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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 레이디, 대통령의 부인 혹은 영부인을 뜻하는 말. 앨리스 린드그렌. 그녀는 책을 좋아하며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다혈질인 할머니와, 서로를 존중하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훗날 미국의 대통령보다 더 사랑받는 영부인이 된다. 어릴적부터 그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신중한 성격이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곧이 곧대로 말하는 법이 없었으며 감정표현을 하는것도 드물었다. 어찌보면 속으로만 삭혀서 피해를 많이 보는 성격일수도 있겠지만 필요할때는 표현하는 편이였던 앨리스. 어느 날,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혼자 차를 몰고 나섰던 앨리스는 교차로에서 사고를 냈고, 그 사고로 그녀의 첫사랑 앤드류를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다. 고의로 낸 사고는 아니였지만 죄책감에서 벗어날수 없었던 그녀는 편지를 들고 앤드류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그의 형 피트와 섹스를 하게 된다. 처음 느끼는 쾌락과, 앤드류의 형과 있음에도 앤드류를 생각할 수 없게 되는 상황속으로 도피를 했고, 그뒤로 몇번의 관계 속에서 앨리스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그녀의 할머니는 앨리스를 데리고 시카고의 자신의 친구 글래디스 위콤에게 데려가 낙태 수술을 받게 한다. 물론 그것은 할머니의 강압이 아닌 그녀의 선택이였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사서 교사로 일하게 된 앨리스는 절친 데나의 성화에 못이겨 파티에 참석하게 되고, 데나가 그 파티에 참석하려 했던 이유인 찰리 블랙웰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앨리스는 데나를 떠올리며 찰리를 밀어내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끌리고 있는 자신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던 와중에 엄마가 피트의 말에 넘어가 아빠의 사망보험금의 대부분을 날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피트를 찾아가지만 결국 피트가 무슨 짓을 하고 얼마나 교활하건, 자신은 그 보다 더 나쁜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돌아서서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었다. 사고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불평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앨리스. 현실적으로 행동해. 여러 가지 문제를 뒤범벅하지 말고 하나씩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봐. 앤드류에게 다시 한 번 잘못을 저지른게 아니야. 똑같은 잘못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것뿐이야.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순 없어. 네게 주어진 삶을 살아. 그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만들지 못하게 해. (P. 170) 결국 자신이 계약하려 했던 집을 포기하고 그 돈을 엄마에게 준 앨리스. 그리고 데나에게 자신이 찰리에게 끌리고 있음을, 그리고 찰리가 자신을 좋아함을 고백하게 되고, 그날 이후 데나와 앨리스는 오랜시간이 지나도록 만날 수 없었다. (아마 앤드류를 사이에 두고 미묘했던 삼각관계의 기억이 데나와 앨리스를 갈라서게 만들지 않았을까?) 폭우가 쏟아지던 날 지하실에 있던 앨리스를 찾아온 찰리는 그곳에서 그녀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앨리스는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들이 만난지 불과 6주만의 일이였다. 나의 삶이 달라지던 그 순간, 우리는 가장 음침한 곳에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었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것도 아니었고, 어두운 지하실이 환하게 변한 것도 아니었다. (중략) 그날 그 순간이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순간처럼 느껴졌지만, 어떤 일이건 지난 후에 되돌아보면 모두 운명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p. 247) 결혼 후 그가 처음 출마했던 하원의원선거에서 낙선했고, 집안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그들에겐 사랑스런 딸 엘라가 태어났다. 하지만 찰리는 회사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갈망한다.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유산을 만들고 싶어하는 찰리. 그러한 위기감은 동창회 일정이 다가올수록 심해져 술이 잦아졌고, 앨리스가 참다못해 폭발한 결정적인 사건이 동창회 당일 발생한다. 결국 잠시간 떨어져 있기로 한 찰리와 앨리스. 그리고 앨리스는 처음으로 찰리를 바라보는 그의 가족들의 시선을 알게 된다. 그녀에게 찰리는 유머러스하고, 능력도 있는 멋진남자지만, 그의 가족들에게 그는 무능하고 한심한 얼간이였다. 찰리는 앨리스가 떠나있는동안 랜디 목사를 만나게 되고, 종교를 믿음으로써 술도 끊고, 새롭게 시작한 밀워키 브루어스의 구단주로서의 일도 멋지게 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뒤 8년간의 주지사로서의 임기가 끝나고 이제는 미국의 대통령이 된 찰리. 그는 2000년 미국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1년. 테러리스트들이 뉴욕과 워싱턴 DC를 공격했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차례의 테러로 미국 의회는 테러 주도자들을 보호하거나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대한 무력의 사용을 승인했다. 