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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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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베를린 작가 구효서 출판 뿔(웅진문학에디션) 발매 2010.04.02 평점 리뷰보기   조국에 닿지 못하고 떠돌다 간 두 조선인 음악가 이야기. 민족과 국경을 허무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광시곡 18세기 말 독일 바이마르와 평양, 그리고 21세기 베를린, 일본, 한국을 잇는 두 천재 음악가의 불꽃 같은 삶! 자유로운 예술혼과 시공을 초월한 인간애,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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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베를린

작가
구효서
출판
뿔(웅진문학에디션)
발매
2010.04.0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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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닿지 못하고 떠돌다 간 두 조선인 음악가 이야기. 민족과 국경을 허무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광시곡

18세기 말 독일 바이마르와 평양, 그리고 21세기 베를린, 일본, 한국을 잇는 두 천재 음악가의 불꽃 같은 삶!

자유로운 예술혼과 시공을 초월한 인간애, 먹먹한 반전이 심장을 울린다.

 

출판사 서평의 일부이다. 또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일단 디아스포라를 검색해봤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짐, 즉 이산을 뜻하는 말.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던 유대인들은 70년에 제1차 유대전쟁을 일으켰으나 로마에 패하여 예루살렘이 정복당했으며 신전도 소실되었다. 135년 제2차 유대전쟁에서도 패하여 유대지역은 황폐해졌고 유대인은 세계각지로 흩어지게 되었다. 이것을 디아스포라(이산)라고 한다.
-네이버 용어사전

 

위아 같은 뜻이라 하니 코리안 디아스포라란, 고구려 유민이나 망국의 유민들. 일본이나 중국, 기타 외국에 의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국을 떠돌게 된 우리나라 유민들을 가리켜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하는 것 같다. 써놓고 보니 그 말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울컥한다. 유하게 표현하여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국으로 갔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억지로, 노예로, 몸종으로 팔려간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작고 왜소한 사람들. 여자라면 머리가 길었을 것이고, 남자였다고 해도 어렸으면 머리를 땋았거나 혹은 상투를 틀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는 거라곤 조선말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노예처럼 팔려간 머나먼 외국땅. 그나마 일본이나 중국은 가깝고 가족들에게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독일까지 간 고리안 디아스포라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싶다. 하얀 얼굴, 높은 코, 푹 꺼진 눈, 파란 눈동자, 큰 키에 뜻도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 더 작게 움츠러들고 그래서 더 구박받는 천덕꾸러기 같았을 우리의 조상들...갑자기 눈물까지 나려고 한다.

 

저는 이 소설이 작중 화자, 하나코의 소설이 되길 바랐습니다.
국가 자본 민족 인종 종교 등으로 에둘러진, 추상의 공동체에 가두거나 갇혔던 근현대사로부터 자유로운 어떤 지점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코는 이 소설에서 종종 공간적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세계는 몇 개의 블록으로 재편되고 관세 장벽이 없어지며 통화(通貨)와 언어가 통일되어 갑니다. 세상은 좁아지고, 지구 반대편 이웃을 만나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라졌습니다. 우리를 가로막던 과거의 경계들은 허물어집니다. 그러나 과연 가둠으로써 갇히는 시절이 끝났는지를, 돌이켜 묻고 싶었습니다. 피부로 느꼈던 물리적 장벽은 없어졌습니다만, 우리를 더 크게 가두려는 전지구적 화폐의 움직임은 마침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미래의 불행한 디아스포라로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 구효서([연재를 종료하며]에서)

일본 여인 하나코는 40여년 동안 소식이 없던 첫사랑 야마가와 겐타로(김상호)가 남긴 유서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이유로 그의 흔적을 찾아 독일로 향한다. 하나코의 통역을 맡은 이근호는 하나코와 함께 김상호의 흔적을 좇으며 그의 죽음 뒤에 얽힌 가슴 아픈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김상호는 재일교포 2세였고, 일본에선 겐타로였다. 그런 그가 독일로 떠나가 음악가로 활동하면서는 토마스로 지낸다. 그가 김상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보았던 것은 남산타워도, 그 유명한 제주도도 아니었다. 그렇게 일본에도, 한국에도, 독일에도 속하지 않았던 그는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 하나코'라는 메모를 남기고 죽음을 택한다.

 

이야기는 18세기 말 바이마르 궁정의 음악가 아이블링거와 요한 힌터마이어, 21세기의 겐타로의 이야기로 교차진행된다. 하나코의 기억과 독일에서 겐타로가 살았던 곳등을 더듬어가며 이어지는 겐타로의 이야기. 베를린 음대 도서관에서 복사해 온 "TOCCATA UND FUGA-토카나 운트 푸가" 속에서 알게 되는 요한 힌터마이어의 이야기. 겐타로가 요한 힌터마이어이며 힌터마이어가 요한인 것처럼, 마치 평행이론처럼. 타국땅에서 자신이 가 닿고자 하는 곳에 닿지 못했던 외롭고 쓸쓸하고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천재 음악가들.

 

국적은 한국이지만, 토마스는 한국말 몰라요. 일본에서 살았고 독일에서 살았죠.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니죠. -p.207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25년을 살았고, 평양에서 잠깐, 한국에서 17년을 갇혀 살았으며, 그 뒤 20년째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건대 그는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다.  일본과 북한과 한국과 독일.  어디에도 속한 적 없었다.  그가 서 있던 곳은, 어디서나 게토였다.   게토 특유의 벽과 대문은 사라졌어도 그곳에 나뉘어 갇히는 자들은 언제나 있었다.  갇힌 자가 있다는 건 가두는 자가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모두 갇힌 자가 되었다.  너나없이, 가두면서 갇히는 거대한 궁지.  이것이 우리의 슬프고도 어리석은 근대이며, 작센하우젠은 그것의 축소판이었다. -p.383

한국, 일본, 독일, 평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아픔의 파편들이 작품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그러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읽는 동안 잠깐 우리의 음악가 윤이상님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책을 다 덮은 후에도 가슴이 얼얼하고 먹먹하던 작품. 그리고 긴 여운이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던 작품이었다.

