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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정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대표작 중 한 권이다. 그의 책을 아껴두고 있는데 이제 몇권 안남았다. (품절된 책들을 중고로 찾아보던가 해얄듯) ''역사는 일어난 사실이 아니다. 역사는 역사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총 1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기 다른 이야기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관통하는 이야기는 '노아의 방주'다. 1장, 노아의 방주에 몰래 탄 좀벌레가 방주 안의 진실을 폭로하는 얘기로 시작해서 아랍인에게 납치된 산타 에우페미아호 여객선, 난파된 메두사호의 뗏목, 방주 찾아 떠나는 여자, 유대난민을 태우고 정박할 곳을 찾는 세인트루이스호, 우주비행사의 방주 찾기 등 방주의 변주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역자 해설에서 잘 설명되어 있는데, 제목의 '역사'가 <the history> 가 아니라 <a history> 다. 절대적인 '그 역사'가 아니라 많은 역사중 '하나'를 다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세상에는 객관적으로 정확한 절대적 역사는 없으며 주관적 해석이 가능한 상대적 역사가 있을 뿐이라는 이 책의 주제를 제목에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건 나중에 출간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언급한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 한다. 줄리언 반스는 역사에 대해, 기억에 대해 항상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11장 중 '삽입장'은 사랑에 대한 에세이인데,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떠올랐고, '난파' 장은 제리코의 그림에 대한 예술평론이 이어지는데, 최근에 출간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이 떠올랐다. 그렇듯 이 책 안에는 소설, 판타지, 패러디, 서간체, 여담, 논술 등 다양한 장르와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든다. 심지어 좀벌레가 화자가 되기도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책이라고 하는데 그냥 재밌게 잘 읽었다. 마지막장 '꿈'은 천국을 이야기한다. ''그럼 대체로 사람들은 어떤 천국을 원하지요?'' ''글쎄요, 그들은 인생이 계속되는 천국을 원하더군요.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보다 나은 인생을 원하지요.'' |
창세기, 노아, 방주, 거기에 밀항한 나무좀과 임종벌레, 배, 난파, 그리고 인간, 그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신, 신에 대한 믿음, 그러면서 왜 구분하는지, 사랑은 무엇인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그리하여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소재와 주제가 10개의 소설과 1개의 에세이에 반복적으로 변주되어 기술된다. 한번 읽어서는 그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에, 다시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소설이지만, 다시 읽을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도 아무런 댓가나 고통없이 모든 욕망을 즉각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세상을 영원히 살아간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원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사유를 담은 마지막 이야기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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