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리소설의 묘미는 누가 뭐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특히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알듯말듯하면서도 오리무중의 진범 찾기는 '지적 미스테리'의 원형 아닌가! 최근 우리 서점가에 자리잡은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은 주로 사회파 추리소설이었다. 두께에 놀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나,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들이 이 쪽 계열인데,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켜 독자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러다보니 본격 추리에 몰입하기보다 서사에 더 비중을 두게되었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신본격 추리소설이 등장하게 된다. 사회파 소설이 던지는 현실의 생동감도 대단하지만, 요즘은 초딩때처럼 그냥 즐기는 본격추리도 또다른 즐거움이 있음을 느낀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 것도 흥미꺼리이고, 사건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공감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은 신본격 미스테리 소설이다. 일본의 어느 소도시의 스낵바 '에이프릴'에서 매주 토요일이면 행각승 지장스님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모임을 가진다. 행각승이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시는 스님을 말한다. 화자의 주인공 지장스님은 "목에는 유이 가사, 등에는 오이 상자, 금강 지팡이를 들고 허리춤에 나각을 찬(9쪽)"모습이다. 우리의 스님과는 많이 달라 얼른 이해가 안간다. 인터넷을 서핑해 일본서적의 표지를 보니 조금 알만하다. ![]() 오렌지색 칵테일 '보헤미안 드림'(상징하는 바가 있다) 두잔이 비워지면 스님은 살인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건이 얼키고 범인이 누구인지 헷갈릴 즈음 듣는 이(독자)에게 슬며시 맞추어보라고 추리 참여를 유도하고는, 한 수 위의 해결 내공으로 주위를 압도하곤 유유히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며 사라진다. 사실 특별히 가슴을 억누르듯한 긴장감이나 하드코어적 살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두뇌의 활력과 시간을 즐기게 하는 줄거리이다. 지방 철도와 신데렐라, 저택의 가장파티, 절벽의 교주, 독 만찬회, 죽을 때는 혼자, 깨진 유리창, 덴마 박사의 승천 등등 총 일곱편의 단편이 모두 "한정된 용의자, 단순한 수수께끼, 그리고 의외의 범인"의 정통적 추리소설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 그런 소설로 무료할 때 충분히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읽을만한 소설이다.
그런데 각각 다른 내용의 살인사건 추리단편이지만 매주 이야기가 이어지자 청자(聽者)들의 추리력이 조금씩 높아져 이야기의 진위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지장스님은 표연히 책의 끝으로 사라진다. 작가와 독자의 두뇌 대결로 재미를 추구하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특징을 잘 대변하고 있다. 작가는 마을 사람들의 뒷담화를 통해 추리소설이 무언지 참 쉽게 정의해 버린다. "재미만 있으면 거짓말이라도 상관없는걸요.(361쪽)"... 아마도 작가의 신본격 추리에 대한 밑바탕은 이런마음인가 보다. "믿느냐 믿지 않느냐를 따지는 순간 손 안에서 사라져버리는 것도 존재하지 않을까.(363쪽)"
추신 : '깨진 유리창'편 말미에 세계 3대 진미에 대해 나온다. 스포일러와 상관없으므로 잠깐 소개하면, 서양 3대 진미(珍味)는 트뤼프(Truffe: 서양송로), 푸아그라(Foie Gras: 거위간), 캐비아(Caviar: 철갑상어알) 이다. 이 중 트뤼프를 최고로 친다. |
|
책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눈에 띈 부분은 추리소설의 느낌을 팍팍 전해주는분위기 있는 표지 디자인이었습니다. '오~오~'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탐독하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에 대해서는 일체 아는 바 없이 책을 덜컥 구매하긴 했는데, 잘은 모르지만,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코난'을 비롯한 탐정물 애니까지 인기를 끌 만큼 상당히 탄탄한 저변을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추리문학에 대해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작가의 이력에도 이런 점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는 거죠. 