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에 대해서 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딱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그렇다고 먹는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지만 않다면 하루 세끼 찾아 먹는 것도 사양한다. 지금이야 식성이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입이 조금은 짧았다. 특히 육류는 한끼 먹으면 그 후로 며칠은 극구 사양했었다. 80년대 후반 처음으로 간 해외출장이 유럽이었다. 장충동 신라호텔 옆 반공연맹 강당에서 반공교육까지 받고 기대에 부풀어 간 독일, 그곳에서의 일주일은 내게 죽음으로 다가왔다. 뒤셀도르프 인근의 조그만 시골, 한끼 먹고 사흘은 물만 마시고 굶은 것 같다. 나중엔 상대회사에서 사람 잡게 생겼다고 뒤셀도르프까지 나와서 한국식당에 데리고 갔다. 그때의 기분이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을 다 읽었다는 안도감이 먼저 다가온다. 처음 책을 잡고 목차를 보면서 질려 버렸다. 1월1일부터 시작하여 12월31일까지 366일 동안의 만찬내용, 혹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이 적혀 있는걸 보고, 왜 이 사람들은 윤년을 택해서 2월29일까지 기록한 거야.. 하는 볼멘소리가 내 귀에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책에는 모든 날이 음식에 대해서 쓰여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음식에 대해서 쓰여있는 것은 맞다. 음식이나 재료들을 소재로, 역사상의 인물들이나 사건들과 얽혀있는 일상의 기록들이 쓰여있다. 음식문화에 대한 세계사, 아니 서구사라 해도 과히 틀리지는 않는다. 저자 부부는 로키산맥 기슭의 아스펜에 살면서 30여년 동안 집에서 했던 요리들과 그곳을 방문했던 사람들과의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을 두꺼운 노트에 기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을 생존을 위한 것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담론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미식가들의 366일 일기를 통해 삶의 지혜, 역사의 순간에 감추어진 일화, 음식과 관련된 예술가, 소설가, 정치가들의 성공과 실패에 이르는 여행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간단한 요리나, 특별한 요리에 대한 레시피도 실려있어 직접 한번 만들어 보기를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 자신들은 막상 음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첫날의 일기에 그들의 생각이 나와있다. “음식을 먹는 일은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행위이며, 매일 습관처럼 평생 반복된다. 결혼한 부부에게 음식은 단순한 생존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의식을 반복하면서 차츰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인생을 터득해가는 그 과정이 사랑의 전주곡이 된다. 함께 음식을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진정 삶의 축복이다.” (1월1일) 난 어떨까? 물을 마시러 간 것을 제외하면, 부엌엔 들어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니다. 라면 끓이려고 몇 번은 가본 것 같다. 처음 결혼을 하고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주방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나 또한 그런 용기를 기꺼이 포기한 대가로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랑의 전주곡을 울리지 못한 것 같다. 저자는 나를 위해서도 적당한 말 한마디를 준비해 두었다. “시장기는 철저하게 육체적으로 몸이 원하는 것인데 반해, 식욕은 음식을 시각적으로 보거나, 냄새에 의한 후각을 자극하거나, 특정음식에 대한 기억이나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먹으려 하는 행위이다. 시장기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식욕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충동과 관계가 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3월23일) 먹는 것에 대한 나의 무관심을 이 두 가지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핑계를 대어본다. 책에 실려있는 내용 중 기억에 남는 특이한 것은 17세기 커피가 유럽에 전해지던 초창기, 터키의 콘티탄티노플에서는 남편이 부인이 만들어준 커피를 거절하면 이혼 사유가 되었다고 한다. 난 안 타줘서 못 마시는데.. 사랑과 로멘스를 기리는 발렌타인 데이는 군인은 결혼하면 안 된다는 군인출신인 로마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칙령을 거부하고, 비밀리에 결혼식을 주재했다가 순교한 로마 사제 발렌티누스의 이름에서 기원한 것 이며, 최음제로 정평이 난 초콜릿이 발렌타인 데이에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이라고 한다. 가재는 연인들의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사랑의 미약, 즉 최음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남자가 여자를 위해 가재를 주문하는 것은 흔히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전주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음.. 나도 가재를 주문해봐야겠다. 책은 음식과 관련된 것 이라면 저자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알지 못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역사상 인물들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끝없이 반복된다. 그런가 하면 파스타나 와인, 그리고 디너파티 등에 대한 상식을 거의 전문가 수준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음식을 빼고는 알지 못하는 음식이기에 재미가 조금은 반감되기도 한다. 주로 미국과 유럽, 그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의 요리에 대한 설명이 많으며, 아시아의 경우는 인도음식이 하나, 중국의 간장과 젓가락, 그리고 일본의 스시, 사시미, 소바가 소개되는 정도이다. 씨 없는 수박을 발명한 사람이 일본의 과학자라고 소개하는걸 보니 아시아나 한국에 대한 상식은 거의 없는 듯 보인다. |
