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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 16,17,18]은 식민지를 지나 한국전쟁 전후를 그리고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는 요즘 고은 시인의 [만인보] 는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다른 편에 비해 '시인의 말' 부분이 긴 [만인보 16,17,18]은 시를 쓰면서 일게 되고, 겪게 되는 시인의 고뇌와 번민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근대 한국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 주는 시인의 한국시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인은 어제의 광명을 후회하는 오늘의 미명 속에서 새로 눈을 껌벅껌벅 뜬다." (p6)
시인의 말 속에 시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짐작해 보며, 책에 실린 한 편의 시 중 자식에 대한 사랑이 한없이 깊은 '영섭이 엄마' 를 옮겨 본다.
영섭이 엄마
고은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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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있어야 한다. 여자 있어야 죽은 사람의 빈 곳 갓난아이로 이어간다. 여자 있어야 사나운 세상 지쳐 돌아온 먹통 같은 사내들 다시 세상에 나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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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새벽부터 오밤중까지 밭에 있고 보리방아 찧고 뽕잎 따러 가야 한다. 뽕잎 따다가 오디도 따다가 영섭이 주었다. 20리 장에 나가 남새도 팔았다 민구 상구의 신발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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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서 동행의 아낙이 흰소리친다 서방 안고 싶어 그리 걸음이 쫓기는 노새걸음이여
앞쪽에서 영섭이 엄마 한마디 보낸다 새끼 젓먹이고 나서야 서방을 안든지 삼키든지 하지 (p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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