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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오타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잡지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내게, 오늘 같은 날은 참기 힘들다.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월간(비록 40P 분량의 기업 사보이지만) 매거진이지만 들이는 품은 지난하다. 기획회의를 통해 세부 편집안이 나오면, 원고 청탁, 취재 및 인터뷰, 사진 촬영이 이뤄진다. 후에 전반적인 편집과 디자인이 뒤따르고, 3차에 걸쳐 클라이언트의 컨폼 후 인쇄 송고를 한다.
내가 지난 주 휴가 복귀 후 일이 터졌다. 월간 매거진의 최종 교정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거의 최종 컨폼이 난 상태였지만) 휴가를 떠났고,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 흔히 세네카(책등) 부분에 들어가는 간별이 8월호가 아닌 7월호로 인쇄가 된 것. 보통 때 같으면 전량 폐기 처분 후 재인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클라이언트의 묵인 아래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자괴감과 억울함이란...
마감을 앞두고 몇 날 몇 일 밤샘을 하며 완성한 잡지가 단 하나의 오류(그렇지만 너무나 치명적인)에 의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 것. 그보다 들인 노동의 댓가가 회사에 피해를 끼침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되돌아온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답이 없다. 경험이 많지 않은 디자이너였기에 마지막까지 신경을 썼어야 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늘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한다. 담당 디자이너를 불러다가 잔소리를 좀 심하게 했지만, 나 역시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런 속에서 '나는 에디터다'란 새물결출판사의 책을 읽었다. 문학과 지성사의 김병익 선생을 비롯하여 편집자이자 북 디자이너인 정병규 선생, 소위 잘나가는 편집자인 김이금, 임우기, 김은주, 김철호, 민병일 등이 면면을 장식한다. 특히 나를 편집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임종기 선생(대학 시절 은사님)은 내게 큰 기쁨과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이 책에 실린 22명이 말하는 편집, 편집자, 그리고 편집자가 갖춰야 할 자세는 편집자란 직함을 달고 있는 내게 한없는 부끄러움을 안겨줬고, 한편으론 따뜻한 격려의 토닥임으로 다가왔다. 70~80년 출판의 전성시대부터 90년대 이후까지 현장에서 분투한 그들의 삶과 갖가지 에피소드는 마치 영웅들의 무용담을 읽는 듯 했다.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책만들기를 업으로 삼은 그들조차 '나는 에디터다'에 글 올리는 걸 부끄러워한다. 자신들은 그만한 능력도, 경력도 부족하다며...
그 중 대학교 선배인 김이금 님(푸르메 대표)은 화려한 편집 경력을 자랑한다.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수의 소설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등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녀의 자세다. 한순간 마음에 이끌려 편집자가 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는 새 원고 앞에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긴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에디터집단 글노리 대표인 김철호 님은 아예 편집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네 권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중 변정수의 '편집에 정답은 없다'는 지난 5월호 의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정밀하게 사유할' 것을 주문한 고종석의 '감염된 언어', 니코스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파드마삼바바의 '티베트 사자의 서'를 통해 편집자가 갖춰야 할 사유와 자세를 실재감 있게 전달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새물결출판사의 대표인 조형준 님과 북 디자인계의 거목인 정병규 선생의 대담이다. '운명으로서의 출판, 미래로서의 출판'이란 이름이 붙은 이 대담을 통해 정병규 선생의 책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를 볼 수 있다. 사실 정병규 선생은 멀리서 여러 번 뵌 기억이 난다. 나의 대학시절 은사님이 정병규디자인의 기획이사로 재직하셨고, 나 또한 홍대 근처에서 편집자로서 첫발을 내딛은 직후라 자주 사무실로 놀러 갔었다. 편집자이자 기획자, 디자이너인 정병규 선생은 책을 물성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외적인 부분(판형과 디자인)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긴 대담 중간 중간에 자신의 삶(책에서 비롯된 모든 에피소드)을 편안하게 풀어놓는데, 가히 우리나라 출판 편집계의 역사나 다름 없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책 사랑, 작금의 출판계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 등이 내 가슴 속을 마구 헤집어놓는다. 그 중 '인문학의 세계를 책의 세계'라고 생각한다며 풀어놓는 이야기는 금세 수긍이 갈 정도로 이해가 쉬웠다.
