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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 사진을 찾은 것부터도 우연이었다. 필시 우연에 의미는 없을 터이다. 다만 일어날 뿐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필연으로 의식한 순간에 선명하게 운명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하는, 그런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주었으면, 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남몰래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47
두 연인이 있다. 비 오는 날,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이와 시력을 잃은 마이코와 그런 그녀를 한결같이 돌봐주는 교이치. 이 둘은 집이라는 둘 만의 고치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화가인 아야카와 그녀보다 훨씬 연상인 오누키. 둘 사이엔 열정적인 사랑도, 설렘도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편안한 존재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야카는 마티스의 화집에 꽂혀 있는, 한 연인의 사진을 발견한다. 너무나도 행복해 그 시간이 그대로 정지한 듯한 사진. 그 사진 속의 주인공은 젊은 시절의 오누키와, 그의 연인이었다. 문득, 아야카에게는 발목이 무거워진다. 족쇄를 채운 듯이. 어린 시절 베란다에서 떨어진 충격이 정신적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아야카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 날도, 문득 발목이 무거워졌다. 오랜만에 외식을 즐기기로 한 아야카와 오누키. 우연히 비가 내렸고, 우연히 아야카는 걷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찾아간 가까운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 곳에서 그들은, 사진 속 오누키의 연인과 너무나도 닮은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그와 함께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된다. 그들이 들고 있던 마티스 화집에 이끌리듯 그들을 쫓아간 아야카는, 자신의 그림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두 연인의 만남. 시력을 잃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던 마이코에게 아야카의 방문은 소소한 즐거움이 되고,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으로 얽혀들어가기 시작한다!
노나카 히로기라는 작가.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네 커플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소하게 그려졌다고 한다. 그 때 책 표지에서 느껴진 따뜻함이 이 <연인들>에서도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 어제는 이미 사라지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 오늘이라는 날을 수없이 반복하며 새롭게 살아감으로. -p.317
우연히 만난 두 쌍의 남녀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 모습 하나 하나가 정말 잔잔하고 가볍게, 그렇지만 그렇게 시작된 소중한 '인연'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는 <연인들>은, 커피 한 잔과 함께 읽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 더불어 네 연인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감각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문체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완성한 아야카의 '마이코 연작'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그려진 묘사는 넷의 사랑이 어떤 색인지 보여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아야카와 교이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연인과의 관계에 고민하는 아야카와 교이치의 속내는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오누키와 마이코의 마음 속 역시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둘의 이야기 역시 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우연과 인연.. 우연한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사랑이 이어진다는 것, 얼마나 따뜻한 일일까? 그 따뜻함을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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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라고 묻는 책 <연인들>이다. 사랑이 색을 묻는다? 이것 참.....! 나의 관심을 끌었던 말이다. 처음에 표지를 보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읽고 다시 보니 놓친 부분이 보였다. 택배로 책을 받은 후... 시간이 없어서 몇 일 동안 책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말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무언가에 끌렸다... 뭐라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한번에 쭉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키친의 내용을 생각나지 않았지만..키친의 느낌이 났다. 신기하다...이런 책 정말 오랜만이다. 말이나 글로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해야하나? 신비로운 책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따뜻함이 풍기고 고요한 책이다.
15살 차이가 나는 이야카와 오누키. 어쩌다가 아야카는 오누키의 집에서 2년 동안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가겠다고 말하지만.. 아야카 마음에는 아직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성격도 쿨하고 상대의 사생활도 크게 개입하지 않고 배려도 있는 두 사람... 둘이서 영화감상, 나가서 저녁먹기, 산책 등 같이한다. 마치 연인들 처럼... (연애를 하는것 같은데..뭐..ㅎ 사랑은 아니라고 하니..사랑인거 같은데 같은데.ㅎㅎ) 그러던 중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도중.. 오누키의 젊었을때의 여자친구와 닮은 남자를 보게 된다. 하지만 아야카는 그 남자 말고 그 앞에 있는 여자 마이코에세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마이코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신비한 느낌이 났다. 그 곳에서 아야카는 용기있게 마이코에게 인물화를 그릴 주인공(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둘다 좋은 커플이지만 나는 아야카와 오누키 커플 보다 마이코와 쿄이치 커플이 더 관심이 갔다.