찰리 행정부는 신속하게 종결될 것으로 연설하였으나, 그의 연설과는 다르게 전쟁은 혼란스런 양상을 몇년째 이어갔다. 그사이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대령이 백악관 근처에서 반전운동을 주장하며 버티고 있었고, 과거 앨리스가 낙태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이 이러한 요구를 함으로서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람들에게 내던졌다. (중략)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했고, 온갖 약속과 계획을 쏟아 부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자신을, 그리고 찰리를 팔았다.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고, 결국 우리의 작전은 성공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불평을 한다. 우릴 좀 내버려두라고. 우리에게도 사생활이 있다고. (p. 562) 유명세로 인해 변한건 앨리와 찰리일까. 아니면 그들일까. - 앨리스의 평범한 삶이 찰리를 만남으로써 변했다기 보다 그보다 앞선 앤드류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절망의 세계에서 발버둥치던 앨리스는 찰리를 만남으로써 또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화려하고 주목받는 그런 세계로. 그러나 그 세계 또한 순탄치 못하다. 마찬가지로 때로는 버텨내야 하고 때로는 결단을 내리기도 해야한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앨리스는 찰리의 곁을 지키며 함께한다. 실화 소설이라고 해서 읽었지만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어느순간 '음?' 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찰리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과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부분이다. 뭔가 생각이 날듯 말듯 하여 찾아본 결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모티브가 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끝 옮긴이의 말에 이 책의 영감을 준 사람이 로라 부시라고 되어 있었다. 소설이지만 실화가 섞인 실화 소설. 어째선지 다 읽고 나니 느낌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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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지독한 사랑을 꿈꾼다. 불길 속에서 부둥껴안듯 타오르는 사랑, 그리하여 종국에는 재가 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오히려 살면서 두고두고 그 사랑을 반추하며 가슴 먹먹할 사랑, 사랑 말이다! 커티스 시튼펠드의 『퍼스트 레이디』는 제목 그대로 퍼스트 레이디의 엄청난 삶을 그린 소설이지만, 책장을 들춰보면 그 안에 녹아있는 건 지독한 사랑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는 자기 자신한테 투자하는 건 절대 죄악이 아니,라며 '모든 게 결국 사라지고 말 텐데 좀 즐기면 어때?'라고 말하는 할머니와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하라'는 링컨의 말을 좋아하는 은행 지점장인 아버지, 차분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다.
우리 집은 항상 평화로웠다. 물론 나의 부모님도 종종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었다. 1년에 몇 번씩 아빠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거나 눈꼬리가 상처받은 사람처럼 아래로 쳐지곤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자주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두 분은 굳이 서로에게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표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상처를 주는 쪽이건 받는 쪽이건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워했다. (17p)
엄마처럼 할머니도 라일리로 이사 온 뒤로 일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안 일을 도운 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것에 대해 전혀 속상해하지 않았다. 엄마는 할머니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재미있는 사람은 조금 더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매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면 두 분은 부엌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허름한 옷에 앞치마를 두른 채로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가끔 멈추어 서서 어깨 너머로 할머니가 읽어주는 잡지 기사를 듣곤 했다. 이를테면 시카고 갱단 두목 애인의 의문의 피살 사건에 관한 기사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청소기를 돌리지도 걸레질을 하지도 않았고 어쩌다가 부모님이 집을 비우거나 엄마가 아플 때만 치즈와 반쯤 익힌 팬케이크 같은 아주 부실한 음식들을 만들었다. 할머니가 했던 일이라고는 독서뿐이었다. 책 한 권을 하루에 우습게 끝냈고 특히 소설을 좋아했다. 러시아 문호들의 작품을 좋아했지만 역사와 전기, 추리소설 같은 것도 읽었다. 매일 아침, 그리고 매일 오후, 할머니는 몇 시간씩 거실이나 침대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담배를 피웠다. 침대에 앉아 있을 때조차도 할머니는 침대를 말끔히 정돈하고 옷을 갖추어 입었다. (19~20p) 할머니의 방에서는 늘 담배 냄새와 향수 냄새가 풍겼고 나에게는 그 방이 마치 모험과 어른들의 세계로 통하는 관문 같았다. (21p)
이런 가족들 밑에서 앨리스는 아름다운 아가씨로 자라난다.
