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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다 된 스타의 베스트 음반을 구입하는 게 습관인데, 이러다 보니 따끈따끈한 신보를 살 일이 거의 없다. 건센 로지스나 메탈리카나 메가데스, 슬레이어가 신보를 낸다 해도 남이 올린 포스팅이나 좀 구경할 뿐 이젠 신보 구입을 안한다. 그 돈으로 블루 오이스터 컬트나 스테판울프 같은 옛밴드의 베스트를 사지. 메탈리카가 옛 스래쉬로 회귀했다 해도, 액슬의 원맨 밴드 건센 로지스가 신보를 내도 그닥 땡기지 않았다.
하지만 슬래쉬가 초호화 게스트를 동원해 신보를 냈다는 소식에는 클릭질 하고픈 손가락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산타나가 젊은 스타들을 데리고 '초자연' 앨범을 냈을때도 난 참 드물게 신보를 구입했던 것이다.
음반을 구입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감상기를 열심히 뒤져보았다.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산타나의 '초자연' 앨범과 슬래쉬의 '좆같은 락앤롤'앨범을 비교하자면, 산타나의 '초자연'은 산타나란 피자에 여러 젊은 가수의 토핑을 올린 것 같아서, 그 어떤 게스트도 결국 산타나 음악의 장식품인데 반해, 슬래쉬의 연주는 아주 맛이 진하고 강한 양념 같아서, 어느 객원 보컬이 부르는 곡이라도 기타 연주 때문에 슬래쉬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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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슬래쉬의 신보를 'Slash - slash'로 소개한 걸 많이 봤는데 이번 슬래쉬 신보의 제목은 R&FN'R이다. 예전 건센 로지스도 건센 퍼켄 로지스라 칭한 것처럼, 앨범 제목은 라켄 퍼켄 롤이다.
다시 산타나의 초자연 앨범과 비교하자면, 그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표현한 걸 뒤집어야 맞는 얘기가 된다. 산타나의 초자연 앨범은 전혀 색깔이 다른 객원 보컬의 곡에서 독특한 산타나의 기타 연주를 듣고, 산타나가 참여했구나 느끼게 된다. 하지만 슬래쉬의 신보는 모든 곡에서 슬래쉬의 향취가 지나치게 강하다. 기타 사운드는 건센 로지스 그 자체이며, 건센 로지스에서도 객원 보컬을 불러온 것처럼, 슬래쉬의 신보는 액슬이 빠진 건센 로지스의 음반처럼 들린다. ![]()
화제가 되었지만, always somewhere 가사를 무시하는 내게 그건 관심없고, 음색 독특한 오지의 보컬이 얼마나 슬래쉬의 기타랑 어울리나가 궁금했다. 오지의 밴드에 슬래쉬가 기타를 치는 느낌일까, 슬래쉬의 밴드에 오지가 보컬을 맡은 느낌일까... 결론은 슬래쉬의 기타 사운드가 오지의 보컬 음색을 삼켜버렸다.
건센 로지스도 앨리스 쿠퍼나 블라인드 멜론의 섀넌 훈, 슬래쉬나 더프가 보컬을 아주 잠깐 맡은 적이 있지만 건센 로지스의 전체적인 사운드에서 객원 보컬이 전혀 튀지 못했던 걸 기억하라. 슬래쉬의 신보가 이거랑 똑같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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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헤드의 고전 스래쉬메탈 느낌은 AC/DC의 초지일관 사운드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슬래쉬의 신보에서는 레미가 참여한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독서나 운동을 하면서 슬래쉬의 신보를 듣다보면 객원보컬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산타나의 초자연 앨범은 객원 스타의 느낌이 살아있으면서 거기에 산타나의 기타가 절묘하게 섞인 걸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슬래쉬의 신보는 객원보컬의 자기주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슬래쉬의 기타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줄은 이제 첨 알았다. ![]()
그나마 한 곡은 건센 로지스의 파라다이스 시티를 사이프러스 힐과 같이 부른 거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굳이 액슬 모창으로 애쓸 필요는 없잖아? 퍼기의 독특한 음색은 슬래쉬의 기타에 묻힌 것으로도 부족해서 액슬 모창을 하느라 퍼기 목소리를 알아볼 수도 없다.
이 앨범은 나름 괜찮고 수작이긴 하지만 별 다섯개를 줄 수는 없다. 객원 보컬의 개성이 몰수됐기 때문이다. 산타나의 '초자연' 앨범과 너무 비교하는 것 같지만 산타나의 기타 연주는 손님 접대를 하는데 왜 슬래쉬의 기타 사운드는 독재정치를 하는 걸까. 슬래쉬가 손님을 불러 녹음한 곡은 총 열아홉곡, 나라마다 여러 버전이 있어, 최소 열 네곡에서 시작하는 모양이다. 앨범에 실리지 않은 두 곡은 아마도 유도부(utube)를 뒤지면 나올 게다. 하지만 앨범을 한 색깔로 물들이는 슬래쉬의 프로듀싱 실력을 볼때 굳이 유도부를 뒤지고픈 맘은 없다.
액슬의 원맨 밴드 건센 로지스의 신보가 성에 차지 않았던 분들은 이번 슬래쉬의 신보를 꼭 구입해야만 한다. 건센 로지스의 사운드를 결정한 건 액슬의 개성만점 보컬 때문이 아니고 보컬마저 묻어버리는 슬래쉬의 기타 덕분이란 걸 확연히 깨닫게 되리라. |