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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나이가 드나 보다. 점점 옛것이 좋아지고 있는 걸 보니. 그러나 그 원인이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는 아닌 듯하다. 처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천편일률적이고 말도 안 되는 옛이야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때로는 지나치게 비약하거나 사람을 곯려주고도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모습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옛이야기가 어떤 것이고 그 의미가 무엇이며, 왜 아이들이 그런 책을 읽어야하는지 알게 된 후 옛이야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알면 달리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뀌었다. 어린이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뻔하다. 다양하고 현란한 요즘의 책을 보는 기준으로 보자면 이 책은 밋밋하다. 이야기 내용도 특별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이게 이야기야?' 할 정도로 싱거운 것도 있다. 그림도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난 이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아주 단순하고 색도 입히지 않은 그림이지만 너무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20여 년 전에 비해 우리 어린이책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간혹 예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지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이 책처럼. 그제서야 이호백 작가가 예전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당시 난 그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탄하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다.
요즘 옛이야기를 재해석하거나 현재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서 내는 게 대세다. 이야기에 재미있거나 세련된 그림을 곁들여서 펴내기도 한다. 물론 그런 좋은 그림책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거의 그대로 실었다. 그림도 글도 그대로다. 간혹 요즘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 중에는 그림이 너무 현란해서 글보다 그림에 눈길이 가기 때문에 상상력을 제한하는 경우(옛이야기 그림책의 가장 큰 단점이 이것이다)가 있는데 이 책의 그림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때도 수준 높은 그림이 있었구나를 새삼 느낀다.
이 책에는 '다시 읽는 5060명작'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 말에서는 마치 5060세대가 읽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약간 마음에 안 들지만 의미는 그게 아닐 것이다. 여하튼 1959년에 간행된 책의 그림은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 원본에 충실하게 리터치했다는데 당시 어린이가 읽었던 책을 지금 어린이도 만난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마저 든다. 요즘 어린이들 정서에 맞게 만든 책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옛 냄새를 그대로 간직한 책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런 책은 특히 어른이 읽어주면 더욱 좋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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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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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5060명작 시리즈 세 번째 권으로, 1959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것을 복간한 작품이다. 오래 전에 출판되었다가 세월 속에 묻혀 절판된 책-요즘에 나오는 책들에 비해 여러모로 뒤떨어져 보이는-을 다시 복간하여 출간하는 일은 출판사로서도 상당히 부담되는 일일 텐데, (출판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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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머니 혹은 엄마에게 듣곤 하던 옛날이야기.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읽어도 질리지 않고, 늘 재미있게 다가오는 구수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옛날 옛적에, 간날 갓적에~" 하며 듣는 이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이야기 듣는 재미를 돋우기 위해 추임새처럼 넣는 말들이 있다. [옛날 옛적]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줄 듯 말 듯, 듣는 이를 혹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알맹이, 즉 이야기는 없는 장난스러운 말장난 같다. [어린 신랑 놀리는 말]을 보니 어린 나이에 장가를 가는 것을 두고 아이가 누룽지 달라고 보채는 모양새를 비유하여 놀림을 하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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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에 소지]에서는 이런 속담이 생긴 연유와 속담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으며, [달 사온 이야기]에서는 이방에게 달 사오라고 돈을 준 원님을 만날 수 있다. 옛이야기 속에는 미련한데다가 눈치도 없어 색시를 무안케 만든 [미련한 신랑]도 있지만, [통째로 말리는 빨래]에서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순라군을 웃게 만든 꾀 많은 봉이 김선달도 있다. 옛이야기 속에는 [아까도 머리가 없었던가]에 나오는 장면처럼, 생각해 보면 끔찍하기 이를 때 없는 부분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이야기. (중략)... 까마귀는 날더라. 날면 솔개. 솔개는 돌더라. 돌면 맷돌. 맷돌은 둥글더라. ..."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 열 번째 이야기 [이야기는 이야기]는 노랫말로 말잇기를 하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 빨간 건 사과. ..."처럼 '꼬리 따기' 형식의 말놀이와 비슷한 류의 글이다. [메추라기와 여우], [가자미와 메기와 낙지], [수달피와 범]은 이 동물들의 생김새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나 유래를 들려주고 있다. 본문 글을 읽다보면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여겨지는 단어도 종종 들어 있고, 요즘 접해주는 이야기책에 비하면 의성어나 의태어도 거의 없어 어찌 보면 이야기 자체가 밋밋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옛이야기 책을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처럼- 6·25 전쟁 후 삭막한 현실과 읽을거리가 부족했을 그 시대 어린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며 사랑을 받았으리라 여겨진다. ![]()
본문 뒤에 민담과 민요의 이해를 돕는 내용과 임석재씨의 업적 및 그림을 그린 배종근씨에 대한 언급 등의 글이 다섯 장 분량의 [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임석재씨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져 오다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혀져 가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옛이야기를 발로 뛰며 조사하고, 채집.정리하는 등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한다. 60년대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이 책이 복간되어 다시금 세상에 나온 의의를 그것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