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단히 좋은 책임은 틀림없는데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하자. "당신을 우리에게 아주 좋은 책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데 영어로 번역하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요?" 그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 문화에도 익숙해야 하지만 특히 영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국어로 된 책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영어로 된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려면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번역은 조악한 한국어를 사용함으로써 위대한 화이트헤드의 철학에 접근하려는 많은 학도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 같다. 풍부한 한국어의 개념들과 뉴앙스들에 대한 바탕이 없이 이루어진 책은 역자 자신의 명성에도 손실이 될 것 같다. 본서는 화이트헤드가 교육의 목적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교육의 지적 측면들을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실은 책이다. 9장 외에는 모두 다양한 교육 단체와 과학 협의회에서 연설한 글이기 때문에 본서 자체도 그다지 논리성을 가지로 통일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은 현실이며 또한 이상이라는 점에서 교육의 목적에 대해 논하는 것은 삶의 가치를 논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육의 핵심적인 문을 두드리고 있다. 화이트헤드가 여러 가지 경험의 결과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얻은 지적 경험들을 바탕으로 현재 영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교육 실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는 곧 인간의 삶의 과정에 영향을 주는 교육의 실제적이고 이상적인 것 사이의 간극을 탐지하게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서 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데 이 책의 가치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와 닿는 내용은 교육을 하나의 리듬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삶의 과정 자체가 리드미컬하며, 우리는 그 리듬을 충분히 활용하여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어릴 때의 교육은 접촉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 그것은 시각, 손을 비롯한 신체의 부분들을 활용한 촉각들, 미각, 후각들을 사용하면서 낭만적 요소들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아동기의 중간 쯤에서는 실제적 표현을 중심으로 하는 프랑스어를 가르치되, 사춘기 이후로 갈수록 과학실험 등의 공부로부터 수학과 과학에서 더욱 정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 리듬을 화이트헤드는 자유와 훈육의 리듬이라고 한다. 자유는 교육에서 낭만적 요소들을 저장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훈육은 좁은 영역에서 필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일부를 의미한다. 두 가지 요소가 모두 교육에서 필요한 것들이지만 현실의 교육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훈육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런 생각은 화이트헤드 뿐 아니라 루소에서 이미 발견된다. 루소는 '에밀'에서 감관을 통한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자유와 낭만적 요소들에 관하여 이미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에서는 휴식과 놀이를 비교육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고 꾸준히 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성리학적 가치관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루소와 같은 자유주의 교육철학과 듀이적인 경험철학을 동시에 맛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으나 원서는 추천하고 싶다. 나에게도 "The aims of education and other essays"를 읽어볼 기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