 

 

Nalaree Think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신경숙 『리진』

                                         김탁환  『리심』

  
o******m 2011.02.1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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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디아스포라-랩소디 인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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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 그의 작품을 만나봤다. 우리가 방관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의 삶을  음악예술로 승화했다. 일본인 여인 하나코는 자살한 첫사랑의 행적을 쫓아 독일로 향한다. 재일교포 2세이자 재독음악가였던 겐타로가 고향도 조국도 아닌 독일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바로크 시대 풀무꾼에서 천재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힌터마이어의 혈총, 그리고 1944년 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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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 그의 작품을 만나봤다.

우리가 방관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의 삶을  음악예술로 승화했다.

일본인 여인 하나코는 자살한 첫사랑의 행적을 쫓아 독일로 향한다.

재일교포 2세이자 재독음악가였던 겐타로가 고향도 조국도 아닌 독일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바로크 시대 풀무꾼에서 천재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힌터마이어의 혈총,

그리고 1944년 한 유대인 수용소에서 탄생한 '이디시어 랩소디' 는 겐타로, 즉 김상호에게

지을 수 없는 흔적을 새기고 마는데,

음악가 김상호를 보면서 나는 '윤이상'을 떠올리며 어쩌면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듯 윤이상 선생의

작품과 생애에 혹독히 빚졌으면서도 선생을 드러내지 않았다한다.

(하지만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윤이상' 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또한 아이블링거와 힌터마이어를 통해 바흐가 남긴 풍요로운 업적에 대한

 흠모와 비판 사이에서 탄생됨을 알게 해줬다.

 작중 화자, 하나코와 함께 크로이츠베릌, 사비니 광장, 바이마르, 라이프치히, 비텐베르크,

할레, 일름 강, 뮐하우젠, 드레스덴의 미하엘 벡크만, 작센, 튀링겐, 헤센의 흔적과

함께했다.

아프릴이 프로이센 공사인 바론 폰 플로토 남작이, 프로이센을 매장시킬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문서를 전달하려던 아프릴박사를 아래층으로 집어던진 1757년의 사건을 말한다는 것도,

드러그가 뉴질랜드사 초유. 송아지 첫 우유로 만든 분유압착정이라는 것도,

발목(撥木)으로 튕기는 사미셴이나 활로 긋는 해금을 생각해도

하나의 음에 기승전결도 있음에 음의 생애가 생성 발전 소멸, 삶이라는 건 그런 기복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금과 비슷한 중국 얼후도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배우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또한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 너무 많았던점도

나를 소설에 빠져들게 했던 매력 중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첫사랑이란,

 전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근거 없이, 덮어놓고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 걸까. (84쪽)

*우린 말없이 걸었어. 길고 먼 길을 걸었어. 온통 흔들리는 보라색과 연둣빛이었어.

네가 보였다 안 보였다 했어. 연둣빛 안구에 보라색 동공.

내 눈이 그렇게 물들었을 거야. 들이쉬는 숨은 연둣빛이고 내쉬는 숨은 보라색이었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여튼...... 그렇게 길은 끝났고,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났어. 확고하게. 섭리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섭리이길 바랐어......(112~113쪽)

*국적은 한국이지만, 토마스는 한국말 몰라요. 일본에서 살았고 독일에서 살았죠.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니죠......(207쪽)

*주어진 형식 안에서 음악적 자율성을 극대화 하려는 것은 예술의지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율마저 압박하려 형식을 강요하는 것은 권력의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스스로 신심을 내어 믿는 신과 두려워 복종하는 신이 있듯(243쪽)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묻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히틀러 치하 독일인에게 널리 퍼져있던 불문율이라 했디.(357쪽)

*삶의 곤고함을 위로했던 건 꿈과 희망이 아니었다.

체념과 한숨, 자조와 실소가 외려 숨 쉴 겨를을 주었다. 위안은 언제나 진전이 아닌

멈춤과 후퇴의 순간에 찾아왔다.나아가려던 방향에서 돌아섰을 때.

 그럴 때마다, 애써 좇던 풍경이 환상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살아야 한다는 핑계가 모든 걸 견디게 했다. 견딘 것뿐이었다. 견디지 않고도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다는 것, 산다는 건 견디는 것. 그러나 삶을 견디게 하는 건 꿈과 의지가 아닌,

분명 체념과 한숨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인정할 수 없었다.

체념과 한숨, 그것의 궁극은 삶이 아닌 죽음이었기에.

모든 생명이 한 번은 향해야 할 곳이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방향이 반대일 뿐 삶과 다르지 않을. 단지 삶의 모든 조건과 이유가 헐벗는 곳.(439~440쪽_)

 

18세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에서 일본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정치적 억압과 유랑의 역경을 혼신의 열정으로 부딪혀 간

  두 음악가의 삶을 추적하는 구효서의 소설은 '예술가 소설' 로 승화했다.

구구절절 공감가는 글에 고개 끄덕이면서

 나의 삶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행복한 책읽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http://blog.naver.com/pyn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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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디션뿔, 구효서, 장편소설, 소설, 코리안디아스포라
g**********l 2010.05.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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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베를린 - 구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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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묻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P.357   전후 독일인들이 보여주는 태도에 관한 말이다. 우리말에 ‘알면 다친다.’란 말과 같다. 독일인들에게 ‘1943년과 1945년 사이에 당신은 무엇을 하셨습니까?’라고 감히 물을 수 없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그 다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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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묻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P.357

 

전후 독일인들이 보여주는 태도에 관한 말이다. 우리말에 ‘알면 다친다.’란 말과 같다. 독일인들에게 ‘1943년과 1945년 사이에 당신은 무엇을 하셨습니까?’라고 감히 물을 수 없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그 다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하고 말을 해야 한다. 다시는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설에서 슈타인도르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묻고 말하지 않으면 아픔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아요. 말한다고 해서 아픔이 없어질 순 없겠지만, 견디게 할 수 있지. 이건 한나의 말이오.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한나 아렌트. 그녀도 유대인이었지.”P.358

   

소설의 주된 흐름은 하나코와 김상호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이 사이 삽입된 이야기들이 3개나 더 있다. 하나는 18세기 음악가 요한 힌터마이어, 또 하나는 1943년과 1945년 사이의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해프틀링(유대인 포로) 이야기, 나머지 하나는 김상호가 한국에서 고문당할 때의 이야기이다. 네 가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묘하게 얽히다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음악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김상호와 힌터마이어의 ‘디아스포라(유랑)’, 또 하나는 김상호와 해프틀링 같이 무자비한 폭력 앞에 선 인간 존재의 허무함, 하나코의 아버지와 김상호를 고문하던 남자2나 키르호프와 같이 악을 자행하는 평범한 사람들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들 세 가지 유형은 모두 폭력적 현실 속에서 인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군상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 내가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

 

67세 하나코. 과거 연인이었던 김상호(일본 이름 겐타로, 독일 이름 토마스,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의 유고를 듣고 유문을 받았다. 그가 독일에서 자살했다는 소식과 함께.

