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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4월 16일이었고, 나는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책 제목이 마땅치 않았다. 대신 아내와 함께 MBC에서
하는 세월호 스페셜 프로그램을 보았다. 아내와 나는 함께 울었고, 나는 아내에게 티슈를 건넸으며, 아내가 울음을 삼키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우리가 그럴진대 저들의 마음이야 오죽 할까, 그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지고 또 허물어지기를 반복하는 마음들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 프랜시스 톰프슨
세월호가 있고 거리를 지나다 어린 연인들을 보는 마음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 나는 교복을 입은 채 손을 잡고 있거나 팔짱을 끼고
은근히 상대의 몸을 느끼려는 포즈를 취한다거나 후미진 주차장 한 켠에서 입이라도 맞추는 모습을 보면, 뭐가 급해서,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세월호 그 후, 똑같은 모습의 어린 연인을 보면 그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당장 원 없이 사랑들 하여라, 속으로 응원을 보내고는
했다.
“숱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 둘은 잘되지 못했다. 좌우간 내가 하려는 말은, 그 바이러스가, 뭐랄까,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하는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일종의 ‘기표’였다는 점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할 때는 바이러스가 그녀를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내가 사랑하지 않을 때는 바이러스가 그녀를 내게서 밀쳐냈다. 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우리가 몸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p.120)
나는 촛불 집회의 성공에 세월호 부모님들의 공이 상당하다고 여긴다. 두 번째 촛불 집회이던가 세 번째 촛불 집회이던가, 경복궁
역 부근에 차벽이 세워졌을 때, 마음 속으로 불끈하여 그래 오래전 그때처럼, 수틀리면 오늘 저걸 부숴버리자, 결기로 가득하였을 때, 사람들
사이로 세월호 트럭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들은 차벽을 앞에 두고 그렇게 온전히 있다가 뒤돌아섰다. 나는 결기로 가득하던 주먹을 풀어야 했다,
그래 저분들도 저렇게 참아내는데. 촛불집회가 평화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그 부모님들 덕분이었다.
“.... 인간사 거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답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없지만 원하는 해답은 없다.” (p.176)
시간이 많이 흘렀고 다시 봄이다. 해결되었다고 생각되는 것만큼이나 많은 것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겨져 있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기다리라는 말이 있다며,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사람들이 떠나서 더욱 외로워지고 말았다는 세월호 부모님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와서
박혔다. 떠난 아이들 또래의 청중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며, 또 아마도 그래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는 내내 슬펐다.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점차 관심의 대상이 되어 다른 대상들의 자리를 삼켜버린다. 아주아주 나이 들고 병든 사람의
세상은 자기 몸에서 반경 60센티미터 안의 원으로 좁혀진다. 무엇을 먹었고, 배출에 어떤 문제가 있고, 통증의 진행 정도는 어떻고, 의자나
침대가 편하네 편하지 않네 하는 내용이 생각과 말의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 (p.281, 일레인 스캐리 『고통 속의 몸』 중
재인용)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라는 취지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작가는 끊임없이, 아무래도 인간의
평균률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4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은 아직 공평한
죽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실 그들 죽음을 공평한 죽음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과 의무로부터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데이비드 실즈 David Shields / 김명남 역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The Thing About Life is That One Day You'll Be Dead) / 문학동네 / 331쪽 / 2010
(2008)
ps 작가 데이비드 실즈는 문학계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부를 법하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시기로 나누어서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그리고 유명한 인물들의 명언과 발언을 양념삼아 다루고 있다. 또한 꽤 사적이기도 하여서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장식으로 곁들인다. 자전적이며 동시에 잡학을 다루는 논픽션이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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