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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눈빛 ㅡ 조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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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눈빛  조은 시   나는 한 은행나무를 사 년째 보고 있다해마다 저 나무는 한겨울이 되도록가지에 은행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무성하던 잎이 다시 물들 때까지도열매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회의하고 있다저 많은 열매로 눈을 뜨고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나무 아래선 옹이 같은 남자가야채를 판다사 년 동안 그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다그에게 산 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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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눈빛

 

조은 시

 

 

나는 한 은행나무를 사 년째 보고 있다

해마다 저 나무는 한겨울이 되도록

가지에 은행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

무성하던 잎이 다시 물들 때까지도

열매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회의하고 있다

저 많은 열매로 눈을 뜨고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나무 아래선 옹이 같은 남자가

야채를 판다

사 년 동안 그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에게 산 야채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걷다 보면

인간의 신산한 눈빛이 은행알처럼

세상의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은행나무 뿌리와

사람들 뿌리와

내 뿌리가

발밑에서 엉킨다

 

(본문 82 , 83 쪽 )

 

조은 시집 ㅡ 생의 빛살 [ 눈 , 눈빛 ]

 


 

 

경안 제 2 교차로부터 탄탄병원 맞은편 세븐일레븐까지

지금은 여린 잎으로 여름엔 짙은 잎으로 가을은 노란 잎으로

부채를 펼쳐 열심히 흔들고 있는 은행나무들이 있다

 

탄벌교를 건너 횡단보도도 건너 느티나무 사철나무 모퉁이

지나고나면 광주 성결 교회 뒷마당 좌표처럼 서있는 은행나무

가을이면 은행알 후두둑 후두둑 장난치는 아이들처럼 흩뿌린다

 

은행나무하면 나는 팔벌린 그들의 거리 , 간격을 먼저 기억한다

나무들이 제 간격을 알아 서있고 때되면 푸르고 노란 열매들

흔적처럼 냄새를 퍼트리는 그들의 알맞은 간격을 생각한다

 

발 밑 깊은 흙 속의 뿌리들은 서로 간격없이 엉켜들어도

길 위에서는 질서를 잊지 않는 그들을 말없는 그들 주고받는

눈 , 눈빛들을 ... 내 걸어온 시간의 옹이처럼 기억한다

y*****7 2018.04.27. 신고 공감 8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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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우울한 [시집-생의 빛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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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다가 이 작가의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간 매력을 느껴 이 작가의 시집과 산문집을 구하여 읽기는 했는데, 그때 나는 무슨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그것도 궁금하다.>   삶이 순탄한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해 준다. 바라보는 풍경이 온통 어둡고 절망적이어서 간접적으로 겪는 나마저 우울해진다. 내가 그녀의 무엇에 끌렸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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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다가 이 작가의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간 매력을 느껴 이 작가의 시집과 산문집을 구하여 읽기는 했는데, 그때 나는 무슨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그것도 궁금하다.>

 

삶이 순탄한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해 준다. 바라보는 풍경이 온통 어둡고 절망적이어서 간접적으로 겪는 나마저 우울해진다. 내가 그녀의 무엇에 끌렸더란 말인가.

 

작가는 시 속에서 말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절망을 익혔노라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태어나면서부터의 기억을 절망으로 시작했을 것인지. 그리고도 그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디면서 살아왔던 것인지.-생물학적 나이로 나보다 위이므로, 순전히 내 경험과 판단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날들이 엄청 길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사정이 이러하다면 평소의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하는데, 시집을 읽다가도 이건 아니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덮게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꾸 머무르게 되었다. 넘어가거나 덮는 게 아니라 펼친 채 눈을 대고 머물러 있는 것. 구절 하나, 낱말 하나에 매달리고 있는 나.

 

시인은 특별히 죽음을 가깝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죽음을 좋아한다거나 죽음을 기다린다거나 죽음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죽음이 낯설지 않다고, 살아온 날들이 지극히도 고단하고 지겹고 지루하고 역겨워서 죽음에 대한 호의를 가질 정도로. 그런데 그 안에 숨겨진 삶에 대한 갈망 역시 읽힌다.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얼마나 제대로 살고 싶었으면, 얼마나 당당히 살고 싶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본다.

 

좀처럼 열지 못하고 일찍부터 닫아버린 마음,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으로부터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자신만의 상처, 숨죽이고 있으나 통곡처럼 들린다. '나 살아있노라고, 나 살고 싶노라고, 나 살아가겠노라고'

 

시집과 같이 읽고 있는 작가의 산문집 때문에 감상이 섞이는 듯하다. 시집에서 읽은 것인지 산문집에서 읽은 것인지 구별이 안 되는 내용도 있다. 

 

이 시집이 마음에 든다. 나의 무엇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

 

YES마니아 : 로얄 j***6 2011.01.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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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우아하게 -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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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우아하게                            조은   한 번이라도 마음 닿아본 적 있는 생명이 죽은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오래 내 곁에 머물렀던 것도 내 삶에 들어와 뒹굴며 웃고 울었던 것도 그 한 번의 깊이에는 닿지 못한다   오늘 나는 골목에서 눈에 익은 고양이의 주검을 보았다 내 집에 자주 드나들던 고양이였다   녀석을 볼 때마다 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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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우아하게

                           조은

 

한 번이라도 마음 닿아본 적 있는 생명이

죽은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오래 내 곁에 머물렀던 것도

내 삶에 들어와 뒹굴며

웃고 울었던 것도

그 한 번의 깊이에는 닿지 못한다

 

오늘 나는 골목에서

눈에 익은 고양이의 주검을 보았다

내 집에 자주 드나들던 고양이였다

 

녀석을 볼 때마다 한 생명이 부여받은 고통이

맹독처럼 머릿속에 스며와

질겁하며 쫓아버렸다

선뜻 밥을 주지도 않았다

비 오던 날 밤 보일러 연통에 기대 자던

녀석의 시퍼런 눈빛에 놀란 뒤로는

질긴 목숨이 내게 와 기댈까 봐

더 외면하고 잊어버리려 했다

 

고양이는 몸을 쭉 뻗고 있었다

담장에서 빠져나온 한 장의

단단한 벽돌 같은 주검은

깨끗했다

              (『생의 빛살』 조은 시집. 문학과지성사.)

 

나는 그에게 목숨을 기대고 있다.

고통을 부여 받은 생명이 아니기에

시퍼런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

외면당하고 쫓겨나지 않기 위해,

오래 곁에 머물기 위해,

깨끗하고 우아하게 뒹굴며 기댄다.

 

생의 빛살이 내 몸을 통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