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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삶이라는 자신만의 트랙을 향한 열정과 믿음
"달리기는... 삶이라는 자신만의 트랙을 향한 열정과 믿음" 내용보기
그는 항상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p. 22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 경주에 참가했다가 달리기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가 있다. 아주 잘 달리는 '기계'라는 별명을 얻기 전, 슬프고 외로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달렸다. 선수라면 마땅히 지어야 할 정해진 몸짓을 보이며, 날아가는 듯, 춤추는 듯 아름다운 자세로 뛰는 훌륭한 선수들 틈에서 머리를 이상하게 움직이고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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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항상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p. 22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 경주에 참가했다가 달리기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가 있다.
아주 잘 달리는 '기계'라는 별명을 얻기 전, 슬프고 외로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달렸다.
선수라면 마땅히 지어야 할 정해진 몸짓을 보이며,
날아가는 듯, 춤추는 듯 아름다운 자세로 뛰는 훌륭한 선수들 틈에서
머리를 이상하게 움직이고 팔은 제멋대로 흔들거리며
얼굴이 짓는 표정은 더욱 해괴한 이상한 선수.
고통을 사랑한 기이한 달리기 선수.
실전보다 연습을 훨씬 혹독하게 했던 특이한 선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스피드 분배를 할 때
느리게, 빠르게 자유자재로 자신의 체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놀았던
달리기의 유희왕, 에밀 자토페크.
힘들이지 않고 빨리 달리는 것,
이것이 그가 신경 쓴 유일한 달리기 방법이었다.

회색빛 풍경 속에서 붉은 색 운동복을 입고 인생을 뛰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달리기』.
피곤을 느끼거나 속도가 느려질 징후가 느껴지면 오히려 그는 곧바로
속도를 높이려고 애를 썼다.
이 점에서 그에게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는 아픈 것을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고통을 사랑하며 자기 자신을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p. 52-53.

육체의 고통을 감내한 것처럼
영혼을 구속하는 모든 외부의 강압 또한 순순히 받아들였던 착한 사람.
바보스럽고 한심한 그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를 조금 이해할 것도 같다.
긍정적이고, 부정까지도 수용하는 자세를 지녔다고 그를 칭찬하기 이전에,
그는 누구보다도 인생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보였던 대응은 무력함이 아니라 진솔한 용기와 깨달음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가슴 아프고 슬픈 일들이 생겨나지만 인생은 달리기와 같다.
느슨하게 달리다가, 막판 스퍼트처럼 마지막 힘을 내야 할 때가 있으며,
잠깐 쉴 수는 있지만 숨이 붙어 있는 동안 꾸준히 달려야 한다.
계속 달리는 한 삶은 끊어질 수 없다는 믿음.
고통과 슬픔도 삶의 일부라는 사실 앞에 진솔한 모습으로 섰기에
그는 모든 것을 품고 달릴 수 있었다.
그는 삶이라는 자신만의 트랙 위를 쉬지 않고 질주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달렸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함성소리가 귓가에 맴돌지 않아도,
결승선에서 끊을 테이프가 없어도.


독일인들이 모라비아에 들어왔다. p. 5.
소련인이 체코슬로바키아에 들어왔다. p. 146.

자신의 페이스대로 성실하게 뛰었던 자토페크의 화려하고 빛나는 삶.
스모그가 낀 듯 자욱하고 숨막히게 만드는 냉전시대.
운동선수로서의 개인적인 성공과 전운이 가득 낀 당시 사회 상황을 동시에 본다는 것은
우습고도 무서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내몰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애써 웃음을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끝나는 게 좋아요.
나의 성공담이 너무 오래 계속되었거든요. p. 127.