이 책에서는 두 커플 중심으로 나온다. 아야카 ♡ 오누키 , 마이코 ♡ 교이치 시점을 바꿔가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시점이 바뀌는 과정에서 궁금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커플이 우연히 만나 필연처럼 얽히며 벌어지는 따뜻하고 소소한 사랑이야기다. 시력과 사랑하는 사람을 읽은 마이코를 곁에서 보살피는 교이치나 나이 차가 많이 나고 설렘과 정열도 없이 뭔가 말하기도 힘든 사랑이 평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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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인상적인 표지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양장본 겉표지의 전면을 덮고 있는 커튼을 젖히면서 드러난 하얀 빛.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라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연인들 이라 적혀있던 제목. 강렬함이 없이도 눈길을 잡아끌었던 표지의 그림과 함께 책의 제목은 이 작품이 꽤나 잔잔하면서도 말랑말랑할 것 같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역자의 말을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연인들은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바로 '연인들'이다. 서점에서 처음 책을 본건 오래되었지만,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냉큼 책을 집어왔다.
동거하고 있는 두 커플의 일상과 사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노나카 히라기의 장편소설 '연인들'은 작가의 세련된 감성과 섬세한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사랑이 회화, 사진, 미식 등의 우아하고 선명한 이미지들을 통해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는 작품이다.
총 일곱장으로 나뉘어 동거하고 있는 두 커플의 일상과 사랑을 그리고있는 노나카 히라기의 장편소설 '연인들'은 홀수번째와 짝수번째가 여성인 아야카와 또 다른 연인의 남성인 교이치의 시점을 번갈아 오가며 서술되고 있었다. 각각 자신의 연애와 사랑에 대해 직접적인 서술 방식을 택해 개별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있으면서도 관계를 맺고 지내오는 상대 연인들에 대한 느낌 역시 자연스럽게 전해주면서 관찰자적인 시선을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두 커플이 공유하게 되는 사건에 관해서는 두 사람 모두의 은밀한 부분들까지 독자들 앞에 펼쳐지는 전지적 시점의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는 새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두 커플의 대략적인 모습은 역자인 정향재 씨의 옮긴이의 말에 잘 담겨 있다. 아야카는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 연인 오누키와 동거중이다. 연인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격렬한 감정의 표현은 없으나 언제나 만족할 수 있는 평온함을 맛보고 있다.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매이지 않고 배려하는 이들은 여유로움 속에서 생활하지만 때때로 원인을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또 한 커플, 자신의 과실로 연인과 시력을 잃은 마이코는교이치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외부와는 단절된 생활을 영위한다. 일견 교이치의 생활은 마이코를 위한 희생으로 비쳐진다. 그들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과거와 현재 사랑의 실체, 그리고 마음에 드리워진 상처를 직시하여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간다.
이 두 커플은 화가인 아야코가 식당에서 우연히 보게된 마이코를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 우연은 그들에게 우연과 운명의 의미, 그리고 각자의 사랑과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연이어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모습은 두 연인들의 극단적인 대비에서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사랑이란 감정이 그저 일상처럼 잔잔하게만 흐르는 아야카와 오누키 커플과 극적인 사고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을 이어오고 있는 커플 마이코와 교이치 커플.
하지만 그러한 대비는 그저 '연인들'인 등장인물의 설정에만 국한 될 뿐, 소설은 전체적으로 담담함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조금은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공기와 같이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묘사되는 사랑은 그렇기 때문에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티스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적혀있는 문구처럼, 이 소설은 그렇게 사랑의 일상적이고 잔잔한 모습을 선명한 색채로 표현한다. 시력을 잃어버린 인물 마이코의 등장 탓에 그 묘사가 단지 다른 인물들에 국한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작품 전체에 드러나있는 시각적인 이미지는 단지 시각에만 그치지 않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정되어 무척 세밀하다. 게다가 화가인 아야카와 마이코의 대비는 그 선명함을 극적으로 나타내준다.