어쨌든. 이 책은 총 일곱 개의 짧은 이야기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주 형성되는 한 모임에서 순전한 뻥인지 실재 있었던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두 화자 (실제 책의 주인공과 각 이야기들의 주인공 두 화자가 있습니다.)의 이야기들의 묶음입니다. 각 이야기를 풀어내는, 즉, 실재 자신의 경험이랍시고 이야기하는 화자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우선 풀어냅니다. 문제는 내는 것 처럼. 그리고 나서 모임의 다른 구성원들이 나름 머리를 굴려 추리를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합니다. 원 이야기의 화자는 당연히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애매한 미소를 짓지요. 그리고 나서 화자는 최종 답안을 설명해 줍니다. 중간중간 의심되는 부분을 소설 정체의 화자가 의심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모든 이야기들이 픽션인지 아닌지 여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면 되는거니까요. 일련의 사건들은 짧고 단순하지만 상당히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짧은 이야기들인 만큼 치밀한 묘사나 전개가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장편 추리소설과 비교할 수준의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작가가 일부러 조금 미달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놓고, 그런 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야기들을 이 소설처럼 포장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주인공을 통해 이런 억지스런 부분들을 조금씩 들춰내는 장치도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보이구요. 어찌되었든, 재밌는 장치임에는 분명합니다. 독자에게, '너도 이게 이상하지?'라면서 뻔뻔하게 물어보고, 그에 대해서도 자문자답하는 식의 전개는, 소설의 작가나 각 이야기의 화자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느낌도 듭니다. 전체적으로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만큼, 구분해서 읽기에도 좋고, 각각의 재미나 몰입도도 좋아 빨리 읽힙니다. 책 자체의 구성이나 모양새도 추리소설의 냄새를 술술 풍기는 것이 아주 적절하구요. 내용이나 구성면 모두에 있어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네요. 단, 장편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점은 유념을 하고 접한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추리소설을 다 읽고, 왠지 고전 추리소설들이 땡겨 추리소설 전집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그러고 있거든요. |
|
그리고보니 내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내 기억엔 없는 듯 한데 책은 몇권 들고 있는 듯 하다. 뭔가 소소한 추리가 궁금해서 들었는데 나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뭐 강추할 정도도 아니다. 특히나 제목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왜 안 외워지는것인가. 입에 안 붙어 고생했네. 그나저나 스님이 무슨 약간 꾼(?) 비스무리하게 나오니 이 얘길 믿어야 하는거야 말아야하는거야? ㅋㅋ 주인공 자체가 벌써부터 거짓말쟁이 같다고..
이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단편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행각승 지장 스님이 여러도시를 돌아다니다 만난 이상한 이야기들을 시골 술집에 몇몇 지장스님의 이야기가 궁금해 토요일마다 모여서 추리를 듣는 그런 모임이라고나 할까. 언제나 같은 칵테일을 마시며 담배 두어대는 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장스님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소소한 이야기부터 아주 큰 모험을 해야할 정도의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끝이 없다. 생활속 소소한 추리들도 있어서 깊이 있게 파고 들지 않아도 그냥저냥 시간때우기 용으로 읽으면 나쁘지 않을 정도지만 처음만난 아리스가와 아리스 이야기치고는 좀 뭔가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고나 할까. 뭔가 큰걸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아니었던 그런 기분.
