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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어휘력 증진이 아닌가 한다. 이성길씨의 작품 '숨비소리'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 이외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작품에 많이 녹여내어,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처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750년 태풍이 일고 전염병이 돌아 많은 제주민들이 죽었다는 기록, 1757년 영조때 흉년으로 식량이 부족한 제주에 조정에서 곡식을 싣고 왔다는 기록, 1761년 새로 신광익이 제주 목사로 부임했고, 만덕이 관기에서 양인으로 신분을 되찾았다는 기록, 1795년 정조때 제주로 향하던 구호미를 싣은 배가 난파당하여 다시 보내주겠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1796년 김만덕을 내의원 의녀반수 벼슬에 올려 임금을 알현하러 한양에 올라온다는 기록. 이러한 기록 사이사이에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살을 붙여 제주의녀 김만덕 할머니의 삶이 재창조되었다. 그러하기에 전에 읽어본 어린이를 위한 책 '제주의 빛 김만덕' (푸른숲주니어출판사) 와 다른 내용도 많이 보이지만 주요 골자는 같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관기가 되었으나 나중에 다시 양인의 신분을 얻어 객주를 차리고, 육지의 물건을 들여와서 제주민에게 정당한 값을 매겨 판매하고, 상도덕을 바로 세운 거상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제주민의 어려운 형편을 몸소 경험하였기에 남의 어려운 형편을 살피고 나눠주는 삶이 익숙하여 1795년 흉년이 깊을 들고 조정에서 오는 구호배가 난파당하자 자신의 전재산을 팔아 육지에서 곡식을 들여와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이후 소원을 묻는 정조의 어명에 제주인에게 내려진 출륙금지령에 반하는 '한양과 금강산을 보는것이 소원'이라고 말하고, 의녀반수라는 벼슬을 받고 제주 여인으로는 처음으로 육지땅을 밟는다.
임금이 내린 상을 큰벼슬이나 재산, 땅으로 달라하지 않고 평생 품었던 마음의 소원인 육지에 나가보는 것을 원했던 대담함과 호탕함과 초연함을 거상이외의 형용사로 칭송하고 싶다. 일찌기 조선후기 학자 채제공, 박제가, 이가환, 김정희도 이 여인을 칭송하는 글들을 남겼다. 김만덕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는자가 나눠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교훈을 소개하는 것이상으로, 금강산을 돌아보고 오는 이야기를 좀 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약이 많았던 조선여인이 꾼 큰 꿈이 이루어지는 부분이 청소년들에게 좀더 큰 희망을 주고 호연지기를 키워주게 되지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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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아......, 고난은 행복의 시작이요, 행복은 고난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으니라.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좌절할 필요 없으며,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한 때일수록 고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잊지 말고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알았지?' 상인이던 아버지를 바다가 빼앗아 가고 어머니마져 호열자로 12살에 잃은 그녀 만던, 오빠 둘은 큰아버지댁에 머슴이나 마차가지 신세로 팔려가듯 가고 그녀는 혼자 집에 남아 있을수도 어머니처럼 물질을 하여 연명할 수도 없어 관기이며 이제 물러나 앉은 월중선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가 호열자에 걸렸을때 우연히 길에서 만난 도형과 을산 아저씨, 을산 아저씨의 도움에도 어머니를 잃은 만덕은 그녀의 인생에 큰 힘이 될 도형을 가슴에 간직하게 된다. 큰아버지댁으로 머슴살이를 하러 간 오빠들은 4년만 떨어져 살다가 만나서 함께 살가고 했지만 넉넉지 못한 살림에 그들의 집을 돌보지 못하고 겨우 살아가던 그들에겐 4년이 지나도 만덕은 그에게 짐이나 마찬가지이며 그들 또한 여유롭지 못한 삶을 보고 그녀는 관기가 될 것을 결심하고 월중선에게 춤과 노래등을 지도 받지만 관에 들어가는 날은 하루하루 뒤로 미루었다. 월중선의 집에 들어서기 전 그녀는 제주의 거상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세웠기에 양민이었던 그녀에게 관기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장사밑천으로 삼을 돈을 절약을 하며 모으기 시작한다.그런 어느날, 자신의 신분이 관기가 아님을 사또앞에 나가 고하고는 관기에서 양민으로 자유를 얻는다. 월중선이 죽으며 남긴 재산과 관기를 하며 모은 재산으로 포구앞에 마땅한 객주집을 얻어 성산 어멈과 함께 했지만 그녀가 바라는 도형과 작은 오빠인 만재가 필요했다. 그녀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그들이 찾아오고 객주는 번성하게 되고 많은 이윤을 남기지 않고 소매상과 제주민을 위한 장사는 잘 되어갔지만 그녀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옆에 있는 고병기의 그집 차인 최대식세력과 그리고 여자는 섬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도이다. 