|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을 단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하나로써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인간생존의 필수조건인 '의식주'는 시대가 지날수록 그것이 하나의 문화이며 의식이 되어왔다. 그래서 입고 먹고 거주하는 것은 그것의 필수적인 기능을 넘어서 인류가 만들어온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의식주는 새로운 기능이 계속적으로 첨가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를 알려주는 기호로써의 기능이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적인 이론가인 프랑스 철학자 쟝 보드리야르는 현대의 소비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기호란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행위의 기본동기인 필요위에 그것를 넘어서 새롭게 생산된 모든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서 핸드폰을 살때는 원래 필요에 의한 기능만 있으면 된다. 그것은 상대방과 원거리에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통화의 기능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햅틱이나 이아폰을 구입하여 필요에 의한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을 소비하므로써 인류가 축적해온 문명을 소유하고 그러므로 자신이 현대문명에 깊이 소속되어 있다는 정체성을 갖게된다. 이것이 '기호'로써의 '소비'의 의미이다.
그중에 특히 '식' 즉 먹는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와 계급을 표시해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 만 아니라 독특한 의식으로써의 기능도 첨가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먹는 다는 것'의 의미이다. 이것은 다른말로 하면 인간은 타자와 함께 음식을 나눔으로 인간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음식을 나눔으로 더이상 자신과 심리적으로 동떨어진 타자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절대로 아무나 하고 음식을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생명을 함께 나누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그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먹는 것은 거룩한 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의식을 통해서 나와 너는 남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의 기본 개념은 '식구(食口)'이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이 바로 '식구(食口)' 즉 가족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신성한 의식'이다.
이 책 <위대한 한 스푼>은 먹는다라는 것을 하나의 문화와 의식으로써 쓰여진 책이다. 요리책도 아니요 그렇다고 음식에 대한 문명사도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떤한 그림이 그려진다. 이 책을 쓴 두저자 제임스 솔터와 케이 솔터는 부부이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두 사람이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그 음식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문학 이야기 그리고 댜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간단한 음식 레시피가 적혀있긴 하지만 이것은 기술적인 요리책이 아니라 두 사람의 신성한 의식으로써의 음식만들기와 먹기를 간략하게 적은 것이다. 참 멋진 광경이다. 음식을 통해서 함께 생명을 나누는 '우리'임을 의식하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멋진 광경이 떠오른다. 1년 365일 그들이 나눈 '신성한 의식'으로써 '음식 만들기'와 '음식 나누기'를 엿보면 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곱게 그리고 멋지게 나이들어 가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이였다. 앞 날개 사진에 찍혀있는 그들을 보면 신성한 의식을 행한 그들이 얼마나 하나로 묶여져 있는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단순하게 보면 요리책도 아니고 음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음식에 대한 소견을 주저리 주저리 나열하는 분명한 정체성없는 잡다한 책같지만 이 책은 나에게 분명하게 음식은 '신성한 의식'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나에게도 옛날부터 한가지 꿈이 있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하루의 삶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논쟁하는 신성한 의식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꿈이였다. 식사하게 전에 촛불의식을 행하며 하루를 감사하고 서로 나누며 축복해주는 멋진 의식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유대인들의 식사법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도 했다. 이제 조금씩 신성한 의식으로써의 식사를 실천해 봐야 겠다.
