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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일꾼에게 책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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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나는 교도관이 되었고 사동 근무를 들어갔다. 사동안 담당실에서 우연히 열어본 서랍, 그 안에 누군가 전에 봤을 듯한 월간지 "작은책"이 있었고 몇 장 넘겨보니 풀무질 일꾼 "은종복 아저씨"의 글이 있었다. 아내랑 나는 항상 "종복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란 말은 다소 어감이 안 좋을때도 있지만 풀무질 일꾼 은종복 님을 부를때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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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 나는 교도관이 되었고 사동 근무를 들어갔다. 사동안 담당실에서 우연히 열어본 서랍, 그 안에 누군가 전에 봤을 듯한 월간지 "작은책"이 있었고 몇 장 넘겨보니 풀무질 일꾼 "은종복 아저씨"의 글이 있었다. 아내랑 나는 항상 "종복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란 말은 다소 어감이 안 좋을때도 있지만 풀무질 일꾼 은종복 님을 부를때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 항상 그자리에 있어서 나를, 우리를 반겨주는 서글서글한 웃음.

 

 그렇게 "아저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은종복 님이 작은책에 쓴 글을 보니 지금 내가 근무하는 구치소에서 이적물 판매 혐의로 한동안 머물렀었단다. 97년도 내가 대학 들어가서 2학년이 된 때, 아직 풀무질에 정을 붙이기 전에 경복궁에 거닐면 무수히 많은 검문을 거치던 그때였나보다. 나에게 책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아저씨의 말이 "작은책" 한 귀퉁이에 절절히 담겨있었다.

 

 사동 안에서 우연히 본 아저씨의 글을 계기로 오랜만에 풀무질에 전화를 해 봤다. "아 현근씨..." 오랜만에 들어본 음성이 반갑다. 그러면서 한편 또 반가운 소리 " 나 책 냈어요. 책방에 오면 12000원짜리 1만원으로 할인도 해줘..."

'그래요 꼭 풀무질에 가서 책을 살게요.' 그러면서도 학교 졸업한지 벌써 10여년이 지났고 쉽게 성균관대 앞을 지나기가 어렵다. 그렇게 내가 모르는 사이 풀무질은 커 나갔고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이하 "책"으로 줄임)라는 책이 나왔다.

 

 그래도 이 책은 책방에서 사고 싶었고 결국 아저씨한테 택배로 부탁을 했다.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을 함께 맞아요"하고 앞에 종복 아저씨의 싸인과 함께 손바닥보다 조금 큰 책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학교에 다니면서 학과에 적성도 안맞고 알수없는 근심걱정으로 방황하던 시절, 학교에서 마음에 들던 것은 명륜당에서 600여년 동안 그자리를 지키고 있던 넉넉하게 생긴 은행나무와 학교앞을 지키고 있던 풀무질 서점이었다. 그 은행나무 아래서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고 그 풀무질 서점에 아내랑 자주 들락거렸다.

 

 그 서점에 처음 갔을때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서 좀 특이하게 보이던 아저씨와 정이 들었고 별일 없어도 학교 근처를 지날때면 꼭 들려서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는 책 한 권 사들고 집에 가곤 했었다. 거기에서 이상 문학상 시리즈를 사 모으기도 했고 "억제"의 매력에 빠져 성석제 님의 소설들을 모으기도 했다. 틈틈이 황석영 님의 "오래된 정원"같은 책도 샀고 나름 구색을 갖추느라 "보르헤스 전집"이나 다른 시인들의 시집들도 샀다. 그렇게 풀무질에서 산 책을 1시간 넘게 타는 지하철에서 오고가며 읽었다.

 

 아저씨와 친해지면서

 생일이라고 "스콧니어링 자서전"을 선물받았고

 졸업이라고 "오래된 미래"를 선물 받았다.

 지금은 아저씨가 책에서 추천한 "황소아저씨, 강아지똥-권정생 저"를 자기 전

 아들에게 읽어주고 있다.