섬이란 특성상 쌀부족도 심하고 소금도 나지 않는 곳, 그녀는 여러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이 장사에 '정도' 를 지키며 모두를 위한 장사를 펼쳐 나갔기에 거상이 될 수 있었지만 그녀를 빗겨가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환난을 돕기 위하여 육지로 보냈던 그녀의 전재산과 첫사랑 도형과 작은오빠 만재를 바다가 삼켜 버리고 포기 하고자 했던 삶을 자신보다 못한 주민들을 보고 이어 나가기로 하는 그녀는 백성이 굶주리는 것을 더이상 보지 못하고 모든 재산을 털어 규휼미로 바꾸어 배고픔을 덜어주고자 한다. 그녀의 거상다운 면모,노블레스 오블리주. 있다고 있는 척이 아닌 돈이 꼭 필요한곳에 적절하게 사용을 한 그녀의 공을 임금 정조는 크게 상을 내리려 하지만 섬에 묻혀 조선의 여자로 갇혀 살던 그녀의 소망은 육지여행,임금이 계신 한양과 금강간 여행. 이 얼마나 멋진 여행인가. '.... 부귀영화와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는 꼴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디서 무얼 하든 다 자기 하기 나름이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그녀의 굴곡진 삶에는 어디 거상으로 맑은 날만 있었던가. 12살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들과 떨어져 기생집에 혼자 머무르게 된 것이며 양민이었으나 관기로 들어가 원하지 않는 삶도 살아야 했고 다시 양민으로 자유로운 삶은 부여 받아 객주를 열었지만 여자가 그것도 전직이 관기였기 때문에 그녀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먼저 그녀를 여자이며 관기라는 것으로 깔보았지만 그녀에겐 그 어떤 것도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바다의 거친 물살도 헤치고 당당히 육지를 향해 노저어 갔을 것 같은 그녀의 강건함과 혼자가 아닌 모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녀를 거상으로 거듭나게 한 것 같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깊이 빠져들기만 할 뿐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늪,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늪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두려움 없이 발을 내딛는 것이리라.' 관기로 호의호식하며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좋은 옷 다 버리고 자신의 삶이며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 나가려 포부를 펼쳤던 그녀, 어느 남자 못지 않은 그녀의 당대함이 대단하다. '아암, 그래야지. 상인은 이득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을 팔아야 되는 거여.' 그녀의 말처럼 상인뿐만이 아니라 제주도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던 그녀의 삶이 녹아난 소설은 어렵다거나 복잡함 보다는 그녀의 삶을 누군가 전설을 들려주듯 하여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섬과 조선이라는 특성상 여자인 그녀에겐 벗어나지 못한 <벽> 같은 존재들이었지만 그녀의 원대한 꿈앞에서는 모든 것들은 한낱 물거품처럼 부서져 내렸다. 자신의 이익보다 모두의 희망을 원했던 그녀의 삶이 오늘날, 자신이 주머니를 부풀리기에 바쁜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제주 해녀의 거친 숨소리 '숨비소리' 로 거듭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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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한 번 열풍이 분다 싶으면 식을 줄 모르고 여기저기서 그 열풍에 함께 뛰어들어 휩쓸리고는 한다. 언젠가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와 그에 발맞춰 나온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그랬고, 이어서 ‘김만덕’ 이라는 이름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와 역시 그와 시기를 같이하여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그렇다. 뭔가 히트를 칠 것 같은 모습에 ‘나도 한 번?!’ 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서 덤벼드는 모습들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김만덕’ 이라는 인물도 열풍 분위기에 휩싸인다는 사실만으로 가지게 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그냥 지나칠 뻔 했고, 나의 그런 생각들도 예전과 다름없이 계속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숨비소리』라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직접 그녀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ㅡ.