인문학 책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을 쓰는 부분, 인용이 들어가는 부분, 세 번째, 예를 드는 부분이죠. 한국 인문학 책의 수준은 아직도 인용 단계에서 머뭇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친절한 구석이 거의 보이지 않아요. 한국 인문학 책은 예만 잘 들 수 있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팔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현 선생이 우리는 서양의 경험적인 것을 선험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그 말이 아직도 유효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P256~257
그 밖에도 '나는 에디터다'를 엮은 함정임 작가의 이야기는 긴 울림을 남긴다. 내겐 故 김소진의 아내로만 기억됐었는데, 그녀는 현재 편집자로서, 작가로서 또한 교수로서 자신의 영역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를 광화문 <문학 사상> 시절로,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를 포이동 <작가세계> 시절로, '포스트모던 물결에서 울창한 인문학의 숲으로'를 홍대 앞 '솔출판사' 시절로 대별하며 그녀가 살아온 편집자로서의 삶을 정말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예전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를 매개하며 책을 만들지만, 책을 둘러싼 세상의 일부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윤한구 님이 말한 바와 같이 아파트에서 건설 노동자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듯이 책 어디에서도 편집자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이 좋아 애증의 세월을 보냈고, 또 앞으로의 삶 또한 책과 함께 하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겨놓는다.
모름지기 내가 생각하는 편집자란 지식의 격차가 부의 격차로 이어지고, 부의 격차가 곧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책'은 가장 저렴한 값으로 그 지식의 격차를 줄여주는 시대정신이라는 소명(김학원의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등장했던 어느 편집자의 이야기). 그 소명 의식과 영혼을 잃지 않는, 스스로 책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어찌 보면, 나는 에디터란 직함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좋게 말해서 편집자란 이름을 붙이더라도 가장 끄트머리 구석 쯤에 자리할 것이다. 늘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만큼 부단히 노력한다. 그 노력의 중심엔 선배 에디터들의 삶과 이야기를 이러한 책을 통해 전해듣는 것이다. 야심한 새벽, 여전히 이 책이 내게 전해주는 수십, 수백 가지의 메시지를 제대로 주워담지 못해 책장을 열고, 또 열어보고, 또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어제와 같은 대형 사고는 늘 내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 긴장감을 푸는 순간,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이쪽의 생리다.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 혹독한 노동과 박봉 때문인지 갈수록 이쪽 분야에 지원하는 후배들도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희망을 갖는 건, 책이다. 비록 지금은 의미 없는 단행본 몇 권과 주로 기업 홍보 관련 매거진, 브로슈어의 편집이 대부분이지만 언젠가 내가 편집한, 누구나 디오니소스표 스타일이 제대로 살아있다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책 하나를 품에 간직하고 싶다. 아니다. 내 스스로 '내 평생 최고의 책은 이것'이라며 과감하게 내밀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 그 길이 요원해보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있다. 왜냐하면 여전히 난 영혼을 잃지 않는 편집자이기 때문에.