솔직히 나는 나 자신이 예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어쩌면 내가 정말 예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키가 172센티미터이고 허리가 가늘고 가슴은 B컵 정도로 풍만했다. 눈동자는 푸른빛이고 반짝이는 짙은 갈색 머리카락은 턱선까지 길러 앞머리를 조금 내렸다. 내가 예쁜 축에 든다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못생긴 여자들에게 삶은 왠지 훨씬 더 고달플 것 같았다. (34p)
제1부인 '에이미티 가 1227번지'. 드디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굉장한 사랑이 시작된다.
내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우리 두 사람의 몸이 처음으로 밀착되었다. 나는 그의 체온을 느꼈고 그의 단단한 몸을 느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우리가 나누던 대화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은 빗방울이나 색종이처럼 부질없는 것이었다. 서로를 안고 있는 이 순간만이 진짜였다. (65p) 다진 소고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갑자기 에너지가 솟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햇볓에 그은 앤드류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피트 이모프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최고 학년이 된다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나는 또 생각했다. 다가오는 토요일에 온도가 24도 빝으로 떨어져서 프레드네 집 파티에서 모닥불을 피울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타오르는 모닥불의 불길을 바라보고 서 있을 수 있게 되기를. 그 불길이 살아 있는 한, 그리고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렇게 따듯한 불가에 서 있을 수 있기를······. (70p)
사랑에 빠진 여자의 감정을 잘 표현한 커티스 시튼펠드의 문장은 가히 아포리즘이라 할 만하다. 또한 물결처럼 흐르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문체는 어떠한가! 그녀의 문체는 마치 불시에 방문한 남자친구를 볼 때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 주 내내, 그와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았다. 과학 실험실 앞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지나칠 때조차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목요일 오후, 도서관을 막 나서는데 풋볼 연습을 하려고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헬멧을 들고 나오는 그와 마주쳤을 때에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날 일에 대한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어쩌면 사소한 일에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닐까? 화창한 오후였고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풀과 나무는 푸르렀고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가 햇살에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그 순간의 그를 사랑했고 그 역시 그 순간의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내가 가장 바랐던 일, 어쩌면 그 이상의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너무도 분명하고 확실했고 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어쩌면 지금에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 순간이 전부였다. 체육관에서 나온 그와 도서관에서 나온 내가 서로에게 다가가던 그 순간. 그 순간이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눈 순간이었고 우리의 영원한 기념일이었다. 그 순간이 우리에게는 공항이나 기차역에서의 재회의 순간이었고 말다툼 뒤에 화해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전부였다. (71p)
나는 앤드류를 생각했다. 그의 미소와 긴 속눈썹. 갈색 눈동자. 구릿빛 종아리. 마지막 봄 댄스파티 때 그의 가슴에 기대었던 나의 머리. 그는 나를 좋아했고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그가 알아주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아주는 것은 그냥 아는 것과는 달랐다. 아는 것은 이름을 알고 사는 동네를 알고 아버지 직업을 아는 것이다. 알아주는 것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몇 달 전, 심지어는 몇 년 전에 했던 말까지 기억해주는 것이다. 앤드류는 늘 나에게 친절했고 항상 나를 알아주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이제 누가 나를 그렇게 알아줄 수 있을까? (83p)
앤드류 이모프와 앨리스의 사랑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디아의 <지독한 사랑>이란 노래를 떠올렸다.
그대 사랑이 행복했던 나의 날들이/참을 수 없는 눈물에 흐려져 가고/멀리 다 지워졌지만 느낄 수 없지만/아픈 상처만 남아/우리추억이 거짓 같던 나의 날들이 /지킬 수 없는 약속들만 이렇게 남아/사랑 아프고 아픈 말 또 가슴에 묻고/이렇게 살아갈래 아픔 속에/지독한 사랑아 가라고 지독한 추억아 가라고/그 찬란했던 시간들이 전부였는데
<지독한 사랑>의 노래 가사처럼 앨리스는 앤드류 이모프를 사랑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그를 떠나보내고 만다.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앤드류의 얼굴, 그와의 시간, 사랑. 이제 앨리스는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른 자신을 견뎌야 하고, 앤드류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제 그녀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너무 무겁다.
예전의 나였다면, 예전에 내가 살던 세상이었다면 수치스러웠겠지만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고 이 세상은 예전에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었다. (100p)
앨리스는 견딜 수 없는 모든 것들을 견디기 위해 이를 악문다. 다른 사람들에겐 불경스럽다고 느껴질 일마저 그녀에겐 자신을 견딜 그 무엇으로 느껴진다.
