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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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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건 '나부끼는'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은 늙고 물건은 마모되고 숲은 쓰러진다. 때론 쓸데없는 분노 때문에 상처받고 세계와의 불화 때문에 몸이 상한다. 상처는 계속 쌓여가지만, 그러나 허공을 보지 않고선 그 '해답'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사람살이다. 그러니, 나는 노래를 부른다. 나이 들면서도 여전히 '상처'를 다 부리지 못하는 내게 들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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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는 건 '나부끼는'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은 늙고 물건은 마모되고 숲은 쓰러진다. 때론 쓸데없는 분노 때문에 상처받고 세계와의 불화 때문에 몸이 상한다. 상처는 계속 쌓여가지만, 그러나 허공을 보지 않고선 그 '해답'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사람살이다. 그러니, 나는 노래를 부른다. 나이 들면서도 여전히 '상처'를 다 부리지 못하는 내게 들려줄 노래는 이것이다. "그 해답은 친구여, 바람 속에 있다. …… 바람 속에 나부끼고 있다."  (본문 중에서)

 

 

    사직서를 냈다. 힘들었다. 같이 일해야 할 사람들과의 틈이 까마득했다. 몇 사람 몫의 일을 혼자 했다. 밤이 깊도록 회사 일에 붙들려 있으면서, 나는 그들이 미웠다. '나 참 더러워서!'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시원스럽게 사직서를 냈지만 앞길이 걱정이었다. 어둑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날이 밝아올 때는 꺽꺽 게워댔다. 더럽다. 더럽다. 구시렁거렸던 것도 같다. 아내는 문을 잠그고 조용했다. 외로웠다.

 

 

   나는 길 잃은 개처럼 황망하게 세상 가장자리를 기웃거렸다. 어디에도 나를 받아줄 곳이 없어 보였다. 까짓, 막일이라도 할까. 나는 갑자기 세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면서도 아내와 밥을 먹고 개를 산책시키고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개그맨의 연기에 큭큭 웃어댔다.

 

 

   진짜, 진짜, 산다는 것이 뭔가.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은 허공에 연기 같은 물음을 피워올렸다. 어쩌면 그건 물음이 아니었다. 허공에, 우주의 품에 암팡지게 발길질을 해댄 것이었는지 모른다. 내 삶에, 나 자신에 행패를 부리고 있을 때 나는 이 책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다. 산다는 것은. 정신이 와짝 들었다. 그 짧은 문장이, 불완전한 문장이 나를 부끄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박범신 작가의 글은 소설 몇 편, 그리고 우연히 읽었을 몇 편의 수필 정도가 전부이다. 게으름 때문에, 최근 연재되었던 '개밥바라기 별'은 읽다 끝을 보지 못했다. 기억나는 글은, '흰 소가 끄는 수레'라는 소설뿐이다. 내용이 전부 기억나지도 않는다. 아들이 차를 훔쳐가 끙끙대던 아버지가 떠오르는데, 내 기억이 맞는가도 모르겠다. 재미있었다는 기억만 또렷하다. 그는 지난 한때를 "인기작가였을 때"라고 수식하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인기작가라는 것을 실감한다. 블로그 방문자 수와 수많은 덧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여전히 청년작가이다. 선생의 생애를 한마디로 축약해서 말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 인생은 '작업'이었지요. 연애할 때 상대편을 유혹한다는 그 작업이요. 요컨대, "고통과 황홀" 속에서 그의 작업, 삶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유로서의 '작업'뿐 아니라 실제로 그는 작업(作業)을,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당에 있는 꽃과 나무와 채소를 가꾸는 것을 즐긴다. 마당에 앉아 꽃에 취해, 나무에 취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글에 자주 나온다. 그 모습이, 꼭 신선 같다고 생각돼서 슬쩍 부럽기까지 하다.

 

   나는 여러 해 늙는 것이 두려웠다. 어떤 땐 너무 두려워 실신할 만큼 술을 마시기도 했고, 또 어떤 땐 수천 미터 높이의 낯선 산야르 죽을 둥 살 둥 헤매기도 했다. 갈망과 염원은 나날이 깊어졌지만 내가 가진 것은 두려움뿐이었다. (본문 중에서)

 

   나의 '짐승(기르는 애견의 애칭)'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아직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한 달 뒤면 굿빠이) 직원을 보았다. 우연한 만남이었다. 우리(짐승과 나와 아내)가 서 있는 맞은편 도로에 그가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그가 이편으로 걸어왔다. 나를 향해서는 아니고. 걸으면서는 아내에게 그에 관한 짤막한 소개를 했다. 형식적인 눈웃음이 허공으로 증발하고 우리는 서로 갈 길로 향했다. "굉장히 화려하네. 꽃무늬 원피스." "어. 평소에도 가슴에 꽃 달고 다닌다." 큭큭. 아내와 그런 대화를 주고 받다가 나도 모르게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저들과 나는 그저 갈 길이 달랐을 뿐이다. 잠시 엇갈렸을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그들이 측은하기도 하고 아름답게도 보였다. 내가 그들을 향해 품었던 불만, 불안, 미움이 여직원의 꽃무늬 치맛자락과 함께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나마 속이 편안해졌다. 언제 또 무슨 일로 속이 뒤집히고 불이 붙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랬다.

