갖는 원초적인 한계라는 사실을 깨닫게된다.카틸리나라는 인물에 대한 평이 역사적으로 너무 평이하기 때문이다.저자는 카틸리나라는 인물에 대한 평을 수수께끼처럼 안개처럼 불투명하게 그려내고 있다.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만일 카틸리나가 로마 역사에서 승자였다면 후세에 전해오는 그에 대한 기록은 완저히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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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1, 2편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세 번째 작품을 읽은 것인가에 대한 특별한 고민이라든지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자유인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며 요즘으로 치면 사설 탐정쯤된다고 하겠는데 의뢰받은 사건에 대한 증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그는 그쪽 업계에서 '더듬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름이 나있으며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냉철하면서도 상황판단력이 뛰어난 고르디아누스지만 노예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오갈데 없는 아이와 노예 소년을 둘이나 양자로 들일만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다.
시리즈는 로마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공화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술라의 독재 시대부터 카이사르의 개선식까지 굵직 굵직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편에서는 독재자 술라가, 2편에서는 스파르타쿠스 반란을 배경으로 대부호 크라수스가 등장했으며 이번에는 카틸리나의 역모 사건을 배경으로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정치적 대립을 다룬다. 우선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 전편에 비해 훌쩍 나이가 들어버린 고르디아누스에게 적응이 잘 안되었다. 2편에서 아내의 출산 장면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 아이가 여덟인가 아홉살로 세월이 그만큼 흘러버린 것이다.
고르디아누스는 부패와 타락, 정치적인 암투로 가득한 로마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농장주로 살아간다. 어느날 키케로의 부탁을 전하러 온 손님으로 인해 조용하던 그의 생활이 위협받기 시작하는데... 키케로는 고르디아누스가 루키우스로부터 지금의 농장을 물려받을 때 법적인 문제에 도움을 주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키케로의 정적인 카틸리나가 고르디아누스의 농장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고르디아누스가 잠시 결정을 미루는 동안 농장에서는 목 없는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어쩔 수 없이 카틸리나를 받아들인 고르디아누스는 정적을 감시하기위해서 가장 잘 지켜볼 수 있는 곳에 두려했던 키케로의 치밀함에 놀라워하면서도 역모 혐의를 받고 있는 카틸리나의 이념과 로마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순수함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로마는 부와 권력을 탐하는 자들로 인해 암울하기만 하다. 역사적 인물로서 카틸리나는 정치활동을 하느라 빚이 많았고 연이어 선거에 실패하자 역모를 시도했다가 전멸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과연 그가 정말 역모를 꿈꾸었던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어쨌거나 승자는 키케로이고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여진 것이니 말이다. 아울러 아버지의 뒤를 이어 로마의 집과 가업을 물려받은 에코와 에코 대신 고르디아누스를 지키는 메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40대 후반의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수년간 농장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추리력이나 판단력 등 모든 면에서 전같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시리즈가 총 10편 정도(혹은 그 이상)은 된다고 들었는데 그럼 다음편은 누가 이끌어 가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는 많은 부분을 에코에게 의지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꽤 괜찮은 캐릭터인데 계속 잘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로마 서브 로사>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로마 시대를 재현한 것이다. 전편에 비해 약간은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로마 시대를 묘사한 것은 여전했다. 계급사회인 로마에서 사람들을 등급별로 나누고 높은 등급의 사람들은 평민들의 투표권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에 잠시 어이를 상실했었는데, 메토의 성인식을 보면서 가족과 이웃 등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고 로마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사건을 해결하게 될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기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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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의 세번째 이야기이며, 전혀 뜻하지 않으면서도 키케로니, 크라수스니, 카이사르니 하는 거물들의 사건에 잘도 엮이는 주인공, 고르디아누스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3권은 2권에서 10년이 지난 뒤이다. 주인공은 로마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친구가 남겨준 농장으로 내려와서 가족들과 농사에 몰두하게 된다. 하지만 키케로가 보냈다는 카일리우스가 찾아오면서 또다시 로마 최상층의 권력투쟁과 엮이고, 연이어 목 없는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져간다.
스토리는 앞으로 읽어볼 사람들을 위해 줄인다.