『숨비소리』라는 제목의 이 책을 만난 지금에는, 처음 나의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그녀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생각이 드니 처음 했던 나의 생각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하였다. 선덕여왕이든 김만덕이든, 많은 이들이 그녀들을 계속해서-열풍이니 뭐니 해도-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들만이 가진 어떤 위대함이 정말 대단해서, 그렇게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픈 마음이 앞섰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그들만이 가지는 위대함은 나누고 또 나눠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것이기에 말이다 ㅡ.
만덕은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두 오빠와 살아간다. 하지만 어머니마저 호열자로 잃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두 오빠와도 떨어져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두 오빠는 백부의 집으로 가고, 자신은 퇴기 월중선의 집으로 가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4년 후 데리러 오겠다는 오빠들의 말은 세월에 휩쓸려 지나가게 되고, 만덕은 결국 월중선의 수양딸이 되어 기생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버릴 수 없는 꿈이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거상이 되겠다는 꿈 ㅡ.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거상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는 그녀는 과연..?!
『숨비소리』는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이 무척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라고 할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상이 되는 과정이나 그 이후의 모습들이 적게 다루어지는 것 같기에 그렇기도 하고, 재미있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도 참 쉽게 쓰여 있다.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라 없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원해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뒤로 잠시 물러서거나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 p117
만덕은 원하는 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가기위해서, 원하지는 않아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 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말이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그런 삶에 휘둘려 살아갈 생각은 없지 않은가?!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 내가 원하는 또 다른 길이 언젠가는 드러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렬한 꿈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ㅡ.
어떤 꿈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처음 생각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그만의 생각을 고집한 만덕은 역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다. 매점매석이 활개 치던 그 당시 제주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면서, 동시에 제주 백성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고자 했던 모습 ㅡ. 그 모습과 생각은 거상이 되기 전과 후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한 제주에 닥친 위기에, 자신의 전 재산을 제주의 동지들에게 주었던 모습은 오늘날의 막강한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과의 극심한 대조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ㅡ.
“넌 왜 밤에만 피니? 사람들이 보는 게 부끄러워?” 항상 음지에서 남자들에게 순종하며 살아가야 하는 조선 여자들의 처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꽃이었다. - p95
달맞이꽃을 바라보며 측은해하고, 달맞이꽃으로 비춰지기도 하던 만덕이 그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홀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우뚝 섰다는 사실이다. ‘함께’라는 말을 통해서 보다 높이 올라섰지만, 보다 낮게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사람 ㅡ. 그 누가 감히 그녀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추사 김정희가 써서 보냈다는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 라는 말이 가슴으로 오롯이 느껴지는 이름, ‘김만덕’이다 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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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적으로는 양인과 천민, 실제로는 양반과 상민의 신분제도. 하지만 조선시대 모든 신분 중 가장 하위에 위치하는 이는 여인이었을 것이다. 남자의, 남편의, 오빠의, 남동생의 그림자로만 살아야 했던 여인들. 어린시절부터 꿈꿨던 거상의 꿈을 이룬 조선의 여인 김만덕은 바로 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낸 이었던 것이다. 여인이라는 굴레를 한 번, 상인이라는 벽을 또 한 번 넘어선 것이다. <숨비소리>는 바로 그 조선 유일의 제주 거상인 그것도 여인 김만덕의 삶을 다룬다. 위인전을 몹시도 읽기 싫어했던 어린 시절, 요즘처럼 예쁘고 깔끔한 책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꼬꼬마 시절의 꿈마저 더 크고 위대하고 애달팠을지도 모르겠다. 김만덕의 삶은 그야말로 눈물로 얼룩졌으며, 오로지 끈기와 노력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이뤄낸 신화다. 그녀의 인생을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서술하는 것 같은 소설 <숨비소리>를 읽다보면 정말이지 제주 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의 참은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살기 위해 간절함을 담아 내쉬는 숨소리. 하지만 김만덕은 한 번도 해녀로 산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인생 후반기보다 전반기를 훨씬 길게 서술하는 소설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모진 시대와 고통의 시간을 딛고 마침내 꿈을 이룬 여인을 보여주려 함이었다.
