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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고 할 정도의 느낌을 이 책에 이르러서야 받게 되다니. 여기까지 오려고 지루한 듯 지겨운 듯 앞의 책들을 읽었구나 싶다. 그것도 나로서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아직도 두 권이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책은 시작하자마자 유비의 죽음부터 다룬다. 상당히 어이없게 죽는구나 싶었다. 싸움터에서 죽은 게 아니고, 싸움 후 병이 들어 앓다가 제갈공명에게 후사도 맡기고 유언까지 모두 마친 후에 죽었다는 것. 이 정도라면 그 시기의 장수나 왕으로서는 지극히 평온한 죽음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다른 비슷한 처지의 인물들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어떤 경로로 유비라는 인물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아는 바도 없으면서 가졌던 호감의 근거가 갑자기 무서워진다. 내게 있을 잘못된 편견의 뿌리를 보는 듯하다. 제갈공명이라는 사람이 정녕 대단하다. 처음으로, 이 책을 읽은 이후 처음으로 살짝 반해 보는 책 속 인물이다. 출사표도, 지혜도,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놓아주면서 마음을 얻는다는 칠종칠금도, 그리고 읍참마속까지. 이 용어들이 이런 과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면서 신기했다. 그동안 내가 익혔던 사자성어 공부 방법의 미련함을 스스로 비웃으면서. 아니다, 일화도 함께 읽었을 것이나 기억에 못 남은 것이었겠지. 학생이 삼국지를 읽으면 공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던 말이 이런 경우를 이른 것이었나 끄덕이게 되었다. (8권에 이르러서야? 그나마 다행이군.) 썩 재미는 없지만, 한번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시도하고 있는데, 내내 싸우고 있는 장면들이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원시적인 형태로 땅 따먹기를 했던 그 시절의 인간사를 보고 있으니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의 한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말, 살기 위해서는,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겨루어야만 하는 걸까? 제갈공명이 남은 두 권을 어떤 내용으로 이끌어갈지 곧 알아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