 

  사람처럼 추한 것이 없고 사람처럼 독한 것이 없고 사람처럼 불쌍한 것이 없고, 그리고 사람처럼 예쁜 것이 없다. 모든 게 영원하다면 무엇이 예쁘고 무엇이 또 눈물겹겠는가. (본문 중에서)

 

   사람이 미워질 때, 그보다 더 내가 미워질 때 나는 박범신 작가의 얼굴을 떠올릴 것 같다. 책 표지 안쪽, 프로필 사진이 인상적이다. 박범신 작가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거울 앞에서 거울 속의 '그'를 쳐다보고 있다. '그'에게 조용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거울 속의 '그'도 거울 밖의 작가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선생의 미소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도 보인다. "고통과 황홀"의 시간을 거쳐온 그의 얼굴이 거기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거울 속의 '그'를 꺼내주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이 아주 잠깐 들었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연민'이야말로 평생 작가로서의 내겐 '적'이었고 '감옥'이었다. 우주로 날아가 별이 되기 전까지는 '나는 자유인'이라는 내 말엔 반 이상 '뻥'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 요즘은 매일 온갖 군데가 계속 아프다. 그래도 괜찮은 척 만나자는 사람을 여전히 만나고 심지어 건네주는 술잔을 거절 못 하고 받는다. 상대편이 심심하고 쓸쓸할까 봐 일부러 내 스스로 원샷 원샷! 할 때도 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남몰래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안정제와 약을 수돗물로 삼킨다. 내가 아내에게, 당신에게, 세상에게 '자유인'인가. 자, 이제 나는 어디로 어떻게 떠나면 되는가. (본문 중에서)

 

   그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언제인가 텔레비전에서 그가 이국의 산길을 걷는 모양을 비춰주는 것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저 사람 멋있다, 저렇게 살면 늙지도 않겠다고 생각했다. 박경리 선생의 시집에서 그에 관한 시를 읽고, 우물처럼 맑고 깨끗한 눈망울을 가진 소가 떠올랐던 일도 있다. 그분, 박범신 작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고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면에서는 기이한 동질감 같은 것도 느껴져서 얼굴 마주하고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번에 블로그에 가서 보니까, 덧글에 독자들과 '번개'도 하시는 것 같던데, 나도 언제 그 번개 모임에 슬쩍 흘러들어볼까. 그때 뵈요. 선생님.

 

 

 

k****t 2010.05.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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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내 보기에 흡족한 모양새로 다듬어가는 것.(5.22~6.4)
"산다는 것은, 내 보기에 흡족한 모양새로 다듬어가는 것.(5.22~6.4)" 내용보기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부제에 끌려 구입한 책이다.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 가지 정이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빛깔이고 도덕률”이며 “인생관이라는 것도 사람이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 가느냐는 기준“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과연 인간의 칠정에 대해  얼마나 속깊은  글들을 썼을까... 읽고 싶은 마음이 동했
"산다는 것은, 내 보기에 흡족한 모양새로 다듬어가는 것.(5.22~6.4)" 내용보기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부제에 끌려 구입한 책이다.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 가지 정이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빛깔이고 도덕률”이며 “인생관이라는 것도 사람이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 가느냐는 기준“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과연 인간의 칠정에 대해  얼마나 속깊은  글들을 썼을까... 읽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내가 요즘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들

이가 빠진 듯 듬성듬성한  칠정의 빈구석이며 삐죽삐죽 드러난 모서리들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다듬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들로 이루어진 내용은 아니었다.

그저.

작가의 신변잡기를 쓴 내용이었다.

 

단지 책의 구성을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망(慾)이라는 단락으로 나누었을 뿐.

그 단락에 비스름하게 맞는 내용을 억지로 끼워놓은 듯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그 단락과는 상관되어 보이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책의 구성이 희,노,애,락,애,오,욕.이었던 게다.

이 책의 제목 “산다는 것은”,

작가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들의 나열이었다.

글을 통해 읽힌 작가의 모습은

굳이 희노애락애오욕을 팽팽하게 조절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다만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칠정의 다스림은 끊임없이 요구되어지는 인생의 숙제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 방법들.

그건 조금씩 색깔과 모양새만 다를 뿐

인간의 칠정, 그 본질이야 별반 다르지 않을 테고.

 

작가가 나를 유인했던 부제처럼

결국 산다는 것은,

내 마음속 칠정의 안부는 내가 묻고 내가 답하고 내가 추스려 가는

인생 공부의 긴 여정이겠다..