‘아, 이것은 모질지 못한 짓일까 모진 짓일까. 내가 늘 찾던, 내가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P.28

이란 짧은 문장을 받아들고는 김상호의 과거 행적을 찾아본다. 그는 독일 유학 중 1971년 평양에 가서 TNF란 문서를 받아 온다. TNF는 18세기 독일의 음악가이자 조선인 후예였던 요한 힌터마이어에 관한 문서다. 이로 인해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죄로 한국에서 17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출옥 후엔 줄곧 독일에서 작곡가로 살았다.

독일에 온 하나코는 김상호가 살던 집, 그를 후원하던 키르호프, 그의 스승 콘라드 멕바흐, 그의 친구 빌헬름 부폰, 사람들의 진술을 기록하는 슈타인도르프를 찾아간다. 방문한 결과 김상호의 음악을 광적으로 후원하던 키르호프는 김상호가 죽기 전에 살해당한다. 그후 빌헬름 부폰은 종적을 감추고 김상호는 자살을 한다. 키르호프의 죽음에는 빌헬름 부폰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콘라드 멕바흐를 통해 김상호가 요한 힌터마이어 악보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음악과의 연관성, 즉 혈통 이상의 것을 느꼈음을 전해 준다.

 

슈타인도르프에게 찾아가 <랩소디 인 베를린>을 읽게 된다. 글은 1944년 5월부터 9월까지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용소악대에 들어간 아버지 이야기를 그당시 10세였던 소년이 진술한 내용이다. 뱀이라는 하급장교가 자행한 잔인한 폭력을 고발하고 음악이란 것이 광기의 어둠 속에서 예술로서의 본질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슈타인도르프는 김상호가 1971년 한국으로 건너와 수감되기 전 고문실에서 겪은 일에 관한 진술도 기록했다. 김상호는 그곳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자신에게 쏟아내던 사람이 보여주는 잠깐의 자비에 희망을 가졌지만 그것이 무의미함을 느낀다. 더불어 앞으로 이어질 폭력 앞에서 모든 걸 체념하게 됐음을 밝힌다. 이것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17년이나 무고하게 감옥에 갇혀야 했던 이유다. 슈타인도르프는 겐타로 사건을 기록하면서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게토 특유의 벽과 대문은 사라졌어도 그곳에 나뉘어 갇히는 자들은 언제나 있었다. 갇힌 자가 있다는 건 가두는 자가 있다는 거였다. 결국 그들 모두는 갇힌 자가 되었다. 너나없이, 가두면서 갇히는 거대한 궁지. 이것이 우리의 슬프고도 어리석은 근대이며, 작센하우젠은 그것의 축소판이었다.” P.383

 

키르호프의 딸 에밀리는 김상호가 하나코를 떠난 이유를 말해준다. 하나코 아버지가 김상호를 만나 건낸 이야기이다. 하나코 아버지는 간도에서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만주군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하나코가 “....내 것이야.”라며 자신과 하나코가 단순히 부녀지간만은 아님을 알린다. 하나코는 40년 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에밀리 또한 자신의 아버지, 키르호프가 194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뱀이었음을 알게 되고 <랩소디 인 베를린>의 진술자가 빌헬름 부폰임을 밝혀진다. 결국 키르호프는 빌헬름 부폰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빌헬름 부폰은 키르호프에게 접근하기 위해 김상호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김상호는 베를린으로 돌아온 후 조국도, 민족도, 결국 말일 뿐이라며 음악에 전념했다.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남은 조국은 이제 음악뿐라고 했다. 그러나 빌헬름과 키르호프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음악도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빌헬름이 키르호프에게 접근하기 위해 키르호프와 절친했던 김상호를 징검돌로 삼았으며 감상호 음악에 대한 키르호프의 열광이 수용소악대에서 행해진 광적인 음악의 연장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음악과 우정이 음악과 우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한 충격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가 평생을 가닿고 싶은 곳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세상의 단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2. TOCCATA UND FUGA(TNF, 1785).

 

TNF는 김상호가 북한에 가서 받아온 문서다. 1770년대 바이마르에서 활동했던 음악가 요한 힌터마이어의 ‘TOCCATA UND FUGA’(이하 TNF, 1785). 소설 같은 산문이다.

요한 힌터마이어의 조상은 조선인이었으며 조부는 조선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그는 아른슈타트 노이에 교회의 오르간 풀무꾼으로 일하다 오르간 연주자 아이블링거의 눈에 띄어 조수로 일하게 한다. 아이블링거는 출세를 위해 힌터마이어가 몰래 무음 연주를 하던 곡을 훔쳐 발표한다. 힌터마이어는 그와 오래 함께 있고 싶어 이를 묵인한다. 힌터마이어는 아이블링거의 집에서 작곡을 하고 아이블링거는 그의 곡을 소개하고 지휘했다. 힌터마이어는 사람들에게 점점 인정받게 된다. 한편 그는 아이블링거의 여동생 레아에게 남몰래 마음을 준다. 그러다 아이블링거와 레아가 가족 이상의, 적절치 못한 관계임을 알게 된 후 상처받는다. 어느 날 힌터마이어는 교회 징벌 위원회에 회부된다. 유대인이 하느님으로부터 디아스포라의 형벌을 받았다는 것이 성경적이지 않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다. 이에 힌터마이어는 신을 죽인 건 유대인이라고 하는 것은 유대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경멸과 박해를 정당화하는 것일 뿐, 성격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유대인은 성경 말씀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제보자가 아이블링거일 거라 생각했다. 아이블링거는 힌터마이어의 재능과 레아와의 관계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아이블링거는 드레스텐 델 카펠마이스터가 되기 위한 경연에도 힌터마이어의 곡을 절취했다. 결국 힌터마이어는 바이마르를 떠나게 된다. 힌터마이어의 발길은 동쪽 끝을 향했다. 레아와 함께였다.

조상 대에서 조국을 떠나 독일로 건너온 힌터마이어는 음악으로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했다. 유대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김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재일 조선인이었던 그는 한국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일본인인 하나코를 사랑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 한국은 조국이라고 처음으로 찾아간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 고문하고 죄수로 만들어 버린 나라다. 결국 조국을 버린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후원인이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와의 우정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로 생을 마감한다.