만덕은 상인이던 아버지를 바다에서 잃었다. 아버지를 싣고 간 배는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만덕과 그녀의 두 오빠를 먹이기 위해 혼자남은 어머니는 물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만덕의 어머니 뿐만 아니었다. 제주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모든 여인들이 그랬다. 때는 1750년(영조 26년)이었다. 때마침 전염병이 돌았다. 만덕의 어머니 또한 허망하게 가버렸다. 일손을 도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백부를 따라간 두 오빠와는 달리 만덕은 혼자 남았다. 그녀는 살기 위해 퇴물기녀의 수양딸이 되었고, 자신 또한 기녀가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은 조선 최고 상인이 되고 싶었던 만덕은 꿈을 잃지 않았다. 당시 남자의 신분으로도 욕망할 수 없던 꿈이지만 그녀는 그렇게 했다. 꿈은 그녀를 인도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그들로 인해 꿈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품었던 연정, 자신을 늘 한결같이 다정하게 대해준 작은 오빠와의 이별은 그녀를 한껏 무력하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살아있었다. 살고 버텨서 꿈을 이뤘다.
가만보면 만덕은 왠만한 남성보다 강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시대는 시대이고 법도는 법도인 법. 과거 기녀였던 여인이 거친 상인들을 상대하며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는 건 상상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거머쥔 부를 오히려 백성들에게 나눌 줄 알았던 넉넉한 마음과 따뜻한 품성이야말로 그녀를 그녀답게 하는 가장 큰 무기였겠지만 말이다. 제주는 물론 뭍에 있는 관아에까지 소문이 난 만덕은 정조의 어명에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녀의 꿈은 벼슬도, 재물도 아닌 육지와 금강산을 유람하는 것. 당시 섬은 확실히 통제되고 있었기에 제주 여인은 죽을 때까지 육지를 밟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한다. 정조는 법도를 어겨야만 들어줄 수 있는 만덕의 청에 한참 고민하다 왕을 알현하러 오게 하는 핑계로 허락했다. 얼마나 대단하고 가슴 뛰는 일인지 모른다. <숨비소리>는 처음부터 끝가지 제주가 배경이다. 제주를 벗어나 한양과 금강산에 닿았다는 김만덕의 여정은 독서하는 내게도 처음 맞는 자유처럼 가슴뛰는 일이다. 우린 모두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문득 한계가 궁금하다.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이룬다는 말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증거들이 곳곳에 분명히 있다. 지금 내겐 제주 거상 김만덕이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정말 평생 거상의 꿈과 육지에 닿고 싶은 소원만을 가지고 살았을까. 조선의 여인들이 모두 그랬듯, 그저 한 남자의 여인이 되고 어머니가 되어 사랑받고 베풀며 살아가고픈 마음은 없었을까. <숨비소리>에서는 그녀의 사랑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강렬하고 톡톡튀는 문장은 애초에 없다. 평범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담백하게 풀어낸 조선 여인 김만덕의 불가능 없는 삶만이 있을 뿐이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부리고, 이용하며 배불리는 터무니없는 굴레.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불의. 바른 길을 걷는 사람과 올바르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서 있어왔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이 물려준 바른 길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야 말로 우리의 과제다. 책에 실린 제주 올레길을 따라 김만덕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나는 육지에 살며 섬을 그린다. 평생을 섬에 갇혀 살며 육지를 그렸을 조선 여인들의 삶이 숨막힌다. 원하는 곳으로 훨훨 날 수 있다는 것. 그럴 수 있음이 정말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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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를 읽으면서 위인전을 읽던 어린 내가 자주 떠올랐다. 어릴 적에는 위인 전기를 많이 읽었다. 초등, 아니 국민학생 시절에는 위인전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기에 자주 읽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위인전을 읽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혹자는 위인 전기를 읽는 것을 지양하자고 하던데 일단 나는 나의 독서습관과는 무관하게 그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위인이야기를 읽는 것은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 제주 거상 김만덕! 부끄럽지만 나는 드라마로 제작되기까지 그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나만의 인물 데이터 속에 김만덕은 미등록 인물이었다. 요사이 우후죽순으로 출간되는 김만덕 관련서적 열풍의 원인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는 의무이자 권리에 대한 높아진 인식이 한몫 했을 것이다. 김만덕이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나도 이 열풍에 살짝 편승해보았다.
양친을 잃고 여의치 않은 생활 때문에 혈육과도 떨어지게 된 어린 만덕은 퇴기 월중선의 몸종으로 들어간다. 부지런하고 영리한 만덕은 월중선의 눈에 들게 된다. 양민 출신인 만덕은 뭇사내에게 웃음을 파는 기생이 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흰밥과 고깃국이 보장되는 월중선의 그늘을 떠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군자도 사흘을 굶으면 담을 넘는다는데 어린 만덕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결국 기생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양민의 신분을 회복하고 만덕은 제주 포구에 객주를 연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조선의 거상이 된다.