소설은 재미를 기대하며 읽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이상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소설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의 형식을 빌린 역사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정의롭고 조화로운 로마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웃고, 울고, 사랑하고, 증오하는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단순한 실험을 위해 노예를 죽이고, 노예 소녀를 겁탈하는 귀족들의 모습과 소수의 귀족을 위해 온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 노예들의 묘사를 보며 인간사의 불합리함을 바라보게 되고, 흑색선전과 금품이 난무하는 로마 공화국의 선거판을 보면,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금의 선거가 겹쳐 보인다. 그리고 재산에 따라 표의 차이가 있는 선거제도를 보면, 모두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소득이 떨어질수록 투표율이 떨어지는 작금의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카틸리나 역모 사건의 묘사 또한 탁월하다. 기득권층과 기존 질서를 대변하는 키케로, 그리고 몰락한 귀족들과 평민들을 위한 급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카틸리나, 그리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준 제국의 확대와 빈부격차의 심화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둘의 카리스마와 연설, 그리고 중상모략과 폭력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점점 심해져가만 가는 정치적 대립, 그리고 지금 나라를 뒤흔드는 진보당의 권력투쟁, 이 모든 것이 고대 로마에 겹쳐져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무거운 주제 외에도, 소소한 당시 풍습과 식생활 등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다. 어떤 책이 로마인의 성인식, 식생활, 그리고 밤중의 사랑과 그 시절 힁행했던 동성애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토록 재미있고 실감나게 묘사한 적이 있던가.
마지막으로 매력적인 인물묘사도 장점이다. 비정한 권력투쟁, 그리고 하나씩 가면을 쓰고 있는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도 진실을 찾아내는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이 진흙탕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미래를 낙관하게 하는 매력이 있고, 다른 인물들도 가상의 인물이던, 역사 속의 인물이던 모두 매력적이고 생동감있게 묘사되고 있다.
출간된 지 벌써 2년이 지난 책이지만, 이야기로도, 역사로도 흠잡을 데가 거의 없다. 역사에,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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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 다음권이 어서 나왔으면...하는 거다.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음권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지만 독자의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런 소식이 없을때. 그것만큼 답답한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로마 서브 로사>는 정말이지 대만족이다. 지난 2월 2권 <네메시스의 팔>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3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를 만났다. 전편만큼 두툼한 책을 보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더듬이 고르디아누스가 이번엔 어떤 사건을 해결하게 될 것인가 기대에 부풀었다. 3편은 2편에서 10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십대 중반을 넘어선 고르디아누스는 해방노예인 베데스타와 이미 결혼하고 에코와 역시 해방노예인 메토를 입양했으며 디아나란 딸을 낳았는데 2편에 등장한 클라우디우스 루키우스에게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에트루리아 지방의 농장을 상속받아 시골로 내려간다. 그런데 루키우스의 가족들이 고르디에게 농장이 상속된 것을 모두 반대하여 소송을 벌이자 키케로의 도움으로 승소하게 된다. 복잡한 도시 로마에 비해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생활에 이력이 날 즈음, 키케로의 요청을 전하기 위해 마르쿠스 카일리우스란 사람이 고르디를 찾아온다. 키케로의 편이면서도 카틸리나의 수하에 들어가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하던 카일리우스, 그는 고르디에게 키케로와 대립하는 인물인 카틸리나가 방문했을 때 머물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그를 감시하여 동향을 파악해달라고 요구한다. 그것도 카틸리나로 하여금 키케로의 개입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게끔 말이다. 원로원의 기득권을 가진 귀족층을 대변하는 키케로와 군부출신이지만 민중을 대변하는 카틸리나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어 갈등하는 고르디에게 카일리우스는 의문에 싸인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런데 얼마 후 고르디의 딸 디아나가 마구간에서 목 없는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고르디는 뜻하지 않게 정치 다툼에 휘말리게 되는데.... 전편에서 고르디아누스가 의문에 싸인 사건을 의뢰받아 더듬이라는 별명대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해나가는 역할이었다면 3편에서는 조금 다르다.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정치 다툼이 주된 이야기를 이루는 가운데 고르디는 그 두 인물 사이에서 확신이 서지 않은 채 갈등하는 다소 소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더듬이 고르디아누스가 이렇게 변하다니...하고 생각할 즈음 역시 고르디!!하고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로마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3편에 카틸리나의 등장은 새롭게 다가왔다. 소설의 중반, 당시의 정치상황이나 키케로와 카틸리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표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분명 저자가 그려내고 있는 건 옛 로마인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의 정치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다니...저자의 필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어질 4편에서 고르디와 그의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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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것은 마지막장을 읽을 때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로마 시대에 뚝 떨어진 것만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는 것도 꼽을 수 있다. 