 

늘 무언가를 향하면서 그곳에 닿지 못하는 사람은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 콘라드 멕바흐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니죠... - P.207, 하나코

   

이 소설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나코의 말처럼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에게 가하는 누군가의 폭력에 의한 것이다. 우리도 충분히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을 빌어서 말한다면 절대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악이란 우리 주변에 아주 평범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상황이 그렇게 몰아간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누군가에게 잔인해질 수 있는 법이다.

 

“일본인들. 사실은 조선인이 필요한 거에요. 나치에게 유대인이 필요했던 것처럼. 문제는 아닌 척한다는 거지. 필요하면서도 필요 없는 척해. 지구에서 조선인이나 유대인이 모조리 없어진다면 어떨까? 부라쿠민이 다 없어진다면?” P.301

 

겐타로의 어머니가 하나코에게 묻는다. 화풀이 할 대상, 또는 무시할 대상, 본보기로 괴롭힐 대상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 우린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경계해야 한다. 작센하우젠이 자신이 살고 있는 베를린 근처라며 하루에 한 번 그곳으로 산책을 한다는 슈타인도르프처럼. 다짐과 기억을 잊지 않고 벼리기 위해.

YES마니아 : 로얄 t*****i 2023.12.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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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방랑자의 마지막 노래, 세기를 넘어선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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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방랑자의 마지막 노래, 세기를 넘어선 디아스포라. 구효서의 <랩소디 인 베를린>를 읽고.       하늘색 표지에 바이올린과 오르간, 시계가 떠 있다. 선명하지 않은 하늘색은 약간 바랜 듯한 느낌으로, 따뜻한 파스텔톤이다. 말랑말랑한 첫사랑같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카페라떼처럼 부드럽고, 생크림처럼 녹아드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든 책은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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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방랑자의 마지막 노래, 세기를 넘어선 디아스포라.

구효서의 <랩소디 인 베를린>를 읽고.

 

 

 

하늘색 표지에 바이올린과 오르간, 시계가 떠 있다. 선명하지 않은 하늘색은 약간 바랜 듯한 느낌으로, 따뜻한 파스텔톤이다. 말랑말랑한 첫사랑같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카페라떼처럼 부드럽고, 생크림처럼 녹아드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든 책은 근 500여페이지의 분량만큼 무겁게 마음 속으로 가라앉아들었다. 종이날에 서걱서걱 손이 베일 것같은 아슬아슬함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깊숙이 가라앉아들었다. 가라앉다. 그렇다. <랩소디 인 베를린>은 그 예측할 수 없는 광시곡의 느낌 그대로 나를 이리저리 잡고 흔들었다.

 

자살한 첫사랑 재일 한국인 김상호를 찾아나선 하나코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선율에 몸이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알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그의 행적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한국인 김상호, 일본 이름 야마가와 겐타로, 재독 이름 토마스 김. 그를 부르는 이름은 많았지만 정작 그의 이름을 보듬어줄 곳을 찾지 못한 채 죽어간 비운의 음악가였던 그.

그가 평생 가 닿고자 했던, 하나코에 대한 마지막 고백은 파파할머니가 된 그녀를 독일까지 불러들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주름살이 깊게 패였지만 장난기 어린 그녀의 표정, 노쇄하지만 피로하지 않은 그녀의 활기가 통역사 이근호까지 사랑으로 인한 열병의 행로에 동참하게 한다. 아아, 나라를 넘어서, 시간을 넘어서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이 말도 안 되는 감정이지 않을까. 화려하면서도 진중하고, 조용하면서도 울림이 강한 독일 고전 음악이 내내 귓전을 때리는 이 경건함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선의 꼬임의 실타래가 재미있어 한 번 책을 펴고 나면 쉽사리 다른 일 때문에 잠시라도 책을 덮기가 아쉬웠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라를 넘어, 세기를 넘어, 그 어떤 갈등과 장애를 넘어. 서로 가 닿고자 하는 바로 그것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었다.

 

김상호와 하나코의 사랑이야기는 세기를 넘어, 요한 힌터마이어와 레아 아이블링거의 사랑을 들춰보게 하고 있다. 김상호는 평양도서관에 있던 요한 힌터마이어의 일대기를 찾아 평양으로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뜻밖의 감금과 심문을 당하게 된다. 요한 힌터마이어의 일대기, 그의 음악의 자취가 평양에서 끝이 나있는 이 흥미로운 디아스포라의 여정까지 더해져 다르지만 비슷하며, 비슷하지만 왠지 다른 두 사랑의 이야기가 같이 엮여져 있는 형국이다. 요한에게 가까이 갈수록 김상호에게 가까이 가게 되며, 레아의 그림자가 선명해질수록 김상호, 즉 겐타로가 갑자기 떠난 40년 동안의 회한과 슬픔이 더욱 선명해지는 하나코의 작은 어깨를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10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지금은 이렇게 좋은 책을 추천받아 태교(?)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사실 살 부비고 사는 이 사람, 10년을 알아왔지만 다 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사람은 양파와도 같아서 하나를 벗겨냈다고 생각하면 그 속에 또 다른 껍질이 숨겨져 있다. 이 사람을 더 알고자 욕심내어 껍질을 하나 더 벗겨내면 다른 껍질이 다시 새하얗게 속내를 내비쳐 매운 그 향에 눈물이 따끔하게 난다. 이렇듯 사람을 아는 과정은 양파를 벗기는 것처럼 눈물나면서 끝이 나지 않는다. 벗기고 벗기다 보면 양파는 남아있지 않다. 내 손 안에 그가 없듯이.

그렇다면 김상호의 마지막 고백, 평생 가 닿고자 했던 곳-이란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하나코와의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피를 넘어선 사랑의 따스했던 기억, 바로 그것이 17년의 한국에서의 감옥생활을 견뎌내게 해 준 원동력이면서, 마지막 생을 마감했던 어둡고 침침한 독일 집에서 밝혔던 예술혼의 동기였을 것이다. 김상호의 벽은 크게 두 가지였다.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혈통의 벽,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감추고자 했으나 결국 김상호를 단념시키기 위해 고백해야 했던 하나코와 하나코 아버지와의 어두운 기억. 그것은 그대로 랩소디의 선율을 타고 올라가 요한 힌터마이어의 벽이 되기도 했다.

