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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나운서가 찍은 비밀스런 사생활이 유포 되었다. 그 영상을 구하려고 많은 남자들이 인터넷을 헤맨 모양이다. 예전에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 방면에 정통성을 자랑했던 ‘선데이 서울’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애독하던 가장 소중한 잡지였고 정보원이었다. 지금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 수영복을 입은 여배우의 사진은 여드름투성이인 10대 소년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진에 입술도 대주고 꼭 끌어안기라도 하면 모든 아이들이 환성을 지르던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철학 스캔들’을 읽으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은 비록 사진이지만 여배우의 속살을 훔쳐보던 시절의 쾌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화 ‘천녀유혼’을 보고 왕조현에게 홀딱 빠져 헤매던 시절, 그녀는 여드름투성이 아이들에게 선녀와 같은 존재였다. 왜 그런 심리 있지 않은가?
‘스캔들’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니까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또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 ‘좋지 못한 소문’, ‘추문’으로 정의를 해 놓았다. ‘철학자’ 그러면 높은 학문과 깨달음 때문에 후대의 인간들에게 현인(賢人)으로 인정받는다. 당연히 그들은 매우 고매하고 인격적인 삶을 살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다. 어떤 성자도 현인도 그저 자신과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철학자들에 대해 실망할 수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성정(性情)을 가진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부터 뒷담화를 즐기기에 꼭 맞는 주제로 구성되었기에 가독성은 매우 좋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기에 고민하는 독자라면 모처럼 자신의 기억력을 찬양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요즘은 “TV를 많이 본 사람이 가장 유식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다면 어디 가서 몇 시간 정도는 자신의 유식을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
철학자들이 살고 있는 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이 있는데 외모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읽고 있기에 ‘요부가 반할 철학자’란 원색적인 제목으로부터 시작한다. 반대로 완벽한 추남 스타일의 철학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철학을 전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추남의 대표주자는 역사가 흘러도 변함이 없는데 소크라테스다. 그러나 그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보고 아무리 놀려대도 밝게 웃었다고 한다. 역시 내공이 깊다. 의외인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멋졌을 것 같은데 완전히 위장이란다. 그때나 지금이나 옷이 날개야…….ㅎㅎ
2장은 스캔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이다. 반대로 세상에 둘도 없는 난봉꾼 철학자가 있다. 3장은 가슴이 아픈 사랑. 이런 사랑하고 싶다. 프로이트는 약혼한 마르타에게 4년 3개월 동안 무려 9백통이 넘는 사랑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촌 오빠를 좋아했기에 깨지고 말았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루 살로메와 니체의 사랑. 키에르케고르와 올센, 칸트의 사랑은 다 아프기에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다. 4장은 철학자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확실히 뒷담화는 리뷰쓰기도 참 쉽다. 이런 리뷰만 쓴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좋을까? ^^
이렇게 즐겁게 읽은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방탕한 삶을 살았던 어거스틴이나 루소를 통해서는 ‘고백록’을 쓰지 않은 것을 감사할 수 있으며, 매일 산책을 하며 명상을 했던 칸트가 불같이 화를 내는 깐깐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그를 비하시키거나 경멸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본성을 가진 그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만든다. 인생의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키에르케고르를 생각할 것이고,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생기면 소크라테스를 기억하며, 이렇게 그들은 내 삶의 스승으로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제는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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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이는 대학은 언제나 꿈과 사랑과 젊음이 넘실댄다. 특히나 새내기 1학년들에게 새로운 환경의 대학은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학교 교수님들이었다. 교수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흰머리 가득, 코 안경을 쓰고, 작은 키에 깐깐한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 그런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내가 입학 할 당시 새로 오신 우리 과 교수님의 이미지는 지금껏 내가 생각했던 교수님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 늙수구리한 양복이 아니라, 폴로셔츠에 캐주얼한 바지 그리고 팔에 걸쳐 놓은 자킷, 하얀 얼굴에 눈빛이 살아 있었다. 