PS) 디자이너 박상순 님의 표지 디자인이라 감히 뭐라 말 못하겠지만, 이런 옥고들을 엮어서 만든 책치고 다소 힘이 떨어진다. 캘리그라피와 물음표, 괄호 등의 약물이 군더더기 같단 생각이 들고, 굳이 후가공이 필요했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정말 전문가들이 만든 책이지만, 이 책에서조차 2~3군데 오타가 있다. 그래서 책만드는 작업은 지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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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원고를 편집하고 책을 만들면서 이게 편집자의 일이구나, 편집자 일이 정말 재밌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책의 마케팅 회의를 준비하던 날, 표지 작업이 덜 끝나 하얀 표지로 가제본된 책을 받아본 날, 처음 인쇄소에 방문해 감리를 보던 날, 제본된 책이 회사로 들어온 날,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본 날까지 전부 기억이 생생하다. 사전 마케팅부터 출간 후 진행할 마케팅까지 준비한 마케팅 계획을 책과 함께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뿌듯했다. 예산 부족과 내 게으름 때문에 하지 못한 마케팅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 뿐이다. 감리 때문에 처음 인쇄소를 방문했을 때, 견학나온 학생마냥 들뜬 마음에 궁금한건 닥치는대로 물어봤다. 책이 제본되고 띠지까지 둘러져 출판사로 들어왔을 때, 그리고 서점에 진열 된 책을 봤을 때는 내 자식마냥 갸륵하고 대견스러웠다. 교보문고 뉴앤핫 도서로 선정되고 다음 메인페이지에 오늘의 책으로 뽑혔을 때는 번듯한 대학교에 입학한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뿌듯했다. [나는 에디터다]는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아니 나보다 더 절절히 느꼈을 편집자들 22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팀장과 대표의 위치에서 책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고 이제 막 신입을 벗어난 새파란 편집자의 당찬 포부도 담겨 있다. 대부분 문학과 인문학 관련 편집자들이기 때문일까? 모두들 저자들 못지 않은 글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편집자란 직업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깊이 있는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편집자는 직업이 아니라 삶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술자리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친구를 만나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편집자들은 아이디어를 얻고 저자를 생각한다. 과장된 면이 없진 않겠지만 그만큼 편집자의 일과 삶은 떨어트릴 수 없다는 뜻이리라. 책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책을 만든다. 편집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편집을 한다. 지금은 편집의 시대라고 한다. 교정, 교열의 미시적인 편집은 기본이고 넓은 관점의 편집, 거시적 편집의 시대다. 우리나라 최초의 북 디자이너인 정병규 선생님은 우리 문화 창조의 바탕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편집의 시대가 앞으로의 출판 세상을 바꿔나갈 힘이라고 말한다. 편집자들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책에서 찾으려 하듯, 책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세상에서 찾는다. 세상과 책, 사람과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돈 모을 생각은 애초에 접어야 할 지 모르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세상의 거울을 만드는 직업, 책 안에서 내 삶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다보면 어렵고도 어려운 출판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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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일한 지 2년차. 매일매일 자기 반성을 일삼으며 지내고 있다.
어느 일이나 직업병이라는 게 있다면 편집자에게는 '자기 반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선배 편집자들은 편집자란 '판단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편집자들은 첫 기획단계부터 마무리된 책이 나올 때까지 판단에 판단, 선택에 선택을 거듭한다.
나로 치자면 짜장, 짬뽕 중에서도 무얼 고를지 한참을 망설이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일이 좋으면서도 무척 버겁다.
실수 없이 자기 일 잘 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매한가지겠지만 나에겐 그 부담이 특히 더한 것 같다.
그런 내게 위로를 주면서도 또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바로 이책이다.
짱짱하고 노련한 편집 실력을 갖춘 선배들조차 편집에 대해 고민하고 언제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내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정도 경력에도 편집은 어렵고 매력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도전의식이 돋아난다.
앞으로 더 많은 경력이 쌓이면, 그만큼의 기획 능력과 지혜가 쌓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그러면 언젠가 내게도 이렇게 좋은 책을 엮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어떤 분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표지는 조금 아쉽다. 좀 더 흡인력이 있었어도 될뻔 했다는 작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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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_2010] 나는 에디터다 / 김병익 / 새물결
에디터, 편집자..... 항상 막연한 분야였다.
"그러나 한 나라, 한 시대의 문화를 자리매김하고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출판편집만큼 미래지향적이고 의미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우선 당장 남 앞에 드러나는 일이 아닐지는 몰라도, 아이디어 하나로 필자를 발굴해 원고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본인이 원하는 형태의 책으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도 하고 순조롭기도 하지만, 결론은 보람과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22명의 현역 에디터의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된 글의 모음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어떤 확신이나 만족감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편집자의 세계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전문적인 분야에서 느껴지는 복잡다단한 업무의 세계 인간이 참으로 간사해서 그런지 복잡한 일을 하다보면 단순한 일이 하고 싶고 일당백의 정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이 책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직업세계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많은 책을 읽고 있지만 사실 출판업계에 대해서 조금의 회의가 느껴지기는 한다.
항상 자신의 만족으로 땀을 흘리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 내모습이기를 상상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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