행각승이라는 자체도 신기하기도 하고 주인공인 지장스님 자체를 믿을 수도 없지만 암튼 이래저래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나는 잘 지어내서 술술 전하긴 한다. 모여든 지장스님의 팬들도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만 간혹은 반론을 제시하기도 하고.... 소소한 추리이야기를 선호한다면 괜찮을 듯. 하지만 내 스탈은 딱히 아닌걸로..
|
|
출판일 : 1996
지장 : 슈겐도 행각승 아오노 료지 : 비디오 대여점 경영(나) 네코이 : 신사복점 큰아들 미시마 : 대머리 치과의사 도코카와 : 사진관 주인 도코카와 부인 : 도코카와 아내 마스터 : 스낵바 '에이프릴' 바텐더 겸 주인
[지방 철도와 신데렐라] 하시다 겐조 : 광산, 철도 회사 사장 호시모토 마이 : 영화배우. 하시다 친구 딸 사콘 : 마이 매니져 요네자와 다쿠야 : 마이 팬클럽 회원 가토 : 차장
[저택의 가장파티] 나리타 긴조 : 싱글벙글론 사장. '무사' 나리타 에이이치 : 긴조 조카. 요코하마 시청직원. '스모선수' 나리타 에이치 : 에이이치 동생. '배트맨' 나리타 긴지 : 긴조 아들. '다스베이더' 우에키 : 긴지 친구. '철가면' 가마타 : 나리타 가 주치의. '월광가면' 요시다 : 다이요시론 사장. '늑대인간' 가요코 : 요시다 아내. '나미야 이와' 가와지리 마사미 : '아를로캥' 노세 아야코 : 클럽 아야코 마담. '셰에라자드' 오사와 노부로 : 싱글벙글론 임원. '판다'
[절벽의 교주] 가라스마 덴구 : '천공의 빛 교' 교주 온다 가즈에 : '천공의 빛 교' 신도 온다 겐지 : 가즈에 아버지 온다 야스에 : 가즈에 어머니 이노 히토시 : 가즈에 약혼자 히코노 아야코 : 가즈에 고교동창. '천공의 빛 교' 신도 시바에 겐 : 아야코 남자친구
[독 만찬회] 구로메 다쓰오 : 지장 지인. 약국 경영 구로메 나쓰코 : 다쓰오 아내 구로메 다쓰히코 : 다쓰오 아들 구로메 다쓰노스케 : 다쓰오 아버지 구로메 도시오 : 다쓰오 막내 남동생 구로메 미치오 : 다쓰오 셋째 남동생 구로메 다쓰코 : 다쓰오 둘째 여동생 쓰가노 기요시 : 다쓰오 의붓동생 노나카 : 구로메 가 가정부
[죽을 때는 혼자] 미미타 신키치 : 전직 야쿠자 기쿠타니 : 신키치 전 부하1. 현 야쿠자 하야시 : 신키치 전 부하2. 파친코 가게 근무 하마노 : 신키치 전 부하3. 파친코 가게 근무 마사오 : 신키치 전 부하4. 스낵바 바텐더 겐지 : 신키치 전 부하5. 스낵바 바텐더 간자키 : 부장 형사
[깨진 유리창] 하쓰이케 데쓰로 : 전직 투기꾼 하쓰이케 사치코 : 데쓰로 아내 우시오 : 데쓰로 옆집. 전직 변호사 모리타 : 데쓰로 옆옆집. 탤런트 양성소 사장 사카타 아쓰코 : 사치코 친구. 전업 주부 사카타 겐이치 : 아쓰코 남편. 석유회사 총무과 쓰가와 : 형사 아베 : 데쓰로 옆옆옆집
[덴마 박사의 승천] 덴마 류노신 : 발명가 덴마 신노스케 : 류노신 조카. 조수 다테마쓰 : 류노신 세미나 학생1 오가 : 류노신 세미나 학생2 스모토 : 형사 스미카와 : 초등학교 교장
이 작품은 행각승인 지장 스님이 과거에 본인이 해결한 살인사건 경험담을 스낵바 '에이프릴'에 모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는 내용이다. 총 7편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으며 처음 두, 세편 정도 읽는 동안은 반복되는 '에이프릴' 사람들의 소개 때문에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끝까지 읽으면 나름대로 정이 붙는 캐릭터들이었다. 단편집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학생...', '작가...' 시리즈가 아닌 작품으론 처음으로 읽은 작품. 최고라고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던 작품. |
|
관심있게 보고 있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연작 소설. 지장이라는 족특한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등장시켜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재미라던가 트릭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잡지에 연재한 연작 단편이 모태가 되었기 때문일까? |