극적인 요소 없이 잔잔하게만 흘러가는 소설 속에서 선명한 색채와 등장인물의 대비로 너무나 감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 '연인들'. 이 소설을 하나의 형식을 만들어 칭할 수 있다면 한편의 '회화감각소설'이라고 표현한 역자의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들인다는 것. 누군가로 인해 내가 물든다는 것. 그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번짐 만으로도 세상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풍경을 그리고 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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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라는 말로 내 맘을 흔든 "연인들" 그 문구하나가 맘을 흔들어 구입해서 읽게 된 책. 사랑은 어떤 색일까? 정열을 담고 있는 빨강색일까? 어디에도 물들기 쉬운 하얀색일까? 나의 사랑은 어떤 색일까? 아야카에게 부적처럼 가방에 두고 있는 한장의 사진. 우윳빛 안개 같은, 부드러운 광채 속에 윤곽이 떠오르는 인생의 단 한쌍의 커플.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아야카는 슬퍼지기도 한다. 아야카가 알고 있는 그(오누키)와 그녀가 헤어졌다는것,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나고 말았다는 것에 슬퍼진다. 그 사진을 발견한건 오누키의 집에 갔을때 구경하던 마티스의 화집이었다. 그 화집속에 있던 오누키조차 기억하지 못할 사진을 아야카는 가방속에 넣어서 다닌다. 아야카는 화가로 일하면서 오누키의 집에 머물고 싶다고 얘기하고 머물게 되면서 오누키와 연인도 아닌 채로 함께지내는 사이다. 오누키와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사진 속의 그녀와 닮은 남자를 발견한다. 그들 또한 마티스의 화집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사진을 찾은 것부터도 우연이었다. 필시 우연에 의미는 없을 터이다. 다만 일어날 뿐인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필욘으로 의식한 순간에 선명하게 운명으로서 가능하기 시작하는, 그런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주었으면, 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남몰래 갈망하고 있기 떄문일지도 모른다. 마이코와 교이치는 함께 한 시간만큼 마음이 통한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색깔의 이미지를 잃어가고 있어."라고 얘기하는 교이치. 마이코와 교이치가 아야카를 만난건 우연일까? 레스토랑에서 아야카는 사진 속 그녀와 닮은 마이코가 아닌 교이치에게 모델이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모델일을 하게 되면서 익숙하게 지내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교이치. 교이치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교이치의 애인이 타고 마이코는 뒷좌석에 앉아서 가던 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교이치의 애인은 죽고 교이치는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시력을 잃은 교이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마이코.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멀어질 수 없었다. 함께 있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치명적인 상실을 초래한 사건을 젊은 나이에 함께 경험한 것이 그녀와 나를 묶어두고 있었다. 운명이라는 말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지금은 실감으로 내 가슴 속에 있다. 이렇게 마티스 화집을 가지고 있던 마이코와 교이치 커플을 레스토랑에서 만나 인연을 맺게된 아야카와 오누키 커플. 이 커플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묻어나오는 익숙한 사랑의 모습. 이런 사랑은 어떤 색깔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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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팩트가 센 작품들을 선호하는 취향이라 이 작품처럼 흐리멍덩한 작품은 싫어했더랬다. 그래도 독하게 사랑하는 이야기, 치정으로 살인을 벌인 이의 미스터리물 , 교묘한 트릭을 간파하려 무진 노력하며 읽게되는 장르소설등등을 읽다 지친 상황에서 이러한 작품을 접하면 묘하게 치유받는 기분에 빠져들어 나쁘지 않다. 결국 타이밍의 문제인데, 이 작품을 접한 시점이 마침 센 작품들에 다소 지쳐있던 터라 시의 적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두 커플의 이야기가 화자를 교대로 달리하면서 진행된는데...... 매너리즘에 빠진듯한 나이차가 큰 커플과 과거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묘한 긴장과 애착 관계에 빠진 연인이 주인공이다. 둘다 상당히 불안정하고 묘한 긴장감과 혹은 기이한 느슨함이 공존하면서 위태위태한 느낌을 주었는데, 우연한 인연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기대게 된다. 그것이 플러스가 되어서 보이지 않던 미묘한 갈등들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새삼스레 평화를 찾아가는 이 이야기는 뭐라 딱 꼬집어서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 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문장들을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듯 음미하기에 그만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다소는 나태한 문장과 작풍이라 여겨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매력들이 묘하게 독자에게 안도감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 또한 장점이 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편안한 휴식같은 작품이니 심적으로 지친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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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이 한 단어만 들어도 나는 아직까지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하고 짜릿하게 뭔가 심장을 전율시키는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애인이라는 일방적인 상대의 호칭보다는 함께라는 연인의 느낌을 더 좋아해서인지도 모른다. 이 책 연인들은 두 쌍의 연인들이 각자 사랑하는 방식을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함과 소박함 속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뜨겁게 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잔잔한 사랑이 더 성숙해보이는 건 단지 나이탓일까?
