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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0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의식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고 질투 나서, 저를 보고 동정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언젠가는 죽어요, 라고 쏘아붙이고 싶어서. 하지만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에미가 자살했다는 걸 알고 그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 사람이라면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고 말해도, 당신도 나와 똑같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만큼 아무 의미 없는 분풀이죠.
p.162 키스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나는 정정했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느껴졌다. 아마도 영혼이라 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여, 몸이라고 하는 부자연스러운 거푸집 안에서 비명을 질렀을 때, 영혼은 입술을 통해 다른 영혼과 접촉하길 원하는 것이리라. 그런 느낌이 들었다.
p.204 있잖아, 거울을 보면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해. 그런 다음 즐거운 일 세 가지를 떠올려보는 거야. 오늘은 날씨가 좋고 저녁에는 롤 캐비지가 나오고 눈앞에는 맛있는 케이크가 있다고. …… 그리고 거울 속 미코한테 물어보는 거야. 바꿔줄까 하고. 그러면 있잖아, 거울 속 미코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여. 그러면 진짜 미코랑 거울 속 미코가 바뀌는 거야. 거울 속 미코는 내가 되고 싶은 미코니까, 병에 안 걸렸어. 그래서 미코의 병이 낫는 거야.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시겠습니까? 라는 책 겉면의 글귀에 저 책을 읽어야지.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내내 머릿 속과 내 리스트에 담아뒀던 모먼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와 전개 방식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은 자리에 다 읽어버렸다. 에고~ 내 허리..ㅡㅡ;ㅋ 어떤 죽음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픈 죽음 앞에서라면 나는 아마.. 이 아픔이 그만 멈춰주기를 소원하게 되지 않을까.. 아픈 건 정말 싫으니까.. 끔찍하고 무서우니까.. 하지만, 교통사고나 같은 그런 갑작스런 죽음 앞이라면.. 아파도 좋으니까.. 고통스러워도 좋으니까..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길 그렇게 소원하게 될 것 같다. 누구나 한번씩은 찾아오는 죽음 앞에.. 어떤 소원을 빌게 되든.. 모두 그 소원이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그래도 후회는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길 감히 소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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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제목을 보면서 순간을 나타내는 '모먼트'가 며칠전까지만 해도 봄이 오긴 올까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날씨가 무색하게 느낄 만큼 만개한 꽃들을 보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게 되리라 짐작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꽃은 어김없이 봄이 되니 다시 활짝 피는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사람은 언젠가는 꼭 죽는다 사실앞에서는 왜그리도 이해할 수 없고 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지..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주인공 간다는 대학 4년생으로 취업을 고심할 시기에 소꼽친구의 소개로 학비도 벌겸 병원에서 청소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꼽친구인 모리노는 장의사이다. 좋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데도 이상하게 욕을 먹는다는 말을 하지만 자신의 일이 가업을 이어받은거라 그만둘 이유도 없는데다 무척 열심히 한다. (병원을 돌면서 직접 명함을 돌리기도 한다. 직접 환자에서 돌아가시게 되면 연락달라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의 간다는 어느날 병원에 돌고 있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 사람의 말을 통해 혹시 자신을 일부러 찾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 소문이란 게 곧 죽게 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흑의를 입은 사람이 찾아오는데 이제는 청소부 복장으로 찾아와 꼭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고, 혹시 간다가 그가 찾는 인물이 아닌가 넌지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 4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혹시 이책이 미스테리소설이 아닌가 의심이 들정도로 반전이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각하지 않고 가히 사립탐정을 고용하듯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까지 탐정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첫번째 고용인은 전쟁중에 자신이 소대장의 명령으로 배신자라는 오명을 받을까봐 대신 죽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죄책감에 지금 죽음을 얼마 안남은 시점에 용서를 받지는 못해도 남은 가족을 찾아달라는 노인, 열네살 소녀가 우연히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내보이며 반송이 된 주소지에 자신과 친구들옆에 찍힌 한 남자를 찾아 꼭 사진을 전해달라는 부탁, 유부남을 사랑했던 외롭게 살아간 한 여인과의 짧은 데이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병원 특실에 있는 과거 잘나가던 파산한 기업가의 이야기와 서서히 밝혀지는 진짜 흑의의 인물까지..