"우리는 이 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단지 생존을 위한 것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 (p. 9)
"태초부터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식량이었다. 사실 먹는 것이 섹스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그 횟수 또한 잦다. 음식과 노동의 격조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원시 인류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배고플 때 음식을 먹다가 차츰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더불어 먹을 때마다 가족이나 씨족이 자연스럽게 함께 모이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류가 집단을 형성하고 점차 사회로 발전되면서 도시가 생겨났으며, 이를 통솔하기 위해 정치가 시작되어쏙 식량 때문에 전쟁이 터지기도 했다." (p. 26) |
|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양분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 것을 중하게 여기고, 음식을 먹기 위해 데이트를 하는 것 처럼 보이는 커플도 있는 반면, 먹는 것을 속되게 여기고 그저 배를 채울 뿐인 사람들이 있다. 배부른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리 식탐이 없다. 이 책은 음식을 단지 생존을 위한 것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런 사람들이 읽는다면 이 책은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사실들의 나열이 아니라 정말 훌륭한 한 스푼에 대한 유대감을 옛 사람들과 더불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당연히 음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 속의 여러 유명 인사들이 느꼈던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JAN~DEC) 12개의 월로 나누어져있다. 각 달마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달이나 (크리스마스라든가) 그 계절에 맞는 요리라든가 (3월엔 아보카도 요리라든가) 를 나누어 가면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구성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많은 먹을 것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챕터로 나누어야 하는 것인가, 고대부터 근대로 할 것인가 계절별로 할 것인가 아마 저자들이 고민이 되었을 문제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에피소드들은 엄청나게 많고 한 월月당 대략 30개가 넘는 에피소드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딱히 월과 에피소드들간의 개연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렇게 챕터를 나눈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개성있는 구성이랄까.)
이 책을 소개받을 때 가장 궁금했던, 에펠탑에서 식사한 모파상의 이야기는 의외로 알고 있는 내용의 것이었다. 헉, 그 유명한 에피소드를 생각하지 못했었다니! 살짝 허탈한 심정이 들었다. 뭔가 다른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의 짧은 지식으로 알 만한 에피소드는 그것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정치가에서 예술가가 사랑했던 요리들, 그들이 요리와 함께 남긴 말들, 음식의 재료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고찰, 그리고 재료에 들어가 있는 비타민의 종류와 잇점까지 이 책은 정말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만한 사실들을 전달해주고 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프랑스의 발자크가 좋아했던 파인애플 요리 레시피 대로 해 먹는다든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가 누구라도 확실히 기분좋게 만들고 만다는 샐러드 조리법을 응용해서 뭔가 해 먹는다면 음식을 맛보는 사람의 기분이 참으로 오묘할 것이다. 그 시대의 내가 좋아하는 어떤 작가가 좋아했던 요리법! 이 책엔 그런 팁까지 나와있는데 진심으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또한 흔히 먹는 프레첼도 400여년전 수도사가 아이들이 손가락을 꼬고 기도하는 모양에서 프레첼을 발명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연인과 프레첼을 나누어 먹는다면 작은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실용적이고 즐거운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책, 강추! 이다^^ |
|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도 음식을 만들기를 좋아하고. 나름대로 음식을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의 음식 사랑은 다함이 없다. 그들의 음식을 삶의 가장 중요한 한 요소로 인식하고 살고 있음을 만나게 되면서 음식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 책이 365일 미각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나날이 음식과 관련된 일화나 실제 음식을 제시하면서 짧게 짧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유명한 인물들과의 만찬도 나오고, 사소한 일화도 소개되고, 음식 맛에 관해 이야길 하기도 한다. 그것을 365장으로 엮어 나가고 있다. 