힌터마이어가 결국 레아의 손을 잡을 수 없었던 벽, 그것은 첫째 사실은 키르케라는 이름만을 가졌었던 한낱 풀무꾼에 지나지 않는 자신의 계급과 고귀하신 귀족의 피를 타고난 레아의 계급, 그리고 김상호가 발길을 돌렸듯 요한이 결정적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안드레아스 아이블링거와 레아 아이블링거의 지독히 어두운 기억, 몸의 기억.

 

그런데 결국 책장을 덮으며 알았다. 그 벽이란 정체는 결국 돌고 돌아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임을. 벽을 사이에 두고 손이 맞닿고, 마음을 맞대어 서로의 온기를 위로와 격려 삼아 벽을 돌다보면 벽 끝에서 두 사람은 기어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나코가 마지막으로 김상호의 모든 이력을 짚어내고 무덤가에 다다랐을 때 하나코가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기억으로 점철된 5P 3/10 의 묘비명, 힌터마이어의 일대기지만 결국 레아가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그녀의 필체의 독특성을 보여주는 평양도서관에 보관된 문서. 묘비명과 문서는 사랑하는 그녀들을 향한 혹은 그를 향한 마지막 연주였던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몸 어딘가에 문신으로 그녀 혹은 그의 이름을 이니셜로 새겨넣기도 하고, 그 사람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남겨 놓기도 한다. 요한 힌터마이어와 김상호는 음악으로 그녀들을 사랑했고, 기억했다. 그리고 그 사랑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베를린에 다시금 울려 퍼지게 된다. 아프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은 부인할 수 없는 것, 잃어버릴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는 사랑이 조선의 후손이 요한 힌터마이어를 만들었고 그의 마지막을 다시 조국으로 불러들인 것처럼 김상호도 그러했던 것이다.

평생을 가 닿고자 했던 곳. 그 마지막은 사랑하는 하나코였다.

 

누군가에게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그 아련한 마음이,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주고자 하는 그 결연한 의지가 쉽사리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제부터 갑작스럽게 깊은 겨울의 추위가 피부를 찌르고 있다. 오늘 옷깃을 여미는 그대들에게 마음을 여밀 수 있는 책을 한 권 내밀고 싶다.

 

h*******5 2015.09.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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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의 노래, 랩소디 인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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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의 노래, 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의 <랩소디 인 베를린>를 읽고.   “아, 이것은 모질지 못한 짓일까 모진 짓일까. 내가 늘 찾던, 내가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한국인 김상호,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고국을 뜻하는 성을 이어받은 야마가와 겐타로였던 사람, 독일에서 마지막까지 음악혼을 불사랐지만 결국 자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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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의 노래, 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의 <랩소디 인 베를린>를 읽고.

 

“아, 이것은 모질지 못한 짓일까 모진 짓일까. 내가 늘 찾던, 내가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한국인 김상호,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고국을 뜻하는 성을 이어받은 야마가와 겐타로였던 사람, 독일에서 마지막까지 음악혼을 불사랐지만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토마스 김이었던 사람. 그의 마지막 고백, 혹은 독백 혹은 이도저도 아닌 유서와도 같은 메모. 그 짤막한 글 한 줄에 하나코는 독일까지 날아왔다. 환상풍의 자유로운 기악곡인 ‘랩소디 인 베를린’이 주는 그 처연한 아름다움이 주는 서글픔은 그가 평생 찾아 헤매었던, 그리고 이제는 그를 찾아 먼 곳까지 날아온 하나코와의 마지막 사랑의 선율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40여년 전 아무런 말없이 훌쩍 떠났었던 야속했던 첫사랑이었던 그는 사랑하기에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삼류 신파의 속내를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랑해서 더욱 아픈 사랑 이야기는 김상호, 야마가와 겐타로를 거슬러 그의 조상일지도 모를 아픈 사랑의 기원인 요한 힌터마이어까지 올라간다. 독일과 조선과 일본, 그 기묘한 삼국의 얽힘이 사랑을 바탕으로 세기를 뛰어 넘어 내 가슴에 랩소디로 흐르고 있다.

 

사람이 동물이 사는 것과 다른 ‘삶’이라는 것을 산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찾는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피로 맺어진 혈연이 중요하고, 누구든 태어난 곳을 기억하며, 자신의 행적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김상호의 삶이 그러했다. 누구보다 더 절망스럽고 힘든 여정이었다. 일본인이었으나 일본인이 아니었고, 한국인이었으나 한국인으로 대접받지 못했으며 독일에 살았으나 독일인일 수 없었던 그. 세기를 넘어선 어느 조선인 혈통 방랑자의 디아스포라가 아직도 김상호에겐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었다.

요한 힌터마이어는 온 밭과 논에 흰 옷 물결의 농부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노래를 부르며 일을 하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꾼이자 음악꾼이었다. 그가 키르케라는 풀무꾼의 이름을 버리고 안드레아스 아이블링거에게 요한 힌터마이어의 이름을 받았을 때에도, 그리하여 그의 오른팔이 되어 음악혼의 불씨를 조금씩 갉아 먹히고 있을 때에도, 그러다 그의 누이 레아 아이블링거에게 온 마음의 뿌리까지 빼앗겼을 때에도, 그는 언제나 방랑자였다.

요한이었으나 요한이 아니었던 사람의 사랑과 김상호였으나 김상호가 아니었던 사람의 사랑이 레아를 거쳐 하나코에 이르기까지 두 조선인은 끊임없이 떠돌았다고 해야 할까.

 

김상호가 사랑의 아픔을 지니고 평양과 한국과 독일을 떠돌았듯이 그 옛날 조부에게 들은 동쪽 나라의 아스라함을 가지고 레아를 떠나고자 했던 요한의 아픔이 길고 긴 평행선처럼 팽팽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책장 한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얄팍한 책 한 장에 요한이 연주한 기악곡이, 김상호가 그린 음표 하나가 묵직하게 담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음악을 찾는 것은 내 속의 슬픔을 삭히고 삭혀 그 음과 함께 흘려버리려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마찬가지로 저 먼 옛날의 이야기 혹은 나와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를 찾아 책을 읽는 것 또한 내 마음 속의 열병과도 같은 고민과 번뇌를 전설과도 같은 밤바다 같은 이야기 속으로 떠나 보내려함이다. 구효서의 책은 두 가지를 함께이게 했다. 세기를 넘어선 디아스포라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베를린의 깊은 무덤과도 같은 교향곡을 귀 끝에서 느꼈다. 그것은 어느 순간 코 끝을 간질이게도 하고, 몸을 감싸기도 했으며 손을 마주잡아 주기도 했다.