죽음이 코 앞에 다가온 사람들이 가진 마음이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조금 덜어주고 싶었던 주인공의 모습이 차가운 병실에서 서서히 다가올 차가운 죽음이 아니라 무거운 마음으리 짐을 덜고 세상과 이별하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오랜만에 읽은 책중에 영상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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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소원에 대한 이야기... '얼론 투게더'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게 된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 '모먼트'... 한편의 장편소설로 생각하고 펼쳐들었는데 얼굴, 가정법, 반딧불,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모두 4개의 단편이 담겨있는 연작소설이었습니다. 읽다보면 마지막 순간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있어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었던가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하더군요...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할 수 없어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저에게 당장 닥친 일이 아니기에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젊은날의 죽음이라면 삶을 연장하고 싶겠지만 적당한 나이에 죽음을 맞이 한다면 크게 바라는 것을 없지 않을까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으로선... 친구의 추천으로 용돈벌이로 병원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간다는 우연히 도움을 주었던 할머니가 남기고 간 돈으로 인해 필살청부업자라는 병원에서 떠도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데 네 편의 이야기는 간다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사연을 통한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쟁중에 상관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여야만 했던 후두암 환자 사에구사 할아버지의 복수심과 증오, 약한 심장으로 인해 어떤 일에든 자유롭지 못한 심장병 환자 소녀 요시코의 첫사랑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유방암 환자 우에다씨의 씁쓸한 이야기 그리고 커다란 빚으로 인해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살을 꿈꾸는 남자 아리마까지... 네편의 이야기는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그 사람과 알게 될 일도 없었고 얘기할 일도 없었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악의, 선의와 미움 같은 감정이 생기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 호의에는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굳이 책임 얘기를 하자면 그 사람에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사정으로 멋대로 죽고 싶다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죠. - 313 page. 최근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아서인지 이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죽음과 관련된 다소 어두운 이야기 이지만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어 거부감이 없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선과 악, 나약함과 무지함 등 인간 본연의 모습들에 대해서도... 작가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참 색다르게 다가서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얼론 투게더 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혼다 다카요시는 심리적인 묘사가 뛰어나 인상깊게 남기도 하고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작가 중 한명이기에 앞으로 국내에 번역 출판된 도서들을 한권씩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 책 모먼트의 7년 후 이야기를 다룬 책이 'WILL'이라고 하는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이 궁금해 우리나라에 번역출판되는 날이 기다려 지네요... 죽어버리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잖아. 푸념도, 넋두리도, 불만도 할 수 없다구... - 86 p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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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소원을 이뤄주는 사람이 병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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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ㅡ분명 나는 살다보면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 죽음에 대한 의식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다. 분명 주변에는 죽음이 나를 앗아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교통사고나 화재 등 불의의 사고는, 아침 뉴스에서도 끊임없이 들려온다. 혹은 주변에서 누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던가, 다리를 다쳤다는 등의 소식을 들으면 문득 죽음은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사고의 요소는 분명 곳곳에 존재한다. 중학교때였나, 선생님의 말씀이 하나 생각난다. '비장애인'이라는 말은 장애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준비된' 장애인이라는. 