"네가 방금 한 짓은 창녀들이나 하는 짓이야. 내 동생은 창녀하고는 절대 사귀지 않아." (105p)
앤드류의 형이 내뱉은 가시돋힌 말조차 감내해야만 했던 앨리스. 어쩌면 이 소설은,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각각의 사람들이 삶을 견디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애틋하지만 질척거리지 않는 사랑, 기어이 귓바퀴에 와 닿아 서걱거리는 『퍼스트 레이디』의 문장들은 브루노니아 배리의 『레이스 읽는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눈부시게 신비하고 가슴 떨리게 아름다우며, 차마 목도할 수 없는 거짓과 진실, 환상으로 가득차 있는 내용 또한 두 책의 공통점이다. 이 두 소설 안에는 폭력, 종교, 사랑 등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들이 처절하게 스며 있다. 게다 브루노니아 배리와 커티스 시튼펠드가 각자의 책들을 통해 보여주는 마술적 리얼리즘은 흡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를 떠올리게 할만큼 이채롭다.
이제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앨리스는 또 다른 사랑을 맞이한다.
그는 시원스럽고 활기가 넘쳤다.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 세상이 전혀 복잡할 게 없는 곳처럼 느껴졌다. (177p)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앨리스에게 다가온 또 다른 사랑-찰리-와의 사랑은 앤드류와의 사랑처럼 지독하진 않지만, 평온하고 담담하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사랑이다.
찰리와의 사랑으로 앨리스는 실제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은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미합중국의 퍼스트 레이디, 영부인이 된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는 로라 부시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로라 부시는 의 제 43대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의 영부인이다. 그녀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후 여러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다 부시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의 사업과 정치활동을 내조하며 주부로 지냈다.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녀의 지적이면서도 조용한 이미지가 남편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로라 부시의 이미지는 완전하진 않지만, 소설 속 앨리스의 이미지와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솔직히 앨리스는 어려운 여자다. 이렇게 읽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주인공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모순적이며 불확실한 여자다. 그녀는 사랑스럽지만, 다른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는 이중성을 지닌 여자다.
역사를 바꿀 힘을 지니고 있는데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거구나. (579p)
그녀의 낙태를 집도한 의사이자 할머니의 여자친구였던 글래디스 위콤의 말에 그녀는 통쾌해 하기도 하고 두려워 하기도 한다.
TV에 나오는 전쟁 전문가들이나 백악관 안팎에서 만나는 공화당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그들의 확신이다. 그들의 확신은 카메라 앞에서 과장되는 것일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그 가면을 벗어던질까? 아니면 항상 그렇게 과장스럽고 확신에 차 있을까? 나는 남편을 포함해 신앙이 독실한 사람,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처럼 될 수 없었다. 나는 누가 보아도 옳은 일, 그 옳음을 굳이 내가 증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 아니면 밀어붙일 수가 없었다. 유방암 예빵이나 에이즈 퇴치는 좋을 것이고 문맹은 나쁜 것이다.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은 후대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고 그들의 앞날을 설계하게 도와줄 것이다. (621p)
"당신이 주지사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의심이 들었지만 당신을 말리지 않았어요. 나한테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당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한테, 내가 말할 자격이 있나요? 나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데?" (657p)
확신에 대한 그녀의 의견은 일리가 있지만, 그녀의 불확실성은 많은 이들이 바라는 영부인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삶을 살았다. 어쩌면 내 결함을 들춰내지 않는, 심지어는 내 결함을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한 것은 아닐까? 내가 조금밖에 못 하더라도 그가 나보다 더 적게 할 테니까. 나는 우연히, 그리고 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지만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무한한 확신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660p)
"문득 내가 영부인 역할을 잘못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나도 알아요.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야, 아,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된 것들이 있는 거겠죠. 내가 사서였을 때는,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어떻게 토론을 이끌어야 했는지, 어떤 활동을 했어야 했는지 떠오르곤 했어요. 뭔가 잘못하고 나면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는 식이었어요." (657p)
퍼스트 레이디 앨리스 블랙웰의 인생을 훔쳐보듯 가만히 들여다 본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했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캐릭터들과 가슴 벅찬 이 책의 내용은 한 번 읽고 덮어버리기엔 더없는 아쉬움을 불러 일으킨다. 따라서, 아마도 커티스 시튼펠드의 『퍼스트 레이디』는 틈 날때마다 책장에서 꺼내어 읽는, 내 인생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앨리스의 삶을 읽어내려가는 건, 내겐 더 없는 즐거움이 될테니 말이다.
