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오르는 길』은 산악인이며 사진가인 손재식이 지난 1998년 히말라야의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과정에서 잃은 김형진, 최승철, 신상만 세 대원을 기리면서 작성한 등반기이다.
따라서 책은 일지의 형식을 띠고 서울을 떠나 인도를 거쳐 히말라야의 탈레이사가르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탈레이사가르에서 겪은 갖은 고초, 그리고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상공격에 나섰던 세 대원의 안타까운 사고 상황들이 현실감 있게 작성되어 있다.
여기에 저자가 직접 찍은 웅장한 히말라야 고봉의 사진들은 고인이 된 이들의 생전 모습들과 겹치면서 까마득한 자연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중간중간 산을 오르는 사람이 갖는 마음가짐, 산을 오르는 자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고인이 된 세 대원의 생각들이 골고루 피력된다.
“도대체 우리가 하는 이런 행동은 무슨 가치가 있을까? 등반 때마다 골똘히 생각해보지만, 매번 새롭게 떠오르는 고민인 양 머릿속을 뒤흔든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정말 고생스럽고 괴롭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왜 이곳에 왔으며, 무엇이 나를 계속 여기 있게 하는가? 그러나 명쾌한 해답대신, 등반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겪는 자질구레한 세상사들이 바로 행복의 원천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쩌면 그 때문에 우리는 또 산을 그리워하고 다시 찾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산친구들을 잃은 슬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글을 쓰는 그는 의외로 덤덤하다. 대신 프랑스 샤모니의 가이드였던 가스통 레뷔파가 남긴 말을 이용한다.
“산정의 아름다움도, 위대한 공간에서 얻는 자유도, 다시 발견한 자연과의 친밀함도, 산 친구와의 우정 없이는 무미건조하다.”
산이라고는 지리산을 5박 6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종주한 것을 제외한다면 전무한 나로서야 저자와 고인이 된 이들의 산을 생각하는 마음에 근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는 자연의 위대한 고고함과 산악인들의 꺾어지 않는 욕망과 의지, 그리고 인간이 가져야 할 미덕으로서의 겸손은 조금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여기를 떠나 무작정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이 지랄같은 역마살의 경향을 달래기 위해 집어든 책이었다.
산을 타는 이들은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등반이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일상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이렇게 해서라도 무마하고 싶은 내 떠남에 대한 욕망의 지분거림이 대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