어쨌든 사고라던가, 예상치 못했던 병이 생기는 등 주변 곳곳에는 많은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찾아가는 병원에는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 병원에 불가사의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소위 '필살청부업자 전설'로 반드시 죽음을 앞둔 이 앞에 나타나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청부업자는 평소에는 청소부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명문대를 다니지만 무슨 일을 할 지 의욕을 가지지 않고 청소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청년 간다가 있다. 병원을 떠도는 그 불가사의한 소문은 우연한 계기로 한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준 간다로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할머니로부터 유산을 받은 간다는 앞으로 네 번, 죽음을 앞둔 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우연히 그와 만나게 된 네 명의 환자들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작가는 그 나름대로의, 네 명의 환자를 통해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선인(先人)들이 엉망진창 상처 입어가며 쌓아올린 평화 안에서," "응?" "영혼을 더럽히지 않도록 단련하면서 로맨틱한 어른이 된다." "뭐야, 그게?" "학습결과 생겨난 장래 목표." "상당히도 원대한 목표네." "그렇지." "너무 원대하셔서, 나로선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네." -p.252, 「마지막 순간」
전쟁에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고뇌하던 한 노인의 소원과 도깨비가 되어버린 그의 죽음, 풋풋한 소녀의 첫사랑을 찾아가면서 믿고싶어진 영혼의 존재, 그리고 쓸쓸한 삶을 살다 30대의 이른 나이에 죽음을 앞둔 한 여성이 들려준 충고. 그리고 마지막, 흑의를 입은 오리지널 필살 청부업자에 대한 소문이 되살아나면서 부인과 아들에게 마지막 도리를 하고싶다는 한 남자의 섣부른 판단을 말릴 때 까지. 미래에 대한 의욕도, 목표도 없이, 현실과 타협은 커녕 마주보기조차 하지 않았던 한 청년은 죽음을 앞에 둔 이들과의 대면을 통해 아주 조금,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그 사람과 알게 될 일도 없었고 얘기할 일도 없었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악의, 선의와 미움 같은 감정이 생기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 호의에는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굳이 책임 얘기를 하자면 그 사람에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사정으로 멋대로 죽고 싶다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죠." -p.313, 「마지막 순간」
그렇다. 살아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와의 만남과 소통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죽어버리면 넋두리도, 푸념도, 남은 이의 마음조차 알 수 없다. 살아있다는 것으로도 분명 변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네 편의 단편 속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네 명,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것은 분명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지만 이를 피해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작게나마 다른 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기쁜 일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는," 창밖으로 눈길을 돌린 아리마 씨가 중얼거렸다. "좀 변했나."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으니까요." "그런가." 아리마 씨는 중얼거리며 미소 지었다. "난, 변할 수 있을까." "걱정 마세요."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살아 있으니까요." -p.317, 「마지막 순간」
죽음, 분명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담담한 문체로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작품이었다. 혼다 다카요시라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나게 되었고, 아직은 단 한 편의 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팬이 될 것만 같다. <모먼트>로부터 7년 후, 간다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WILL>이라는 작품 역시 꼭 만나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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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껏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라는 책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섬세하고도 깔끔한 문체가 참 맘에 들었고 그 중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는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을 잘 드러낸 책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순간부터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은 혼다 다카요시의 '모먼트'라고 바꿔 말할 예정이다. 이 책의 깔끔한 책 표지와 함께 에쿠니 가오리와는 또 다른, 작가의 독특한 감성이 참 새롭고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죽기 직전의 사람에게만 소원을 들어주는 필살 청부업자에 관한 소문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간다는 우연히 그 소문을 접한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게되고 그에게 의뢰를 하게되는 사람들의 과거, 현재..어쩌면 미래에 까지도 끼어들게 된다. 결코 무겁지 않은 분위기와 문체로 또 계속되는 반전을 통해 점점 흥미를 일으키는데 이 책을 읽기전의 난 이 책이 자기 개발서인줄 알았다. 죽기 전에 후회없이 살아가라는 '인생수업'과 같은 내용의 책.. 물론 마지막엔 '그저 지금을 살아갈 뿐이다'라는 말로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런 메세지보다는 간다라는 주인공이 친구인 모리노에게 하는 질문이나 대화, 또는 의뢰인과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과 같이 생각하고 같이 변화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p321-5~6: '신념을 갖고 한 짓인데 그게 정말로 옳은 일인지, 저지르고 난 뒤에도 잘 알 수 없는 일 있지않아?'