|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비채 토요일 밤이면 스낵바 '에이프릴'에 모여 행각승 지장스님의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사람들. 제1화 지방 철도와 신데렐라 제2화 저택의 가장파티 가장파티가 열린 외딴 교외의 한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이 저택의 주인인 긴조 씨와 에이지 씨가 살해되었다. 야가라스 산에 모인 신흥종교 '천공의 빛' 집단에 약혼녀와 애인을 빼앗긴 두 젊은이. 그리고 이들이 '천공의 빛' 집단에서 연인을 빼오려고 할 때, 폭탄이 터지면서 교주가 사망하는데……. 부자인 다쓰노스케는 다쓰오, 미치오, 도시오의 세 아들과 다쓰코라는 딸, 손자 다쓰히코와 뒤늦게 찾은 사생아인 스가노 기요시를 불러 만찬회를 벌이다가, 스가노 기요시가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맥주를 마시고 사망하게 된다. 독은 누가 탄 것일까? 제6화 깨진 유리창 제7화 덴마 박사의 승천 벼랑 끝에 세워진 연구소에서 발명 연구를 하는 덴마 박사가 특이한 발자국을 남긴 채 벼랑에 떨어져 사망했다. 이 발자국에 의문을 품은 지장 스님이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시고~ 이렇게 일곱 편을 싣고 있다. 2013.1.2. 새해에도 추리소설 속에서
|
|
일본 추리소설 매니아나 장르문학 팬들이라면 이 책의 저자인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이름은 매우 익숙할 것이다. 활발한 작품 활동과 수많은 수상경력은 그의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 지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그의 몇 안되는 단편추리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더 독특한 점은 추리를 하는 주인공이 스님이라는 점이다.
슈겐도의 수행을 쌓으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지장 스님은 여러 사건에 개입되며 그 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에 실린 추리 게임은 일곱가지인데 작가가 독자들에게 추리 요소들을 알려주고 풀어보라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독자들이 책에 숨겨진 추리 요소들을 가지고 범인과 트릭을 찾아내는 것이다.
주인공 캐릭터의 독특함..바라는 특정 환경에서 추리하는 매력적인 배경 요소 들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
'에이프릴'에서 만나는 전국 사건 견문록! 토요일 밤이면 작은 스낵바 '에이프릴'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나비 넥타이와 새빨간 조끼, 콧수염을 기른 이 바의 마스터를 비롯해 풍경사진 작가인 도코카와와 그의 부인, 신사복점 큰아들 네코이, 치과의사 미시마,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을 하고 있는 이 책의 첫번째 화자이기도 한 아오노 료지. 이들이 토요일 밤 에이프릴에 모이는 얼굴들이다. 마지막으로 슈겐도의 행각승 지장 스님이 미스터리 퍼즐의 마지막을 채운다. 이들이 이시각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바로 지장 스님의 일본 전국 사건 견문록에 빠져들기 위함이다.
주말 정기 행사처럼 되어버린 이들의 모험은 오렌지색 칵테일, 보헤미안 드림(방랑자의 꿈)을 받아든 지장 스님에 의해서 시작된다. '그거 재미있겠는데요. 꼭 듣고 싶습니다.' 하고 에이프릴에서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나' 아오노 료지가 운을 띄우면, '이하, 지장 선생의 이야기'로 지장이 경험한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이 흥미진진한 행각승의 사건 경험담을 듣고 토론하고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다 보면 이들의 토요일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고 그들은 행각승의 술값을 공연 입장료처럼 나누어 낸다. '보헤미안 드림'이란 이름처럼 '방랑자의 꿈'과 같은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순수한 호기심과 트릭의 즐거움이 되어간다.
