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인 보호(witness protection)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어서, 광대한 영토를 커버해야 하는 행정상의 어려움, 철저한 증거주의에 입각한 법집행상의 난관 따위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1970년대에 등장한 게 이 제도다. 미국처럼 철저한 공권력 개입과 제도화된 코드 하에 집행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며, 다른 나라에서는 예산상의 제약과 현실적 필요성의 상대적 약화로, 제도상 유사한 실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아마도 영화를 통해서 이 시스템의 일각을 접하고, 그 인식의 한계도 헐리웃이 창조한 허구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희소성의 명제는 그 유효성이 경제학의 범주에 국한하는 성격이 아니다. 이 두 가지 절대 제약 조건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 그 모든 선택을 제약하고 유도하는 근본의 출발점이다. 만날 보다 못해 지겨운 얼굴도, 어떤 현실상의 애로와 난관이 그 대면을 조금이나마 속박하는 바 있다면, 느닷 귀하고 갚진 효용 창출의 근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영화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돌이킬 수 없는 '권태와 위기를, 흉악한 범죄자와 내키지 않는(부부 생활 개입의 관할권의 없는 국가 기관이란 점에서) 공권력의 관여로 극복한다는 웃지 못할 설정으로 희극 하나를 빚어내고 있다. 이 당시, 쇠잔한(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중년 여성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사라 제시카 파커, 별 이유 없이 각광 받은 듯 판에 박인 된장남 코드로 인기를 끌다 이제는 늙은 나이에조차 간간히 이처럼 주연으로 복귀하곤 하는 휴 그랜트 주연이며, 감독은 '그 여자 작사...'의 마크 로렌스가 맡았다. '그 여자 작사...'는 작품 자체보다 재치 있는 개명으로 화제를 모은 케이스였는데, 무작정 외국어를 音寫하는 근래의 관행에서 탈피, 장르와 개별 필름에 따라 정반대의 마케팅 컨셉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좋은 실례를 제공하기도 했다. 휴 그랜트 만큼이나 지긋이 먹은 나이에서 안 어울릴 것만 같은 영역에서의 예상 외의 선전을 보이는 그의 묘한 역량이 돋보이는 영화. 위기의 부부들(이런 분들이 원청 많으시니)이 같이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