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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게 된 것은 부제 때문이었다. '식민지 사진과 '만들어진' 우리 근대의 초상'. 그리고 '황제로부터 산하까지, 일제와 서구의 시선에 붙들린 '구경거리 조선'의 땅과 사람들'이라는 표지 설명까지. 뭔가 뜨끔했다. 며칠 전 TV에서 본 어느 독일 신부의 대한제국사진들이 떠올랐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조선을 불렀다는 신부, 자기 돈을 들여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조선의 풍습을 활동사진으로 남겼다는 그. 몇년 사이 부쩍 잦았던 근대의 사진들을 향수에 젖은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라는 경고 같았다. 책을 펼쳤더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도상 밑에 숨어있는 뜻이 뾰족뾰족, 가칠가칠하게 일어났다. 황제로서의 위엄을 갖추지 못했던 고종 등 대한제국 황제들의 안타까운 모습.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었던 일제의 간악한 흉계. 유물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문화재를 수탈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한반도 구석구석의 문화재를 사진찍었던 일제. 그리고 한국인들을 야만으로 규정하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속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무척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이 사진들을 어떻게 읽어왔던가. 이 사진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해왔던가. 우리만의 올바른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이나 해 왔던가.
사진은 객관이 아니다. 아무리 연출이 배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촬영자의 의도와 뜻이 드러나는, 세상을 자신의 식대로 해석하는 표현 수단인 것이다.
제대로 된 근대 사진 연구를 위해서는 사진 아카이브 구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든 안하든 이 책은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책은 논문을 연상케하는 문어체 투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