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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고 물욕을 비우기에 산사(山寺)만한 곳이 있을까? <산사의 숲, 봄빛에 취하다>(장석주, 푸르메, 1만7000원)는 단순히 꽃놀이 가라고 엮어 만든 가이드북이 아니다. 우리의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숲으로 들어가 사찰을 보면 마음 한 켠에 편안한 바람이 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7년 간 108개 사찰을 대상으로 생태 기행을 다녔다는 저자는 전 10권의 시리즈를 2년에 걸쳐 출간하고 있는데 <산사의 숲, 침묵으로 노래하다> <산사의 숲을 거닐다> 등에 이어 이번이 그 여섯 번째 작업이다. 강화 전등사, 가평 현등사, 지리산 쌍계사, 고창 선운사 등 숲을 닮은 11개의 사찰을 눈과 마음으로 보듬었다.
예로부터 산사의 숲에는 질 좋은 나무가 많아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을 때 금표를 세웠다. 금표의 금할 금(禁)자는 수풀임(林)과 볼 시(示)로 구성된 글자다. 즉, ‘숲을 지켜보라’는 말이다. 절간에서 느리게 걸으며 마음이나 비우는 것이 팔자 좋은 소리라고? 봄에는 그래도 된다. 아, 요즘엔 봄도 없이 여름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