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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다"(p5) '시인의 말' 부분에서 그려지고 있는 얘기처럼 '만인보' 연작 대서사시를 읽을수록 인간의 모습을 이토록 집요하리만치 잘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번 [만인보 13/14/15] 편은 읽는 내내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고 뭔가에 짓눌려 있는 듯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에 대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시대이니 만큼 책 속에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한 줌의 재로 변한 많은 이들이 그려지고 있다. 더러 더러는 익히 들었던 열사들의 이름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스쳐지나가 버린 이름들로 너무나도 생소함에 스스로에게 낯부끄러움도 가졌다. 독재의 탄압에 의해 그들의 죽음이 조작되어 헛되이 그려졌거나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가 버릴 수 있는 것을 시인을 통해 되새길 수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앞서 전태일 편에서 그의 죽음으로 한 시대가 열렸다. 고 표현한 시인의 의미를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조금은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전태일의 분신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그 불씨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노동 현장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슬픈 우리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70년대 모습을 담은 이 책엔 그 당시 독재에 맞서 항거한 노동자 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에 종사하는 여러 예술인들도 함께 그려지고 있어 친숙함도 함께 가졌다. 그들이 노래한 한 편의 시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한 편의 시를 통해 그 시대 분위기를 상상하는 소소한 재미도 맛 봤다.
이번 시집엔 '별편' 이 들어가 있어 더 의미가 깊었다. '별편' 을 통해 '7,80년대 박정희, 전두환 독재에 맞서 이름없이 죽어간 많은 열사들의 아픔도 읽었고, 우리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대표적인 시인들의 만날 수 있는 영광도 누렸다. [만인보]를 읽어가면서 고은 시인이 만나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노래한 시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문에 나왔듯, [만인보]는 우리 역사를 노래하는 '한민족 호적부' 라는 표현에 내맘도 더더욱 다가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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