거무스름한 얼굴의 천사, 지금 그가 어떤 하늘 밑을 걷고 있는지 알 길은 없다.
독특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은 바로 행각승이다. 행각승(行脚僧) 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수행하는 스님을 말하는데, 주인공의 직업?이 행각승이 된 이유는 단순히 작가와 주변인들 사이에 지나치던 농담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한다. 조금은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독특한 컨셉이기도 하고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것 같다. 행각승들이 갖춘다는 12도구를 갖춘, 특히 혹시 모를 위협으로 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그 속에 칼이 들어있다는 금강 지팡이, 그리고 화려한 칼솜씨를 갖춘 지장 스님의 샤프해보이는 이미지는 더더욱 이 매력적인 캐릭터의 이야기속에 우리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은 모두 7편의 이야기들 쏟아낸다. 지방 철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그 철도에 타고 있던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 [지방 철도와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처음 만나는 지장스님의 무한 활약은 빛을 더해가기 시작한다. 배트맨과 다스베이더, 스모선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산속 저택의 가장 파티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신흥종교에 빠진 한 여인을 구하려다 접한 절벽에 사는 수상한 종교가가 살해된 사건, 여행중 우연히 참석한 만찬회에서 말려든 사건, 전직 야쿠자가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사건, 산속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을 만났다 마주한 독특했던 살인사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속 멧돼지와 막닥뜨렸다가 만난 발명가와의 만남과 기묘한 발자국 이야기를 담은 정말 색다르고 특별한 미스터리들이 줄을 잇는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일본 최고의 본격 추리소설가인 그의 본명은 우에하라 마사히데라고 한다. '일본의 엘러리 퀸' 이라 불리는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와 호흡하고 추리하고 해결하는, 본격 추리소설이 주는 매력을 어김없이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주인공과 똑같이 사건의 실마리를 살피고 사건을 풀어가면서 읽는 내내 지적인 탐구와 즐거운 추리를 멈추지 않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재미와 매력속에 독자들은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단편집속에 들어있는 일곱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한 월간지에 기고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 단편들의 구성 구성은 따로 떼어내 놓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구성에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에이프릴에 모여 지장스님을 기다리는 사람들, 지장스님이 나타나 그들과의 대화중 드러난 소재에 연관된 사건들을 들려주고 에이프릴에 모인 사람들은 사건을 추리하고 마지막으로 지장스님이 해답을 제시하는 반복되는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구성이 같다고는 하지만 각 단편들마다 독특한 소재와 절묘한 트릭, 색다른 추리들로 단순한 구성을 넘어서는 미스터리적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 '미스터리 천사를 위해', '허튼 이야기를 위해', '우리들의 천사를 위해', '명탐정 지장 선생님을 위해' ...