대다수의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만덕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너무도 확고한 목표였기에 어떤 시련이 주어져도 목표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두둑한 배포와 타고난 경제 감각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제주목사 앞에서 양민의 신분을 회복하고자 간청할 수 있었고 여인의 몸으로 조선의 거상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이 난다면 김만덕이란 인물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을 것이다. 그녀가 돈보다 사람을 선택했다는 점은 만덕을 빛나게 만든다. 척박한 제주 땅에서 흉년은 빈번하다. 더욱 흉년은 몇 년씩 이어진다. 설상가상,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 재해와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는 장사치들은 가난한 제주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만덕이 거상이 되려는 이유는 바로 가난한 대다수의 제주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서였다. 만덕은 자신의 곳간에 있는 재물을 모두 내어주며 그들의 궁핍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고자 노력했다. 원래 인간이라는 동물은 욕망의 끝을 헤아릴 수 없다고 하지만 전 재산을 넉넉지 않은 이들을 위해 선뜻 내놓는 대인배, 김덕만이었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숨비소리』는 착하고 까다롭지 않으며 쉽다. 이러한 평이성 덕분에 이 작품의 주된 대상은 중고생이 될 것이고 그랬으면 좋겠다. 『숨비소리』는 성인이 읽기에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어린 시절과 20대에 편중되어 글이 진행되다보니 중년과 말년의 김만덕에 대한 부족한 부분이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김만덕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숨비소리』를 통해 선사받았다. 김만덕, 그녀의 일생을 더 자세히 엿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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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이란 인물을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었던 마음이 놀랍고 경이롭다고 해야할까? 지난 해 만났던 김만덕에 이어 또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손으로 전해지는 ‘희망’의 메시지가 좋았다고 할까? 아니,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듯하다. ‘용기를 잃지 말고 매진하라‘고. 생동하게 하는 그 어떤 에너지가 오롯이 손끝으로 전해지며, 온 몸의 세포들을 들썩거리게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꿈과 희망은 피어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을 냉청하게 둘러보고 상황에 맞도록 처신하며 꿈을 키워가는 일이다. ....... 늘 도전하고 땀 흘리는 자에게만 꿈을 품을 만한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279쪽) 1750년 같은 해에 만덕에게 밀어닥친 시련, 그리고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마주하다보면, 절로 숙연해진다고 할까? 끔찍했던 1750년의 기억을 딛고 일어서서 살아보고자 발버둥쳤던(9쪽) 만덕의 기록을 펼치면서, 지금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난파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호열자로 어머니를 잃은 뒤, 두 오라버니와 헤어져 퇴기 ‘월중선’의 몸종으로 들어갔다가 기생이 되는 삶을 살게되는 기구한 운명 속에서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신의 꿈을 잃지 않았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아량, 그리고 그것을 ‘자유’라 말하는 만덕의 이야기는 언제고 ‘희망’과 ‘용기’를 일깨워주고 있다. “세상에는 성공이 보장된 확실한 일이란 없다. 그래서 살아가는 것은 늘 도전의 연속이고 선택의 반복인지도 모를 일이다.” (198쪽) 시간을 두고 다시 되새김질하며, 김만덕의 이야기에 풍덩 빠졌다. 시련 앞에서 굳센 의지를 다지는 만덕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지게 된다. 그렇다. 너무도 쉽게 절망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으며, 일어설 수 있는 강단을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 <숨비소리>이다.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만덕의 이야기였다. 지난해 <조선의 여성상인 김만덕>(윤수민, 창해)에 비해 훨씬 빠른 전개를 보이며, 만덕의 일대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다만, 쉽게 풀어낸 이야기만큼, ‘사건’의 흐름이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이랄까? ‘도형’과의 사랑과, 작은 오라버니 ‘만재’의 죽음, 그리고 거상으로의 성장 과정들이 다소 건너뛰기한 듯, 악덕상인 ‘고병기’와의 갈등 부분도 다소 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저자 ‘이성길’이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다. 역사를 접하면서 앙상하게 남은 골조에 살을 입히고 호흡을 불어 넣었던 그의 역사 공부 동안에 만났던 순한 사람들, 사건들 그중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몹시 기다려진다. 앞으로 이성길의 소설쓰기의 보물창고를 탐하게 될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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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이 책은 새로운 감동이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인해 모두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이 즈음, 내 가족 돌보기도 바쁜데 거상 김만덕의 삶은 봉사와 희생 그 자체였다.