 책 뿐만 아니라 결혼식때는 아저씨가 없는 살림에 축의금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이처럼 풀무질은 내 대학생활 이후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풀무질 일꾼이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는 책을 냈다. 이 책은 풀무질의 삶을 담고 있었고 나에게 이 책은 내 삶에 영향을 준 것이라기 보다 내 삶의 일부였던 풀무질을 더 잘 알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결혼하고 한참 지나 오랜만에 찾아간 풀무질, 예전 그 허름한 건물 귀퉁이엔 풀무질이 없었다. '어, 결국 사라지고 만 건가' 했지만 아직 옆 건물 지하실에 건재해 있었다. 비록 지하로 내려갔지만 더 넓어진 책방이 반가웠다. 아저씨는 아들 형근이의 교육때문에 북한산 아래로 이사하셨다고 했고 북한산 자락 아래 있는 식당에서 밥도 사주었다. 여기저기 기부하느라 없는 살림이었을텐데...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예전 풀무질 모습, 왼편엔 아저씨가 추천하는 여러책들이 있고 오른편엔 삐삐 시절 요긴하게 쓰던 메모판이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풀무질, 지하로 내려가 공간이 더 넓어졌다. 예전 술집 한 구석 테이블이 있던 자리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가운데 작은 아이는 아들 석영이다^^]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한다 생각에 종복아저씨는 아들 형근이를 - 내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다^^- 대안학교에 보냈고 그런  종복 아저씨의 말씀에 공감한다. "작은학교가 아름답다"는 책도 그런 의미에서 추천해 주셨을 게다. 그렇지만 아저씨의 뒤를 따라가기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 용기가, 그렇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여기저기 기부하는 아저씨의 마음이 한편 가난한 책방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 수 있는 그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아저씨는 기부도 많이 하셨다. 책 속에 나온 어느 학생들처럼 나도 "그렇게 하면 책방이 운영이 안될텐데요?"하고 묻곤 했었다. "그냥 욕심 안 부리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면 되요" 그런 의미에서 "스콧니어링 자서전" 같은 책을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글을 쓴 "구아름"님의 글처럼 은행을 찾아온 할머니를 대하는 은행원 같이 풀무질은 자동출납기처럼 돈만 빼고 주는 곳이 아니라 "다리가 아픈 지도 물어봐주는" 그런 곳이었다. 단순히 책만 사는 곳이 아니라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너무 진지해하고 순박해서 가끔은 특이하게 보이는, "아저씨"라는 말이 푸근하게 잘 어울리는 풀무질 일꾼이 있는 곳이었다.

 

 나름 단골이자 열성독자였는데 아저씨의 책에는 내 이야기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저씨의 싸인이 담긴 책을 택배로 받았다. "근데 아저씨, 제 이야기는 왜 없나요?" "그러게요. 생각했었는데 아쉽네..." 명륜당의 은행나무처럼 풀무질도 성균관대 앞을 오래도록 지키면서 다음에는 내 이야기가 담긴 풀무질 후편도 한번 기대해본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0.06.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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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맑은 바람을 불어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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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일 늦은 7시. 명륜동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잔치판이 무르익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듣기만 해야 했다. 풀무질 17돌을 기념하고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은종복 씨가 책을 펴낸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두 가지 다 놀라운 것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다. 독자들은 집에서 편하게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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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일 늦은 7시. 명륜동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잔치판이 무르익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듣기만 해야 했다. 풀무질 17돌을 기념하고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은종복 씨가 책을 펴낸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두 가지 다 놀라운 것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다. 독자들은 집에서 편하게 책을 살 수 있는데다가 싸게까지 살 수 있는 인터넷서점을 이용한다. 게다가 인문사회과학 책보다는 실용서 중심으로 책을 구입한다. 대학생들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책방은 도산을 연이어 하고 대학교 앞에 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점도 목숨을 잇기 어렵다. 그런데 풀무질은 17년 동안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은행에 할머니가 돈을 찾으러 왔다. 경비원이 오늘은 할머니가 찾는 은행원이 휴가를 갔다며 자동 출납기를 안내해 주자, 할머니는 한사코 거절하시며 은행을 나섰다.