작가들은 1970년 한 폐광 마을로 이사를 하면서 요리와 관련을 맺는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부부가 늘 같이 음식을 만들고 타인들을 초대하여 그 음식을 나누고 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경우에 어긋나니까 달리 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디너 일기가 되었고, 이 일기에는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을 나누면서 있었던 사소한 일까지 기록되는 음식과 관련된 생활의 저장고가 되었다. 그 기록이 하나둘 쌓이게 되고, 그것이 출판과 연을 맺게 되면서 음식과 관련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되어 햇빛을 보게 되었다. 이 저자들을 완벽한 미식가 커플이라고 한다. 남편 제임스 솔터는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내 케이 솔터는 극작가이자 현재 <뉴욕타임즈>에 음식과 와인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는 언론인이다. 뛰어난 아마츄어 요리사라고 소개되는 두 사람은 이 책을 위해 무수한 자료의 고증을 거쳐 책을 만들어 내었다. 기존의 디너일기에 다양한 조사와 준비 과정을 거쳐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을 음식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음식과 관련된 정겨운 삶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도 한 번 이런 미식가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에 빠져들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책, 책이 단편적으로 빠르게 읽혀진다. 영국이 아미앵의 조약을 파기하고 프랑스에 선전포고한 1803년 겨울, 파리에는 생선이 귀했다. 어느 저녁 탈레랑은 정치가를 초대해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이윽고 좌중의 탄성소리와 함께 하인이 번쩍거리는 타원형 은쟁반에 커다란 연어를 받쳐 들고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그만 하인이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연어와 쟁반이 바닥에 패대기치자 모두들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광경을 본 탈레랑은 다른 연어를 가져오라고 소리 쳤다. 그 말이 떨어지자 또 다른 커다란 연어가 식당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은 말문이 막히고 기가 죽었다. 이 모든 것이 탈레랑이 미리 짠 계획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음식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는 내용, 역사적인 일들 등 많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요리를 맛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은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 지난번에 좋았다고 이번에도 반드시 맛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전에 한 번 만들어보거나 요리를 하면서 간을 보거나 만든 다음에 꼭 맛을 봐야 한다.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음식을 만드는 일반론에서 구체적인 내용까지 많이 소개를 한다. 요리는 정성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웨이터가 오믈렛과 그리스식 샐러드 그리고 입도 못 댈 정도로 뜨거운 감자튀김을 가져왔을 때 갑자기 매미가 울며 날아가는데 순간적으로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바로 위 언덕에 있는 낡고 하얀 교회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망치로 쇠난로를 내리치는 것 같은 울림이 없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주방 쪽에서는 웨이터가 요리사에게 뭐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태양이 작렬하게 내리 쬐고 있었어도 나무 아래는 시원했다. 3인분 점심 값이 4,600드라크마(만 삼천 원 정도)였으니 가격에 비해 환상적인 점심이었다. 낙소스 섬의 점심을 먹었던 기억을 말하고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기억, 다른 곳에 가서 식사한 내용까지 모두 이야기의 재료가 되어 있다.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이 책의 소재가 됨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이 책은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로 빼곡히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음식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책을 감사하게 읽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요소 중에 하나인 음식에 관해서 자세히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요소가 의식주다. 그 가운데 의(衣)와 주(住)는 더러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 있으면 있을수록 좋지만 말이다. 하지만 식(食)은 너무 많아도, 너무 화려해도 안 되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요소다. 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남의 것이라도 빼앗고자 한다. 자신의 삶을 챙기고자 한다. 그래서 개인 간에는 다툼이 일어나고, 나라와 민족 간에는 전쟁이 일어난다. 