 

내 스스로 보기에 흡족한 모양새로 끊임없이 돌보고 다듬어가는 과정

그것이 인생인 듯 싶다.

내가 생각하는 “산다는 것은”...

c*******7 2010.06.1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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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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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산다는 것은>은 박범신의 오욕칠정을 담은 에세이다.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의 테마에 작가의 지나온 인생이 담겼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은 <촐라체>를 시작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동명의 연극을 볼 기회가 되어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게 된 연극에서 나는 압도 당했고, 촐라체의 강렬한 느낌에 전율을 느꼈다.그 이후에 읽게 된 <촐라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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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산다는 것은>은 박범신의 오욕칠정을 담은 에세이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의 테마에 작가의 지나온 인생이 담겼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은 <촐라체>를 시작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명의 연극을 볼 기회가 되어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게 된 연극에서 
나는 압도 당했고, 촐라체의 강렬한 느낌에 전율을 느꼈다.
그 이후에 읽게 된 <촐라체>에서도 마찬가지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의 ‘갈망의 삼부작’을 차례대로 읽으며 인간의 근본적인 ‘결여’와 ‘갈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십여 년간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낱말은 ’갈망(渴望)’이었다. 
[촐라체]와 [고산자], 그리고 이 소설 [은교]를 나는 혼잣말로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이라고 부른다. 
[촐라체]에서는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인간 의지의 수직적 한계를, 
[고산자]에서는 역사적 시간을 통한 꿈의 수평적인 정한(情恨)을, 
그리고 [은교]에 이르러, 비로소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감히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 작가의 말에서)

그런데 최근, 박범신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
최근작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읽기 전에 워밍업으로 작가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읽고 싶어졌다.

이 책 속에 담긴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 아무래도 그 안에 담긴 숨은 의미를 생각하게 되어 
에너지를 많이 쏟게 되는데,
에세이는 그냥 사는 이야기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들려주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고, 작품 탄생 당시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박범신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s*****a 2011.06.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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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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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운 지금의 시점에서 글을 쓸 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제 목소리를 글에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 타인의 글을 읽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기에 그런지 모르겠으나, 많은 이들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흔히 글을 잘 쓴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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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운 지금의 시점에서 글을 쓸 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제 목소리를 글에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 타인의 글을 읽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기에 그런지 모르겠으나, 많은 이들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흔히 글을 잘 쓴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제 이야기를 할 줄 안다. 뛰어난 상상력, 맛깔스러운 표현력 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겠다는 투철함(?)을 그들은 백지에 옮길 줄 안다. 그 능력이 우리와 같은 범인(凡人)과 그들의 차이일 것이다. 작가 박범신의 글을 평할 정도로 많이 접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책 한 권만으로도 나는 그가 제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에 익숙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여기 모은 글들은 우리가 시간을 통해 만나는 ‘오랜 병’에 관한 나의 내밀한 ‘혼잣말’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을 통해 저자는 이 책이 제 내면을 고스란히 적어낸 것임을 고백하고 있었다. 혼잣말이야 나도 수시로 하곤 하지. 가끔씩은 내 생각들을 남들의 것과 비교해보며 혹 병적이진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하지만 머릿속에만 머물던 그 생각들을 글로 적어 한 권의 책으로 엮다니, 직업적인 작가와 나의 차이는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건가 싶어 나는 그저 웃었다.

온갖 자극에 민감해야만 하는 게 바로 작가라는 직업이다. 세상사에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면 세상으로부터 그는 어떠한 소재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모티브를 얻는 차원에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후의 글 전개에서 촉촉한 문장이 불가능해 끊임없이 좌절할 것이다.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 많은 남성에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기복 어린 감정을 그에서 발견했다. 어느 날 문득 다가온 봄에 그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타인의 글을 읽으며 그 안에 푹 빠지기도 하고,... 나이는 들어도 소년의 감성을 간직한, 그는 천상 작가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난 물었다. 어찌해야 이처럼 철들지 않으며 나이들 수 있는 것일까를...


외면하고픈 정치적 사건들, 아무런 힘도 발휘치 못해 소외된 듯한 내 작디작은 존재를 자각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찌 늘상 즐거울 수 있겠는가? 다행이도 작가를 통해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들이 정상임을 깨닫는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도 동일하게 느낀다는 사실로부터 난 마치 든든한 우군을 얻은 듯해 마음이 놓였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타인으로부터 비록 상처를 입더라도, 타인이 나와 적지 않은 부분에서 비슷함을 발견하며 위안을 얻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아, 이제 여름이 온다. 글쓰기의 치열함에 빠진다 하여 더위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와 나는 같은 더위를 느끼며 이번 여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글을 통해 존재의 안부를 묻는 그를 보며, 나 역시 비루한 책 한 권 내보고픈 욕망에 사로잡혔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헛된 욕망의 연속인 것일까? 정상과 비정상의 미묘한 경계 위에 서서 나는 희미하게 웃어버렸다. ...

q*****2 2010.05.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