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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모르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 관객들이 외면한 것뿐 아니라 평단의 반응 중에서도 "뭐야?" 정도의 멘트보다 길게 언급한 걸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으니.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꽤나 재미있게 보았고, 리뷰를 길게, 진지하게 써 보라면 그럴 수도 있으나 여기 예스에서는 별 기분이 아니라서 짤막하게만 적겠다.
우선 감독이, 저기에도 나와있듯 에밀리오 에스테베스인데, 알다시피 마틴 쉰의 아들이고 찰리 쉰보다 세 살 많은 맏형이다.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배우 생활에 흥미를 잃었는지 잘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간간히 드라마 연출을 맡던 그는 이 작품으로 거의 처음 본격 영화 감독으로 나선 셈인데, 그 결과는 앞서 말했듯 별로 좋지 못했고, 이후에는 (내가 아는 범위에선) 활동 소식이 거의 끊긴 상태인 듯하다.
배우로서의 그에게 별로 눈이 가지 않던 터라(유일한 예외는 1988년작 '영 건즈'에서 키퍼 서덜랜드, 또 당대의 반항아 아이콘 루 다이어몬드 필립스[기회가 닿으면 이 사람 특집 포스팅을 한번 올리겠다] 등과 함께 나온 모습이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도 '뭔 감독질?'하는 정도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그에게 색다른 재능이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타이틀에서 보듯, 비운에 죽은 진보정치의 상징이자 락스타적 매력을 (그의 둘째형에 못지 않게) 발산했던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를 소재로 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전혀 심각한 터치가 아니고,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그 시대의 풍속도적 장면들을 다분히 상징적으로 이리 엮고 저리 꼬아서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분방하게 이끌어 나가는데, 내 보기엔 참 그 해학이 知的이라 좋았다. 개인적으로 딱 맞는 유머의 코드가 따로 있나 싶기도 했지만, 때를 잘못 만나 저평가받고 지나친 수작이 아니었나 하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었다.
영화는 많이들 지적하듯 초호화캐스팅에다(네이버 등에서 한번 찾아보시길. 말도 안 되는 명단에 입에 쩍 벌어질 것이다) 그 명우들의 지나간 명연기를 '이상하게' 패러디해서 줄줄 늘어놓는 특이한 연출이 가장 큰 외형적 개성이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이 이야길 많이들 안 하는 것 같아서) 시작 장면에서 유명 호텔(앰배써더)의 노숙한 지배인으로 나오는 앤소니 홉킨스가 "난 무수히 많은 귀빈들을 이 자리에서 영접했지. 서기장 흐루시초프, 샤 오브 이란(혁명 전 국왕 팔레비를 지칭),... "어쩌구 하며 읊어대는 자랑은, 바로 올리버 스톤의 '닉슨'에서 홉킨스가 부통령 시절을 회상하는 닉슨의 입으로 내뱉는 대사(닉슨 역시 실제로 흐루시초프 등 각국 원수들을 아이젠하워를 대신해 접대했었다)를 글자 두 개만 바꿔서 고스란히 재탕하는 것이다. 이처럼 명배우들의 과거 출연 모습을 세밀하게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예사롭게 보아넘겨지지 않는 익살덩어리 작품이라, 영화깨나 본 사람이라면 그냥 넘기기 아까운 그런 아이템.
ps 내가 앞선 리뷰('暴雨, 아니 爆雨')에서 언급한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예의)노티 완연한 모습으로 초반에 잠시 나온다. 좋지도 못한 역을 맡아 잠깐 깝치다 사라지는데 그런 것조차 내 눈에 예사로 보이지 않았음(폭풍처럼 밀려오는 연민의 감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