“은행원 휴가가 끝나면 다시 올게요. 자동 출납기는 내 무릎이 아픈지 물어보지 않거든.”

아침 수업에 가져가야 할 교재를 구하러 <풀무질> 책방에 들렀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책방 문이 닫혀 있었다. 학교 내 책방에서도 구할 수 있는 흔한 책이지만, 수업이 끝나고 다시 와야겠다. <풀무질> 책방을 떠올리면, 나는 은행에 간 할머니의 마음이 된다.

- 구아름(성균관대학교 학생),「은행에 간 할머니와 <풀무질> 책방」, 90쪽

 

풀무질이 17년 동안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어느 개인이 아니라 형제와 늙은 아버지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세 명이나 서점에 달라붙어 성심껏 일을 한다는 것을 먼저 들 수 있겠다. 세 명 모두 온 마음을 모아 독자들을 만나고 있으니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동네서점의 고유한 맛이 독자들 발을 계속 끌어당기는 힘이리라. 그리하여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박영선 같은 사람은 풀무질이 있는 명륜동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어디 사세요?” 같은 말을 예전에는 싫어했지만 이제는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 요인으로는 아마도 풀무질을 지킨 가장 강력한 것일 텐데 은종복 씨의 열정과 고운 심성을 들 수 있겠다.

 

은종복 씨의 열정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이가 후원금을 내고 있는 모임이나 단체의 목록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전태일기념사업회, 평화박물관, 민중의 소리, 민중언론 참세상, 진보네트워크,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기차길옆작은학교, 초록공간, 아름다운재단,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밤골아이네공부방, 신당동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등. 분야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진보 인권 평화 어린이 생태 나눔 등 두루 걸쳐 있다. 은종복 씨는 후원금만 보내는 것이 나리라 시간을 내서 같이 활동하며 연대하고 있다. 이렇게 은종복 씨의 관심과 실천이 폭넓다 보니 그이가 관계한 모임이나 단체에서 풀무질의 든든한 독자가 된다. 서로 힘을 주고받는 것이다.

 

은종복 씨는 열정뿐만 아니라 아주 고운 심성도 갖고 있으니 그이를 알게 되면 그이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거니와 풀무질에 발걸음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이의 고운 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일화가 있으나 여름에 모기에게 그냥 물리기로 한 것도 그렇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쓴 『월든』을 보고 모기를 죽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모기가 계속 피를 빨면 은종복 씨는 “얘야! 내가 지금 아프다. 너 때문에 내 몸이 간지럽고 힘들어! 이제 그만 먹으면 안 되겠니?” 말한다. 이러한 모습은 권정생 선생님 모습과 겹치기도 하니 기실 권정생 선생님의 경우처럼 열정과 고운 심성은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은종복 씨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사례 하나 더.

 

참새들과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 밥알을 주었을 때는 열 마리가 채 안 됐는데 지금은 수십 마리가 넘는다. 이 동네 참새들이 다 모여드는 것 같았다. 참새들이 야생성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좋아 그만두지 못했다. 이제는 참새들이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멀리서 날아온다. 내 머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길거리에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어 대는 비둘기로부터 참새를 지켜 준다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산에 들 때도 새들에게 줄 쌀 한 줌을 따로 가지고 간다. 내가 먹을 때 한쪽에 쌀을 따로 뿌려 놓는다. 때때로 같이 산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손에 쌀을 쥐어 주면서 줘 보라고 한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함께 새 모이를 주면서 아이들과 나는 살아 있는 것을 아끼고 섬기는 마음을 배운다. (148-149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10.05.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