실존했던 인물을 등장시키고,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은 내 몸뚱이와 정신이 마치 로마 공화정 시대에 살아있었던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다. 이런 즐거움을 대체 어디서 누릴 수 있단 말인가. 더듬이 고르디아누스와 함께 하는 <로마 서브 로사>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로마 서브 로사 3 - 카틸리나의 수수께끼(2010.3.19. 추수밭)》는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책을 펼쳐서 맨 앞장의 로마사 연표를 보면 BC 63년에 키케로가 집정관에 취임하였고 카틸리나의 역모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적고 있다. 소설의 이야기는 바로 이 시기의 사건이다. 집정관 키케로는 자신의 정적인 평민파 정치인 카틸리나와 목숨 건 담판을 벌이는데,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니라 음모와 간계가 판치는 비열한 정치 세계를 보여준다. 마흔일곱 살의 고르디아누스는 자신을 농부라고 소개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로마의 시끄럽고 어지러운 정치 세계에서 멀어져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생활에 젖어 있던 고르디아누스는 키케로의 부탁으로 왔다는 카일리우스의 방문으로 또 다시 불안해 진다. 카일리우스는 카틸리나의 은신처 제공을 부탁하고, 그가 떠나면서 남겼던 수수께끼 같은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고르디아누스는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가 마구간에서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되고 이는 분명 카일리우스가 남겼던 말과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한 우리의 주인공은 카틸리나의 은신처 역할을 승낙한다. 수수께끼를 내기보다 풀기를 더 좋아하는(P151) 고르디아누스는 자신의 집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사건이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권력 다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누구를 믿어야 할지 마지막까지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고르디아누스는 1권과 2권에서 보았던, 더듬이라 불리던 인물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는 보호해야 할 가족이 있는 가장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듬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마지막에는 자신의 가족에게 처한 위험을 감지하고 무사히 구출해 낸다. 역시 고르디아누스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로마 서브 로사 3 -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는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고르디아누스를 그린다. 게다가 이야기의 중심이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다툼에 맞추어져 있기에 더더욱 고르디아누스가 할 일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3권에서 고르디아누스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3권에서 고르디아누스의 역할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곧 마지막 단 한 줄까지 읽어야만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의 기록에서 카틸리나는 영웅과 악당으로 번갈아가면서 평가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악당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는 게 사실인 듯 보인다. 카틸리나는 패자이고 역사는 승자의 몫이기에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 소설에서 카틸리나는 매력적이고 달콤한 정치가로 묘사된다. 그리고 믿었던 친구들에게 배신당하는 불운한 정치가로 묘사한다.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나는 카틸리나가 악당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카틸리나의 절망 섞인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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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추리소설이라는 소개글을 보며 역사보다는 은연중에 추리에 촛점을 맞췄었나보다. 책장이 중반을 넘어갈 무렵 추리가 아니네.. 라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명색이 시리즈인데 1, 2권을 보지 않고 3권을 처음 접했으니, 3권만 본 자로서 말하자면 일반 추리소설은아니지만 추리할 수 있는건 무지하게 많은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덧붙여 주절주절 늘어놓아보면 셜록홈즈 같은 추리 소설을 아주 좋아하기에 그런 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추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역사추리소설'이라는 문구에 딱 맞게 (끝까지 다 보고서야 이해가 됐다.. 역사추리소설..) 사건의 흐름을 보면서 유추하는 형식이다.
로마는 개인적으로 향락의 이미지가 강하다. 검투사, 목욕, 성애, 문화.. 그야말로 귀족들을 위한 놀이동산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저 놀이동산을 유지하는데 들어간 것이 죄다 노예라는 인간들의 피땀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요즘에 나온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를 잠시 봤는데 인간이라는 것들이 어쩜 저리 잔인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모르는 1,2권에서 시간이 한참 흘러 고르디아누스가 번잡한 로마에서 벗어나 꿈에 그리던 농장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큰아들 에코는 로마에서 며느리와 일가를 이루어 잘 살고있고, 아내와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아들 메토와 사랑스러운 딸 디아나와 나 고르디아누스는 전원생활을 만끽한다. 번잡하다지만 볼 것도 많고, 일도 많은 로마에서 생활하다가 잘 모르는 농장을 경영하자니 번거롭고, 짜증스럽고, 심심하다. 그때 키케로의 제자 카일리우스가 온다. 키케로의 정적 카틸리나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달라는 것. 딱 봐도 위험한 일이라 거절하고자 하나, 예전의 빚때문에 여의치 않다. 그리고 드물게 방문하는 손님. 정치계 두 거물의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보고자 하지만 누구 말이 맞는지 알 길이 없다. 로마를 살린 영웅 키케로가 맞는건지, 정적에게 억울하게 오명을 뒤집어쓴 카틸리나인지..
