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해금(奚琴)과 같은 음색을 지닌 중국의 전통 악기 얼후(二胡)! 소리나 모양이 비슷한 듯 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기도 하다. 해금은 나무로 된 둥근 울림통으로 명주실 2줄을 사용함으로써 높고 구슬픈 소리가 나는데 비하여, 얼후는 다양한 울림통으로 금속성 2줄 현을 사용하여 해금보다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동양적인 은근함과 감미로운 고독, 한편으로는 대륙의 목가적인 웅대함까지 그려내고 있다는 '지아 펭 팡(Jia Peng Fang, 가붕방 賈鵬芳)'의 얼후 연주를 이번에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뉴에이지 음악에 심취하면서 앨범으로는 아니지만 여러 곡을 듣고 좋아하던 아티스트였다. 특히 睡蓮(수련 A Water Lily)은 자주 듣던 연주였기에, 이번에 출시된 내 생의 단 한번의 친구 'The Friends'란 타이틀의 앨범은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지아펭팡의 50년이라는 음악 활동에서 데뷔시절부터 자신의 곁을 지켜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념적 음반으로, 유년 시절의 추억만큼이나 따뜻한 음색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통나무집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에서 레코딩하여 기존의 얼후 소리보다 더욱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친구들의 연주를 감싸주는 새로운 느낌의 얼후 소리를 표현 하였고,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Floral Calendar와 Blue Flamingo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Friends Version으로 새롭게 편곡하였다고 한다. 오디오에 CD를 올려본다.
타이틀 곡 Floral Calendar를 올리니 바이얼린의 리더에 이어 멀리서 고향이 다가온다. 아득한 추억의 회향, 고향의 벌판, 마음 속에서 말을 걸어오는 친구의 정겨움, 초가집, 연기오르는 마을 등의 상념 속으로 얼후의 소리가 부드럽게 스며든다. 고마운 친구들과의 추억을 '꽃으로된 달력'으로 표현하는 opening 연주로 그 의미가 크다. 2. Xinglin Hupan (Friends Ver.)은 행림호반(杏林湖畔)으로 중국의 살구 숲에 있는 코우린 호수를 떠올리며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새롭게 편곡하여 기타의 전주 시작하는 연주가 역시 애잔하기 짝이없다. 3. A Water Lily (수련睡蓮)은 전에부터 알고 있고 너무나 좋아하는 정말 괜찮은 곡인데, 여기선 추억하는 느낌의 편곡인지라 기타와 하모니카의 음색이 조금 가라앉는 차분한 모드로 받쳐주고 있다. 피아노가 리딩하는 Faraway의 원곡이 훨씬 더 나아보인다.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인터넷에 A Water Lily, faraway라고 입력하면 많이 나오므로 꼭 들어보길 권하다. 원곡은 정말 강추강추! 비오는 날 들어보라!. 그 진한 마력에 거의 실신 직전이다. 정말 가슴이 찌리리~한다. 마치 얼후가 퉁소나 대금의 소리를 낸다. 처음 듣는 분은 기타의 굵은 톤이 따뜻하게 받쳐주면서 얼후의 상쾌함과 애잔함이 살아있는 이 곡도 괜찮겠지만 여기서는 얼후의 소리(?)가 난다. 빗소리 들리는 편곡도 있다.(Raining Ver.) DVD의 수련은 또 다른 느낌의 연주이다. 지아펭팡의 마음 흐름에 따라 음색이 변하는 연주가 일품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련을 링크시켜본다.
4. Blue Flamingo는 춤곡이다. 이전의 리듬이 확~ 바뀐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경쾌하고 정열적인 집시리듬이라는데, 마치 고대의 무희가 내 앞에서 빠른 춤을 추는 듯하다. 리듬에 마음을 실으니 곧바로 내 자신도 동호되어 같이 춤을 춘다. 풍요로운 가을 벌판을 뛰어다닌다. 모두가 둘러앉아 북소리 장단을 맞추어 흥겹게 뛰어 논다. 마치 "카디스의 딸들"의 빠른 리듬이 연상된다. 애잔함으로 표현되는 얼후의 느낌과 대척된다. 내가 알고 있는 얼후의 음악에 대한 개념(애잔함)을 바꾸게 하는 곡이다. 나는 이런 음악리듬에 흥분한다. 강추! (다만 얼후가 애잔하다는 느낌에 집착하면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5. Summer of Jiamusi (Friends Ver.)는 그의 고향 흑룡강가의 자무쓰 지방을 회상하면서 그린 곡이라는데, 원곡이 Moonlight(월광)에 수록된 곡이어서 그런지 달빛은 은은히 강가에 내려앉고 호젓이 둑을 거니는데 옛추억의 상념이 살며시 가슴에 파고든다. 얼후가 주는 느낌을 제대로 전해주는 곡이다. 원곡을 들어보면 더 나을련지... 강력 추천!!!
6. Summer Dance (Friends Ver.)는 기타의 리더와 어울려 여름 밤의 시원함을 느껴본다. 그런데 어째 잘 적응되지않는 이질적인 리듬코드가 섞혀있다.
7. Memory of Childhood (Friends Ver.) 처음으로 얼후를 형에게 선물받아 꿈키우던 시절의 회상이라는데, 튀지않게 코맹맹이 소리처럼 받쳐주는 아코디언의 반주가 멀리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의 소리여행에 한 몫을 하고 피아노도 포근히 얼후의 소리를 살려준다. 과거로 떠나는 그의 여행이 참 잘 살아나는 연주이다. 특히 마무리 부분의 격정적인 연주도 인상적이다.
8. Dawn (Friends Ver.) 여명이다. 새벽녁의 기운을 표현하여 중국풍의 리듬이 살아난다.
전체적으로 기타의 리더가 많아 원곡보다 차분하고 쓸쓸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데, 유년 시절과 친구들을 위한 여정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기획 음반이다. 보너스 DVD로 주어지는 데뷔 20주년 콘서트 실황이 매우 볼만하다. 다만 일본실황인지라 일본판을 그대로 실은 점이 '옥의 티'다. 인터뷰 등 뭐라 말하는지 알 수 가 없으니 원...
삶에 있어 친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아펭팡 씨, 당신에게 친구란 의미는 어떤 것입니까?"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아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