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전쟁(sperm wars)이란 말을 내가 이전에 읽었던 여러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즉 인간은 남자나 여자나 다 그렇게 정숙하지 못하다. 일부일처제는 불륜을 염두에 둔, 다만 사회적인 약속이고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에 인간의 본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남자의 자위행위란 오래된 정자를 배출시키고 고환을 신선산 정자로 충전시켜 앞으로 도래할지도 모르는 정자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라고 한다. 남자의 성기의 끝 부분인 귀두의 모습도 자신이 섹스하기 이전에 상대 여성의 질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의 정자를 끌어내는 역할을 쉽게 하기 위해 진화해온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또한 인간이 다른 유인원류 보다 섹스 시간이 긴 것도 다른 정자를 완벽하게 끌어 내기 위한 행동이란 것이 이 책의 여러 곳에 나타나 있다. 즉 섹스가 단순히 자신의 정자를 여성의 난자와 만나게 하여 수태하게끔 하는 단순한 행동이라면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하렘(일부다처제에서 나타나는 첩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지고 있는 고릴라는 암컷의 외도 확률이 별로 없기에 섹스 시간이 아주 짧다고 한다. 즉 남자의 성기 모양이나 섹스시간이 긴 것은 모두 정자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동물 행동학으로 보는 인간의 성과 사랑”이다. 이를테면 인간의 하나의 행동(자위행위 등)이나 행태(입덧, 동성애 등), 모습(남자의 손가락과 생식기, 대칭 등) 등에 있어서의 의미를 동물행동학적으로 풀이한 책이다. 동물로서의 인간의 행동, 행태, 모습이 진화적으로 자연선택을 위해 정착된 결과물 이었다는 것을 이 책의 전편에 걸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 테면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이후에 나타난 동물로서의 인간을 본 저작들과 같은 부류에 속한다. 혹은 그러한 책의 아류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말을 안 듣는 남자, 지도를 못 읽는 여자]같은 책들이 시사하는 것 처럼 인간의 행동이나 모습, 행태 등이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란 하나 같이 유전적인 이득이나, 진화의 산물이란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 문예춘추라는 잡지에 Q&A로 연재하였던 것을 네 개의 주제 – 남자, 여자, 모두, 가족 -로 재 구성하여 출판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술한 연구서와 차이가 많이 난다. 즉 비슷한 내용이 여러 번 반복되는 그러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나 우뇌의 역할, 넷째 손가락의 길이 등 이런 내용들이 여러 번 반복하여 나온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파악하자면 아주 재미있다. 간편하게 인간의 성과 사랑에 대해 진화론적인 의미를 담아 그 결과를 쓰고 있고, 최근의 해외의 동물행동학 연구성과들을 많이 소개해 주고 있다. 여러 개의 주제로 책을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인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들을 볼 수 있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남성은 자상한 남자도 아니고, 유머러스한 남자도 아니고 몸이 대칭인 남성이 가장 최고의 남성이라는 것은 이러한 남성이 면역에 강하며, 가장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이 아이의 양육으로 들이는 자원을 절약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란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디 여행을 하면서 기차안이나 아니면 집에서 상대방 성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상당히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그런 만큼 진화론이나 유전자 등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무게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그런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