http://www.cyworld.com/hyangslibrary ⓒ Hyang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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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레이디(First Lady) : 1. 대통령 영부인 , 2. (각국의 수상) 부인 , 3. (각 계를 대표하는) 지도적 입장의 여성 높게는 대통령의 영부인 부터, 조금 낮게는 각 계를 대표하는 여성을 뜻하는 퍼스트 레이디라는 단어를 나열해보며, 이번 책의 제목이 퍼스트 레이디 임은, 대충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작가인 커티스 시튼펠드는 이미 소설은 한 여자의 일대기를 빠르지 않게 600페이지가 넘을 만큼 차근차근 천천히 그려냈다. 청소년기부터 소설의 현재시점에 이르기까지, 글을 읽으면 장면이 쉽게 그려져 영화의 한 장면들 처럼 뇌리를 지나가는 소설은, 소설이 아닌, 책 속 주인공 엘리스의 전기집을 펴낸 것 처럼 느껴질만큼 구체적이었고, 그 감정묘사조차 누군가 겪었던 것을 대필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Jin하다가 그렇게 느꼈던 만큼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가 같은 느낌을 받아서 였을까? 퍼스트 레이디는 미국에서 실제 영부인인 '로라 부시'를 모델로 한 스토리가 아니냐는 논란이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에서 대대적으로 실렸다고 한다. 오늘 내가 미국 대통령인 남편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을까? 아니면 이미 몇 년 전에 했어야 할 일들을 마침내 해낸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인 것도 같다. 바로 그게 문제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 - <퍼스트 레이디> P9 그러고보면 작가는 퍼스트 레이디 앨리스가 아닌, 여자 앨리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했던게 분명하다. 그녀는 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앨리스가 행복하지 않음을 암시했으니 말이다. 소설 속 앨리스 처럼, 퍼스트 레이디가 단순히 순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누군가를 통해 알고 있다. <퍼스트 레이디>만큼 소설같은 삶을 살았던 대표적 영부인 재클린을 잠깐 언급해야겠다. 소설의 모델로 구설수에 올랐던 '로라 부시'도 있지만, 그녀의 삶은 재클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으니,(존F,케네디의 죽음에 빗대어) Jin하다의 지극히 100% 주관적인 입장에서 재클린을 이번 포스트에 실어야겠다. * 퍼스트 레이디의 대명사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그녀의 나이 겨우 32살이었으며, 뛰어난 패션감각과 세련된 매너로 미국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 레이디. 존F 케네디가 살아있을때는 남편의 외도로 속앓이를 했으나, 결코 퍼스트 레이디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여자. 그리고 존F 케네디가 달라스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자신쪽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지켜본 비극을 겪은 퍼스트 레이디이다. 그 순간,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남편을 바라보며, 그녀가 한 말은 다름아닌. 'Oh my god' 이였다고 한다. 아이들과 조용히 살아갈 것을 예상했던 미국의 국민들과는 달리 그리스 부호 오나시스와 재혼을 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의 질탄을 받기도 했던 여자. 하지만 오나시스가 죽은 후로도, 출판 사업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았던 퍼스트 레이디.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국의 숨겨져있는 고위층의 생활과, 모든 여자들이 우러러보는 선망의 영부인 퍼스트 레이디의 숨겨진 고충까지. 그 모든 것이 이 책 <퍼스트 레이디>에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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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를 보고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녀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한 여인이 떠올라 나는 마음이 아팠다. 다이애나 스펜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책 속 그녀와 영국의 황태자비였던 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그녀가 떠올랐다.
꽃코사지가 달린 분홍빛 모자와 그림같이 예쁜 그녀의 얼굴, 곱게 바른 립스틱이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 나는 표지를 보며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모범생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할머니와의 시카고 여행으로 사랑에 대한 환상과 할머니의 부적절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첫사랑 앤드류를 자신이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녀는 삶을 포기한듯 아슬아슬한 걸음으로 어른을 향해 걸어간다. 이제 서른을 넘긴 그녀는 자신만에 집을 갖길 원한다. 하지만 그녀는 집을 갖는 대신 평생을 함께 할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정치적 사업적 야심이 큰 찰리... 그녀의 남편은 어쩐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의 옷같다. 그녀는 찰리와 결혼 후 엘라를 낳고 평범한 아내와 엄마가 되기를 원한다. 아버지에 이어 낭만적이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새아빠만이 옛집에 남아있다. 그녀는 찰리가 평범한 남편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의 야심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다.