이 식이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식에 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꼭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인데 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식도락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고, 인간이 가져야할 기장 기본이 되는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먹는 것의 품위도 생각해 보았고, 먹은 것이 목적이 되는 삶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들에게 삶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다양한 삶의 한 모습을 보여줌을 인지했다. 책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 책이 조금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의 음식 문화와는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우리들에 의해 쓰여 진 것이 아니라 우리와 음식문화가 다른 서구인에 의해서 쓰여 졌다는 점이 우리에겐 안타까움이다. 음식들이 마음에 와 닿은 것이 별로 없다. 아무리 세계화를 부르짖는 사회라고 하지만 음식만은 자민족의 음식이 입맛에 맞다. 동치미, 팥죽, 시루떡, 육개장이라면 우리들의 입에 침이 도는데 빌리비, 샤토 스틸톤 치즈 등은 마음에 오지 않는다. 우리 중에서 이런 글을 쓰고, 우리 음식들이 제시되어 그려진다면 더욱 마음에 다가오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혼자서 생각해 본다. 그런 책도 좀 있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
|
음식에 관한 지식의 향연-고대부터 현대까지 365일 미각일기- 미국의 작가부부의 음식과 역사이야기인데, 한 권에 365개의 이야기를 넣었으니 대단하다. 이들과 같이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참 보기가 좋습니다. 취미나 직업이 비슷하면 좋을까? 나도 이렇게 살수가 있을까 외국여행이 대중화되기 이전의 외국여행은 볼거리에서는 큰 기쁨을 제공했지만, 먹는 문제에서는 큰 곤혹이었다. 여러 나라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도대체 이 많은 것들 중에서 어떤 것을 먹어야 하고, 식당 예절과 초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곤혹 서러운 적이 많았다. 한번은 작은 식당에서 옆자리 노부부가 자꾸 쳐다보기에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참다 못한(?) 할아버지가 내게 직접 말해주고, 나이프, 포크 어떻게 먹는 것인지 가르쳐 주는데 고맙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지금은 이국문화에 관한 지식이 많아지고, 접해볼 기회가 많아 이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요리 재료, 요리법, 음료(와인과 술 등), 만찬, 유명인사의 에피소드, 부부의 일화를 소개한다. 주로 서양 특히 프랑스, 영국, 미국의 명사들의 식사에 관련된 식탐과 맛의 음미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다. 음식이야기니 역시 프랑스 이야기가 많군요. 재미있고 유익한 상식들. 탈레당의 풍성한 저녁 만찬과 날씬한 여자에 대한 욕망, 엽기적인 발자크의 커피 사랑, 멜론과 300권이 넘는 책을 바꾼 뒤마. 반가운 얼굴은 미국 요리에 큰 영향을 준 줄리 차일드 실제 키가 187cm였네요. 얼마 전에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영화 속 주인공도 큰 키였던 것 같습니다. 쿨리지 대통령의 우유, 비싸니까 잘 팔린 미트볼도 재미 있네요. 평소 가진 내가 가진 상식들 몇 개가 잘못된 것 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실제 카페인의 양이 보통 커피보다 적다니. 다크초콜릿이 노화억제하는 항산화제가 브로콜리의 15배라니. 사랑과 젊음이라니 많이 먹어야지.. 그러나 경고가 붙네요 “습관적으로 초콜릿을 마셔대면 계속 기분이 좋을지 모르나 삶의 진정한 기쁨을 놓치게 된다.” 건배할 때 잔을 높이 드는 풍속(toast)이 빵조각에서 유래한 것이라니. 서양에도 젓갈이 로마시대부터 있었다니. 칵테일 피의 메리(Bloody Mary)의 유래,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체코사람들, 그 다음이 독일사람이라니 좀 의외였습니다. 우리에게 유용한 숙취 해소는 아침에 과일을 많이 먹고 운동을 해서 영양소를 순환시켜 피로를 회복하는 것 이라네요 참조하시기를.. 동양의 요리와 음식에 대한 글이 적은 편이지만 작가 나름 배려를 해서 중국과 일본 등 요리에 대한 글들이 제법 있다. 안타깝게 한국은 없네요. 언제쯤 이런 책에서도 한국음식을 볼 수 있을까요. 초대, 만찬의 예절(매너, 예의). 우리와는 좀 다른 파티와 요리 초대 그리고 요리를 하는 즐거움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우리와는 좀 다른 것 같네요. 우리에게는 식사초대 등은 고생이라는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즐겁게 준비하는 모습 그리고 즐기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들은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좀 더 잘사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우리들의 생활에 대해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디너파티에서는 음식과 식탁에서의 대화 소재 선정에 신경을 써는 모습. 음식이야 그렇지만, 대화소재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주인과 손님들. 우리는 대부분 소식 묻기에 급급한데, 그들은 그만큼 만남과 모임을 자주 가지는 걸까요? 다시는 함께 모이면 안 되는 손님들 리스트를 만들라는 유용한 팁(?)도. 가장 좋은 요리 책은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한 간편한 조리법이 많이 수록된 것이라는 글이 와 닿네요. 주변에 수많은 요리책과 레시피 등이 있으면 뭐하나,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방법들이면 그림의 떡이지요. 