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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양서를 읽은듯 하다. 쉽고 편안 책만 손에 쥐다가 이반일리치의 다양하고도 집요한 논리에 정신이 번쩍 든 기분이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지나친것들에 대한 반론제기는 둔탁해진 머리를 청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학교교육에 대해 이반일리치의 일침은 어떤면에선 백퍼센트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제도화된 학교는 오히려 소수의 성공자와 대다수의 탈락자를 배출하고 내면의 죄의식까지 새로 짐 지우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말이다. 1등만을 기억하는 제도화된 사회속에 길들여져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고 있는 내가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것인가? 거기에 대한 물음이나 성찰은 해 보았는가? 우리 사회에 널려 있는 수많은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들이댄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자연이, 자연그대로의 자연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학원에 쩔어있는 내 아이를 위해 이제사 대안을 찾는다고 전전긍긍하는 내꼴도 이반일리치가 경고한 제도화된 사회가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최선이 타락한 최악의 결과에 맞닥뜨린게 아닌가 싶어 두렵기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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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와 CBC 라디오 진행자인 데이비드 케일리와 나눈 5년 동안의 대담을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일리치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소개하고 있는 양서다. 특히 해제가 이반 일리치의 전반적인 사상과 주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령 국내에 출간된 그의 대부분의 저작들의 내용이 소개되는데, 『병원이 병을 만든다』, 『학교 없는 사회』, 『그림자 노동』, 『성장을 멈춰라』등이 대표적이다.
"사상가로서 일리치는 통상적인 범주로 분류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보수주의자도 낭만주의자도 아니며, 포스트모더니스트도 반모더니스트도 아니다. 무정부주의자라고 부를 수는 있겠으나, 권력을 거부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복음의 핵심이라 믿기 때문이지 무정부주의라는 정치주의에 찬동하기 때문이 아니다. "(65쪽)
"선善이 가치로 대체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선이 가치로, 당연한 헌신이 경제적 결정으로, 질문이 문제로 탈바꿈한 것은 우리의 생각, 우리의 관념, 우리의 시간이 이미 자원으로 바뀌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여기서 자원이란 둘 또는 그 이상의 목적 가운데 하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희소한 수단을 말한다. "(178쪽)
이반 일리치의 주요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는 '코룹티오 옵티미 페시마(corruptio optimi pessima)'이다. "최선의 것이 타락하는 일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는 의미의 라틴어 격언이다. 일리치는 스스로를 신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로 자리매김한다. 그의 사상의 여정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12세기 중세 유럽이었다. 현대의 여러 관념들이 형성되던 시기였던 12세기를 통해 일리치는 우리를 지배하는 현대의 관념과 확실성의 기원을 뿌리까지 밝혀 내고자 했다. 중세기에 대한 일리치의 관심사는 주로 건설적이고 혁명적인 관념이 일으키는 사악하고 파괴적인 반작용, 즉 '관념의 뒤집기'가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