에이프릴에 모인 사람들은 지장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여우에 홀린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지장스님이 혹시 추리작가 지망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고... 우리 독자들도 마찬가지일것 같다.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면서 우연을 가장한 이야기들이 약간은 믿기도 안믿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장스님의 경험담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이야기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어느새 그가 던져놓은 질문들, 사건의 수수께끼들을 검토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추리에 열중한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특별함일 것이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을 읽다보면 어느새 '에이프릴'에 모여든 사람들 가운데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그가 교묘하게 준비해 놓은 트릭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나름대로 범인을 찾으려고 진땀 승부를 준비한다. 어렵게 범인을 찾아내게 되면, '축하합니다. 자! 한잔하시죠!' 하며 보헤미안 드림을 건넬것 같은 지장스님의 넉넉한 미소가 엿보일것도 같다. 매력적인 캐릭터 지장스님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조바심이 든다. 아직 그에게 듣고 싶은 다양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을텐데... 보헤미안 드림, 그 두번째 잔을 언제고 준비해두려 한다. 그리고 "그거 재미있겠는데요. 꼭 듣고 싶습니다." 하면서 그 잔을 지장 스님께 건넬 수 있었으면... ^^ |
|
지장스님께서 들려주시는 매력적인 이야기 이 작품은 트릭과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는 연작단편집이다. 7개의 단편이 모두 다른소재로 재미있게 다가오는데, |
|
아쉽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쉽다"는 말로 하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아리스가와 아리스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빗나간 책은 없었습니다. 일단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솔직히 저처럼 트릭이나 범인 찾기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 본격 추리는 매력적인 장르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이런 이야기의 '캐릭터 형성'이 꽤 좋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끝에는 에헴 하고 살짝 잘난 척하는 탐정님도 귀엽고, 탐정님을 우러러 보는 (서술자를 포함한) 여타의 소시민들도 재미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클리셰한 듯하면서 독특한 맛이 난단 말입니다. 이 소설의 탐정은 "행각승 지장 스님"이십니다. 고행을 찾아서 하는 일본의 슈겐도라는 종교(불교의 일파)의 스님이시죠. 방랑하는 스님이란 것도 수상한데, 그 차림은(슈겐도 행자의 보통 차림입니다만;) 더더욱 수상하기 짝이 없는. 가사에 염주를 메고, 한 손에 금강지팡이, 허리에 나각. 그런 사람이 토요일 밤이면, 항상 단골들이 모여 있는 바 '에이프릴'에 와서 네코이가 내미는 '던힐' 담배를 피우고, 언제나 '보헤미안 드림'이라는 칵테일을 마시며, 두 잔째 즈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서술자인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라는 운을 떼어야 하지요. 그것이 토요일 에이프릴 바의 규칙. 지장 스님이 방랑하면서 겪은 기이한 살인사건 이야기는 그렇게 매주 이어집니다. 스님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면, 바에 모인 단골들(=독자)이 범인을 추리합니다. 마지막에 스님이 에헴 하고 결론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말 경험한 일인지 의심하지 말 것. 솔직히 평범한 인간이 이렇게 수십, 수백 건의 살인사건과 '우연히 맞닥뜨'린다면 일본은 씨가 마르겠죠. 살인의 천국이 될 겁니다.(..) 내가 말하자 그는 안주머니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냈다. 검은 광택이 흐르는 회전식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이 나라에 권총이 이 정도로 보급되어 있을 줄이야. -p.208~209권총으로 살해된 전 야쿠자의 사건에서는 이런 말도. 그렇지. 조직원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다고 소설에서는 그러지만(..) 너도 나도 권총을 꺼내는 사태에 대해 지장 스님이 먼저 시비를 거십니다. 후후. 정말 그런 가장 무도회가 있었나? 정말 직접 겪었을까? 정말…. 이런 의심을 하면 이야기를 즐길 수 없어요.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열심히 지장 스님의 말을 기울이면 됩니다. 다른 건 할 필요 없어요! 그게 규칙. 열심히 기울이고 열심히 추론을 펼쳐봅니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맞으면 맞는 대로 '에헴'입니다. 지장 스님이 다음 주에도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적당히 틀려 주는 것도 미덕입니다. 저처럼 애초에 트릭이나 범인 찾기에 손을 든 독자는 지장 스님의 입담, 범인 찾기로 시끌시끌한 바의 단골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아쉬운가 하면, 이 이야기가 시리즈가 아니라 이 책으로 완결을 짓기 때문입니다. 매주 이야기를 풀어가던 지장 스님(선생님?)이 없으면 계속될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 마지막은 이렇게 해야 하겠지만, 왜 이렇게 끝내는 걸까. 한 10권쯤 내줘도 될 것을. 이런 욕심이 듭니다. "그 사람은 분명히 여행하는 추리소설의 화신일 겁니다. 미스터리의 천사예요." 어느 하늘 아래에선가 또 이야기를 풀어낼 추리소설의 화신, 미스터리의 천사, 지장 스님을 만날 날을 위해, 건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