요리는 타이밍, 역시 순간의 예술이었네요. 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특히 와인에 대해 많은 설명이 마시는 온도, 어울리는 음식 등등, “좋은 와인이란 사려 깊은 사람들이 비싼 돈 내고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와인” 좋은 와인을 사먹지는 못하지만 가끔 마트의 싼 와인으로 만족한다. 또한 다양한 치즈로 입맛을 당기네요. 영화에서 가끔 보는 원형의 투툼한 치즈와 다양한 치즈들 언제 저런 것들을 맛 볼 수 있을까 우리에게 맛이란 이전에는 맛보다는 배고픔으로 인한 양이었고, 지금은 그래도 좀 살게 된 것 같고, 세계화의 물결 속에 여러 나라의 식당들이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접하지 않아서인지 생소한 맛과 새로움으로 한 번씩 기웃거려보지만, 그렇게 자주 찾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맛집이 넘쳐나고, 찾아가기도 하지만 실망스러운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밖에서 사먹는 요리보다는 집에서 하는 좋은 재료와 정성이 가득한 요리가 더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첫 맛도 첫사랑처럼 아주 오래오래 추억되는 법이다. 맛이란 좀체 잊혀지지 않는 추억과 같은 것 아닐까 이런 맛들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현대는 맛의 추구와 음식의 과잉으로 많은 이들이 뚱뚱해 진다. 먹을 때의 즐거움과 나중의 걱정 사이에서 우리는 번민한다. “섭취한 칼로리보다 소비한 칼로리가 많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요리의 재료들에 대한 설명과 선택방법(기준)도 제시한다. 와인과 치즈가 식사의 중심인 것 같다. 그리고 덤으로 음료(술, 칵테일)에 대한 소개도. 요리방법 등을 제법 소개하고 있으나,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재료와 요리해 먹기가 쉽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컬러사진 등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도 식객이란 만화(영화)로 우리의 음식들이 더욱 우리 가까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우리만의 음식이 아닌 우리의 음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도 나오기를 바라며.
|
|
이 책은 기대만큼 대단한 책이다. 음악이든 영화든 책이든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접하는 편이다. 그래도 간혹 어쩔 수 없이 기대치를 담게도 되는데...요리와 관련된 이런 종류의 책. 최근에 읽은 라이프, 타샤의 식탁, 보통날의 파스타, 스페인에서 날아온 편지.. 단순히 레시피만 나열 된 요리책이 아니라 스토리와 감동과 재미가 있는 요리서적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도 받기 전까지 꽤나 기대를 걸었던 녀석이다. 이 책은 365일.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위대한 인물의 탄생일, 특별한 만찬, 저자의 식탁 이야기, 음식 재료 등 많은 이야기들이 듬뿍 들어있다. 정말 이 이야기들을 너무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두툼한 이 책엔 탄생이 궁금한 음식의 역사도 많이 들어있다. 커피를 시작으로 소금, 와인, 올리브, 초콜릿, 쌀, 후추, 빵, 버터, 아보카도, 달걀, 파스타, 레몬, 차 등등 수 맣은 음식의 주 재료와 인간과 깊이 친근한 기호식품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또 위대한 철학자의 숨은 일화, 역사적 유적지, 역사적 사건등이 아주 많이 실려있다. 깊은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이 책. 또 빼놓을 수 없는 매력. 간단 레시피도 들어있다.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대충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컨벡션 기능이 있는 오븐, 에스프레소 머신, 프렌치프레스기, 오쿠, 강력한 믹서기 등등 많은 요리와 관련된 가전제품을 가지고 그래도 나름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보는 가정주부이다.) 신선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가지고 꼭 나만의 마요네즈도 만들고 싶어지고, 깊은 맛의 초콜릿 머핀을 남편을 위해서 굽고 싶어지는 요리 책. 젊은 사람이 다양한 요리를 찾으면 미식가이고 늙어서 다양한 요리를 찾으면 식탐만 많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 낯뜨거운 말을 다 집어치우고~! 나만을 위한, 가족을 위한,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멋진 음식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음식에 관련한 다양한 일화들도 들려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아주 멋진. 책이다. |
|
365일 미각일기 위대한 한스푼 한 스푼에 목숨 건 역사 속 위대한 천재들의 이야기 음식문화 세계사의 생생한 보고 이런 타이틀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무심코 읽기 시작한 책이다. 요리를 사랑하고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부부가 쓴 책이다. 과연 365일간 읽을 수 있는 어떤 즐거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추미도 아니고 잘 만들지도 못한다. 