와 같은 간다가 모리노에게 한 질문 따위나 p122-20~21: '다른 사람이 한다는 이유로 그걸 안한다는 것도 주위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그리고 p312-5~p318-16의 주인공과 아리마씨의 대화등이다. 소설이지만 자기 개발서같이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변화를 가지고 싶게 만드는 책.. 주변 사람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책을 선물하게될 일이 생기면 반드시 집어들 책..바로 모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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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종착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_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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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 신작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중 제일 눈길을 사로잡은 소설 <모먼트>는 표지에서부터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란빛이 아름다운 유채꽃밭을 뛰어가려는 소년의 손에는 리본이 달려 있고, 그 위로는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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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도 멋대로 밀어붙이면 그야말로 민폐일세.” ![]()
“하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그 사람과 알게 될 일도 없었고 얘기할 일도 없었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악의, 선의와 미움 같은 감정이 생기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 호의에는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굳이 책임 얘기를 하자면 그 사람에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사정으로 멋대로 죽고 싶다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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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죽음은 수많은 창작물에서 다뤄져서 진부하긴 해도 진지하게 마주하면 한없이 두려운 미지의 개념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그 누구도 '죽어본 적' 있는 사람은 없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사람은 많았지만 결국 죽지 않은 걸 보면 죽음은 상상 이상의 영역의 개념인 듯하다. 나 역시 죽음이란 무척 추상적이고 솔직히 진지하게 사색해본 적도 없는 대상이다. 아직 어리기도 하거니와 나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크나큰 오만이다. 당장 오늘 내가 조조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버스를 타다 사고를 겪을 수 있지 않은가. 이처럼 죽음이란 느닷없이 마주칠 수 있는 - 이 작품에선 이런 종류의 죽음은 다루지 않지만 - 것치곤 너무 막연하게 여겨온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을 읽고 약간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졌던 게 어딘가 싶다. 처음으로 접한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을 7년 만에 읽는다는 설렘은 예전만큼 감동을 느끼지 못해 빛이 바랬다. 하지만 당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늦게라도 깨달은 나에게 가네시로 가즈키와 이사카 코타로보다 먼저 스타일리쉬한 문체를 선보인 작가라서 상당히 반가웠다. 다시 읽으니 7년 전처럼 참신하진 않았지만 특유의 분위기에 다시금 취할 수 있었다. 양심적인 차원의 '어떤 빚'을 청산하려는 주인공 간다는 - 주인공 이름이 '간다'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 평소에는 병원 청소부, 죽음을 거의 마주한 사람에겐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필살 청부업자로 병원 내에서 소문이 나 있다. 책은 간다에게 의뢰를 하는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로 구성됐으며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묘미가 짙은 반전과 어정쩡하지 않은 사색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 작품이다. 위에서 말했듯 감동이 예전에 읽은 것만 같지 않았지만 처음 읽는 사람에겐 기대 이상의 작품일 것이고 두 번 읽어도 몇몇 포인트에서 여전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이래저래 평이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모든 단편이 완성도가 고른데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단편만 읽었을 때는 퍽 신선하기만 할 정도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떠올리면 꼭 착하고 밝은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 이미지들을 철저히는 아니지만 비웃으며 꼬집는 게 신선했다. 또 명중률이 높진 않지만 간혹 튀어나오곤 하는 유머나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나 그에 관련한 자잘한 에피소드 덕에 한쪽으로 치우칠 법한 분위기가 환기된 것도 적절했고 무엇보다 이 모든 요소들이 예상치 못하게 이어진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전개상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은근히 뒤가 궁금하다. 추리소설에서 죽음이 으레 도구로 소모되는 것에 질렸다면 이 작품의 낯간지러우리만큼 짙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 어떻게든 하고 싶은 일이란 게 이토록 예측불허하고 또 사람마다 다 다르게 처신하는 걸 보면 어떤 때는 소름이 돋고 어떤 때는 경악스럽고 어떤 때는 울컥하고 어떤 때는 또 기가 막힌다. 도무지 어쩔 수도 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루고 싶은 일이란 건 생각해 보면 무척 궁금한 일이기도 한데 그 안에 담긴 속내들이 작가적 상상이 결합됐음에도, 그리고 죽음을 한 번도 진지하게 마주본 적 없는 나임에도 어째 공감하게 된다. 