 

요한 힌터마이어가 동쪽 나라로 방랑을 할 때에 레아가 함께 있었던 것처럼, 김상호의 마지막 죽음의 묘지 앞에는 하나코가 함께 했다. 그리고 책의 말미,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보았다. 그것은 랩소디가 되어, 발랄한 광시곡이 되어 허공에 퍼졌다.

 

h*******5 2015.09.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랩소디 인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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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님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의 이전 작품이 어떠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길이 없기에 리뷰를 남기는게 조심스러웠다. 작품하나로 그의 필력을 느낀 그대로 적는다는 것은 개인 블로그일지라도 공개된 포스팅인 이상 쉽지 않았다. 책을 읽고 한참후에 리뷰가 올려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게으름의 핑계가 좀 길었나..^^:;   랩소디인 베를린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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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님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의 이전 작품이 어떠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길이 없기에 리뷰를 남기는게

조심스러웠다. 작품하나로 그의 필력을 느낀 그대로 적는다는 것은 개인 블로그일지라도 공개된

포스팅인 이상 쉽지 않았다. 책을 읽고 한참후에 리뷰가 올려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게으름의 핑계가 좀 길었나..^^:;

 

랩소디인 베를린은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다. 무게나 담고 있는 내용은 더더욱 그렇고.

등장인물이 많은 듯하면서도 적고, 적은듯하면서도 의미심장하고 세대와 민족과 역사적으로 주요한

사건을 담고 있어서 다시금 말하지만 리뷰적기에 엄살을 부리지 않을 수가 없다.

힌터마이어.

요한 힌터마이어.

일단 이사람부터 시작을 해야할까.

아님 하나코. 아님 겐타로. 아님 화자 이구노(이근호).

 

거 어렵네..;;

언제쯤 쓸수있으려나..

 

그냥...써지는 대로 써내려가자면 구효서라는 작가에 대해 적잖이 놀랄만큼 작품은 좋았다.

진짜 있었던 일은 아닐까, 어딘가에 TNF 라는 소설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힌터마이어의 연대기를

쫓아 따라가다보면 정말이지 그시대 조선인 천재 작곡가가 존재했을거라 믿고싶어질만큼 좋았다.

하나코의 그 특이한 성격,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 그러했다면 애초에 차별과 무시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록될 일이 있기나 했을까 할정도로 부러운 성격의 소유자가 등장했고, 기실 지금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지닌 이근호도 존재했다.

홀로코스트, 유대인 대량학살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덤덤하게 그리고 있고. '뱀'이라는 인물이

어찌 그토록 평범하게 살 수 있는지를 보면서 얼마전 보았던 이끼의 인물들도 생각이 났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결코 그럴 수 없다. 의 반대. 사람은 언제나 변했다. 사악하게, 다정하게

때로는 인간이 아닌채로도 말이다. 무엇보다 '일제시대'가 없었다면 과연 2010년 현재 분단인 상태로

휴전인상태로 존재하는 'KOREA'는 존재하지 않았을거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수 밖에

없었던건 왜일까.

힌터마이어의 삶이나 겐타로 김상호의 삶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책표지에 책소개에 적혀있던 Diaspora 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었던 거다.

심각하게 우울해지고 그들의 삶을 헐벗은 상태, 죽음이 곧 삶의 상태로 완벽한 자유가 되는 부분을

읽기전까지 그 두음악가의 고통이 너무도 생생해서 저리고 아프고 책을 덮어둔체 한참을 망설이기도

했다. 단순히 사건이 발발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두고 용서나 이해의 중심을 둔 책과는 엄연히 달랐다. 그시대 그상황에서 가해자도 피해자고, 피해자도 가해자라는 말도 틀렸다.

그냥 존재의 이유를, 희망찾기를 거듭반복하는 것의 어리석음만 오래오래 남겨져 힘들었었다.

희망이 있기에 기대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 그리고 다시 실패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살아나

때론 가해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또 어떤 때에는 두 사람을 한발치 멀리서 보게되는

제3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제3자의 위치인게 맞다. 그시대의 사건을 경험하지 않았다. 경험했다면....

당장의 내가 그때 그 시절 그고통을 감내했던 이들을 한시라도 동일시 했다면 이럴 순 없고 그누구도 그럴순 없다. 하지만 결국....이유는 없는거다. 당연히란 것이 존재하는 이상 이유는 없던거였다.

의문의 의문이 꼬리를 물던 지금,,,,그리고 그때...이책은 읽기전의 나와 읽고난 후의 내가 같아질 수

없게된 사건만큼이나 꽤 무서운 책이었던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i********g 2010.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랩소디 인 베를린 - 구효서
"[서평] 랩소디 인 베를린 - 구효서" 내용보기
디아스포라 (그리스 어) Diaspora [명사]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   Diaspora [Sing.] 1. the diaspora 디아스포라(다른 나라에서 살며 일하기 위한 유대인들의 이동) 2.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는 사람・집단의 이동)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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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그리스 어) Diaspora

[명사]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

 

Diaspora

[Sing.]

1. the diaspora 디아스포라(다른 나라에서 살며 일하기 위한 유대인들의 이동)

2.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는 사람・집단의 이동)

 

 

랩소디 인 베를린ㅡ이라는 제목 옆에, '~코리안 디아스포라 광시곡'이라는 부제? 소개? 아무튼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랩소디라는 제목에서도 그렇고, 악기가 그려진 표지도 그렇고, 음악가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렇고..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일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나에게 낯설게 다가온 단어 하나,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가 도대체 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냥 음악에 관련된 또 다른 용어 중 하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에서 종종 쓰이곤 하는 오마주라던가, 패러디라던가, 뭐 이런것들 중 하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펼쳤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 난 얼마나 무식했던가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디아스포라의 뜻을 정확히 알고 읽기 시작했더라면 힌터마이어와 김상호, 혹은 토마스 김, 혹은 겐타로의 아픔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아 공감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67세라는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훌쩍 베를린을 찾아와 일본어와 독일어를 함께 할 수 있는 유능한 통역사를 찾기에 이근호와 만나게 된 하나코. 그녀의 지독한 저음 허스키와 알 듯 말 듯한 그녀의 농담에, 그리고 그녀의 영문 모를 의뢰에 아연해진 근호. 그녀의 의뢰는 첫사랑을 찾는 데 필요한 통역을 해 달라는 것. 그런데 그녀의 첫사랑은 얼마전에 죽었고, 죽은 것을 얼마 전에 알았으며, 40년 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와서 왜..?라는 생각과 함께 찾아나선 겐타로의 행적.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나코로 하여금 베를린으로 날아오게 한 단서가 되었던, 평양도서관의 한 편의 소설 TNFㅡToccata Und Fugaㅡ의 내용과 함께, 그 때 하나코와 함께 했던 여름의 기억을 써내려간 근호의 기억이다.