조선시대 여자의 몸으로 대단하고 경이로운 행동에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김만덕의 아버지는 난파당하고, 어머니는 호열자로 돌아가셨다. 큰오빠와 작은 오빠는 백부네 집으로 가서 만덕이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만덕은 퇴기 월중선의 몸종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자 상인이 되어 조선 팔도를 누비고 다니는 꿈을 키우는 만덕은 기왕지사 상인이 되겠다고 나설 바에는 행상이 아니라 커다란 배를 거느린 거상이 되고 싶었다.
월중선의 수양딸이 되어 교방으로 들어가서 다시 양인의 신분을 회복하여 나오기까지의 용기도 대단했다.
도형과 작은 오빠 만재와의 재회로 당시 매점매석이 횡행했던 제주의 상풍토를 바로 잡으면서 소매 상인을 보호했다.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었을 때 조정에서도 손을 쓰지 못할 만큼 극심한 재앙이 제주를 덮쳤다. 김만덕은 전 재산을 털어 제주의 기민들을 먹여 살렸다.
요즘 경기침체니 불황이니 하는데,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안겨 주었다. 정말 김만덕은 조선의 거상 신화라 불리울 만하다.
도형과의 연정이 안타까워 한동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낸 열정과 용기를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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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거상 김만덕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위키백과)를 실천한 예가 되어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다는 신문기사를 봤다.
요즘 TV에서도 김만덕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 걸 보니 그 관심도 한층 높아진 걸 느꼈는데 정작 내가 기억하는 그녀에 대한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전봉관의 <럭키경성>(2007.7 살림)에서였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기생출신으로 자비를 들여 흉년으로 굶주린 제주도민을 살린 공덕을 임금인 정조가 소원을 들어주고자 하였더니 임금을 뵐 기회와 금강산을 구경시켜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짧은 그녀가 담긴 이야기에 조금은 의아한 점도 있었다. 기껏 좋은 일하고 고작 받은 것이 벼슬도 아니고 신분상승도 아닌 육지에 와서 구경한번 해달라고 하다니..
거상 김만덕의 삶을 다룬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 숨비소리(2010. 3 순)를 읽다보니 그 의아했던 점이 이해하게 된다.
제주도에는 출륙금지령이라 하여 제주도에서 난 사람들의 인구감소를 초래할까봐 마음대로 육지를 오갈 수 있는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섬과 육지를르 오가면서 무역을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제한적인 매점매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은 상태인데다 잦은 풍랑이든가 기후에 영향으로 섬인 관계로 남자들의 희생이 많은 삼다도(여자, 돌, 바람)라는 말이 맞았던 것이다.
1750년에 대흉년과 천연두의 대유행으로 온 나라가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은 해, 김만덕은 12살의 나이로 아버지를 잃은 얼마뒤 콜레라로 어머니마저 잃는다. 설상가상으로 위의 두 오빠들은 큰아버지의 더부살이를 가게 되지만 어린 그녀는 관기인 월중선의 몸종으로 들어가게 된다. 4년만 있으면 가족이 다시 모일거라는 기대에 살았지만 종무소식 아무도 그녀를 데리러 오지 않자, 어머니와 살던 집에 몰래 가보니 이미 페허가 된 상태이다.
더욱이 기생 월중선은 이미 관기에서 물러나야하는데 기생은 자신의 딸은 대신 기적에 올리고 나와야하는 법이 있어 자식이 없던 월중선은 만덕을 수양딸을 삼고자 한다.
죽어도 기생이 될 수 없다고 자신의 꿈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거상이 되어 돈이 있어도 쌀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할거라는 다짐을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보듬어 줄 처지가 못 되는 것을 체념한 그녀는 결국 월중선의 수양딸이 되고 관가에 들어간다.
기생이 된 만덕은 덕분에 신분자체가 천민이 된다. 기생이라는 천한 신분이란 사회적인 멸시에도 돈을 모아 언제가 꼭 자신의 꿈을 이루리라 다짐한 만덕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백부의 매몰찬 한마디(만덕이 기생이 되어 작은오빠의 혼사길을 망쳤다고) 에 급기야 자신은 원래 양인신분이라 고을 수령에게 가서 간곡히 건의를 하고 신분을 찾게 된다.