육체적 죽음과 더불어 극한의 고통으로 추정되는 마음의 죽음, 그를 잠깐이나마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자연스레 요구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누구도 넘보지 못한 소재이고 그건 작가도 마찬가지인 듯 꼭 기교를 부려가며 묘사한 감이 있지만 한편으론 가감없고 솔직한 속내란 것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만큼 전형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라서 자꾸 생각난다. 그 복수가, 분풀이가, 일탈이, 결심들이. 그리고 한없이 오지랖에 가까운 간다의 여정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가볍고도 진중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느끼는 바가 많던지 작품 말미에서 한 걸음 나아간 간다가 그랬을 듯 나도 삶과 죽음이 마냥 무관하다고 여기지 못하게 됐다. 역자 후기에 인용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 '죽음은 생의 대극으로서가 아니고, 생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이 삶의 결말이면서 중간 과정에서도 적잖은 존재감을 과시했던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그랬으니까. 죽음이 밀접하다 못해 목적의식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는 건 비단 일부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
인상 깊은 구절
하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그 사람과 알게 될 일도 없었고 얘기할 일도 없었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악의, 선의와 미움 같은 감정이 생기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 호의에는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사정으로 멋대로 죽고 싶다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죠. - 313p 무엇에 의지하여 살아가는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각자 나름의 대답을 준비하리라. 일, 또는 거기서 실현되는 충실감과 만족감, 가족, 그리고 그 안의 애정과 관계 그 자체. 하지만 무엇에 의지하여 죽어가는가, 라는 질문이 날아왔을 때 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소한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내가 종교를 신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생과 사를 모두 포함한 일련의 압도적인 픽션을, 설령 픽션이라 할지라도 신봉할 수 있다면, 그러한 삶은 풍요롭지 않겠는가. 허나 안타깝게도 나는 신앙을 갖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가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렇기에 나는, 죽음이란 존재를 살아가는 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내 안에 구축해야만 한다. - 329~33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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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 죽은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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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 무엇을 떠올리겠는가?
죽음을 소재로 하였음에도 어둡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두워 우울함이 차고 칠거라는 예상을 깨고 참 흥미있게 쓰인 글인듯 하다. 최근 읽은 소설중에 가장 잘 읽히는 책이었달까. 잘 선택했다. 여러 생각도 할 수 있었고, 소설이라는 사실에 안심도하고.. :) 역자는 후기에서 줄기차게 무라카미하루키를 언급했지만 부드럽고 재미나게 술술 읽히는 책에 다른 작품들도 기대되는 심리가 생기는 작가여서 구지 그런 언급이 없더라도 되었을 듯하다. 다른 번역된 책이 시간이 된다면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병원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 '간다'는 병실 청소를 하던 중 이상한 질문을 받는다. "죽는 순간 무엇을 떠올리겠는가?"라니.. 대충 답을 하고 병실을 나와 흡연실 청소를 위해 아래층의 흡연실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는 도중 들어온 노인은 청년이 빌려준 라이터로 맛있다는 듯 담배를 피우더니 "소문이 나돌고 있네."라는 말을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말일세. 청부업자가 병원 청소부로 변장하고 있다는 게야." 라는 말과 함께. 간다는 엄밀하게 말해 필살 청부업자는 아니다. 허나 전부터 내려져 오던 필살 청부업자의 소문은 간다가 병원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부터 죽음을 앞둔 환자들 사이에 이어져 왔고, 그 소문을 들은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할머니의 아름다운 복수를 도운 뒤 우연한 계기로 이 일을 몇 차례 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어찌보면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지랍 넓은 간다군은 우연한 계기였던 어쨌던 필살청부업자의 대를 잠시나마 잇게 되는데.. 선의로 시작했던 그 일이 복수에 이용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사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덕분에 읽는 초반엔 '과연 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혹 죽음을 앞둔 순간 그 사람이 나에게 복수심을 느낄 정도로 나쁜 일은 한 적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 을 할 정도로 놀란 부분도 있었다.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은 온다. 과연..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면 나는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또 무엇을 하고 싶어 질 것이며, 마지막 소원은 무엇이 될까? 원치 않아도 죽음이란 무서운 놈은 항상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누구나 이 세상에 나왔다면 그 생에 한번은 꼭 경험하게 될 죽음. 병원이라는 공간. 불치병에 걸려 필살 청부업자에게 말하는 마지막 소원. 당신이라면.. 무엇을 빌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