언젠가 할머니는 그녀에게 말했다... '남자들은 아주 불안정한 존재란다...' 처음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앨라가 생기고, 찰리의 회사가 곤경에 처하면서 그녀는 찰리 역시 아주 불안정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상을 향해 야심을 펼치던 그 역시 그녀에게는 남편.. 아이같은 남자일 뿐이기에. 그녀는 이제 그녀가 갈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책을 읽던 그녀의 젊음을 책을 그리워하며 그녀는 대통령의 여자가 아닌 앨리스로 살고 싶어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앨리스의 삶이 어딘가 모르게 불행해 보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여자들이라면 꿈꾸는 멋진 결혼 생활을 하는 그녀도 여느 주부들처럼 '오늘 저녁에 무얼 먹을까?'와 같은 단조로운 고민을 한다. 남편의 야심에 때때로 힘들어 하지만 묵묵히 그녀는 찰리 곁을 지키며 가정을 유지한다. 이제 그녀는 겉모습만 예쁜 앨리스가 아니다. 소녀였던 여린 그녀는 이제 불안정한 남자를 안정시키고 돌보는 아내가 되었다.
수많은 여성들은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며느리, 누구의 엄마로 불리우며 조금 더 강해진다. 문득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면 '네?'하고 놀라며 말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수많은 걸림돌을 척척 뛰어 넘는 앨리스의 분홍빛 얼굴이 마냥 부럽다. 나도 그녀처럼 여린듯 강한 어머니와 아내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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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의 감성과 사춘기 시절 풋풋한 첫사랑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라붐.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한 편 있는데 그 영화는 바로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이란 영화다. 퍼스트 레이디란 소설을 읽으며 줄곧 라붐의 빅이 기억났던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이제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하는 열정을 안고 이성에 대한 사랑을 처음 느끼기 시작하면서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었던 퍼스트 레이디의 초반부 앨리스의 모습이 아마도 라붐의 빅과 너무나 많이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커티스 시튼펠드의 책은 이번 퍼스트 레이디로 처음 접하는 것이었지만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한, 그래서 오랜 여운이 남는 진정 소설다운 소설을 한 권 읽었다는 기분이 든다. 퍼스트 레이디란 제목과 이 소설이 전 영부인 로라 부시로부터 얻은 영감으로 지어진 이야기란 사실을 알게 된 후 가지게 되었던 선입견은 몇 번씩 곱씹으며 읽었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문장들로 인해 자연스레 사라져 버린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의 의견이 종종 맞지 않을때도 있지만 가정적인 부모님과 자상한 할머니로 인해 앨리스의 가정은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앨리스의 가정이 보통 가정과 좀 달랐던 단 하나의 특징이 있었다면 그것은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을 좋아해서 책 한 권을 하루에도 우습게 읽어내던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특이하고 재미있는 세상 이야기들이 언제나 끊이지 않았다는 부분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작되는 가슴 설레이는 첫사랑은 앨리스에게도 찾아든다. 느낌만으로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앤드류가 언제부터인가 부쩍 신경쓰이지만 앤드류는 단짝 친구 데나와 사귀기 시작하고 앨리스는 아직 사랑에 대한 감정이 서투르기만 하다.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앤드류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그 사고로 인해 앨리스의 인생은 점점 암흑기에 빠져들고 만다. 앤드류의 형이었던 피트와의 관계를 통해 암울했던 상황을 해결해 보려던 마음은 어느새 그녀 자신을 더욱 위험한 절망에 빠뜨리고 마는데... 원치 않은 피트와의 관계를 통해 임신을 하게 된 후 그녀는 낙태수술을 받기에 이른다. 라붐이란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이었던 소피 마르소가 첫 데이트 약속을 하게 된 후에 할머니로부터 피임기구를 선물받는 장면이 나온다. 퍼스트 레이디에서도 역시 앨리스의 임신 사실을 가장 먼저 할머니가 알게 되고 낙태 수술 역시 할머니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두 장면이 묘하게 어울리며 생각났던 장면이기도 하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치르려했던 위안은 오히려 자신을 향한 증오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아픔만큼 성숙해지며 이제 앨리스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앨리스는 그저 자신에게 허락한 인생을 수긍하며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 돌이켜보면 불행은 언제나 영원하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앨리스 역시 남들처럼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몇 몇의 남자와 데이트도 하고 몇 년간 사귀던 애인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앨리스의 인생에 찰리 블랙웰이 나타났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찰리만이 그녀의 인생에 허락된 완전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자신도 모르게 삶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인연 가운데 정작 자신의 인연은 따로 있는 것이라 했던가. 