먼저, 첫 번째 커플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아야카와 광고 대리점에 근무하는 오누키 두 사람의 사랑은 언뜻보기에는 무미건조한 오래된 연인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뚝배기 같은 그윽함과 진중함이 듬뿍 묻어난다. 결혼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이 두 사람은 서로 얽매이거나 속박하려 들지 않지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그런 타입이다. 오누키의 나이가 좀 많기에 알콩달콩 예쁜 사랑싸움 같은 건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지만 왠지 이 커플은 잔잔한 수면위를 바라보듯 평온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사랑이라는 것이 꼭 상대의 전부를 소유하고 옭아매며 타이트하게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교집합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커플이었다.
이제 두 번째 커플이야기 눈이 보이지 않는 마이코와 공무원인 교이치 커플. 사랑하던 사람을 옆 자리에 태우고 가다 사고가 나서 연인은 죽고 마이코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때 이 연인의 친구였던 교이치는 어느 새 마이코의 새로운 연인이 되어 그녀의 세계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살아간다. 그가 친구의 연인이었던 마이코를 진즉에 짝사랑 했었다는 건 알겠지만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여자를 돌봐주고 함께할 만큼 그 사랑이 깊었는지에 대해서는 난 아직까지 의문이다. (이들 역시 결혼은 하지 않았다. 물론 마이코가 허락하지 않아서). 단지 책을 읽다보면 그는 오히려 지금 더 마이코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한 아우라는 내가 봐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옆에 있으면 요묘한 들꽃 향기가 퍼질 것 같은 그런 섬세한 느낌 때문에. 뭐라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마이코만의 분위기와 매력이 교이치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그런 풍경이 그려진다.
이 두 커플은 전혀 연관이 없다가 우연히 한 레스토랑에서 알게 되었고 마이코와 아야카는 두 사람만의 우정을 싹틔우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사람의 인연이란게,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다는 것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진행된다는 일은 이미 온몸으로 체험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누군가의 인연이나 관계의 시작과 유지는 어렵기만 하다. 아무리 연인사이일지라도 너무 앞서갈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멀찍이 발을 빼놓기만 할 수 도 없듯이 사랑의 모습에는 정답이 없다. 이 두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사탕을 빨고 있는 느낌이랄까. 어떤 사탕은 달콤한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또 어떤 사탕은 조금은 밋밋하지만 소박한 모습으로 그런 사탕을 선호하는 이들이 좋아하듯 이들의 사랑도 그 맛과 강도가 다를 뿐 분명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랑의 모습이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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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카 히라기의 『연인들』에서 우리는 두 커플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매력적인 여인 '마이코'와 그녀의 곁에 늘 함께하는 친구이자 연인인 '교이치' 커플... 작가는 이 두 커플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일까…….
오누키와 아야카는 내가 보기에도 '이 둘은 서로 정말 사랑하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뚜렷이 답할 수 없는 커플이다. 이십대 중반의 아야카와 그녀보다 무려 열다섯 살 연상의 오누키는 함께 살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쿨하고 자유로운 커플이랄까? 오누키는 언제든 그녀가 자신 곁을 떠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고 아야카는 그런 오누키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더라도 별다른 질투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아야카가 두 살 정도 되던 해에 3층 맨션 베란다에서 떨어진 이후 가끔씩 찾아오는 다리의 절룩거림처럼 아야카는 문득문득 공기의 무거움과 함께 삶에 불안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아야카 스스로는 본인과 오누키의 관계를 권태와 체념이라고 생각한다. '체념'을 폭신한 깃털 이불로, '권태'는 사랑과 비슷한·부드럽고 기분 좋은·오래 써서 낡아빠진 담요 같은 것으로 여기고 그 깃털 이불과 담요의 조합에 만족한다. 권태와 체념의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아야카는 비오는 날 우산이 없는 오누키를 마중나가는 길, 불쾌하게 젖어드는 발이 상쾌함으로 바뀌어 감을 느낀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이런 아야카의 모습에서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것 같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아야카 커플의 사랑은 어떤 색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야카는 오누키와 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어떤 테이블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곳엔 한 커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끌리는 아야카. 그 여자는 실내에서도 검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다. 아야카의 시선을 따라 그 테이블에 눈을 돌린 오누키는 또 그 자리의 남자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짖는다.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그들은 묘한 느낌을 경험한다.
