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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해서 지켜진 비밀이 세상에 있었나? [루머의 루머의 루머]도 그랬고, 소문을 작품으로 했던 작품 모두 비밀이 지켜진 적이 없었던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비밀. 그것은 공공연한 소문이라고 사전적 의미를 다시 써야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나 비밀을 몇가지씩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은 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것이리라. 그런 비밀을 세상과 공유하도록 만든 사람이 있었다. 프랭크 워렌은 큐레이터였는데 어느날 우편 엽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시작했던 것일까. 2004년 11월 엽서 3000개를 인쇄하며 인생 최고의 비밀을 적어 익명으로 보내달라는 내용을 함께 적어 도서관이나 공공장소에 뿌려놓았다. 지하철 역에서도 나누어 주고 미술관에서도 나누어 주고 심지어는 도서관 책 페이지 사이사이에 끼워두기도 했단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 엽서들이 집을 찾아오기를..... 놀랍게도 엽서는 150,000통이 넘게 도착했고 이는 곧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덩달아 유명해져 버렸다. 이것도 나비효과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용 또한 가히 충격적이었다. - 3년전 자살하려 했다 - 어린 동생을 추행한 적이 있다 -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반지를 끼고 싶지 않았다 - 나는 루저였다 - 베이비시터를 계속하기 위해 주인의 콘돔에 구멍을 내며 살았다 등등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익명성이 보장되어서였을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서였을까. 놀라운 내용들의 엽서가 책 속에 그대로 실려 있었다. 그들은 어쩌면 비밀을 세상과 공유하고 싶기보다는 그들만의 대나무 숲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쳤던 모자 장인의 외침처럼 속 시원히 외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던 그들의 비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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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표지 때문에 호기심에 들춰보니 한동안 유명했던 "비밀엽서 프로젝트"의 엽서들을 모은 책이다. 비밀엽서 프로젝트는 몇 년 전 "한겨레21" 구독할 때 접했다. 매달 우리나라 버전의 엽서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학기말마다 진도 나가기 어려운 방학 전 마지막 시간에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난감한데 몇 반에서 비밀엽서 쓰기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다같이 잘 아는 한 반 안에서 비밀엽서를 쓰려니 '비밀보장에 대한 불신감'이 있어서일까 잘 되진 않았더랬다.
이렇게 많이 모아놓은 비밀을 한꺼번에 읽는 것은 어떨까?? 분명 글씨가 많진 않고 참신한 디자인의 DIY 엽서들도 눈요기가 되지만 그 엽서들에 녹아있는 무거운 삶의 고통이 한꺼번에 전해져와 버거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 두 문장 앞뒤에 숨겨져 있을 이야기를 상상하다보니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의 비밀에는 왜 행복한 것보다 불행한 것이 많을까 생각하니 슬퍼지기도 했다. 그 엽서들에 담긴 슬픔, 분노, 후회, 공포, 불안을 그들이 털어놓으며 치유될 수도 있고, 우리가 읽으며 공감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그 많은 고통들에 꽤 많에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밀엽서를 쓴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비밀엽서도 있었다. 레비나스가 이야기하는 '타자의 신음소리에 반응하기'의 실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근본적 해결이 아닌 심리적 도피라고 비난 받을 땐 받더라도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 관점을 가지고 '지금 이순간을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주저앉아 슬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손해다.
"블루데이북" 이후로 신현림님 이런 류의 책 번역을 종종 하시는 것 같다. 텍스트들이 엄청 짧기는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번역이 재미있게 읽힌다. 올컬러 양장판이라 책 가격이 만만치 않다. 소장가치를 찾는다면 비밀 내용보다는 현란한 엽서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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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이런 책이? 하면서 산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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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마이클 코넬리가 한 말이다. 비밀엽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과학적 수사를 동원하여 지문탐지와 DNA의 탐지를 하지 않는 한, 익명의 비밀은 보장된다. 비밀에도 강도가 있다. 누군가 알아도 별 지장 없는 사소한 비밀에서 부터 무덤까지 들고 가야 할, 그 비밀이 노출되는 순간 삶의 용기 자체가 위태로운 비밀까지. 이 책에는 꽤나 강도 높은 수위의 비밀이 포함되어 있고 그게 책이 가져다 주는 의의이다. 그리고 그 정도 수위의 비밀이어야 그 비밀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치료될 수 있는, 프랭크 워렌의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러한 비밀엽서를 읽는 동안 '진짜인가? 거짓말아냐?' 라고 생각할 정도의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정성스럽게 엽서를 꾸며서 보내는 입장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이 실제라는 것을 알고 또 놀랐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예기치 못하게 감동을 받은 비밀 내용도 있었다. 'I save every card, note, letter, picture, drawing and e-mail my friends send me so that when I am old alone I will remember how much I was love.' 사실 이 정도의 내용은 비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 공개되어도 상관없는 생각이긴 하다. 자신의 진심과 정성을 담은 비밀과 이야기들은 작은 엽서에 삐뚤삐뚤한 악필로 쓴 글이라도 예술작품이 된다. 반드시 예술작품은 거창한 것이어야만 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도 물론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알면 안되는 치명적인 비밀들이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진 비슷한 내용의 다른 사람의 비밀을 보고 작은 위로를 받았다. 나도 비밀엽서를 보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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