더구나 음식을 만들고 먹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나이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대신 알약 하나만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음식을 만드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자체를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나는 이 책의 저자의 입장에서는 미개인쯤으로 여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호기심에 읽어본 책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줄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나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재미있는 책일거라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이 책에는 정말 당야한 주제가 담겨 있다. 1년 12달 365일 동안 매일매일 한가지 주제가 주어진다. 그것이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음식일 수도 있고, 어떤 식당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예절이나 문화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담겨 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동양, 특히 한국의 식생활이나 잔치문화와 다른 면이어서 조금은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정도는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재료, 음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만들어보고 싶다, 혹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당야한 인물에 얽힌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다. 샌드위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리얼을 만든 사람이 캘로그란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그냥 회사이름이거나 했을 뿐이었는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쑤시개나 도넛, 파스타 등 음식이나 식생활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기원도 참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하나하나 읽으면서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내가 너무 음식에 대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양한 와인이나 치즈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와인같은 경우 잘 모르는 분야였는데 왠지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이야기를 배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만찬에 대한 이야기, 식당에 대한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날짜와 관련된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의 구성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쓴 부부는 정말 음식을 사랑하고 손님 접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정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기분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무시당하고 기분나쁜 대화를 이끌어간 것이 아니라 나를 기분좋게 변화시켜준 만남같은 생각이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그 부부를 만나 직접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들은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나의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음식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준 만남을 가진 것 같다. 정말 기분좋게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한번쯤은 이 책에서 나왔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알려준 레시피대로 하다보면 정말 멋진 요리가 만들어질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식당이나 장소에 가보고 싶어진다. 그곳에 가면 정말 그들이 말한 것처럼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 수 있고 흥미로운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아주 즐거운 책을 만났다. 참 기분이 좋다.
|
|
|
LIFE IS MEALS
이 책은 일기장처럼 월별의 날짜에 맞춰 목차를 정해 365개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락마다 본인이 필요하거나 읽고 싶을때 꺼내 봐도 재미있을 듯한 구성이다. 마치 오래전에 썼던 일기장을 꺼내 추억을 되새김질 하듯 단순히 요리책이라기 보다 이런저런 요리와 관련된 자료와 여러 에피소드, 간단한 레시피를 읽어볼 수 있는 요런 저런 재미를 주는 책이다. 종종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다보면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강조해서 책의 내용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으면서 마치 사진집을 보듯 화려한 색감의 사진과 일러스트로 구성된 책들은 또 나름대로 그러한 책이 유용하고 좋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빈약한 내용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이 책은 낯선 서양의 음식들과 레시피들에 대해 불친절할정도로 이미지가 배재되어 있어서 그 음식의 이미지가 안떠올라 읽는 재미가 감소되는 부분도 있지만 부분 부분 삽입된 일러스트들 조차 채도를 빼버리고 흑백으로 처리해 버릴 정도로 텍스트에 주력한 흔적이 보인다.