그 테이블의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마이코와 늘 그녀의 곁을 지키는 교이치 커플이다. 마이코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기념한 자리였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던 그들에게 한 여인이 다가온다. 아야카다. 그림을 그리는 아야카는 마이코에게 조심히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 부탁한다. 갑자기 다가온 아야카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교이치와 달리 마이코는 얼굴도 보지 못한 아야카에게서 흥미로움을 느낀다. 이렇게 그 두 커플의 인연이 시작된다.
교이치는 가끔 마이코와 자신이 고치 안에 갇혀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은 따스하고 안전하지만 가끔은 숨이 막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늘 마이코의 곁을 지키는 그이지만 이럴 때면 가끔 혼자 있고 싶어 거짓말도 한다.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이 좋다며 말을 돌리는 마이코는 그런 교이치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 시력을 잃기 전 마이코는 교이치의 친한 친구와 연인사이였다. 불의의 사고는 그녀에게서 시력과 함께 사랑하는 연인까지도 그녀에게서 빼앗아갔다. 마이코의 엄마 이외에 그녀의 사고 전후의 삶을 함께 한 사람은 교이치 뿐이다. 처음엔 우정 나중엔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진행된 듯한 이 커플의 사랑은 또 어떤 색일까?
늘 그 공간, 늘 그 일상으로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교이치 커플에게 어느날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바로 마이코에게 그림의 모델이 되어달라며 다가온 여인 아야카 때문이다. 아야카를 알게 된 뒤부터 점점 달라지는 마이코를 보며 교이치 또한 그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기는 듯하다. 삶에 변화를 느끼게 된 건 교이치 커플 뿐만이 아니다. 문득 찾아오는 다리의 절룩거림처럼 정체모를 삶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던 아야카는 마이코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면서 차츰 안정을 느끼고 예술가로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교이치 커플을 만나더라도 늘 분위기를 주도하며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오누키 또한 그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아야카가 모르는 오누키의 젊은 시절을 말이다.
이렇게 이 두 커플은 서로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며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삶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인생이 180도 바뀔 만큼의 큰 변화는 아니지만 두 연인들이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누군가의 삶에 아주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며 살아왔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물론 좋은 결과로 향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늘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쉽게도...
사실 두 커플이 서로 가진 상처를 극복하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서로 크게 개입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상대가 사는 '삶'이라는 잔잔한 수면 위에 아주 작은 흔들림만 주었을 뿐이다. 그 흔들림의 원인이 수면 위에 살랑이는 바람이든 흩날리는 꽃잎이든, 그 흔들림이 커지고 커져 삶을 변화시킨건 연인들 '자신'이다. 그들은 언제든 강렬한 자신만의 색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언제든 그 누군가의 색에 서서히 물들기도 할 것이다.
아야카와 교이치 커플이 서로의 잔잔한 삶에 파문을 일으켰듯, 노나카 히라기의 『연인들』역시 읽는 내내 잔잔함을 주는 책이었지만 나의 삶에 일으킨 파문은 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발음은 좀 이상하지만 제목을 『인연들』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소설속 주인공들도 서로 '인연'이고 내가 이 소설을 만난 것도 '인연'이라는 생각도... 가끔은 이렇게 조용한 책 한 권이 내 삶의 빛깔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책은 영원한 나의 '연인'이 된다. 그 '연인'이 좀 많아서 문제일 때도 있지만...
자신의 삶이, 자신의 사랑이 원하던 빛깔이 아니라해서 상처를 받는다던가 포기라는 것을 한다면 그것은 참 어리석음의 절정이다. 소설속에서 아야카가 세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순간 세계도 아야카를 따뜻하게 품어줌을 느꼈듯, 나도 언제든 세계에 대한 감촉이 변화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슴 깊숙이 품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아야카가 좋아한 화가 요시코씨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렬하게 아름다워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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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연인들>이라는 제목보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라는 부제에 더 끌렸다. 흔하다면 흔한 연인... 하지만 내 사랑이 어떤 색일까 생각해 본 사람이 있을까? 이 문구는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사랑 이야기는 참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 가야 하니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의 소재로 가장 많이 나오는 사랑 이야기. 하지만 사람이 제 각각이 듯 사랑이야기도 제 각각이다. 자주 읽고, 많이 읽었음에도 자꾸만 찾게 되는 사랑이야기. 어떤 설레이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지 너무 궁금한 마음에 <연인들>을 집어 들었다.