이런 소설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늘 생각한다. 작가는 진짜 대단해~~ 라고.. 분명 로마에 관한 많은 자료가 있을테지만 그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나름의 객관적인 사실을 유추해냈고, 소설로까지 풀어내다니, 존경스럽다. 그리고 궁금하다. 카틸리나는 정말 로마의 반역자였을까, 희생자였을까.. 제일 뒤에 번역자의 글이었나.. 카틸리나에 대해서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고한다. 아.. 진짜 궁금하다.
카틸리나의 수수께끼에 비한다면 소소하지만, 머리없는 몸뚱이의 비밀도 충격적이었다. 인간이라는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할 수 있는건지, 그 정점에 선게 어느 시대건 귀족 혹은 양반인 거 같다. 할 일은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지만, 욕심은 많다. 그리고 이 놈의 욕심이라는게 사람 여럿 잡는다. 나는 마음을 비워야지.. 공수레공수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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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세일러」의 이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보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부류의 물건이다. 처음 1권을 읽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어지간한 역사소설보다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로마 공화정 당시의 시대상, 거기에 추리소설까지 섞어놓은 흡입력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시각에서 보아도 역사적 배경 이외에는 허구로 점철된 평범한 작품들과는 그 레벨이 다르다. 역사추리보다는 오히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역사소설」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묵직한 소설이다. 2권 「네메시스의 팔」을 거쳐서 3권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까지 오는 동안 중간에 단 한번도 느슨해지거나 하는 적이 없고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기만 했던 것 같다.(우상향) 하여간에 이 시리즈는 그 스토리의 밀도나 묘사의 디테일이라는 점에서 볼때마다 감탄한다. 로마시대를 동경하거나 로마 이야기를 즐겨 읽는 사람들은 좋아하게 될 확률이 거의 백퍼센쯤 되지 않을까 싶다. 3권에서는, 2편의 결말 이후 10년 뒤, 더듬이 「고르디아누스」가 4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시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제 3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주인공이 너무 빨리 늙는것 같은 감이 있어서 걱정이다.) 그사이 고르디아누스는 해방노예인 베데스타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매토라는 노예소년을 면천시켜 양자로 삼았고, 디아나라는 딸까지 얻었다. 유유자적 전원생활을 만끽하며 살고 있는 그에게 어느날 느닷없이 키케로의 첩자를 자처하는 「마르쿠스 카일리우스」라는 작자가 나타나서 「키케로」를 위해 그의 정적인 「카틸리나」의 은신처를 제공해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한다. 카일리우스가 진짜 키케로의 수하로서 카틸리나측에 잠입을 한 것이든, 아니면 카틸리나의 수하이면서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든, 고르디아누스는 어느쪽이든 낭패를 볼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때마침 마굿간에서 목없는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고르디아누스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상당하다. 사실에 입각해서 그려진 실존인물들이든, 저자에 의해 완전 창작된 오리지날 인물들이든, 대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캐릭터가 없고, 만약 고르디아누스가 소설의 화자만 아니었다면 모두가 주인공처럼 느껴질 만큼 비중있고 깊이있는, 그리고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넘쳐난다. 역사추리소설이라면 이제는 흔하디 흔한 장르가 되었지만 그 많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유별나게 이 소설이 몰입도가 높다고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이런 섬세한 인물묘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간의 대립구도나 정치적 배경뿐 아니라, 가장 관심사인 노예제도의 실태를 포함한 당시 로마의 실생활을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우리역사보다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로마시대의 이야기가 마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리 사극만큼이나 친숙하게 받아들여지니 이상하다. 그 생소함이라는 갭을 메울정도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한 세세한 묘사가 역시 압권이다. 확실히 역사란 시각과 견해의 차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지금까지 항상 우리편으로만 보이던 키케로가 세치 혀로 세상을 우롱하는 악당같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나쁜편이라고만 생각했던 카틸리나가 한없이 매력적이고 게다가 생각깊고 달콤하기까지한 무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보이기 시작하니 정치든 역사든 포장의 「차이」이고 해석의 차이인 것만은 맞는 것 같다. 역사속 실존인물들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과 저자류의 새로운 해석으로, 그러한 진리를 이번 3편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어떤 역사가 진실일까. 어쩌면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실제역사속 인물들이 아니라 후세의 역사가들이 입맛에 맞게 데코레이션 한 성형미인들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