그동안에 모은 재산과 월중선이 남긴 유산으로 객주를 차린 만덕은 드디어 원래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한발 한발 앞서가게 된다. 그러나, 그 꿈을 위해 나아갈 쯤 원래 그녀을 도와주었던 도형과 작은 오빠인 민재가 육지를 다녀오던 배가 난파되는 불운까지 겪게 되면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또다시 불어닥친 기근에 전 재산을 내걸고 살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에 이른다.
풍요 속의 빈곤, 상대적 박탈감등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한 여인의 선행앞에서 그냥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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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사 성어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만사가 새옹지마라고, 우리 어느 누구의 인생이나 다 마찬가지로, 변화가 많고 예측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제주거상 김만덕의 생애는 아마도 새옹지마란 고사 성어가 지닌 의미가 알맞기라도 하듯, 파란만장한 고통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희망의 끈을 잃지 않고, 의연하고도 자애로운 모습으로, 인간애가 무엇인지 몸소 실천한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했던 조선시대의 암울한 사회 여건 속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준 인간미가 듬뿍 담긴 깨끗한 영혼의 삶을 통해, 각박한 우리의 현실을 반추해보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이 사회 속에서, 이와 비슷한 인물들이 되도록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면 무리인 것일까.
김만덕은 온전한 정신적 성장이 채 자라기도 전에, 부모를 잃고 고아로 전락하고, 설상가상으로, 그 시대에 천민으로 분류되었던 관기의 길을 걷는 여인이 된다. 그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했던 두 오빠는 너무 어렸고, 그 당시 그녀의 어린 삶을 돌봐줄만한 확실한 인척도 없었기에,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 모든 것은 두려움과 원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당시 그녀의 관기의 선택은 아마도, 어디 머무를 곳 없는 비천한 생활과, 의지할 곳 없는 정신적 외로움을 벗어나가 위한 일시적인 삶의 한 방편이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듯, 유유상종이랄까 김만덕 주위엔 많은 좋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그녀가 있지 않았을까. 비록 기녀출신인 수양어머니 이긴 했으나, 김만덕 그녀만의 삶의 터전을 만드는데,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기초가 되게 주었던 월중선이 그랬고, 죽을 때까지 그녀가 마음의 흠모의 정을 간직하게 했던 도형은, 그녀가 어렵게 제주 포구에 객주를 시작했을 때, 마치 자기 일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운 인물이다. 그리고 하마터면 평생을 관기의 몸으로 살아갈 뻔했던, 그녀 신분의 족쇄를 풀어준 제주목사와의 여장부로서 당당한 대면이 없었더라면, 그녀가 먼 훗날 전염병과 흉년으로 인한 기근에, 수많은 제주의 백성들을 구하진 못했을 것이며 그녀 또한 기구한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그 당시 제주의 상권을 거머쥐고,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던, 고병기의 얄팍한 상술을 보고 자라온 그녀가, 자신만은 상권의 도를 넘지 않는 정직한 상행위를 추구하여, 스스로 부와 명예를 쫒지 않았으며, 한때 자신의 재산을 잃고도 낙담하지 않고, 신용과 믿음으로 재기한 것은, 여성으로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본다.
평생을 자식 없이 홀로 살아온 그녀는, 평생 모은 돈을 백성을 구휼하는데 다 내어놓고 스스로는 검소한 생활의 본보기로 남게 되지만, 훗날 그녀의 치적이 정조 대왕에게까지 알려져 의녀반수의 벼슬을 얻게 되는 등, 그녀 개인에게 있어서는 보람이요, 국가적으로는 훌륭한 위인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거상 김만덕의 생애가 요즈음 TV를 통해 우리에게 낯익게 다가온다. 드라마의 내용과 이 소설과의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김만덕의 올곧은 상인의 정신과, 따스한 인간애의 기본 골격은 아마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그녀의 생애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듯싶다.
이 책의 좀 아쉬운 점은 전개 내용 요소요소가 매끄럽게 잘 연결되어 있지는 않는 느낌이다. 더구나 결말 부분은 너무 미미하게 다루어져 있기도 해서, 독자 스스로 많은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김만덕의 생애를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하게 마음속으로 깊게 이해시키려는, 작가의 노력하는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기는 하다. 또 하나 고마운 점은, 그동안 김만덕 이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던, 나에게 새로운 역사적 지식을 얻게 해준 것과, 더불어 앞으로도 그녀의 숭고한 생애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좋은 인물됨의 본보기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