작가, 에슈노즈는 자토페크 라는 인물의 모든 생애를 그리는 대신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때를 시작으로 해
공식적으로 그의 선수 생활이 끝나는 시점까지만 다루고 있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스스로에게 향하는, 결승점이 존재하지 않는 레이스.
이것이 이 소설의 처음과 끝이다.
그가 달리기 전과 달린 후의 삶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그가 '달린다'는 것.
그뿐이었다.


e********h 2010.11.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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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에슈노즈의 소설에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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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에서 장 에슈노즈의 책 ?달리기?를 처음 접했다. 언뜻 보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체코의 한 달리기 선수 에밀 자토펙의 육상종목 커리어에 할애한 소설 같아서 흥미가 동했다. (그런데 에밀 자토펙은 실존인물인데, 왜 소설이라는 장르로 분류되는걸까? 김훈 ?칼의 노래?와 같이 역사소설로 보는 것일까.)(더 긴 글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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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에서 장 에슈노즈의 책 ?달리기?를 처음 접했다. 언뜻 보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체코의 한 달리기 선수 에밀 자토펙의 육상종목 커리어에 할애한 소설 같아서 흥미가 동했다. (그런데 에밀 자토펙은 실존인물인데, 왜 소설이라는 장르로 분류되는걸까? 김훈 ?칼의 노래?와 같이 역사소설로 보는 것일까.)

(더 긴 글은 여기에)
YES마니아 : 로얄 r******n 2025.02.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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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라토너 자토페크와 손기정 선수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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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장 에슈노즈는 1980년대의 대표작가, 미니멀리즘 작가, '새로운 누보로망 작가'라고 불린다. '누보로망'이란 1950년대 프랑스 문단에서 유행한 전위적인 문학운동이다. 나탈리 사로트, 알랭 로브그리예, 클로드 시몽,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장 에슈노즈는 1947년 12월 26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오랑주에서 정신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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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장 에슈노즈는 1980년대의 대표작가, 미니멀리즘 작가, '새로운 누보로망 작가'라고 불린다. '누보로망'이란 1950년대 프랑스 문단에서 유행한 전위적인 문학운동이다. 나탈리 사로트, 알랭 로브그리예, 클로드 시몽,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장 에슈노즈는 1947년 12월 26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오랑주에서 정신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토목공학을 공부했으며 좌파 일간지 <뤼마니떼>에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31세에 [그리니치 자오선](1979)을 발표하고, 1983년 [체로키]로 메디치상을, 1989년 [호수]로 유럽문학대상을, 1999년 [나는 떠난다]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2008년 출간된 [달리기]는 누보로망의 기풍이 없다. 실존인물을 그린 전기형 소설이라서 그런지 누보로망의 형식적인 실험이 결여되어 있다. 오히려 시간상의 순차적 진행과 존재감이 확실한 등장인물, 그리고 사건의 개연성 등으로 볼 때 소설의 전통적 요소에 충실한 작품인 셈이다. [달리기]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기형 소설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전설적인 육상선수 에밀 자토페크(1922~2000)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자토페크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육상 선수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 치하의 프라하 시절을 살았던 에밀은 일제 식민지 치하의 우리 체육인들을 생각나게 한다.

 

나는 조국을 대표하는 단일 참가자인 자토페크를 보면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했던 손기정 선수(1912-2002)를 떠올렸다.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거머줘 올림픽 마라톤에서 월계관을 쓴 최초의 아시아 선수이다. 열일곱 살의 나이에 신발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던 자토페크가 우연히 달리기 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다면, 열여섯 살의 나이에 중국 단동에 있는 회사를 다니게 된 손기정은 차비가 없어 20여 리를 매일 달려서 출퇴근했다.

 

에밀의 주법은 엉망이었다. 트레이너도, 담당 주치의도 없이 홀로 경기장 트랙에 섰던 에밀은 마치 기계와도 같은, 어찌 보면 괴상망측한 달리기 주법 아래 무조건 빨리 달린다. 파격적인 주법이지만 그래도 에밀은 5,000미터 이상의 장거리 경기에서 8개의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인간 기관차'였다. 5천미터, 6천미터, 1만미터, 1만5천미터, 10킬로미터, 20킬로미터, 25킬로미터, 35킬로미터 이렇게 말이다.

 

"그는 땅을 파듯, 혹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최면 상태에 빠져 땅을 파는 굴착공처럼 뛰었다. 정통 주법과 동떨어진 채 우아한 겉모습 같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에밀은 묵직한 걸음으로 어디를 들이박듯 충동적, 가학적으로 뛰었다. 뛰는 고통을 감추지 않은 탓에 보기에 안쓰러운  억지웃음 같은 표정을 지어 줄곧 일그러져 굳고 찡그리고 경색된 것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49-50쪽)


z***a 2013.04.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