몇가지 관심있는 레시피들이 있었는데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와 소스의 레시피이다. 만드는 방법이 너무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따로 자세한 레시피는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리에 정석이 없고 자신만의 소스나 맛은 요리를 자주 해보며 찾는 수 밖에 없으니 필요한 재료만 알아도 일단 요리의 시작은 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것 이상으로써의 음식... 나는 먹기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말한다. 먹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벗들과 함께 하는 식사를 즐기지만 싫은 사람과 마주해서 밥을 먹으면 체해 버리는 까다로움과 비싸면서 맛없는 식당의 음식은 질색이다. 그러나 정성이 가득 들어간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식을 깨끗이 비울 수 있는 비위도 있다.
사람이 먹기위해 살지만 먹어야 할 것이 음식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음식을 생존을 위해 먹는 사람은 참 재미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마주 앉은 사람에 따라,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에 따라, 재료의 질에 따라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지고 다른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기쁨을 모르고 그저 미식가라는 이름으로 비싸고 귀한 음식만을 탐욕스럽게 먹어제끼는 것은 불쌍한 일이다. [위대한 한스푼]은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삶의 여유를 마음껏 섭취 할 수 있도록 차려놓은 밥상이다. 그러한 것들을 떠먹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맛있든 맛없든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지만 매우 성실하게 정성스럽고 세밀하게 체크해서 차려놓은 메뉴의 음식들로 차려진 훌륭한 만찬 밥상이다. |
|
초등학교때 선생님에게 된통 혼난 기억이 있다. 매일같이 일기검사를 하셨는데 일기의 내용이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조금 한심할 수도 있겠다. 당시 내 일기장을 꽉꽉 채우는 내용은 오로지 음식이었다. 오늘 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온 점심의 메뉴가 뭐였는지, 국이 짰다든지, 밥이 질었다든지 하는 시시콜콜한 내용 일색이었다. 하지만 맹세코 일기를 쓸 내용이 없어서 그런 것을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내 생활에서 학교의 점심시간은 매우 즐겁고 의미있는 수업이었고 나는 그것을 기록하는 일이 좋았다. 나름 경건한 기록이었는데 말이다. 애석하게도 선생님은 전혀 알아주시질 않으셨지만.
365일의 미각일기라는 부제를 단 한권의 책은 매일 일기에 식단을 적었던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내용의 질적인 면에서는 엉성했던 내 일기와는 비교도 안되지만, 음식 구체적으로 먹는다는 행위와 그것을 즐겼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에서 쓰여졌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나 하는 자위를 해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너무도 반가웠다.
<위대한 스푼>은 음식을 소재로 한 정말 풍부하고 해박한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다니, 정말 감탄했다. 음식, 문화, 역사, 인물 그리고 레시피에 이르기까지 음식의 문화사라고 칭할만한 방대한 자료들이 일기처럼 365일 적혀있다. 아무래도 유럽의 음식이나 음식문화에 관련된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런 점이 더 새롭기도 하다.
잘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아는 것도 즐거웠고, 잘못 알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된 것도 좋았다. 시식년 얘기는 흥미로웠고, 가재에 최음제 성분이 있다는 소리는 다소 충격이었다. 크루아상이 그렇게 장엄하고 기념적인 빵이었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면 조금은 더 경건하게 먹었을지도. 감귤류 과일의 ‘씨 없음’표기에 네 다섯 개의 씨는 용인된다는 사실도 짧지만 기억에 남는다. 씨가 없다고 표기 하는 것 자체도 우습지만. 치즈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따금 치즈가 먹고 싶었고, 나중에 앓아 누우면 복숭아 주스를 갈아마셔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씨없는 수박 얘기는 내가 잘못알았던 것인가 했고.한장 한 장 날짜별로 기록된 쳅터들을 읽어나갈때마다 상식사전을 들추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쓴 부부는 칼럼가이자 요리사들이다. 작은 가게를 차려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놓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즐기며 이 기록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한번 읽어 볼 만 하다. 내용은 간결하고 풍부해서 부담이 없고, 읽는 내내 음식이 떠올라 조금은 행복해 진다. 자신만의 <위대한 스푼>을 적어내려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맛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즐거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