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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은 행복했다. 직박구리와 놀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새들이 마음 놓고 물을 마실 곳이 없어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함박눈이라도 쌓여 햇살에 녹으면 좋으련만 눈도 오지 않는 겨울이었다. 그래서 사무실 유리창 밖 난간에 물을 뿌렸다. 난간 앞 보리수나무에서 놀던 직박구리 한 쌍이 이리저리 살피더니 난간으로 펄쩍 뛰어올라 물을 콕콕 쪼아 먹었다. 난간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철제 난간이 아니라 부드러운 흙이라면 직박구리 발가락과 부리에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얼음이 녹는 봄이 되기 전까지 철제 난간이라도 직박구리를 초대하며 지켜보았다. 행복한 겨울이 이어졌다. 직박구리를 지켜보면서 다른 새들에게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히 습지에 온 철새를 보는 것은 직박구리를 초대한 것만큼이나 즐거웠다. 새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겨울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에 새를 지켜보면서 무척 행복했다. 새에 대한 관심은 김성호 선생으로부터 비롯했다. 그리고 내 곁에는 새에 빠져있는 권오준 선생 같은 걸출한 생태동화작가가 있다. 권오준 선생을 자주 만나다 보니 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자연스레 관심이 이어졌다. 실상 이 책도 권오준 선생의 소개를 받아 읽게 되었고 책을 읽으면서 탐조를 하고 싶은 열망이 솟구쳤다. 그 동안 탐조에 관한 열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워낙 해야 할 일이 분산되어 있어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갈등이 많았다. 그러나 끝내 탐조의 세계에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다. 선생은 탐조가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새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과욕을 부려 새를 날려 보내거나, 새가 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일부러 놀라게 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욕심을 줄이고 새를 방해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인내하며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새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되었으면 그때부터 비로소 탐조를 할 수 있을 텐데 책에는 “섬 탐조, 궂은 날이 좋다.”, “산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이다.” 같은 실제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잔뜩 들어 있다. 아울러 실제 선생이 직접 탐조한 새들의 이야기가 빼곡하다. 선생의 탐조 이야기를 듣다 보면, 탐조 욕구가 솟구치는 것은 물론 새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짐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선생의 성실한 탐조 자세와 새뿐만 아니라 둘레 환경까지 사랑하는 마음이 전염된 까닭일 테다. 봄에 농부가 모내기를 준비하며 논을 갈아엎으면 도요새와 백로들이 뒤쫓으며 파헤쳐진 흙에서 먹이를 찾고, 겨울에는 추소가 끝난 논에서 오리나 기러기들이 떨어진 낟알을 주워 먹는다. 우리나라의 큰 철새도래지들은 대부분 드넓은 논을 포함하고 있다. 논은 새들에게 사계절 먹이를 주는 공간이면서 새로운 생명이 깨어나는 번식의 장이다. (64쪽) 황새는 울지 않는다. 소리를 내는 기관인 명관이 발달하지 않아 다른 새들처럼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황새는 부리로 소리를 낸다. 번식기에 암수가 마주 서서 고개를 뒤로 젖히며 부리를 빠르게 부딪쳐서 “딱딱딱딱…” 하고 연속적으로 큰 소리를 낸다. 우리나라에서 황새 소리가 사라진 지도 벌써 37년이 되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을 통해 다음 세대에는 이 땅 곳곳에서 황새 부딪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32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