 

어째서 재일 조선인이었던 김상호는 아무말 없이 하나코 곁을 떠나 독일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ㅡ그리고 하나코와 헤어진 40년이라는 공백의 기간동안, 단 하루의 평양방문, 그리고 이끌려간 서울이라는 고국은 그에게 가혹했다. 17년간 고국의 땅을 밟았지만 그 땅은 오직 한 평이라는 좁은 방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왜 김상호는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가. 그가 죽음 직전에 읽고 있던 것은 바로 TNF.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교회 오르간의 풀무꾼으로 일했던 키르케라는 남자는 주변 자연의 소리를, 음악을, 그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그릇이었나보다. 그를 알아본 아이블링거가 키르케에게 준 힌터마이어라는 새 이름과, 작곡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어째서 힌터마이어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가. 그 기억을 담아낸 TNF. 그리고 힌터마이어의 악보마다 적혀있던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ㅡ그것은 선(鮮), 준sunㅡ때문이었을까, 김상호의 죽음은.

굉장히 두서없는 글이 되었지만, 책 속에는 이근호씨가 차분하게, 액자식 구성으로 힌터마이어와 김상호의 이야기를 분리해 두었다. 그 예술가들의 삶의 족적의 기록ㅡ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조국을 떠나있었던 그들에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음악뿐이었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ㅡ이었다.

 

디아스포라. 온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조국, 고국을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조선에서 일제강점기를 지나 분단된 나라이지만, 한민족 역시 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재일교포, 재미교포, 그리고 러시아의 척박한 땅을 일구어내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 등등.. 나는 이들을 잊고 있다. 그들은 조국을, 이 한반도의 땅을 기억하고 있을까.

독일과 우리나라는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는 데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독일이 이루어낸 통일에서 우리는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려야한다고.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니 독일과 우리나라보다는 독일과 일본, 그리고 유대인들과 일본의 조선인들이 참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 놓였었다는 것,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는 것 등등... 일본에서는 조선인으라는 이유로 일본에 속하지 못했고, 조국도 환영해주지 않아 독일 베를린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김상호의 삶. 그리고 의지할 곳은 음악밖에 없었다는 것. 머물 수 없고 떠돌 수 밖에 없었던 김상호의 아픔을 담아낸 <랩소디 인 베를린>은 과연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그려낸 것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픔보다 나에게 더 깊게 다가온 것은 순수하디 순수했던 하나코와 겐타로의 사랑이었다. 둘 다 보결로 입부한 악단부였기에, 매 번 뒤로 물러나 있다가 만남이 이루어지고, 한 명은 트럼펫, 한 명은 바이올린을 함께 연주해 보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전 함께 떠났던 산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웠던 보랏빛, 먼셀 표색계 5P 3/10의 색깔, 축(畜)의 딸이라는 것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었던, 그리고 겐타로가 조선인이라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던 당돌한 여성 하나코는 분명,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겐타로가 지향했던 유일한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나 보다. 어쩔 수 없이 하나코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겐타로의 슬픔이, 그의 묘비명에서 뼈아프게 전해져왔다. 40년만에 묘비에서 조우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마음이 아파, 나에겐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 강하게 다가왔나보다.

 

음악을 사랑한 두 남자의 이야기이자, 디아스포라의 이야기이자, 한 편의 연애소설인 <랩소디 인 베를린>. 처음에는 예술가를 그려낸 소설이라기에 어렵지 않을까 하고 조금 마음을 졸였던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을 잊기에 충분히 즐거운 소설이었다. 이 안타까운 사랑, 그리고 외로운 떠돌이 생활을 겪은 이가 분명 있었을 것이기에, 소설 속 김상호의 삶이 아프게 다가온다.

YES마니아 : 로얄 p********9 2010.06.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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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의 비극,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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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떠오르게하는 구효서의 신작 [랩소디 인 베를린]   조국에 닿지 못하고 떠돌다 간 두 조선인 음악가 민족과 국경을 허무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광시곡   디아스포라diaspora... 이산(離散)이란 단어를 딱히 우리 민족에게 적용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왜 아니겠는가. 이토록 아프고 처절한 역사를 가진 민족일진데, 지금도 고국에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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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떠오르게하는 구효서의 신작 [랩소디 인 베를린]

 

조국에 닿지 못하고 떠돌다 간

두 조선인 음악가

민족과 국경을 허무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광시곡

 

디아스포라diaspora... 이산(離散)이란 단어를 딱히 우리 민족에게 적용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왜 아니겠는가.

이토록 아프고 처절한 역사를 가진 민족일진데,

지금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어딘가를 떠도는 슬픈 넋이 왜 없겠는가 말이다.

 

제목에 베를린이 들어가며

독일과 일본과 평양이 배경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분단 국가인 독일과 우리나라(이제 독일은 아니지만),

또한 전범국가인 독일과 일본,

그들에게 당한 아픈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대한민국에 적용하는 오류를 범한,

매우 부끄러운 건국과 그로 인한 분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매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물론 소설에선 이런 주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추리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8세기 말 독일 바이마르에서 미천한 신분으로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요한 힌터마이어라는 천재 음악가,

그는 조선인의 핏줄로 일본을 거쳐 독일까지 오게되었고,

21세기 재일교포로 독일에 유학해 있던 김상호 혹은 토마스 김은

요한 힌터마이어의 흔적을 찾아 북한을 방문했다가

간첩죄로 17년을 복역하고 석방된 후 독일에서 살다가 자살한다.

 

요한 힌터마이어와 김상호를 두 축으로 쫓아가는

작가적 상상력이 풍부하기도 하지만,

윤이상 선생님의 일생과도 어느 부분 겹치는 주인공의 삶이 무척 서글프다.