지금 대학은 어떤 교수님들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계신지 모르지만 당시 그렇게 파격적인 젊은 교수님은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나는 학교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혹은 모든 눈이 한 곳에 몰린 만큼 교수님들의 버릇 혹은 단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공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엄청난 양의 상식. 하지만 말 주변이 너무 없으셔서? 혹은.. 강의가 처음이어서? 혹은 너무 많은 영어를 사용하셔서? 강의는 정말 재미없었다는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였다. 철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의 입장에서 이런 책은 흥미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작은 보폭으로라도 철학과 친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너무 멀고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런 인간적인 면도 혹은 이런 비인간적인 면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에게 학점을 짜게 주는 교수님의 깐깐한 얼굴 뒷면에 이상한 버릇이나 단점을 발견한 것처럼 나를 즐겁게 했다. 듀이를 평가할 때 우리는 그가 결코 명예욕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는 북경 대학에서 주는 명예박사 학위는 기꺼이 받았으나, 당시 제국주의적 침략을 거듭하던 일본 정부가 학술 훈장을 수여하려고 하자 단호히 거절하였다.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160쪽) 아우구스티누스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그가 비록 성인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인간적인 매력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도 한탄해마지 않던 젊은 시절의 방탕이 없었다면 한갓, 냉혹한 신학자나 자기 신념에만 매달리는 고지식한 철학자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젊은 날의 인간적인 방탕과 죄로 인하여 그의 위대함은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 (173쪽) 지독한 에고이스트이자 지친 줄 모르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쇼펜하우어가 증오하는 첫 번째 대상은 철학교수였다. 자기 역시 도전해 본 적이 있는 이 직업의 사람들에게 그는 지독한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모욕할 대상을 선별하는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법적인 자문까지 받았다. (191쪽)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구나 싶어서 웃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사람도 있었고, 부모를 잘 만나 편안하게 부자인 상태에서 공부한 사람도 있었고, 사랑에 아파하기도 했고, 배신에 치를 떨기도 했고, 고백 조차 하지 못해 망설이던 사람도 있었고, 외모 때문에 고민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돈 때문에 괴로워했다. 입신출세 앞에 자유로울 수 없었고, 정치에 쓴맛을 본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영원한 생명을 부여 받은 것은 아니었다.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철학자들. 그들의 뒷면을 본다는 것은 요즈음 말하는 스캔들일 수도 있고, 뒷이야기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문적인 것들 보다 이런 부분에 더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건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적인 면 때문이리라. 철학이란 것.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쉽게 아니 조금은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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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을 읽는다는 것은 왠만한 마음의 결단을 하지 않고서는 끝까지 읽기 힘들다. 그래서 철학책을 간단하게 풀이하기도 하고 만화책 형태로 만들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 기억지 많이 나지 않는 것은 그래도 철학이기 때문일까!
철학 스캔들.. 사실은 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했다. 내용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철학적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기에 철학책을 한번 읽어야 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책을 선택했다.
철학책이 다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난해한 이야기, 어려운 이야기, 혼자서 말하는 이야기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겠다는 마음에 책을 펴보면 이것은 철학책이 아니다. 무겁지 않다는 이야기다.
목차를 한 번 보자. 철학자와 외모, 철학자와 성, 철학자와 사랑, 철학자와 결혼, 철학자와 아내, 철학자와 돈, 철학자와 권력, 철학자와 기행, 철학자와 기행.. 프롤로그의 제목은 철학자들, 알몸으로 서다.이다.
이전에 생각하던 철학이라는 중후함이 아니라 우리의 잡다한 이야기들이다. 철학자들의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책이 가깝게 여겨진다. 철학자들도 우리와 같다는 생각이다.
서양철학자 뿐 아니라 우리나라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의 삶을 읽다보면 그 삶이 그런 생활을 만들어 내었고, 그런 생각들을 만들어 내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 철학을 시작하면서 읽었으면 더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공자에서 사르트르까지 벌거벗은 철학자들의 인간적인 이야기, 정말 철학자들의 삶을 그대로 조명한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