찰리는 불완전한 앨리스에게 가장 적합한 인물이란 사실을 처음부터 알아볼 수 있었으니 앨리스와 찰리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찰리와의 결혼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주지사의 아내로, 차기 대권주자의 아내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앨리스는 이제 예전의 혼란스러웠던 삶의 나약한 앨리스가 아니었다. 만일 앨리스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더라면 그녀의 회한은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결함을 들춰내지 않는, 오히려 그 결함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 앨리스에게 허락된 삶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수많은 기로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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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목전에 두고 설레는 마음을 틔워가는 시기에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사립학교 아이들>로 이미 유명세를 탄 커티스 시튼펠드의 신간 장편소설 <퍼스트 레이디>가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던 그 당시 영부인인 로라 부시를 모델로 하여 실제 그녀의 과거나 배경을 어느정도 차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원인모를 이유로 나른하고 권태롭기까지 한 요즘같은 날씨에 내 감성과 흥미를 일깨우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표지부터가 내 마음을 꼭 사로잡은 이 책. 작가의 전작은 이미 현지에서 영화로 제작중에 있다고 들었는데, 책을 완독하고 나서 전작들에 관심이 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번 작품 또한 꼭 극의 형식으로 제작되길 바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던 중 문득 은나라 주왕의 달기 이야기가 떠올랐다. 달기는 은(殷) 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비로, 유소씨의 딸이다. 달기는 천하의 미인이라 일컬어지는 포사(褒似)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음란하고 잔인한 대표적인 독부로 알려져 있다. 주왕은 왕비 달기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 까지 할 정였다고 하는데, 그의 학정을 간하는 현신들의 말은 귀 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으나 달기의 말만은 잘 들었다고 한다. 주왕의 충신 비간(比干) 이란 신하를 눈에 가시 처럼 여기던 달기는 비간을 모함하고 이를 주왕에게 간하여 죽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 그녀가 죄인이 잔혹한 형벌에 의해 사형을 당하는 모습에 유독 즐거워함을 알게 된 주왕은 구리 기둥에 기름을 발라 숯불위에 걸쳐 놓고 죄인으로 하여금 그 위를 걷게하다가 끝내 미끄러져 숯불 위에 떨어져 불에 타 죽는모습을 함께 구경 하면서 웃고 즐겼다고 한다. 주왕은 끝내 이런 포악한 정치로 말미암아 주나라 무왕(武王)에 의해 토벌되었고 달기와 함께 처형당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팜므파탈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미실이나 달기, 클레오파트라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하는 마녀스러운 면모가 아니라 한 남자를 사로잡고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묘한 환상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나 또한 그렇고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이제까지 내가 본 가장 완벽한 팜므파탈이었다. 그런데 한 때 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나쁜남자(Bad Boy) 열풍은 초식남이나 토이남에게 그 지위를 빼앗긴지 오래다. 반면, 나쁜남자마저 자기 수하에 두고 꼼짝 못하게 만드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의 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팜프파탈에 대해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이들이 돌을 던지며 가학적인 질타를 일삼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 매력에 빠져드는 순간 한마리의 순한 양이 되어 옴짝달싹을 못 한 다는 것이다. 실제로 팜므파탈이 지니는 사전적인 의미는 우리가 일상에서 농담삼아 던지는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매우 잔인한 표현이지만 한 남자가 목숨이라도 내어줄 기세로 사랑하게 만드는 내재된 매력 역시 어떤 방향과 성향에서든 팜므파탈의 영역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여 주인공 앨리스는 미국에 사는 아주 전형적인 소녀 타입의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첫사랑 앤드류와의 비극을 겪으며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이 책은 특히 남자주인공을 선정하는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나는 지극히 상투적이고 고루한 성격 탓에 주인공은 둘일 수 없다(남/여로 각 1명씩)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소설이 전개되고 결말을 맞이하는 시점까지 이야기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앤드류의 비중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리고 앨리스가 느끼는 앤드류에 대한 비애감이 크게 와닿지도 않았다. 