 

자신의 조상이 살았다던 먼 동쪽 나라에 대한 어렴풋한 환상을 가진 요한 힌터마이어,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일본을 떠나 독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김상호,

그리고 작품의 화자인 자칭 독일 떠돌이인 이근호까지.

모두 조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떠돌며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그것을 찾고자 애쓴다.

 

또한 요한 힌터마이어와 김상호의 사랑 역시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조국과 사랑에 대한 동일시,

언젠가 마지막엔 가닿을 그곳- 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가슴 아프다.

 

먼셀표색계 5P 3/10의 보라빛은

그가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

 

우리 민족의 비운의 역사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가 없어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아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을 것이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먹먹한 가슴에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란, 예술이란, 그리고 조국이란 무엇일까.

YES마니아 : 로얄 k*****0 2010.05.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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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랩소디 인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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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가닿고자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김상호, 겐타로의 유언에 등장하는 하나코. 그녀는 40년만에 소식을 들은 연인 김상호의 유언에 자신이 등장함을 알고.. 김상호의 족적을 찾아, 그리고 것이나 사람이 나닌 곳으로 표현된 그의 뜻을 찾아 김상호가 살다가 자살한..독일로 향했다.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김상호. 그는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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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가닿고자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김상호, 겐타로의 유언에 등장하는 하나코. 그녀는 40년만에 소식을 들은 연인 김상호의 유언에 자신이 등장함을 알고.. 김상호의 족적을 찾아, 그리고 것이나 사람이 나닌 곳으로 표현된 그의 뜻을 찾아 김상호가 살다가 자살한..독일로 향했다.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김상호.
그는 불현듯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TNF라는 문서를 손에 넣어 갑자기 평양에 사본을 구하러 다녀왔다. 그리고 한국에 17년 구금되었다가 독일로 돌아와서 살다 자살하였다.
 
그의 삶과 죽음의 원인이 궁금해진..하나코. 하나코는 TNF라는 그 단서가 될 문서를 통역가 이근호에게 부탁을 하고, 그 문서 안에서 또다른 예술가 요한 힌터마이어의 삶이 펼쳐진다. 그렇게 이 책은 요한 힌터마이어와 김상호 두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내었다. 두 조선인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를...
 
의지가 아니에요. 붙들리고 홀리는 거죠. 강제되는 거예요. 그것에 이끌릴때 겐타로는, 아니 토마스는 가엾게도 미끼를 따라가는 한낱 곤충이거나 담수어에 지나지 않아요. 자신도 알았어요. 고쳐지진 않았죠. 슬프잖아요. 92p
 
조국이라는 단어에 홀리는 겐타로. 하나코는 겐타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랩소디 인 베를린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어. 끝없이. 해국 꽃잎과 이파리가 하염없이 나부꼈어. 네 셔츠와 스카프도 그랬어.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길이 끝날때까지. 두 시간동안 멈추지 않았어. 우린 말없이 걸었어. 길고 먼 길을 걸었어. 온통 흔들리는 보라색과 연둣빛이었어. 네가 보였다 안보였다했어. 연둣빛 안구에 보라색 동공. 내 눈이 그렇게 물들었을거야. 들이쉬는 숨은 연둣빛이고 내쉬는 숨은 보라색이었어..
..사실은 섭리이길 바랬어...
...내가 널 좋아하게 됐다는 거..
하지만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이미 짙게 물들었다는 것...112.113p
 
보라색이 선연하게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 5P 3/10
색으로 표현한 겐타로의 먹먹한 사랑.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을 더욱 빛나고 애처롭게 만든 그 보라색이라는 빛깔. 내가 한때 좋아하던 색이었지만, 보라색이라는 색은 항상 슬픔을 동반하는 빛깔인것 같다.
 
자네의 것은 바깥에서 오는 거였어. 자네도 모를 바깥 어디에서. 하늘, 빛,구름, 바람 같은 곳으로부터. 나는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이미 내 안에 가득찬 것이 있었지. 처음을 잊었고,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라네... 자네는 한번도 배운 적이 없지. 자네에겐 바깥의 것이 거침없이 들어와 원시의 몸을 끓게 하고, 소용돌이치는 소리로 살아나게 한다네. 147p
 
천재를 알아보는 뛰어난 눈과 귀, 하지만, 본인은 절대 그 타고난 천재가 될 수 없었던 그냥 주변인일 수 밖에 없던 사람. 그래도 한낱 풀무꾼에 지나지 않았을 요한을 이름을 붙여주고, 음악을 펼치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주변인. 그로 인해 세상에 요한 힌터마이어가 알려지게 되고, 후세인들은 그의 음악을 기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정말 실제같은 그 이야기들로 나는 요한 힌터마이어가 실존인물인줄 착각하며 읽었다. 작가가 소설을 쓸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된 것은 바하로 인해서였다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그로 인해 두 명의 천재 음악가가 재 탄생한것이다. 김상호와 요한 힌터마이어.
그리고, 그 둘의 핏빛 눈물나는 사랑..많이 닮고, 많이 슬픈 시대를 뛰어넘은 그들의 공통점.
머나먼 타국 땅 독일에 살고 있었으나 둘의 몸에 흘렀다는 조선의 뜨거운 피.
 
국적은 한국이지만, 토마스는 한국말 몰라요. 일본에서 살았고 독일에서 살았죠. 세상엔 그런 사람들 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그들 잘못은 아니죠.... 206.027p
 
하나코가 말한 불치의 통증..
소설을 다 읽고, 인상적인 구절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다가 끝 부분까지 다 읽고 나서야..아..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다시금 되새겨졌던 그런 말들..
그저 조선을 그리워하고, 한국을 사랑했던 두 음악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있을 수 밖에 없었던 애절한 이야기들이..정말 놀랍게 펼쳐지는 랩소디 인 베를린.
 
하나코가 따라가는 김상호의 이야기 속에 요한의 삶이 숨어있고, 그리고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암울한 시대상들이 투영되어 있었다.
 
두껍고, 딱딱하고..어설픈 애국심을 호소하고..
책 소개글이 어쩐지 어렵게 느껴져 얼핏 잘못 추측할 수 있었던 이런 억측들은.. 책을 다 덮고 나면 눈녹듯이 사라져버린다.
이 책... 놓치면 정말 후회하게 될 책이라.. 감히 단언한다.
m*****y 2010.05.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