이 소설에는 두 커플이 등장한다. 화가인 아야카와 15살 연상의 남자인 오누키 커플. 이 커플은 열정적이지도, 설레이지도 않은 감정으로 별다른 감정이 묻어 나지 않은 체 자연스럽게 연인인 듯 친구인 듯 지내고 있다. 또 다른 커플인 마이코와 교이치. 마이코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애인의 친구였던 교이치의 도움을 받아 불편함없이 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커플 역시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아야카가 눈이 보이지 않은 마이코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부탁을 함으로써 두 커플의 관계가 연결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솔직히 소설 중반부까지 읽으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아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다. 단순히 두 커플이 어떻게 만났으며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지에 관한 밋밋한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너무 흔한 소재로, 요즘 두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일본 소설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런지 감흥이 덜 했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다른 곳에서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듯한 삶에 아슬아슬함을 느끼면서도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걸며 읽었던 것 같다. 우연히 만났지만 필연이라 생각하고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듯 유지해 나가는 관계라든지 깨어질 듯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너무 예쁜 것 같다. 이들의 사랑은 과연 어떤 색일까?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 공기 같은 무색일까?그렇다면 나의 사랑은? 천천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생각해 보려니 괜히 마음이 따듯해지는 건.....
「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 어제는 이미 사라지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 오늘이라는 날은 수 없이 반복하며 새롭게 살아감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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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무슨색입니까?란 부제를 가진 연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사랑을 색으로 표현하면 어떤 색일까?라고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정렬의 붉은 색일까? 봄향기 물씬나는 연두빛일까?
업무관계로 만난 아야카와 오누키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15살이안 많은 오누키의 집으로 들어와 동거를 시작한다.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가도 되는 관계. 연인인지 친구인지 경계지울 수 없지만 다만 함께하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있다.
마이코와 교이치. 친구사이던 그들은 교통사고로 인해 마이코는 연인을, 교이치는 친구를 잃었다. 사고 후 시력을 잃은 마이코를 한결같이 돌봐주는 교이치는 그녀와 함께 살고 있다.
우연히 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마티스의 화집으로 연결되어 일러스트레이터인 아야카는 마이코에게 모델제의를 하게되고, 그녀의 그림을 그려가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간다. 연인이면서도 연인이 아닌듯한 두 커플의 모습은 닯은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들은 마티스의 그림을 매개로 연결되지만, 마티즈의 그림처럼 강렬한 색채도, 힘있는 드로잉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르느와르의 그림같다. 연한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서로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관계다. 한가지 색상이 아닌 여러가지 색상과 붓터치가 서로 중첩되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가는 것처럼.....강렬하진 않지만 많은 여운을 남겨준다.
정서적으로 우리와 참 다른 느낌을 주는데, 낯설지만 이질적이지 않아서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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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균열을 안고 있는 두 커플의 때론 담담하고 때론 달콤한 연애담.
서로의 균열의 틈을 메우며 서로의 호기심을, 서로의 상처를 내보이고 보듬고 안아주는 이들의 이야기.
담담한 문체 속에 마음을 담다두고픈 구절들이 눈에 띈다.
이렇게 말하면 과장이 지나치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세계에 대한 감촉이 변화한 순간이었다. 내가 세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순간, 세계도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보드라운 비, 공기가 촉촉해지고 싱싱한 냄새가 풍겨온다.
필시 우연에 의미는 없을 터이다. 다만 일어날 뿐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필연으로 의식하는 순간에 선명하게 운명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하는 그런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남몰래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아주 짧은 한 때, 어딘가에서 만나고 깨끗하게 어긋나고 마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몇 년지나도 잊지 못하고, 그 사람이 아련히 마음에 남는 경우가 있다.
담담하게 생활속에서 나긋나긋 읊조리듯 풀어내는 이야기 봄을 기다리는 일요일 밤의 침대 속에서 친구하기엔 제법 적격이었다.
그나저나 유난히 촉촉한 여름비의 묘사가 많았던 소설. 기다려진다, 시원한 여름비의 그 상큼한 수박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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