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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때 나는 그런 궁금증으로 옛 서울에 관련된 사진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던 적이 있었다. 흑백사진 속 옛 서울의 모습은 흑백이라는 명암이 극명한 프레임 속에 갇혀있었기에 천연색 사진보다도 오히려 운치가 있는 그런 세계였다. 동시에 궁궐이나 성문 같은 극소수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사진 설명 없이는 언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추측조차 하기 힘든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위 ‘재건축’이나 ‘재개발’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런 사진들을 접하면서부터였지 않았나 싶다. 헌데, 근대와 전근대 건축물들이 오묘한 비율로 배합되어 있었을 옛 서울 거리를 통째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울 토박이’들이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15명의 서울 토박이 – “선조가 1910년 이전 한성부에 정착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 행정구역 안에서 계속 거주해 오고 있는 시민” (p. 27) – 들과 1명의 북촌 토박이는 모두 1930년 전후로 태어나 아동기를 일제하에서 보내고 청소년기에 한국전쟁을 경험한 시대의 산 증인들이다. 이러한 서울 토박이들의 개인적인 기억에서 추출된 옛 서울의 모습을 읽노라면 앞서 말한 흑백사진들을 천연색으로 물들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이 책은 구술 자료집이기 때문에 시대배경에 대한 설명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기초적인 내용만 서술해 놓고 나머지는 모두 토박이들의 구술 기록을 엮어낸 것이다. 책에는 소위 ‘서울 사투리’라 불리는 구술자들의 말투를 억양 그대로 싣고 괄호로만 수정을 가해 녹취록을 듣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외에 사실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어야 하는 부분들은 따로 주석을 달아 놓기도 했다. 책은 종로와 청계천, 북촌, 서대문, 그리고 남대문과 용산 등지를 무대 삼아 현대사의 굽이굽이마다 서울 토박이들이 보고 느낀 것들을 수록했다. 명확하게 쓰여 있지는 않지만 구술자들의 연령과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들을 고려하면 대체로 1940년부터 60년까지의 서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책에서는 구술 기록이라 따로 심도 있는 분석을 해 놓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중학천에서 빨래하는 광경과 서울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중학천에 빨래 삶는 용도로 걸려있었다던 주인 없는 가마솥에서는 시골에서나 있을 법한 공동체 문화가 서울 한복판에도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서울 냄새’라고 표현되는 피마골의 생선 누린내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또 한국전쟁에 관해서는 구술자 중 한명이 묘사한 ‘정적의 서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책 중간에는 구술자들이 2,30대 시절에 누볐을 1961년의 명동 약도를 수록해 놓았는데, 아쉽게도 빼곡히 쓰인 가게 이름들 사이에서 내가 아는 것은 사보이호텔 하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인사동 얘기하는 게 그게 고향이니까, 지금 인사동이 있나요? 우리 때 인사동이 하나도 없지요. 그러니까 고향이 없어진 거예요. 지금 다른 데도 물론 없어지고 다 많이 변했지만, 특히 서울 본토박이들은 고향이 없어요.” p.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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