지극히 소설적이고 허구적인 상황이기에 가능한-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뉴스로나마 접해본 바 없는- 설정이라 그랬던 것 같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앨리스는 실제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로라 부시와 매우 많은 점이 닮아있다. 그런데 나는 앨리스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찰리가 그녀의 대통령이었던 부시와 닮은점이 더 많다고 느꼈고 무척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 행정제도나 정당간의 성향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점 또한 이 책을 읽는 동안 얻을 수 있었던 즐거움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특별히 분에 넘치는 욕심 한 번 부려본적 없는 앨리스가 본의아니게 너무 자신을 죽여야만 했던 삶을 살게 된 것이 참 안타까웠다. 더불어 꽃다운 나이에 그저 안타깝게 사그라 든 앤드류의 꿈도 그저 서글펐다. 만약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적어도 여 주인공은 영원한 여신 줄리아로버츠가 맡는다면 더 없이 제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라면 앨리스도 분명 기쁜 마음으로 지켜봐 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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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갈팡질팡하고, 자신을 의심하고, 남편을 혐오하다가도 사랑하는 그 마음들. 남자로서 여자의 내면을 읽는 것은 무척 흥미로웠다. 주인공이 퍼스트 레이디라는 점은 사실 작품의 핵심은 아니지만, 출판사에서는 셀링 포인트로 잡은 것 같다. 원제는 "American Wife"이다. 실존 인물이 모델인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재벌집 망나니 아들, 알콜중독, 야구단 등등. 그러나 이 소설의 재미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독서평 : 퍼스트 레이디 (커티스 시튼펠트, 김영사) (miracleonce.blogspo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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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미국에서 대통령의 아내, 영부인을 소재로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 소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책 속의 주인공이 대통령과 영부인에 관한 내용이 수록된 책이라는 점, 노골적인 성묘사,미성년 시절에 불법 낙태 시술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서였는데, 아무리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일지라도 당시 집권 상류층을 캐릭터 모델로 쓰는 담대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4개의 목차로 구성됐는데 1부는 앨리스의 인생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되며 책읽는 독자로 하여금 거센 흡입력으로 자연스런 몰입을 유도한다. 청순한 소녀 앨리스는 우연한 자동차 사고로 은밀히 짝사랑하던 남자친구를 잃으면서 자신을 성적 구렁텅이에 빠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앨리스, 낙태를 경험하게 된다. 2부는 앨리스가 결혼하기까지 전후 모습을 담았다. 소설 전반부 중 가장 재밌는 곳이다. 생생한 혼전 성 묘사도 그러하지만 다양한 군상들의 첨예한 갈등 관계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3부는 앨리스와 찰리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한다. 평범한 사업가로 돈많은 동네 아저씨 인상을 주는 찰리, 나이 마흔을 넘어 정계에 발을 디디려는 모습이 나오고 앨리스의 할머니가 죽음을 맞는다. 4부는 백악관 전경이다. 시간적인 순서로 공간을 달리하는 목차의 흐름이 각각마다 새로운 갈등의 전면으로 등장한다. 1부 '에이미티가 1227번지' 는 앨리스의 성장 이야기, 2부 '스프롤 가 3859번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조연과 주연의 맺고 끊는 플롯이 눈부시다. 3부 '마로니 가 402번지'는 4부를 위한 전주곡, 4부 '펜실베이니아 가 1600번지'에서는 앨리스의 회한과 고백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독백을 들어보자.
웨딩 드레스 무릎 위에 다소곳이 손을 모은 사진 원작 <American Wife>, 현존 영부인을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설정했지만 책 속에서 발견한 모습은 여느 평범한 여인네 모습과 다름없었다. 소녀에서 중년에 이르기까지 한 여자의 일생을 관조하고 그녀의 마음을 심리적으로 리드미컬하게 조율한 작가의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반면 우측의 표지는 고혹적인 시선, 가느다란 어깨의 굴곡에서 느껴지는 매력적인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퍼스트 레이디라는 표제가 영부인을 겨냥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책 속 내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전쟁광 부시 행정부가 임기때 저지른 추악한 만행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며 전쟁 이념을 합리화시키는데 급급했고 세계 환경을 파괴시켰다. 책 속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영부인 로라 부시를 상징하는 찰리와 앨리스라는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존재한다. 작가는 앨리스의 입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 였을지도 모르겠다. 준비한 대로 이루어지는 계획된 삶이 존재할까? 원치 않는 선택의 순간들, 우리는 매번 그 선택를 강요당하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런 선택의 숙명 앞에 놓인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